제 22장


울라노르 - 고르코그로드


인류에게 닥친 외부의 위협에서 우리가 극복하지 못한 것은 없었다. 최대의 적은 항상 우리 가운데에 있으니까. 그 것이 우리가 기억해야할 유일한 교훈일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시대가 올지라도 번영할지 몰락할지는 모든 남녀의 마음속에 달려있으며, 우리를 묶어주는 사슬은 약하지만 인류에겐 모두를 지탱해줄 황제페하가 계신다. 그리고 바로 그 안에서 치명타가 가해진 것이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천오백년간 천천히 고통을 느끼게 되신 것이다. 그 분의 시체가 종말을 고할때까지 얼마나 남은 것인가? 아마 내가 볼 수 있는 시간보다는 더 오래걸릴 것이다.


기술과 과학의 힘 같은 것은 잊어라.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잊혀졌으니, 이제 영원히 다시 배울수는 없을 터, 진취와 이해에 대한 약속따위도 잊어라, 오직 전쟁만이 있을 터.이 우주에는 영원한 학살과 살육, 그리고 목마른 신들의 웃음소리만이 남아있으니 평화는 없으리라.




대-야수는 원초적인 힘이었다. 불칸은 자신을 둘러싼 놈의 힘이 마치 열기처럼 짓누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제되지 않은채 날뛰는 전형적인 오크의 본성을 말이다.

그가 헤러시 동안 있었던 암흑신들의 악마들과의 끝없던 과업을 조금밖에 기억하지 못하였으나, 프라이마크는 이런 수준의 싸움에서 이겨본 기억이 없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승리는 그저 현상유지일 뿐이었다.


그가 둠트레머의 손잡이로 클로를 잡아내자 근육과 갑옷의 섬유다발들이 전쟁군주의 잔혹한 힘을 견디기 위해 혹사당했다.

불칸은 자신의 무게중심을 옮겨 그의 걸음걸이를 넓혀 대-야수의 다음 공격을 다시 받아내었고, 재빨리 다른쪽 발을 움직여 오크의 다음 휘둘러치기를 피하였다. 둠트레머가 그린스킨의 장갑판을 때리자 에너지가 충전되있던 철판때문에 둠트레머의 불뿜는 머리가 튕겨져나왔다.


“네놈의 무지속에 네가 무엇을 불러왔는지 보이느냐?” 불칸이 자신의 망치를 다시 휘두르며 말했다.

“네놈의 족속들은 우리가 묻어버렸던 그 곳에 남아있어야 했다.”

그들은 합을 교환하였고, 불칸은 가해지는 충격마다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분투하며 조금씩 놈의 왼쪽으로 돌아 오크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네놈은 섣부르게 움직였다.” 불칸이 이어갔다. “네놈이 인내라는 진정한 지능을 가졌더라면, 10년, 어쩌면 20년을 인내할 수 있었더라면 제국은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옥좌행성을 공격한 것은… 네놈은 또다른 야수를 깨운 것이다. 네놈을 짓밟고야 말 야수를.”


그때 대-야수는 불칸을 기습하였다. 주먹을 뒤로 물리지 않고 앞으로 뻗어 불칸의 목을 붙잡은 것이다. 전쟁-철판이 오크의 무시무시한 손아귀 힘에 신음소리를 내며 불칸의 호흡기 주변으로 움츠러 들었다. 전쟁군주의 다른 주먹이 움직이며 프라이마크의 머리를 노리자 불칸은 자신을 움켜쥔 팔에 무수한 타격을 가하였다. 클로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동작하자 그는 타점을 바꿔 둠트레머를 날아오는 주먹을 향해 휘둘렀다.


두 무기가 맞부딪히며 터져나온 힘은 양측을 튕겨나오게 만들었다. 불칸은 벽으로 내던져지고 대-야수는 바닥에 미끄러지며 가시달린 부츠가 돌바닥에 깊은 자국을 남기었다.

오크는 충격에 무감각해진 팔과 손을 흔들었다. 불칸은 빙글빙글 도는 시야를 회복하기 위해 눈을 세게 깜빡였다.

“하지만 진정한 위협은 네가 아니다.” 프라이마크가 다리를 바로세우며 으르렁거렸다. 그는 손에 잡은 둠트레머를 회전시키며 자신의 상대를 재어보고 있었다. “네놈은 진정한 적이 다시금 앞으로 나서게 할 교란거리일 뿐이다.”


두 거인이 다시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대-야수가 쓰러진 챕터마스터를 밞아 뭉갰다. 불칸은 마지막 순간에 둠트레머를 대-야수의 얼굴에 던졌고, 장갑판이 부서지면서 망치는 방 저편으로 튕겨나갔다.


불칸은 경직된 오크를 지나쳐 재빨리 움직였으나 오크의 다음 공격을 피할만큼 빠르지는 못했다. 배 정중앙을 때린 그 타격으로 불칸은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 그는 추락과 동시에 바닥에 굴러 재빨리 일어섰다.


오크의 투구는 박살난 상태였지만, 이제 프라이마크와 그의 무기 사이에 서있는 상태였다. 대-야수의 한쪽 건틀렛에 휘감겨있던 화염이 꺼지며 위로 움직였고, 투구의 잔해를 벗겨내어 그 부서진 장갑판을 한쪽으로 던졌다. 놈의 머리는 거대하였고, 마치 검과 같은 송곳니와 엄니가 돋아있었다.


“네가 옳다, 황제의 아들이여.” 놈의 목소리는 깊고 후음이었지만 분명히 제국 고딕어를 말하고 있었다.


불칸은 이 발언에 너무도 놀란 나머지 대-야수가 내지른 주먹에서 뿜어져 나오는 충격파를 간신히 피했다.


“네 제국은 무릎 꿇었고, 우리가 그 것의 죽음이 될 것이다.” 대-야수는 어깨 너머로 불칸을 힐끗 쳐다보더니 프라이마크를 향해 돌았고, 불칸은 그 얼굴에서 미소를 보았다. “그리고 네 황제와 마찬가지로, 너는 네 가장 강력한 무기를 내던져버렸구나.”




첫 대목의 기울임 표시된건 불칸의 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