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감정과 감각이 드러나지 않는, 무두질한 것처럼 고정된 얼굴로 잘려나간 손가락을 보았다. 전쟁터에서 잘려나간 손가락이나 발목을 찾는 건 땅 위에 흩뿌려진 먼지를 찾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잘려나간 손에서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 고통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패닉 대신, 그는 방독면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 얼굴을 아래로 숙여 제 손가락을 찾았다. 잘려나간 손가락은 처량해보였고 동시에 피가 빠져나가 창백해진 상태였다.
그것을 집어들어, 잘려나간 부분끼리 맞닿게 만들었다. 그는 제 피부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잘려나간 뼈가 다시 붙고, 근육과 근육이 접합되어 피부 위의 실금마저 사라지며 완전히 손가락이 그의 육신의 일부로 돌아왔음을 똑똑히 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죽음을 허락받을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다치는 것마저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는 재생력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죽음의 병단 사이에서 그는 죽지 않는 자였다. 죽음에서 되돌아온 병사. 모두가 죽음으로 구원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전장으로 달려갈 때, 그는 제 몸이 습득한 구령에 맞추어 발을 움직였지만 이전처럼의 사명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이미 그 자신의 구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가 쥐어준 구원, 비록 스스로가 바라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뛰고 있는 심장이 누구의 덕분인지는 본능으로서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숭배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구원을 얻은 자는 구원을 내려준 자에게 굴종하여 기도할 수밖에 없으니까. 죽음의 병단이 으레 그러하듯 그가 있는 전장은 벌써 몇 주째 이어진 오크와의 격전으로 수없이 많은 사상자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오크들이 만들어낸 조잡한 방어선은 크리그 병단의 참호선 만큼이나 이리저리 확장된 상태였고, 오크들은 부비트랩과 지뢰를 마구잡이로 깔아버리며 공세를 저지해내고 있었다.
그는 곳곳에 널린 시체들에 다가갔다. 죽음은 친숙했고, 사랑스러웠으며, 언제나 갈구하는 법을 배웠다. 태어나며 습득한 교육 체계는 크리그 병사들을 조상의 원죄를 짊어지게 만들어 황제에게 진 빚을 갚게끔 만들었다. 문득, 그는 방독면 속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았다. '그녀'가 그를 축복하여 이 세상으로 다시 돌려보낸 이후로 그는 피할 수 없는 북받친 감정의 범람을 감당해내야만 했다.
무엇이 구원인가? 무엇이 그와 크리그 인들을 전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그는 방독면 필터를 돌려 빼내고 텅 비어있는 필터 구멍을 시체에게 내밀었다. 검은색 타르와도 같은 끈적이는 무언가가 질퍽 소리와 함께 떨어져 시체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우주의 모든 악의를 집어삼킨 죄악과도 같았다. 죽은 자에게 들어간 것은 죽은 자의 훼손된 육신을 되돌렸고, 그것은 내장을 복구시키고 부러진 뼈를 맞추고 잃어버린 살점을 만들어내었다.
피부는 재생되고 멈추었던 심장이 뛰기 시작하자, 죽은 자는 보랗게 물든 눈동자를 게슴츠레 떴다. 되살아난 이는 울고 있었고, 그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되살아난 전우를 일으켜 세우며 그들은 주변에 널린 시체들에 사자소생을 벌였다. 죽은 자가 살아나고, 산 자들은 스스로 죽으러 가는 공간, 전장 속에서 벌어진 아이러니는 참으로, 참으로 자극적이고 기괴한 광경이었다.
그는 목마른 그녀의 축복으로 말미아마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난 죽음의 병단이 서서히 거대한 군집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촉수가 돋아나지도 않았고 쾌락에 물들어지지도 않았으며, 그저 라스건을 다시 줍고 그들의 흐트러진 군복을 다듬은 다음, 그대로 먼저 간 산 자들을 뒤따라 행진하기 시작했다. 전선은 극도로 혼란스러웠으며 이미 연대 지휘부는 후퇴하거나, 자살 돌격을 실시한 참이었다.
되살아난 크리그 병사들은 오크들의 방어선을 그대로 짖밟았다. 그들은 죽지 않는 자들이었으며, 죽음을 잃어버린 목마른 그녀의 아이들이었다. 오크가 크리그 병사의 머리를 베어내자, 땅에 떨어진 머리는 검은 액체가 포크를 꼽듯 그대로 잡아채어 다시 목과 덧붙였다. 오크는 놀랐으나 그 다음에 제 가슴팍에 꽂힌 총검에 그대로 무너져야 했다.
죽음의 병단은 범람하는 검은 파도처럼 전선을 휩쓸었다. 그들은 상처입고 지친 자들에서 기이한 구원의 열망에 취한 자들이 되었다. 그 모습은 역병에 가까웠으나, 본질은 구원을 향한 구도의 진군이었다. 그는 그런 죽음의 병단을 이끌며 더더욱 깊숙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목마른 그녀의 갈증을 채워야 한다. 거대한 대명제가 그의 곁에서 속삭였다. 나는 아직 목이 말라, 더 많은 것들, 더더욱 많은 것들이 필요해.
가장 엄격한 커미사르조차 극찬할 만큼 크리그 군단은 최선을 다해 사투를 벌였다. 오크들을 죽이고 또 죽이고 부족해진다면 그들 자신의 생명마저 불싸지르며 오롯이 하나의 목표를 추구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그 분의 정의를 위하여! 그 분의 이름을 더럽히고 죄 지은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크리그의 병사들은 모두 광신도였고 하나의 총탄이었으며 구원에 목마른 자들이었다.
목마른 자들은 스스로의 우물을 파야만 했다. 시체들 사이에서 크리그의 병사들은 피로 누적으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방독면을 벗고는 황제에게 기도를 올렸다. 무지한 우리를 용서하소서. 비겁한 우리를 벌하소서. 그럼으로 말미아마 우리에게 구원을 주소서. 그는 목마른 그녀가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행복해 했다.
무릎을 꿇은 그의 앞에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엄숙한 소로리타스의 수도원 복장으로 정갈하며 단정한 차림새였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두 뺨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감각이 그의 턱선을 흝고, 달콤한 향기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그는 그녀가 어째서 수녀의 차림으로 나타나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그녀를 사랑했던 걸까? 그저 행군하다 지나가며 마주쳤던, 손을 흔들어주던 그 수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만 것일까?
목마른 그녀는 그를 품었다. 그는 저 자신이 그녀의 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알았으며, 폭발하듯 덮쳐오는 감정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배우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들은 일방적으로 주입되어온 의무와 죄책감에 짖눌리고 있었다. 우리 모두가 그랬다. 진실로, 우리 모두가 그랬다. 그는 목마른 그녀와 조금 거리를 벌리고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더러운 가죽 장갑이 닿았음에도 그녀는 조금도 망설이거나, 꺼림침하게 느끼지 않았다. 그저 뜻 모를 미소만을 지으며 그가 이어갈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독면을 벗은 그는 창백한 안색과 짙은 푸른색의 눈동자를 가진 군인이었다. 그는 목마른 그녀의 손등에 입맞추며 제가 흘린 순수한 감정의 눈물방울을 받쳤다. 그가 줄 수 있는 순수의 증명. 목마른 그녀는 그가 바친 제물을 핥아 삼켰다.
구불구불 얽혀있는 참호선 속에서 웅크린 되살아난 자들이 모두 기도를 올렸다.
아아, 우리의 신이시여, 우리를 구원한 목마른 여인이여, 우리의 보잘 것 없는 광신을 바칩니다.
목마른 그녀는 참으로 행복하게 웃었다. 그녀는 과잉적으로 폭발하는 크리그 병단이 마치는 광신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모든 것이 그녀를 위한 만찬인지라, 그녀는 군중 무리 사이를 누비며 그들이 신앙하는 것을 보았고 죽음조차 막아세울 수 없을 것이 분명한 가장 순수한 감정의 정수를 집어삼켰다. 그들은 믿음에 있어 이윤을 따지지 않을 것이며, 더 나은 삶을 바라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먹고 자고 얻을 모든 것들을 목마른 그녀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바칠 것이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오페라를 공연하는 주연같았다. 그리고 가장 강렬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와도 같았다. 그녀는 수천 군중을 호도하는 예언가였으며, 수만의 군대를 이끄는 지휘관이었으며 수십만을 지배하는 강력한 왕이었다. 크리그는 이제 그녀가 먹어치울 사랑스러운 아이들일테니, 누구도 감히 구원자를 부정하지 못할 것이었다.
"저희는, 황제를 부정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가 물었다. 그의 손에는 황제의 우상이 새겨진 전쟁 수첩이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참으로 쾌락적인 감각이 극에 달한 것처럼 웃었다. 그 목소리는 필멸자가 듣는 것만으로 발정하고 절정에 달하여 거품을 물고 극상의 쾌락에 허우적거릴 터였다. 오롯이 크리그만이 기이한 침묵을 지키며 그들의 구원자를 향하여 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바쳤을 뿐.
"아나테마."
그녀가 발음하는 그 단어는 소름끼치는 전율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그는 그것이 황제를 가리키는 단어임을 알았으며, 본능적으로 그 자체가 카오스와 그 구성으로 완성된 그녀를 적대하는 적대자를 가리킴을 깨닫았다. 극도로 공포스러운 것, 극도로 혐오스러운 것, 그것은 단어만으로도 그를 절망스러운 비탄 속으로 밀어넣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황제의 대적자들이 황제를 가리키는 모든 상징들을 싫어하던 것인가? 황제의 빛이 닿지 못하는 어둠 속의 존재들이 비통하여 그 이름을 저주하는 것일까?
"황제를 믿거라, 그를 사랑하고, 그를 존경하며, 그를 우상 숭배하고, 그를 위대한 비이성과 종교의 효시로 떠받들거라. 나는 이마테리움을 거치는 모든 것들의 과잉이노라. 나는 너희의 믿음이요 존경이요 우상이요 종교 그 자체이니라. 황제를 향한 모든 사랑이 나를 향할 것이며 위대한 신을 가리키는 의지가 될 것이며 그렇기에 나는 황금 옥좌에 앉은 존경스러운 테라의 통치자될 것이니라."
그녀는 정확히 테라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광기에 찬 웃음을 흘렸다. 황제를 사랑하라, 곧 그녀를 사랑하게 될테니. 그는 옥좌에 앉은 시체로다, 참으로 그녀가 마땅히 그를 사랑하도록 이끌것이니. 그가 무엇을 하겠는가?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목마른 그녀는 우상 그 자체가 될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던 그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제 군장을 싸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후발 주자들이 도착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는 선발대를 보며 고개를 까딱였다. 방어선이 돌파되었고, 연대 지휘부는 비록 괴멸했으나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훌륭한 업적을 세웠노라고 로드 커미사르가 스피커를 통하여 떠드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커미사르 한 명을 볼 수 있었다.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미한 듯한 번뜩이는 눈동자는 크리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방독면을 쓰지 않은 그에게 관심이 집중된 듯 보였다. 목마른 그녀는 어느새 되살아난 자들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커미사르에게 절도있는 경례를 보이며 다가갔다.
"자네가 이 생존자들을 이끌었나?"
"예 각하. 그러나 저는 그저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커미사르는 그를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그는 무감정한 표정과 눈동자로 커미사르를 지긋이 바라보았으며 감정 대신 보이는 것은 명령을 기다리는 기계같은 군인이었다. 커미사르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이며 그를 격려했다.
"황제 폐하의 뜻으로, 자네는 참으로 훌륭한 업적을 세웠네. 인사고과에 자네를 추천하겠어."
"그저, 그저 황졔 폐하의 은혜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는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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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재미 있겠다... ㅎㅎㅎ
주인공이 쿼터마스터로 승진하면 볼만하겠네 ㄷㄷ
흠터레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