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파사이트의 심장이 요동쳤다. 세련된 흰색 거미가 불의 카스트의 원을 그것의 작은 발톱으로 들고 있는 문장이 디스플레이에 떠올랐다.
칸'지 말'카오르(칸'지 산거미).
그는 집중력을 가다듬었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가, 다시 들이쉬었다. 마음을 굳힌 채로, 그는 눈을 깜빡여 상징을 클릭했다.

쉐도우선의 얼굴이 그의 스크린을 채웠다. 엄격하지만 고귀한 그녀의 매끄러운 외모는 눈가 주변에 주름이 잡히고 있었지만, 세월의 무게는 그녀가 발산하는 존재감에 그 힘을 더했을 뿐이었다.
파사이트에게, 그녀의 시선에 담긴 차가움은 주먹을 한 대 얻어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휘관 오'쇼바,' 그녀가 말했다.
'지휘관 오'샤세라.'
파사이트는 최고 등급의 프로토콜들을 제외한 모든 통신을 화면에서 지웠다.
'네 계획은?' 파사이트가 말했다.
'통신으로 전송된 위치로 적의 지상 병력을 끌어들이겠어,' 쉐도우선이 말했다. '내 카드레들은 이미 각자의 위치에서 숨은 채로 공격하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니, 괜히 일을 벌여서 그들을 붙잡지 마.'
그녀의 입술은 가늘고, 차가운 선이었다. 파사이트가 지나치리만치 잘 아는 표정이었다. '카우욘-샤스,' 파사이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필요는...'
'그렇게 부르지 마. 그 이름은 칸'지 산에서 죽었어.'

파사이트는 얼굴을 찌푸렸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옛날 버릇이 안 가시는군. 하지만 우리는 공동의 의무가 있지 않나. 우리야말로 진정한 퓨어타이드의 검들이야. 아운'바가 만들어낸 저 브랄 즈'카아라스들이 아니라. 너, 카이스, 그리고 나. 그리고 카이스는 여기 없지.'
'그는 항상 이곳에 없었어,'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쉐도우선이 말했다.
'아운'바의 이 시술이 우리 스승님의 전설을 명예롭게 한다는 걸 믿지 못하겠어.' 파사이트가 말했다.
'그건 오'베사의 일이야, 대 이써리얼의 일이 아니라,' 다시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하는 그녀의 말투는 차가웠다.
'그가 일을 실행한 손이긴 했지, 그래,' 파사이트가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야. 우리 지휘관들 대다수가 전투불능이 된 상황이니, 불의 카스트의 명예를 지키는 건 우리 둘에게 달렸군.'
쉐도우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파사이트는 그것이 그녀가 취하는 행동 중 동의에 그나마 가까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뭔가 이상했다. 그 누구도, 심지어 오'카이스일지라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녀의 가면 뒤에는 고통이 숨겨져 있었다.
'아운'테판께서 장치의 적출에 관해서 이야기했어,' 파사이트가 말했다. '그녀 말로는 간단한 일이 아니라던데.'
'확실히 아니야,' 쉐도우선이 말했다. 그는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방패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전, 잠깐 비친 분노와 절망 사이의 무언가. 내 오랜 전우, 오'미엔이, 이미 그녀의 장치를 적출받았어.'
'오'미엔을 기억해. 상태는 어때? 수술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나?'
쉐도우선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아니, 그녀는 갓난아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어. 어쩌면 더 심각할지도. "승리의 대가였다" 라고 물의 카스트들이 말하더군.'

파사이트는 진실이 그의 피에 독처럼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잠시 동안 타올랐고, 이내 뜨거워졌다. 세계를 모조리 태워버릴 수 있을 만큼.
'지금 너 나한테 말한 게...' 그는 혈관에서부터 격노의 화염이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고, 입술을 악물었다. 그의 눈이 화면 한편에서 깜빡이는 오'베사의 문장으로 향했고, 억제된 분노의 표정은 사나운 맹수처럼 변했다.
'지휘관 파사이트,' 쉐도우선이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이걸 그냥 넘겨버릴 수는 없어, 오'샤세라!' 파사이트가 소리쳤다. '저들이 우리 중 최고를 데려가서 탄약 전지라도 되는 양 써버렸다고! 그러는 데 얼마나 걸렸지? 이틀? 그리고 그들이 남겨둔 걸 봐!'
'몬트'카-쇼,' 쉐도우선이 부드럽게 말했다. '이러지 마.'
'샤'바스토스가 이 시술을 받았어!' 파사이트가 외쳤다. '첫 번째로 자원했다고! 그 고집스러운 멍청이 오'베사, 그놈은 마이크로덱 전에만 해도 아무것도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지! 이 거대한 실수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지도자를 잃어야 하는 거지?'
쉐도우선의 표정이 파사이트에게 답을 말했다. 그것은 살얼음처럼 분명했다-그 밑에 검고, 깊으며,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차가운 물을 품은 얼음.

'별들이시여,' 파사이트가 속삭였다. 그의 감정이 벋쳐올랐다. '내 잘못이야, 내가 원본 인그램을 따왔어.' 그의 아몬드빛 눈이 반사적으로 감겼고, 다시 뜨였을 때, 그의 눈가는 붉게 변해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너한테 칸'지로 가라고 명령한 건 이써리얼 의회였잖아,' 쉐도우선이 말했다. 그녀의 말투는 명확하지만 상냥했다. '타우 제국의 그 누구라도 불복할 수 없던 상황이었어.'
'나도 알아,' 파사이트가 말했다. '나도 안다고. 나는 그저...나는 믿을 수가...'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들을 믿어야 해, 쇼. 그게 우리 방식이야.'
긴 침묵이 둘 사이에 흘렀다.
'네가 다음에 뭐라고 말할지 알아,' 파사이트가 속삭였다. '우리의 운명을 믿어라.'
'그래,' 표정이 조금 풀어진 채로, 쉐도우선이 말했다. '그건 좋은 생각일지도 모르겠네.'
'네 말이 옳아, 당연히.'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오'샤세라. 지금 일에 집중해야겠어.'

그녀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사과하는 것 좀 그만해.'
'사과는 나약함의 증표가 아니야, 지휘관. 언젠가 너도 한 번 시도해보는 게 좋을지도 몰라.'
쉐도우선의 표정에 담긴 경멸감은 마주 보기 고통스러웠다.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으면서,' 그녀가 말했다. '여전히 그대로구나.'
파사이트는 힘들게 숨을 토해냈다. '우리 인생의 어두운 순간이군.'
'그러면 더 어둡게 만들지 마.' 쉐도우선이 말했다. '우리는 이써리얼들이 보여준 대로 대의로 향하는 길을 따르니까. 만약 그 길이 그림자가 진 곳으로 향한다고 해도, 우리는 긍지 높게 걸어야 하고, 그들 없이는 그렇게 할 수 없어. 몬트'아우의 재림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면.'
공포의 시간. 순전히 생각만으로도 그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우리 위치에 가까이 와가는군, 지휘관,' 쉐도우선이 장난스레 말했다. '네가 하기 위해 태어난 일을 할 시간이야.'
'실망시키지 않을게.' 파사이트가 말했다. '그것만은 약속할 수 있어.'
'그래야 할 거야, 안 그랬다간 내가 모낫-카이스를 찾아내서 한밤중에 가정방문 좀 해달라고 부탁할 테니까. 덫이 닫혔을 때 다시 보자고.'
'그때 다시 보지. 그리고 고맙네, 지휘관.'
쉐도우선은 완벽하게 휜 눈썹을 치켜세웠고, 연결을 끊었다.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할 정도로 쉐도우선이랑 마주 보기만 하면 불안해하지만 이써리얼에 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솔직하게 털어놓을 정도로 쉐도우선을 신뢰하는 파사이트, 그리고 그 이름들은 오래전에 죽었다며 쏘아붙이다가 파사이트가 흔들리니까 곧바로 몬트카-쇼라고 부르면서 다독이는 쉐도우선. 참 기묘한 관계여 얘네 둘...
그리고 오'베사 이 새끼는 파사이트한테 불판도게자해도 모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