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당신은 정말 이걸 원하는 겁니까?’

‘내겐 남은 선택지가 적어,’ 파비우스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난 무위에 대한 우리 유전적-아버지의 집착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나는 항상 적들을 단순히 궤도에서 몰살해버리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대지를 두들겨 평평하게 만들고, 잿더미를 쌓아올리는 거지.’

‘그리고 만약 놈들이 땅속으로 파고든다면?’

‘여러 방법이 있지. 사보츄어, 화학 무기 - 궤도에서 진입하거나 적들의 포화로 영광스럽게 진군하지 않고도 한 행성과 거기 사는 사람들을 무너뜨릴 방법은 수백 가지가 넘어.’ 파비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내가 우리 종족의 지성을 과대평가했던 걸지도 몰라. 우리는 어쩌면 몽둥이로 가장 가까운 이웃들의 두뇌를 박살내고 싶다는 충동에 이끌리는, 사이코패스적인 영장류에서 약간 더 진보한 존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어.’

퀸은 웃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전 당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했었죠. 저는 당신이 말한 그 사실을 제 가족이 3군단에 합류하는 영예를 위해 저와 사촌들이 강제로 싸우게 만들었던 날 깨달았습니다.’ 그는 엄지로 도끼날을 어루만졌다. ‘당신이 말하는 그 전쟁은 해중 구제에 불과해요. 무엇이 신들을 먹여 살릴까요? 승리를 향한 갈망, 야만성, 희망과 절망은 어디로 갈까요? 오락은 어디로 갈까요?’

‘자네가 내 말의 요점을 짚어준 듯 하군.’

‘아니요. 당신은 제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군요.’ 퀸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저는 순례행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이기든 지든, 신들은 우리의 행위를 마음껏 포식합니다. 한 사내가 길 잃은 동물을 쓰다듬으면, 그의 다정한 행동에 담긴 작은 기쁨이 슬라네쉬에게 먹이를 주죠. 한 여인이 울고 있는 아이를 때리면, 그 끔찍한 순간 그녀가 느끼는 고양감이 코른에게 먹이를 줍니다. 뮤니토룸의 한 일꾼이 자살을 고려하죠. 그러면 너글은 그의 절망을 먹고 점점 살찝니다. 한 자비로운 전술가가 무혈 승리를 위한 계획을 고안하면, 젠취는 만족합니다.’ 그는 모든 색과 생기가 빠져나간 회색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워드 베어러는 신들이 숭배를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들은 우리의 슬픔으로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것말곤 아무것도 개의치 않아요. 의도적이든 아니든, 우린 모두 짐승이 먹을 고기일뿐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중단했다. ‘당신조차요, 파비우스.’

파비우스는 얼굴을 찌푸린 다음 시선을 돌렸다. 바람 소리가 바뀌었고, 거의 웃음소리처럼 들렸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의 요점은 뭐지? 만약 우리가 고기일뿐이라면, 우리는 왜 뭔가를 더 이루기 위해 발악하는 건가?’

퀸은 고개를 저었다. ‘사냥감이 왜 포식자에게서 탈출하려 할까요? 결국에는, 잡히게 될텐데. 왜 그냥 항복하지 않을까요?’

파비우스는 툴툴댔다. ‘요점은 알겠다.’





출처는 Manf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