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일이 카오스 신에게 굴복하는 건 맞지만 아무 이유없이 그냥 카오스 섬기겠다고 무릎꿇는 내용이 아님.


바일 본진이 있는 행성에 예전 코모라에서 바일에게 기술을 가르쳤던 헤몬쿨리 코븐이 쳐들어오고, 벡트 전 부인의 후원을 받는 카발들이 지원하는 드루카리의 압도적인 병력에 바일의 부하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함. 바일 휘하의 카오스 타이탄들을 헤몬쿨리가 만들어낸 거대 살덩어리 탑이 박살내는 장면도 나오고, 드루카리가 게릴라전이 아니라 제대로 칼 갈고 전투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줌.


바일은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자기 연구자료는 물론 신인류들까지 떼몰살 당한 거라는 사실을 알았음. 그래서 예전 선오호 소속이었던 동료 아포세카리에게 지금까지의 연구 실적이 들어있는 자기 두뇌 복제본과 트라진에게서 얻은 순수한 엠칠 진시드 4분의 1을 준 다음 아바돈에게 사절로 가서 지원군을 얻어오라고 시킴. 우리가 한 짓이 있는데 도와주겠냐는 질문에 바일은 아바돈이 지극히 실용적인 놈이고 내가 이대로 허무하게 죽는 걸 방치할 인물이 아니라고 대답함.


아바돈은 나중에 홀로그램으로 바일과 대화를 나누고, 바일이 자기 앞에 무릎을 꿇는다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고 말함. 자신은 누구에게도 무릎꿇지 않는다고 저항하는 바일이지만, 아바돈은 카오스 신들이 널 위해 뭘 준비했는지 알면 아무리 너라도 까무러칠거라며 안쓰러운 듯이 바일을 봄. 이어서 너와 나는 닮았다는 말과 함께, 아바돈은 바일에게 카오스 신들이 뭐라고 말하든 받아들이지 말고 이스트반에서 죽은 네 형제들처럼 자유로운 상태로 신인류와 함께 파멸의 불길 속으로 뛰어들라고 말함. 하지만 바일은 신인류를 포기할 수 없었고, 아바돈은 바일을 동정하며 펄그림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줄 바일의 옛 동료가 있는 곳을 알려줌.


옛 동료 나르보 퀸의 안내를 받아 펄그림이 있는 곳에 도착한 바일. 바일은 거기서 펄그림과 대화를 나눔. 펄그림은 바일이 아직까지 살아있을 수 있는 건 바일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카오스 신들이 바일이라는 존재를 유용하고 어여삐 여겨서 그동안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해줌. 하지만 신들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고, 바일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임. 지금처럼 카오스 신들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로 남는 대신 다크 엘다 손에 죽고 신인류를 포함해 지금껏 이룩한 모든 걸 잃든가, 카오스 신들이 바일에게 마련해준 역할을 받아들이고 신인류를 지키든가. 카오스 신들이 바일을 위해 마련해둔 자리는 괴물을 창조하는 역할임. 은하계를 누비며 계속해서 온갖 흉측한 괴물들을 끊임없이 창조해 전쟁이 끊이지 않게 하는 것.


아바돈이 앞에서 했던 말은 바로 이 상황을 암시했던 거임. 바일은 다크 엘다가 쳐들어왔을 때 마그누스처럼 바보같이 모든 지식을 잃는 일만은 절대 겪지 않겠다고 선언했었음. 하지만 바일에게는 아바돈과 달리 블랙 리전 같은 강력한 힘이 없었고, 자기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걸 지키기 위해선 카오스 신들의 밑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음. 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신인류를 자신의 품으로 거둬주겠다는 펄그림한테, 바일은 신인류에게 카오스가 손을 대지 않는 게 거래 조건이라고 말함. 그러나 펄그림은 신인류가 자발적으로 자기들을 섬기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묻고 바일은 그건 신인류의 선택이니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함.


결국 바일은 신인류를 포기하지 못해서 카오스 신들의 종이 될 것을 의식으로 맹세함. 그 후, 바일은 이제 황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자조함. 황제든 자신이든, 결국 자기 창조물들을 위해 헌신하는 게 유일한 삶의 목적이며 마치 도구처럼 쓸모를 다하면 버려질 역할이라는 걸 바일은 깨달음. 펄그림에게 얻어낸 지원군들이 다크 엘다를 몰아내는 동안, 바일의 신인류들은 바일의 손을 벗어나 바일이 미리 준비해둔 웹웨이 속의 숨겨진 도시로 모두 도망칠 거임. 바일은 신 인류를 포기한 게 아니라 더 이상 신인류와 함께 할 수 없게 됐음. 바일은 이미 카오스 신들의 노리개가 되기로 서약했고, 바일이 계속 신인류와 함께 한다면 신인류도 파멸할 것이기 때문에 신인류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게 보내준 거임.




결국 아흐리만처럼 바일도 소중한 것에 대한 갈망이 너무 강한 나머지 카오스 신들의 손에 들어가게 된 안타까운 케이스임. 황제가 도저히 인류를 버릴 수 없었던 것처럼 바일도 신인류를 도저히 버릴 수 없어서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는 길을 택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