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산에서 울리는 북소리Drums in Mountain/시르보테의 사원Temple of Syrbotae/망자들의 장소A place of the dead


산을 오른 지 겨우 20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레뮤엘은 벌써 성급하게 사우전드 선을 염탐하기로 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는 바위 사이에 숨겨진 발자국을 발견했다. 그가 종종, 이 거대한 산을 혼자서 더 낮은 곳까지 올랐을 때 중 하나에서 남은 흔적이었다. 사암에서 백 미터 가량 뻗어나간 교묘하게 숨겨진 틈에서부터 발자국은 산의 바위를 따라 가파르게 올라갔다. 그 길은 아스타르테스들이 향할 경로보다 더 직접적이었다.


그건 더 직접적인 길일지는 몰라도 확실히 더 쉬운 길은 아니었다. 그의 바니안은 땀으로 얼룩졌고, 그는 이제 자신에게서 너무 좋은 냄새는 풍기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의 심장 소리는 황제가 직접 참여하는 개선식에서 둥둥 울리는 큰 북소리 같았다.


"얼마나 남았어요?" 카밀레가 물었다. 그녀는 산을 더 깊이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즐기고 있었다. 칼리스타 에리스는 보다 덜 열정적인 것 같았다. 아스타르테스들은 그녀에게 외경심과 두려움을 가져다 주었으나, 그들을 염탐하자는 레뮤엘의 제안은 그녀에게 달콤한 전율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그녀의 아우라를 읽을 순 없었지만, 그녀에게서 함께 가기로 한 결정을 후회한다는 기색이 드러났다.


레뮤엘은 잠시 멈추고 노란 금속 색깔의 하늘을 보며 숨을 고르고 격하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10분 더 걸려요, 아마도." 그는 말했다.


"당신 정말 더 걸을 수 있어요?" 카밀레가 반은 진담으로 물었다.


"괜찮을 거예요." 물통에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그가 장담했다. "전에도 이 길로 오른 적이 있어요. 그때보다 그렇게 많이 높지도 않은데요. 제 생각에는요."


"제 위로 쓰러지지만 마요." 카밀레가 말했다. "당신을 업고 내려가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면 저를 아래로 굴려서 떨어뜨리면 돼죠." 레뮤엘이 말했다.


"정말로," 카밀레가 말했다. "올라갈 수 있는 거 확실해요?"


"난 괜찮아요." 그는 자신이 느끼는 것보다 더 큰 확신을 담아 강조했다. "날 믿어요.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사암을 돌아보면 세 사람은 엄청난 모험을 거친 것처럼 보였고, 그는 귀가 먹고 눈이 멀듯 감각이 둔해지는 걸 느꼈다. 아래에서부터 산은 무(無)의 검은 벽이었으나, 산을 더 깊이 올라갈수록 레뮤엘은 그 무가 자신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는 물통을 돌리며 카밀레와 칼리스타가 멈춰서 쉬자고 한 그의 요청을 받아준 데에 감사를 표했다. 초저녁이었으나, 낮의 열기는 약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하다못해 여기에는 그림자라도 있었다. 그들은 짧게 쉴 여유가 있었다. 레뮤엘이 아는 유일한 다른 길은 아스타르테스에게도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리기 때문이었다.


레뮤엘은 목에서 반다나를 풀어 얼굴을 닦았다. 반다나는 그가 얼굴을 닦자 흠뻑 젖었고,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걸 비틀어 짰다. 카밀레는 길을 올려다보며 정상을 보기 위해 목을 길게 뺐다.


"그래서 이게 정확히 어디로 향하는 거죠?" 그녀가 물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고원이 있어요." 레뮤엘이 말했다. "일종의 전망대 같은 거예요."


"전망대요?" 칼리스타가 물었다. "뭘 볼 수 있는데요?"


"넓은 계곡이 보이죠. 저는 그곳을 시르보테Syrbotae의 사원이라고 불러요."


"시르보테?" 카밀레가 물었다. "그게 뭔데요?"


"제 고향땅의 옛 전설이죠." 레뮤엘이 답했다. "시르보테는 메오레Meore의 에티오피아 왕국Aethiopian kingdom의 거인 무리에요."


"왜 거길 하필 사원이라고 불러요?" 칼리스타가 그 단어에 겁을 먹은 채 물었다.


"거기 가면 알게 될 거예요."


"그런 식으로 단어를 고르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카밀레가 말했다.


"별 말씀을요, 친애하는 이여." 레뮤엘이 말했다. "사우전드 선은 특히나 반역적인 면이 있으니까요. 그들은 이런 역설의 가치를 알아볼 거예요.“


”반역이라니요?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칼리스타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레뮤엘은 말하면서 자신이 너무 많이 말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우라를 읽는 능력을 빼앗긴 탓에 부주의해져 있었다. "그냥 질 나쁜 농담이었어요."


레뮤엘은 농담이라는 걸 다시 확인시키기 위해 미소를 지었고, 칼리스타도 마주 미소지었다.


"서두르죠." 그가 말했다. "계속 가야 해요. 여러분들에게 빨리 장관을 보여주고 싶네요."


고원에 올라가기까지 30분이 더 걸렸다. 그 동안 레뮤엘은 다시는 산을 오르지 않겠노라고 맹세했다. 풍경이 얼마나 장관이든, 뭘로 그를 유혹하든 말이다.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들렸고, 레뮤엘은 이것 때문에 죽기 전에 살을 좀 빼야겠다고 다짐했다.


하늘은 황토빛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빛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레뮤엘은 어떻게 내려갈지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았다.


"정말 놀라워요." 그들이 올라온 길을 돌아보며 칼리스타가 말했다. "당신이 맞았어요, 레뮤엘."


"맞아요." 카밀레가 동의하며 사진기를 들었다. "나쁘지 않네요."


레뮤엘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소금 평원 말고요. 저 위에요." 그는 뾰족한 바위들이 늘어선 곳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것들은 고원 가장자리에 솟아난 석순처럼 보였다. 산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음이 의심받는다면, 분명히 홈이 나 있는 난간이 남은 부분일 게 분명한 석순을 보여주는 것으로 의심을 풀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저기에요." 그는 중간중간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저길 봐요."


카밀레와 칼리스타는 석순으로 걸어갔고, 레뮤엘은 두 여자가 몸짓으로 놀라움을 표현하는 걸 보았다. 그는 미소를 지었고, 그가 풍경이 얼마나 장관인지 말한 게 그녀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서 기뻤다. 그는 일어서서 등을 젖혔다. 숨은 서서히 가라앉았지만, 귓가에 들리는 북소리는 한치도 잦아들지 않았다.


"여길 사원이라고 한 게 틀리지 않았네요." 카밀레가 계곡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맞아요. 경치 꽤 좋지 않나요?" 레뮤엘이 평정을 되찾으며 말했다.


"그렇기도 한데,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그는 물었다. 그는 마침내 그가 듣고 있던 북소리가 머릿속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계곡 아래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최면에 걸릴 것 같으면서 동시에 공포에 질리게 할 것 같은 울림이 끊이지 않고 뇌리에 박히고 있었다.


그는 카밀레의 어깨에 손을 얹고 계곡을 내려다보았다. 놀라움 속에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졌다. "테라의 옥좌 맙소사!"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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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만은 북소리를 듣고, 옛적에 금지된 장소로 칭해진 산에서 메아리치는 불협화음의 기운을 알아차렸다. 저 소리로 인한 것들이 좋을 리는 없었기에, 그는 계곡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이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느꼈다. 세크메트는 아리만의 보조에 맞추어 그들의 갑옷을 불침의 의지와 힘으로 움직였다.


"여기 중심부는 불길하군." 북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포시스 트'카가 말했다. "젠장, 여기는 마음에 들지 않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포시스 트'카가 그러하듯 아리만 역시 자신의 눈멂이 혐오스러웠다. 군단의 초달인Adeptus Exemptus 중 하나로서, 그는 통달의 극점, 에테르 유영, 튜텔러리와의 연결, 소환Evocation과 환기Invocation의 의례에 정통했다. 세크메트는 강력한 전사 겸 마법사들이었고, 그들은 필멸의 인간이 감히 다룰 수 있을 거라 꿈꾸지 못했던 정도까지 힘을 호령할 수 있었다. 각각의 전사는 그들 스스로 세상을 능히 제압할 전사들이었지만, 그들의 힘이 스스로를 거부하는 이 장소에선, 그들은 단지 아스타르테스였다.


단지 아스타르테스라니. 아리만은 미소지으며 생각했다. 어찌나 오만하게 들리는지.


그가 머리 위쪽의 계곡을 훑어보는 동안, 아리만은 그의 마도서에 들어갈 논문을 구상하고 있었다. 의존과 우쭐한 자존심의 해악에 대한 담론이었다.


"여기에서 하나 배워가는군." 그가 말했다. "힘 없이 이 장소를 마주하는 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걸세. 우리는 원시의 방식대로 전쟁을 하는 데 해이해져 있었지."


"거참, 항상 선생님처럼 구는군?" 포시스 트'카가 말했다.


"당연하지." 아리만이 동의했다. "항상 학생이기도 하고. 모든 경험은 뭔가 배울 수 있는 기회라네."


"그럼 우린 여기에서 당최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헤이쏘어 마트가 질문했다. 그들 중 마트는 힘을 잃어버리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다. 산으로 향하는 것은 그의 용기를 매 순간, 그들이 전에 마주쳤던 것보다 더 크게 시험하고 있었다.


"우리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바에 따라 스스로를 정의한다는 것이지." 아리만은 북소리의 낮은 떨림이 갑옷 부츠의 밑창에서 울리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우리는 다시 아스타르테스로서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해."


"왜?" 헤이쏘어 마트가 질문했다. "우리는 힘이라는 재능을 타고났네. 시원의 창조자의 힘이 우리 안에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리만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처럼 헤이쏘어 마트 역시 경계도달자Dominus Liminus를 넘었고, 열거의 경지는 대달인Adept Major에 달해 있었다. 그는 자존Self-Reliance를 달성했으나, 더 높은 열거의 경지에 올라갈 수 있게 해줄 자기 일체와 자아 소멸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럴 수 있는 파보니는 거의 없었고, 아리만은 헤이쏘어 마트 역시 예외가 아닌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자네는 우리더러 맨손으로 나가서 무기 없이 싸우라고 하겠군." 헤이쏘어 마트가 계속 말했다.

"언젠가 그래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지." 아리만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