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두번째 천년기의 끝무렵에 사진기가 개발되어, 지금까지도 카메라가 존재했던 곳, 카메라가 찍을 수 있는 상황에 찍는데 성공했다면 그 시간을 굳히고 또 다른 실재를 만듦과 동시에 가짜 같은 진짜의 결과물이라고 장 보드리야르, 마샬 매클루언, 발터 벤야민 등을 위시한 두번째 천년기의 황혼과 세번째 천년기의 새벽의 수많은 고대의 성현들이 사진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나는 '기억을 저장하고 상기시키는 새로운 수단'의 등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보여주지 않은 사진을 우연치않게 발견한다면, 그 사진의 주인의 기억을 훔쳐본 것이라고도 이야기하고 싶고, 지금 여기 뺨을 맞은 어린 수녀가 의도치 않게 자신이 수발을 드는 사람의 기억을 훔쳐본 셈이라고 하고 말하고 싶다.
"...수녀님...?"
이 어린 수녀는 아직도 상황이 미처 파악되지 못한체 자신이 모시는 사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상기된 체로 자신의 아랫사람을 매섭게 노려보다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바닥에 떨어진, 윗쪽이 살짝 갈라진 사진을 집어 들고서 말했다.
"엘리제, 너의 방으로 돌아가거라. 내가 알아서 할테니."
그녀는 엘리제의 등을 떠밀고 문을 쾅 닫았다. 엘리제는 아직 무슨 상황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른체 그녀의 방문만 빤히 볼 뿐이었다.
"아스트리드 수녀님...?"
나지막하게 불러보지만, 모시는 분은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 짧은 소동을 보고있던 수녀원장이 이 처량한 아랫사람을 보고서 천천히 다가갔다.
"무슨 일이느냐 엘리제?"
"아... 오셨습..."
"쉬잇."
수녀원장은 아스트리드에게 자신이 근처에 있다는 기척을 내고 싶지 않았는지, 엘리제에게 조용하라고 짧게 제스쳐를 주었다. 수녀원장은 엘리제에게 가까이 다가가 엘리제의 얼굴을 봐주었다.
"쯧. 이런이런 아프겠구나."
수녀원장의 말에 엘리제는 그제서야 맞은 자리를 손으로 가려보았지만, 부질 없는 노릇이었다.
"...따라오려무나"
수녀원장은 아스트리드에게 말미를 주려는 듯, 엘리제를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갈 요량이었다. 엘리제의 혼란한 마음으로는 그런 것이 정리될리 만무했지만 엘리제 역시 자신을 추리기 위해서라도 아스트리드와 떨어져있어야했다. 수녀원장이 엘리제를 데리고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러고서는 한 구석에 자리를 잡은 온수기로 찻주전자에 따뜻한 물을 담아내면서 말했다.
"어디, 르카프가 취향이느냐 아님 차가 취향이느냐?"
"앗... 어떤 것이든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기왕이면 좋은 걸로 해야겠구나."
수녀원장은 찻 주전자에 나름대로 좋은 르카프를 숟가락으로 떠서 넣은 다음, 찻잔에 끈끈하고 하얀 슈타이거 밀크를 한방울 살짝 떨어트린 다음, 르카프를 부었다. 따뜻한 르카프에 슈타이거 밀크가 녹으면서 꽤나 달콤한 맛이 가미된 르카프가 되었다. 수녀원장이 엘리제의 앞에 르카프가 담긴 찻잔을 내어주고 자신도 한모금 천천히 들이켰다.
"...그래, 네가 아스트리드 곁에 있던지 몇년이나 되었지?"
"...아 예... 이제 삼년이 되가고 있습니다다."
"...그 삼년간, 오늘처럼 너한테 매몰차게 군 적은 있더냐?"
"...아니요... 오늘이 처음입니다."
엘리제가 르카프를 한모금 들이켰다.
"...흠, 내가 생각하기엔... 너는 분명 아스트리드의 말을 듣고 옷가지를 챙기기 위해 그 아이 방에 들어 갔을게고 옷을 꺼내려다가 무언가를 본 모양이겠구나."
"...무언가...?"
수녀원장이 다시 한모금.
"...혹시, 사진 아니었느냐?"
"아...예 맞습니다."
수녀원장은 무슨 일인지 퍼즐이 맞추어지자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아스트리드는 엘리제의 많은 부분을 알고 있으리라 짐작했고, 엘리제는 수녀원장의 짐작대로 아스트리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하였었다. 하지만 아스트리드는 말이 많이 없었던 편이었으니, 엘리제는 아스트리드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리라 짐작했다.
"혹시, 아스트리드가 자기 옛날 이야기를 해주었던 적이 있느냐?"
"...음...아니요. 딱 저처럼 입문했을 때 시기 이야기 정도만 짧게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정도요?"
"...그래? 그럼 오늘 일하고, 그 사진 속의 아스트리드의 모습이 이해를 하기 힘들었겠구나."
"사진..."
"수녀님들, 사진 한번찍으실렵니까?"
"정훈자료 채집을 위한 장비인데, 사적으로도 써도 괜찮은가?"
"뭐, 괜찮습니다. '제국국교회와 아스트라 밀리타룸의 연합이, 제국을 굳건히한다!' 이 프레이즈로 말씀드리면될겁니다."
"말을 마치 커미사르처럼 하는군."
템페스투스 사이온, 그리고 연대내에서 높은 전과로 차출된 가드맨들, 그리고 어뎁타 소로리타스로 구성된 분대 이 전력으로 위험한 작전으로 들어가야했다. 연합제대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나쁘지는 않잖습니까. 모두 살아돌아와서 사진을 보면 추억할거리도 생기구요."
"...뭐 그렇다면, 의식 비슷한 것이라고 치지."
그렇게 커미사르의 카메라맨이 모여있는 연합제대의 사진을 찍었다.
좌측에서부터 사이온 분대장과 선임소총수, 그리고 그 작전이 첫 임무였던 신병, 그리고 그 다음으로 차출된 핫샷 라스건 사수와 플라즈마건 사수.
그리고 그 다시 뒷열에 사이온 유탄발사기 사수, 아스트리드, 그녀의 전우, 그리고 그들이 탑승할 키메라의 승무원들이 그들이었다. 다소 어색했지만 카메라맨이 어떻게든 분위기를 엮어보려고 노력을 해보았다. 사이온 대원들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해서 어떻게든 마스크를 벗으라고 독려도 해보았지만, 결국 다들 어색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팡!
플래시가 터지고. 시간이 얼어붙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어 붙은 후, 현실에서는 열풍이 불었다. 그들의 바램과 달리, 황제는 그들을 바라보아주지 않았다. 생존자는 한명이었다. 바로 아스트리드였다.
"....이상, 콜사인 아킬레스 차량 및 차량 승무원, 그리고 특작팀 세타. 1인을 제외한 11인, 작전중 전사하였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그녀는 수녀원장, 연대지휘관과 커미사르, 그리고 현장에 도달했던 아스타르테스의 포스커맨더 앞에서 마지막 보고를 올렸다. 작전은 성공으로 돌아갔지만 작전포스트 내부는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아스타르테스가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음으로 작전 목표가 가진 전략적 목표는 충족되었지만, 전술적으로는 궤멸되었기 때문이었다.
"...고생했습니다. 아스트리드, 가서 마음을 좀 추수리세요."
그렇게 아스트리드는 상처를 입은 몸과 마음을 끌고서, 자신의 숙영지로 몸을 끌고 돌아갔다. 수도원장은 한 없이 깎여나가고 상처입은 아스트리드의 뒷 모습을 보고서 큰 한숨을 쉬었다. 작전 장막에서는 이후 공세에서 어뎁타 소로리타스는 휴식 및 재정비를 위해 후방으로 재편성되고, 아스타르테스가 그자리를 대신 할 것이라고 정리가 되어 내려나갔다, 이 논의가 끝날즈음, 행성의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갈 즈음, 커미사르가 수녀원장과 잠깐 마주했다. 자신의 카메라맨이 찍었던 사진 몇장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작전투입 전, 사적으로 찍은 사진입니다만, 정훈자료 명목으로 묵인하고 있던 사진입니다. 원본 슬레이트도 같이 있으니 전달해주시거나. 마뜩치 않으시다면 파기해주십시오."
수녀원장은 사진을 받아들였다. 이후, 소로리타스가 후방으로 이동할 때가 되서야 그것을 건네줄 수 있었다. 그녀는 사진을 안고서 오열했다. 문자 그대로다. 비록 잠시 스쳐갔지만, 사선을 넘나들고,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던 인연만큼 강한게 어디있었으며, 그슬픔과 비탄을 여러 미사여구로 늘어뜨리겠는가.그날밤, 아스트리드는 첫번째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붉은 색으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의 얼굴에 엑스자 모양을 쳐 지우고, 전사한 시점을 더듬어 적었다. 하지만 이내 첫번째 사진을 찢어발기고서는 다시 오열했다. 두번째도, 세번째도 마지막 네번째, 그녀는 네번째 것을 찢지 못하고 윗쪽만 살짝 뜯었을 따름이었다. 행성의 전역이 정리된 이후, 수녀원장은 나이를 이유로 아스트리드는 장기전으로 밀리턴트 복무에 무리가 있다는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었다. 강인하지 못한게 죄악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전우의 죽음을 털어낼 정도로 충분히 차갑지 못했을 뿐이다.
수녀원장이 다섯번째 사진을 엘리제에게 보여주면서 얽인 이야기를 풀어내려갔다. 엘리제는 르카프가 담긴 찻잔을 쥔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못했다.
"아스트리드가 자주 그러지? 정식으로 입단하면 오르도 밀리턴트나, 오르도 호스피텔러만큼은 다시 생각해보라고."
"...예."
"그녀가 밀리턴트에 지냈을 때 입은 상처가 남아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된단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이곳에 온 처음 몇년은 자기 비명 속에 잠에 들었고, 자기 비명 속에서 잠에서 깨었으니까요. 자신이 아픔을 겪언던 곳에, 다른 사람이 가는 걸 원치 않아할테니까."
"....."
"여린 사람이야. 아스트리드는, 남이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의 상처를 누군가 보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아픔이 살아나서 예민하게 구니까."
수도원장이 천천히 르카프를 한 모금 들이켰다.
"...혹시라도 다시 아스트리드가 가까이 오는걸 허락한다면, 사과를 하려는 거니, 너무 괘념치 말거라."
그렇게, 아스트리드와 잠깐 분리되어 흘러갔던 시간이 끝을 맺었다. 엘리제는 수도원장의 방을 나와 남은 일과를 마치고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비명 속에서 잠에 들고, 자신의 비명 속에서 잠에서 깨었다. 수도원장의 말에 아스트리드의 괴로움을 머릿 속에서 상상만 할 따름이었다. 이윽고, 다시금 하루가 시작되었을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엘리제. 안에 있니...?"
엘리제는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방문 앞에는 아스트리드가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눈치를 살피며 서있었다.
"...어제 일... 미안했어..."
그렇게, 제국의 작은, 정말 작은 헤프닝이 시간에 쓸려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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