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가. 여러분의 나래이터가 인사드린다. 지난번에 쿠킨놉 와그자크의 밝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오늘은 삶의 가장 치열한 현장에 계신 분의 이야기를 하고자한다. 바로 로버트 길리먼, 현 제국의 섭정이 되시는 분이시다. 그분의 약력을 읊자면 너무도 길고 장황하고, 여러분도 이분이 누구이신지 잘 알겠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마크라지의 지배자이시자 500세계의 군주이시며, 옛 레기오네 아스타르테스 울트라마린의 프라이마크이시며 현 제국의 섭정이시다.


하지만 이렇게 휘황찬란한 칭호들에도 불구하고, 섭정께서는 꽤나 힘든 삶을 살고 계신다. 바로 섭정께서는 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결재서류의 최종결재자라는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황제폐하가 최종결재자이며, 섭정께서그 전결을 담당하고 계시지만 황제폐하께서 말씀이 없으시므로 사실상 실질적 최종 결재자는 섭정이시다. 아무튼 섭정께서는 500세계를 통치하던 시절 행정업무에 이골이 나셨기에 어떻게든 자기 앞으로 들어와도 되지 않을 업무를 최대한 정리하여 각부서의 부서장에서 끊어질 수 있도록 악착같이 행정체계를 재정비하시지만, 전 은하계에서 들어오는 문건량은 아마 상상하기 힘들 것이며, 이 문건들을 모아 우주로 쏘아올린다면 수개월후에 스페이스헐크가 될 것이라고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 섭정께서는 아침 업무를 하던 중, 결국 버티시지 못하고 즉석에서 그날 반차를 선언해버리시고 오후 시간 동안은 황궁 이곳저곳을 다닐 계획이었다. 물론 황궁의 크기는 매우 거대했기에, 섭정께서는 그 내부를 관리하는 관리직의 스피더를 얻어타시고 황궁 내부를 드라이빙하고 있었다.


"섭정 각하, 외람된 말씀이시지만 점심은 드셨사옵니까?"


처음 이 관리직은 섭정을 맞이했을 때 몸에 일종의 엑스터시 상태로 큰 정신적인 울림을 받았지만, 길리먼 특유의 재미없는 농담 같은 인간적인(?)면을 보면서 이제는 위로 모시는 분이라는 정도로 마음을 다잡았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도 제대로 무언가를 먹지 못했군."

"음...그러시다면 이 섹터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당이 있는데 가보시겠습니까?"


식당이라고, 길리먼 섭정은 자신이 무슨소리를 들었는지 자신의 초인적인 청각을 의심했다.


"식당이라고 한게냐?"

"예, 황궁이 넓다보니 가끔 별의별 기상천외한 곳이 가끔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상천외한 곳 중 하나가 '식당'이라니.


"...그럼 무엇을 파는 곳이더냐?"

"음, 뭐랄까. 그록스 고기를 쌀밥 위에 얹어먹는 음식입니다. 과거 야판(Japan) 지역의 레시피로 만들었다고합니다."


아 그래, 들어본적이 있었다. 규동이라고했었나. 하지만 그런 음식 스타일이 아직 남아있다니.  그것도 이 황궁내에서 말이다.


"...뭐 저 같은 노동자면 모르겠지만, 섭정님께는 너무 초라한 음식이 아닐까 싶..."

"아니. 한번 맛을 보고 싶군."

"...옛?"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의 속을 달래주는 그런 음식이 아닌가. 서로의 위치가 다르고 힘들다는 느낌이 다를 따름이지."

"...예... 그러면 그리로 모시지요."


그렇게 관리인은 스피더를 몰고, 그 문제의 식당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황궁내를 달리면서 이리 시원한 기분이 든게 정말 오랜만에 기분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기왕 잠깐 쉬는 것 여기서 다 털어내고 다시 바쁜 내일을 맞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황궁을 내달리다, 정말 황궁 어느 길목 복도에 비현실적으로 뻥하니 덮밥 점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게다가 이 점포는 왜인지 모르게 매그너스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문을 가지고 있었다. 관리인이 문 옆의 버튼을 누르자 자동미닫이 문이 스르륵 열렸다.


"아이고, 야마모도 씨 이제 오....??"


단골을 맞이하던 주인이 거대한 섭정을 위로 올려다보고 잠깐 굳어졌었다. 하지만 이내 주인이 환희와 같은 미소를 띄우며 얼굴에 눈물을 흘리셨다.


"....이런 세상에... 조상님! 섭정 각하께서도 제 가게를 찾아오셨군요!!"

"음...?"


섭정은 주인의 말에 뭔가 기묘함을 느꼈다 섭정 각하'께서도' ? 그 이전에 다른 누가 왔었던가. 그러자 주인이 벽면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정확히 스무개의 액자, 그리고 몇몇 액자를 빼버린 자리가 자국으로 남아있었다. 그 절반의 액자는 배반자인 자신의 형제의 자리가 될 것이었고, 그 절반의 자리에는 자신을 제외한 다른 형제들의 사진이 표구되어 있었고, 그 위로는 황제의 생전의 사진으로 보이는, 역광이 심하게 비쳐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진이 있었다.


"저의 가족들은 대대로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덮밥집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수많은 분들이 오셨지만... 섭정님을 제대에서 드디어 모시게되니 영광입니다!"


그랬었나. 비록 과거지만 여러 형제들이 한번씩은 드나들었다, 안쪽을 보니, 정말 프라이마크 사이즈에 맞은 카운터 자리가 몇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인이 섭정과 단골을 안내해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섭정이 프라이마크 석, 그를 안내해왔던 관리인은 바로 옆의 일반인 좌석에 앉으니 그 차이가 심히 우스웠다면 우스웠다.


"자, 메뉴판입니다!"


이때, 섭정은 자신은 갑옷의 장갑 때문에 얇은 것을 못넘긴다고 말을 하려 했지만, 주인은 병풍만한 사이즈의 프라이마크-메뉴판을 꺼내서 길리먼 앞에 두고, 일반인 사이즈의 메뉴판을 자신의 단골에게 두었다.


"음... 섭정님, 제가 프라이마크-사이즈의 덮밥은 처음 해보는지라 그런데, 조금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괜찮네. 무리...하지는 말게."


그렇게 메뉴판이 올라가고, 주인이 무언가를 준비하러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섭정이 관리인에게 물었다.


"..... 혹시, 여기 일반 관리인 말고 다른 사람도 오는가?"

"예, 가끔 커스토디안 가드들도 여기에서 식사를 하고 가곤합니다."

".....그거 참... 놀랄 노자로군."


말그대로 기상천외한 장소였다. 길리먼 섭정은 프라이마크-메뉴판을 넘겨보았다. 여러가지 옵션이 있었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황궁 스태미나 스페셜'이었다.


"...황궁 스태미나 스폐셜이라...."

"예... 그것도 좋습니다. 보통 야판식 덮밥은 고기하고 양파만 간단히 들어가지만, 황궁 스태미나 스폐셜은.... 저도 잘 모르지만 좋은 재료들을 공수해 넣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섭정의 눈에 띈 것은, 무언가 종이 풀질로 한번 덮은 자리였다. 섭정이 파워아머를 입은 손으로 그 영역을 노려보았다. 희미하게 종이 아래로 무언가 쓰여져있는 것을 보았다.


'프라이마크 스폐셜.'


그랬다. 주문하는 사람이 사라지면서 덮어버린, 쓸쓸하게 사라진 메뉴였다. 길리먼은, 무언가 마음을 굳힌듯 했다. 주인장이 손을 깨끗히하고 자리에 나오면서 물었다.


"네, 무엇을 하시렵니까?"

"난 황궁 스태미나 스폐셜로 하지."

"...주인장.... 혹시, 프라이마크 스폐셜... 가능한가...?"


길리먼의 말에 주인장은 잠시 멍한 표정을 하고 있다. 얼굴이 찢어질 듯, 큰 미소를 지었다.


"...당연합니다...!"


주인장이 주방 그말을 듣고 눈물을 닦으며 주방 안으로 들어가자 섭정이 관리인에게 물었다.


"...혹시 이 가게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라도 있나."

"네... 많습니다. 황제폐하께서 직접 여기 음식을 맛보시고 여길 보존하기로 결정했다느니, 프라이마크들께서도 자주 들르셨다니 그런 이야기도 많습니다."

"....."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주방 안에서는 무언가 무술을 하는 듯한 큰 기합소리와 칼날이 매섭게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다다다다다다다닥 울려퍼지고 있었다.


"...저러다 다치는 것 아닌가?"

"괜찮습니다. 그 황금 갑옷을 입은 커스토디안 가드도 들르는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니, 저정도 흥분하는 것 정도면 그냥 기분이 좋아서 흥얼거리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주방의 문을 뚫고 거대한 화염이 한번 혀를 빠르게 낼름거리고 다시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놀라는 사람이 관리인이어야하는데 길리먼 섭정이 더 크게 놀라는 정말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주인장이 덮밥그릇을 가지고 나왔다. 섭정에는 너무도 작은 사이즈였다.


"자, 야마모도 씨. 황궁 스태미나 스폐셜. 오늘 기쁜날이니 그냥 드셔."


하지만 그것은 섭정의 묷이 아니었다. 관리인의 덮밥은 많은 그록스 고기에, 그록스 계란을 올리고, 양파를 비롯한 갖은 야채를 야판스타일 소스로 요리한 것을 올리고, 구운 마늘을 세팅한 것이었다. 그리고.


"자... 나옵니다.... 프라이마크---- 스폐셔어어얼!!!!"


주인장이 주방문의 덜 닫힌 영역을 열고서는 안쪽에서부터 트롤리를 끌고 나왔다. 그것은 마치 일반인에게는 세숫대야, 아니 그보다도 큰 대야만한 덮밥 그릇에, 그록스의 여러부위가 토핑으로 올라가있었고, 양파는 물론 온갖 갖은 진귀한 야채들과 여러 입맛을 돋구는 향신료들이 세팅되어있었고, 기호에 따라 얹기 위해 세숫대야 만한 종지에 큼직하게 거대한 그록스 날달걀이 담겨져 들어오고 있었다. 주인장은 트롤리의 유압기기를 켜서 프라이마크-좌석에 덮밥을 올리었다. 길리먼은 단 한명이서 이것을 준비했다는 것에 크게 놀라면서, 너무 무리를 시킨게 아닌가 걱정을 하였다.


"자...자네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섭정님! 그저 즐겨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주인장은 정수리가 보이도록 크게 인사를 하였다. 주인장이 그대로 굳어있자. 섭정이 들어가서 쉬라고 이야기를 하고서야 겨우 주방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면..."


길리먼은 식사를 시작하는 관리인을 슬며시 보았다. 젓가락으로 밥과 고기를 적절히 쥐고 입으로 넣는 것. 정말 간단한 방법이었다. 길리먼을 카운터를 살펴보다 프라이마크-젓가락이 꽂힌 수저통을 보고, 프라이마크-젓가락을 꺼내 들었다. 젓가락을 손에 쥐고 몇번 까닥거렸다. 최소한 이것은 자신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종이문서가 아니란 점에 큰 위안을 얻었다. 그러자 길리먼은 종지에 든, 아직 까놓지 않은 대형 그록스 알을 보았다.길리먼은 젓가락을 다시 두고 그록스 알을 조심스레 집었다. 그 다음 수순은 간단했다. 덮밥 그릇 가장자리에 톡톡 두들기고, 그 안에 있는 것을 덮밥에 얹으면 되는 일.


땡땡-


쩌---억


알이 깨어지고 그안의 흰자와 노른자가 얹어지면서 덮밥이 화룡정점이 더해졌다. 물론 취향의 문제였지만. 섭정은 부드러운 알의 향과, 불과 소스로 잘 익은 고기와 야채의 내음을 느꼈다. 그리고 프라이마크-젓가락으로 조심스레 밥과 고기를 집어 입안에 넣었다.


그순간, 섭정의 머릿 속을 스쳐가는게 있었다. 바로, 음식과 서민의 애환이 눈앞으로 지나갔다. 바쁘게 생활하는 사람들로부터, 바쁘게 생활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해야했던 고된 노동자들, 고된일을 하는 자들의 애환과 기쁨이 스쳐지나갔다. 밥심과 고기가 그런 애환과 기쁨의 밑을 받쳐주는 힘이 되어주고 프라이마크 스폐셜을 위해 얹혀졌던 수많은 토핑들에서는 소박한 사람들의 소박한 사치가 주는 기쁨으로 녹아들어 혈관속을 타고 들어갔다.


불가사의한 힘이 솟기 시작했다. 수많은 업무의 피곤함으로 탁해진 정신이 고기의 기름과 소스로 싹 닦이여 내려가고, 공허해진 마음과 정신의 힘이 쌀밥의 탄수화물로 꽉꽉 들어차는 기분이었다. 섭정의 젓가락질은 빨라져서 매서워질 정도였다. 옛날 호루스도 워마스터 업무를 보다 이곳에서 힘을 얻고 돌아 갔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섭정 입가에 밥풀이 붙은 모습은 심히 필견이었지만, 섭정은 밥심이라는,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마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렸다.


그렇게 맹렬한 식사 끝, 마지막 한 젓가락의 밥과 한점의 고기가 남았다. 섭정은 그것을 젓가락으로 집어들었다. 섭정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마지막 한젓가락을 입어 넣고 만족스럽게 우물거렸다. 이윽고 입주면에 묻은 밥풀 역시 정리했다.


"....힘이 넘치는구나."


비록 짧은 식사시간, 음미한다기보다는 맹렬하게 빨아당기는 기분이었지만 섭정은 이식사로 큰 힘을 얻은 것은 분명했다. 섭정의 얼굴에는 큰 만족감이 남았다.




며칠 후.



관리인 미야모도씨는 늘 그렇듯 이 덮밥집으로 식사를 하러 들어갔지만. 덮밥집 앞에서 커스토디안 가드에게 제지를 당했다.


"이봐 필멸자. 혹시 이곳에서 제노를 보지 못했나??"

".....저.... 저는 모릅니다요. 게다가 제노가 있었다면 어찌 못 알아챘겠습니까?"

"...이상하군."


왜 이곳에 제노가 나타났을까. 하나 확실한 것은, 이 가게에 섭정과 같이 나타나는 수수께끼 여인이 있다는 소문, 그리고 가게가 며칠전 가보로 모셔놨던, 황제가 첫 덮밥을 먹은 덮밥식기 세트를 어떤 금속해골이 훔쳐가는 것을 누군가가 목격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