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오그린인가?'
그레인은 계속 고민하면서 르카프 한잔을 금새 다 비워버렸다.
고리아에서 시험재배 된다는 코히와 르카프를 두잔이나 마셨음에도 몰려오는 졸음을 쫓아낼 수 없었다. 그토록 워프 항해는 불안하고 신경쓰이는 것이었다.
이번엔 서비터 263에게 오그린에 대한 자료를 출력해달라고 부탁하고 침대에 누웠다. 십여분 후 서비터 263이 삐걱거리는 궤도 소리를 내며 자료를 가져왔지만 그레인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숙면에 빠졌다.

며칠이 지났다. 그레인은 병영 내부를 살펴보며 PDF 훈련을 감독했다. PDF 훈련 감독과 아스트라 밀리타룸에 인재를 모집하는 것이 그의 주 업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곧 무언가 생각났는지 자신의 공간으로 가서 르카프를 한잔 가져왔다. 분명 코히가 르카프의 상위호환격인, 명백히 좋은 음료임이 분명함에도, 그레인의 입맛에는 르카프가 더 좋았다. 십수년간을 함께해온 르카프이니 만큼 아예 인이 박혀버린듯 했다.
그레인은 르카프를 홀짝이며 급식소 쪽으로 걸어갔다. 인기척이 들리면 얼른 르카프를 뒤로 숨기고 '으흠!' 하면서 말이다.

첫날 PDF 병영에 왔을 때 보았던 그 녀석이 또 급식소 앞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그레인이 멀찍이서 소리쳤다.
"너 군인이 되고 싶다고 했나? 자기소개를 한번 해봐라!"
그러자 웅크리고 있던 칠득이가 번쩍 일어났다. 오른손으로 경례를 하고, 맞는 손인지 의심쩍어 다시 양손으로 경례를 하고 소리쳤다.
"퉁성!!"
"그래! 폐하께 충성을!"
그레인이 근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레인이 가까이 다가가자 칠득이는 뭔가 무서웠는지 살짝 움츠러들었지만, 그 덩치는 그레인보다 훨씬 컸다. 정확히 말하자면, 키는 비슷했지만 그레인이 성냥이라면 칠득이는 통나무 같았다.
"자기소개를 해보라니깐? 군인이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느,느, 네네! 나는 칠득임다! 그리고 오른손에 들고있는 것은 점순이가 준 살믄감잠다! 내 겁니다!"
그레인은 조금 웃겼는지, 입가가 살짝 씰룩거렸다.
"그래 좋아. 너는 바보인가?"
그레인의 그 물음에 칠득이는 반 울상이 되어서 더 움츠러들었다.
"바바밥보라고 하는 사람이 더 바보! 점순이가 그랬어 입니다!"
"그래그래. 너 말도 일리가 있다. 점순이 얘기를 자꾸 하는데 점순이가 대체 누구인가?"
반 울상이었던 칠득이의 표정이 웃음을 되찾고 다시 힘있게 말했다.
"저점순이는 이쁘고, 공부도 잘하고! 반장입니다. 나 괴롭히는 애들 혼냅니다! 쌈도 잘함다! 저저점순이,,! 엄청 똑똑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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