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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d4chan에서 퍼온 love and krieg 시리즈의 번역본입니다. 잦은 의역과 여기저기 개인적으로 추가한 내용이 있으니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날 나는 6345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다가 그녀의 자매들 말고 다른 가족들은 만나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어. 그녀의 가족과 만남은 내가 그녀의 자매들을 만났을 때만큼 이상할 듯 했지만, 나는 6345를 위해서라도 한 번쯤 그녀의 가족을 만나보는 게 좋을듯싶었지.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언제 나를 그녀의 가족들에게 소개를 시켜줄 건지 물어보았어.


그러자 그 질문을 들은 그녀의 몸이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심에 떨리는 게 보이더라고. 6345는 평소의 차분한 성격과는 다르게, 공포에 질린 체 아무런 반응 없이 약 1분가량 그녀의 손을 만지작만지작 거릴 뿐이었어. 그녀의 이질적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그냥 한번 물어본 것 뿐이라고 말했고, 그녀가 나와 그녀의 가족이 만나는 게 두렵다고 생각하면 나를 소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지.


그런데 6345가 내 말을 들은 순간 모든 행동을 급작스럽게 멈추고 잠시 동안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주방을 뛰쳐나가지 뭐야. 그녀는 우리의 침실로 들어가더니 문을 걸어 잠가버렸고, 곧 방안에서 무언가가 박살이 나는듯한 소리가 들렸어. 덕분에 나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서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지.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6345가 내 품 안으로 들어와서 잠을 자고 있는걸 발견했어. 내가 안쓰러워 보이는 그녀를 감싸 안으려고 하는 순간, 나는 그녀의 손이 아직도 긴장에 경직된 채로 서로 붙들려있다는 걸 알아차렸지. 나는 처음에는 그녀의 손을 풀어줄까 생각해보다가 그냥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보듬어 주기로 했어.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단단히 서로를 붙들고 있던 그녀의 손을 풀더니 나의 손을 맞잡아주었어. 6345는 더욱더 깊게 내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소파에서 아침을 보냈어. 아마 그녀가 이렇게까지 가만히 있었던 걸 본적은 그날이 처음이었을 거야.


하지만 포옹의 안락함도 그녀를 오랫동안 잡아두지는 못했고, 6345는 갑작스럽게 일어나더니 나를 끌어당겼어.


내가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6345는 그녀의 잘 다려진 군용 예장 복을 입고 있었고 그 옷에 달린 훈장들은 예전보다 더 빛나고 있는 듯 했어. 아직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그녀의 얼굴은 잘 정돈되어있었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한 올조차도 튀어나오지 않게 정리되어있었지. 그녀는 옷을 입던 도중에 그녀의 바지가 약간 구겨져 있던걸 발견했고, 6345 짜증이 치밀어오른 듯 그녀의 바지를 벗어 던지더니 몇 분 동안 열심히 다림질하더라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어. 내가 집 문을 열자, 나는 처음 보는 남성 크리그 군인을 보았고, 그는 자기 누이들과 마찬가지로 과묵해 보였어. 그는 나에게 완벽한 경례를 보냈고, 나는 그의 경례에 비하면 형편없는 경례를 보여주었지. 그러자 그는 나를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더니 빳빳한 종이 한 장을 내게 건네주었어.


"귀하가 중대 지휘소로 소환되었음을 알립니다, 지금 당장 출두하십시오."


종이 아래쪽에 적혀있는 서명은 깔끔해 보였지만 처음 보는 언어로 적혀있었고, 내가 그 명령서를 6345에게 건네주자 그녀는 포기한듯한 한숨을 내뱉은 뒤 그걸 받아들였어.


그 후 몇 시간 동안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나갔는데, 그녀는 나의 옷을 가차 없이 벗기더니 그녀가 입고 있던 옷과 비슷한 정장을 내게 주었고, (아마도 어젯밤에 그녀 혼자 만든 것 같아) 내 자세와 경례법을 교정하기 시작했어. 그것도 모자라서 6345는 그녀의 라스건을 내게 건네주려고 했는데 이건 내가 거부 했지.


모든 게 어느 정도 정리되자, 6345는 나를 이끌며 밖으로 나갔는데, 나는 내 집 앞에 주차되어있는 장갑차와 완벽하게 정렬되어있는 크리그 병사들을 보았어. 아마 아침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기다렸던 것 같더라고.


나는 집을 나서면서, 평생 입어본 적도 없는 옷을 입은 채로 빨리 걷기를 강요받는 내 처지를 바라보며, 내가 도대체 무슨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어.


내가 6345의 거침없는 행군 속도에 발을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우리 집 앞마당을 가로지르는 와중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크리그 병사들은 위협적으로 보이는 장갑차 옆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차량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따라서 들어오더라고.


차량의 내부는 불편하고 좁은 느낌이 들었어, 하지만 나는 곧 크리그 병사들이 나와 6345를위해서 제일 앞자리를 비워둔 것과 몇몇 군인들이 차량안에 빈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서 있는걸 보고는 그들 나름대로 최대한의 배려를 해준 거라고 생각했지.


장갑차가 거칠게 흔들리며 굴러가는 와중에, 나는 어두운 장갑차 내부 벽면에 자그마한 문서가 붙어있는 걸 보았어. "이 키메라 장갑수송 차량은 68 전열 보병 대대에 귀속되어있음을 알림. 지휘 소대. 지휘관 크리그인 모델 68호."


지금까지 주어진 단서들을 짜 맞추는 데에는 별로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68b #6345와 그녀의 자매들은 식별번호 앞에 모두 68번이라는 번호가 붙어있었고, 그 68호라는 크리그인이 누구든지 간에 그가 그녀들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명확했었지. 나는 내가 장교의 딸과 교류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긴장하기 시작했어. 그냥 평범한 군 장교들도 사위를 보는데 깐깐하다는 건 모두다 아는 사실인데, 그게 크리그 장교라면 상황이 더 좋아질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야.


그녀의 아버지가 총을 들고 기지 정문에서 나를 맞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우리는 흔들리는 장갑차 안에서 말없이 시간을 보냈고, 그 와중에 나는 6345가 굉장히 우울해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 평소에는 각 잡힌 자세와 빈틈없는 행동을 보이던 그녀가, 지금은 긴장으로 인해서 늘어진 자세를 취하고 강박적으로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더라고. 그녀의 초점 없이 떨리는 눈은, 6345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상상하고 있음을 내게 알려주는 듯했었지.

나는 죄책감에 몸이 떨렸어. 나의 완벽하고 귀여운 소녀 병사를 두려움에 떠는 겁쟁이로 망친 건 내 자신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6345를 내 쪽으로 끌어당긴 뒤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했어.

6345는 처음에는 몸을 뒤틀며 저항했지만, 그녀의 행동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걸 봐선 겉으로만 싫어하는 거라는걸 알 수 있었어. 잠시 뒤, 그녀는 저항을 포기하고 내 어깨에 그녀의 머리를 기댔어. 그러자 우리와 함께 차량안에 있던 몇몇 크리그 병사들이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았고, 그들이 가스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우리를 고개 돌려 보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함에도 6345는 그들을 마주 볼 자신이 없는듯했어. 그래서 나는 6345대신 그녀를 멋대로 판단하는듯한 병사들을 노려보았고, 그들은 곧바로 내 눈을 피하며 고개를 올리더라고.

별로 도움이 된 것 같진 않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나았을 테지.

우리들의 여행길은 잘 포장된 도로를 지나 비포장길을 달리면서 점점 더 거칠어져 갔어. 나는 불평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지.

마침내 장갑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우리 앞에 있던 병사들은 완벽한 정렬 대형으로 행진하며 나갔어. 내가 나가려고 일어서려는 순간 6345가 갑작스럽게 나를 끌어 내리더라고. 그녀는 어두운 장갑차 내부에서 우리가 혼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내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격렬한 포옹을 해주었어. 그러더니 그녀는 아무런 말 없이 먼저 일어나더라니까.

우리는 함께 장갑차에서 나왔어.

(P.S 너무 길어서 반으로 자름, 나머지 번역은 내일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