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이상 현상]
[안개 속 시체들]
[제국의 종말]
알파-로-25-Alpha-Rho-25는 자신이 딱히 감정이라는 이름의 짐을 지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 서비터들의 잔해 사이를 지나며 그는 가슴 시린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서비터들을 제작한 이가 누구이건간에, 분명 이것들을 제작하는 데에는 수 주 간의 시간이 소모되었을 것이다. 그것도 옴니시아의 이름을 섬기기 위해, 그 자신의 수고와 기술로 공을 들여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서비터들은 이…. 이 꼬락서니로 망가져 있었다.
이 어찌나 아까울 수가.
통합자들에게 배속된 기계교의 수호자들 중 한 명으로서, 알파-로-25의 역할은 간단한 것이었다. 그의 임무는 웹웨이 내부를 정찰하며, 기계교의 복구 작업을 감독하고 외곽 터널의 방어선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전위대에서는 그 지역을 마그누스의 우행-Magnus’ Folly라고 불렀다. 불가능의 도시의 외곽 지역을 방어하고, 웹웨이의 터널망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터널들에서 통합자들이 작업을 하는 동안 그들을 호위하는 것이 그와, 그와 같은 수호자들의 본래 임무였다. 그리고, 이제 그의 임무는 퇴각 작업을 감독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신의 분석적 지각을 통해, 수호자는 퇴각 명령이 너무 늦게 떨어졌다고 사고하였다. 최근 수 개월 들어 사상률이 심각하게 높아지고 있었다. 너무도 적은 수의 방어 병력이, 지나치게 많은 터널들에 지나치게 얇게 퍼져 있었다. 불가능의 도시에 있는 방어에 용이한 요새로 물러서는 것이야말로 논리적인 행동 방침이었다.
알파-로-25는 5년 전 황궁 지하실로 들어온 이후로 1,683회의 각기 다른 소규모 접전들에 참여해왔었다. 그가 격파한 모든 적들에 대한 기록은 그에게 명령을 코딩한 대사제들에게 열람이 허가되어 있었지만, 알파-로-25 자신은 그 기록들을 검토하거나 합계를 내지는 않고 있었다. 그와 같은 행동은 자기 만족이라는 감정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졌으니까. 자기 만족이라니. 전신에 피가 가득 차있는 인간이라면 잘난 체라고 부를 만한 행위가 아닌가. 그와 같은 행위에는 위험이 잠재하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만족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를 완벽하다 간주하는 것이었고,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개량시키고 향상시킬 모든 희망을 저버린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착각이라 할 수 있었다. 완벽함이란, 오직 옴니시아 외에는 존재하지 않거늘.
아니. 모든 개체는 항상 진화해 나가야만 한다. 만족이라는 정체를 고려한다는 것은, 오직 희미한 쾌감을 주는 이단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알파-로-25 그 자신도 그와 같은 미신의 짐을 지고 있진 않았다. 그가 현재까지 5년 간 싸우고 있는 이 생명체들은, 인류 신화에 언급되는 “악마들”과는 전혀 다른 생명체들이었다. 그것들은 물질 우주와 미지의 에테르 사이의 장벽을 뚫고 나온, 무형의 기원을 지닌 존재들이었다. 즉, 외계인들이었다. 워프로부터 탄생한 외계종들. 그것은, 수량화할 수 있는 진실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굳이 더 솔직해져야만 한다면, 알파-로-25는 이 끝도 없는 호전성을 지닌 존재들을, 믿지 못할 엘다 종족과 마찬가지로 그저 역겹고 비정상적인 생명체들이라 여겼다. 현재 제국의 전위대가 요새화 중인 폐허의 주인이었던 엘다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그냥 똑같은 외계종이라고. 모든 외계 종족들은 똑같이 불경하리만치 불완전한 형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저 그것이 다일 뿐, 이 문제에 그 외에 다른 요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악마들”은 알파-로-25가 이제껏 조우해왔던 그 어떤 종족들보다도 더 흉폭하였다. 이 생명체들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만 하였다. 그 생명체들이 피를 흘린다는 사실만으로는, 그것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보장할 수 없었다. 심지어 저 생명체들 중 많은 개체들은 아예 피를 흘리지조차 않았다. 그것은, 상당히 분통 터지는 일이었다.
알파-로-25는 불가능의 도시 주위를 흐르는 밤낮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홀로 사냥을 해왔다. 이번 작전에서의 그의 사냥터는 신들의 첨탑에서 멀리, 넉넉히 잡아 40km나 떨어져 있는 곳에 있었다. 알파-로-25가 신들의 첨탑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엘다 종족의 폐허의 부식된 정도 또한 점점 더 심해져갔다. 웹웨이 심층부로 이어지는 수천 개의 모세 터널들 중 한 곳을 지키고 있던 경계 서비터들과 그 사이의 연결이 끊어져 있었다. 결코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파-로-25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해당 경계 서비터들에게는 상당한 화력을 지닌 포대와 포좌가 장착되어 있었고, 또한 넓은 통로 전체에 분산되어 그곳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만한 수의 서비터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다 쓰러졌을 리는 없는 일이었다. 만일 적이 그만큼 신속하고, 서비터들의 경계에도 띄지 않을 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이후에 증원 병력으로서 보내진 서비터들로부터의 연결 역시 끊어져버렸고, 그러고 나자 해당 서비터들의 관리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 터널의 제 2 바리케이드에 있던 탈락스 전쟁 병기-Thallax war machines* 세 분대를 재차 파견하였다. 하나 같이 결코 일반적이지는 않은 일들이었다.
(*역주: 기계교의 오르도 레둑토르에서 운용했던 사이보그 병기. 옹기봇 같은 오토마톤 병기랑 비슷하긴 한데, 얘는 안에 서비터 같은 생체 조직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 제국 전위대 병력들이 외곽 터널들을 포기하고 퇴각하고 있는 동안, 알파-로-25는 해당 터널들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알파-로-25는 성큼성큼 달려나가며, 렌즈-안구로 주변을 스캔하고 촬영하였다. 터널의 굽은 벽면은 윤택이 나는 백색을 띄고 있었고, 그 재질은 깨끗한 대리석과 잘 닦인 에나멜과도 유사해 보였지만 그것들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무언가의 뼈 속 골수를 헤치고 나아가는 것 같군. 수호자가 머릿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표현이 불쾌하리만치 유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알파-로-25는 불편함을 느꼈다. 대체 그들은 무엇이었을까? 이곳에 침입한 엘다 종족의 식민개척자들이 이곳에 기반을 세우기도 이전에 이곳을 지배하고 있었던 그들은? 이 영역을 본디 창조하였던 자들은, 혹시 신과도 같았던 그들의 적을 쓰러트려, 그 거대한 시체를 이 영역을 건설하기 위한 재료로 사용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오래 전에 사멸하였을 그 존재들의 의도나 그들이 사용한 방법이 무엇이라 한들, 알파-로-25는 더 이상 놀랍게 느끼지도 않을 터였다. 이 영역에 대해 무언가 확실한 것이 있으리라 생각하기에는, 지난 5년 간 그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보아왔으니까.
그의 사냥터로 향하는 도중에 알파-로-25는 무리 지어 칼라스타로 복귀하고 있는 기계교의 통합자 사제들과, 그들이 이끄는 전투용 서비터들로 이루어진 방어 병력 곁을 지나쳤다. 육중한 수송차들과 무한궤도 달린 연구실 플랫폼들이 지나간 길 뒤로 안개가 소용돌이쳤지만, 그 안개가 아예 사라져버리는 일은 결코 없었다.
심지어는 양쪽 끝 벽면을 시각으로도 음파탐지기능으로도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넓은 터널들에조차도 숨막히는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그 압박감에 수호자의 기계 내장은 구역질을 느꼈다. 기동되어 위대한 작업이 이루어지는 미궁 속에 배치된다는 영광을 받은 자로서, 알파-로-25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인간적인 압박감이 그의 사고 기능에 내려 앉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었다. 이미 오래 전에 초월하였다고 믿어 왔던 불쾌감이, 그가 기계교에 의해 가공된 구역을 떠난 이후로 매 순간마다 그의 지각을 압박해오고 있었다.
다른 외곽 터널들을 지키는 감시 서비터들로부터 보내져 온 보고가 복스 네트워크를 따라 치직거리며 문제를 일으켰다. 서비터들은 성스러운 폭력의 기도를 읊으며, 목표물을 제거하는 데에 실패하였다는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무언가가, 어떤 한 존재가 그들의 방어선을 시험하고는 그때마다 다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수리되어 지난 몇 년간 단 한 번의 전투도 보고되지 않았던 터널들로부터, 충격적이리만치 엄청난 탄약 소모량에 대한 보고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 다음에는, 대부분의 터널로부터 보고가 아예 끊겨버렸다. 웹웨이 전체에서 퇴각하고 있는 부대들을 호위하기 위해 파견된 수호자는 알파-로-25뿐만이 아니었지만, 알파-로-25는 모든 수호자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파견된 수호자였고, 신들의 첨탑으로부터 더 많은 동족들이 파견되었을 즈음에 그는 이미 자신의 목적지 근처까지 도달해 있었다.
역관절 다리가 그로 하여금 트리아로스 수송차-Triaros converyor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갈 수 있게 해주었고, 알파-로-25는 신들의 첨탑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외곽 터널의 바리케이드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기계교가 건설한 일련의 바리케이드들과 포대 플랫폼들이 안개로 가득한 터널을 향하고 있었다. 텅 빈 포대들은 기름칠 되지 않아 바짝 말라버린 기계장치들을 조준하거나, 포구를 좌우로 돌리며 엘다 종족의 폐허 이곳저곳을 겨누고 있었다. 어쩌면 이곳은 한때 엘다 종족이 패권을 쥐고 있던 시대에 칼라스타로부터 멀리 떨어진 위치에 설치된 소규모 전초 기지였을지도 몰랐다. 이미 그것을 알 도리는 없었지만. 아마 그 진실을 알 수 있게 될 때는 결코 오지 않으리라.
알파-로-25는 가장 먼저 AL-141-0-CVI-55-(0023)를 발견하였다. AL-141-0-CVI-55-(0023)은 이곳을 지키던 경계조를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던 서비터였고, 그런 그녀를 가장 발견했다는 것은 잘된 일이었다. AL-141-0-CVI-55-(0023)의 상체는 엘다 종족의 건축 자재로 이루어진 벽의 아래쪽, 부서진 부분 위로 뉘여져 있었다. 엘다 종족은 그 건축 자재를 레이스본이라 불렀다. 그 이름에는 그들 종족의 한심할 정도로 과장적인 작명 센스가 담겨 있었다. AL-141-0-CVI-55-(0023)의 머리는 부서져 쩍 벌어져 있었고, 그 파손 부위로부터 피가 흘러나와 안개 낀 바닥 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바닥에 낀 안개는 모종의 보존 성질을 통해 이 파괴 행위가 이미 몇 시간 전에 일어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L-141-0-CVI-55-(0023)의 두개골에 남아 있는 잔여물들은 아직까지 축축한 상태에 있었다. 수호자의 임무 범주에서 벗어난, 그리고 그가 분석하고 성문화할 자격이 없는 또 다른 현실 괴리 현상이리라.
알파-로-25는 서비터의 잔해 곁에 웅크리고 앉았다. 발 대신 달린 갈퀴 발톱들은 폐허 바닥을 간단히 붙들었고, 알파-로-25가 자세를 낮추자 피스톤 장치가 달린 다리가 쉭쉭거렸다. 후드 달린 로브가 어디서 불어온 지 모를 산들바람에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또 다른 이상 현상이었다. 알파-로-25는 그것을 무시하고는 골똘히 생각에 빠지며 날카로운 금속 손가락들로 구형 관절 무릎을 톡톡 두들겼다.
웹웨이 심층부로 이어지는 인근 통로는 엘다 종족의 뼈 장갑판으로 여겨지는 물질과, 우스꽝스러운 보석 회로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알파-로-25는 웹웨이망 내부에 존재하는 엘다 종족의 식민화 작업 진행 반경에 대한 기계교의 분석 자료를 본 적이 있었다. 이 영역의 본래의 창조자들은 물질적인 이해를 거부하는 항(抗) 사이킥 물질들로 웹웨이를 건설하였다. 그러나 엘다 종족이 이 웹웨이망 내부에 거주하고, 또 이곳을 개조하였다는 흔적은 웹웨이망 전역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무질서하게 뻗어나간 칼라스타의 공동묘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들 중 가장 대규모를 자랑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 오직 그런 흔적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외곽 터널들 중 수많은 터널들에도 엘다 종족의 폐허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른 전투용 서비터들의 몸체 역시 AL-141-0-CVI-55-(0023)의 잔해와 비슷한 상태에 있었다. 북쪽으로 수십 미터쯤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는 탈락스 로봇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흥미롭게도, 로봇들의 축 처진 손에서 떨어져, 안개 낀 바닥 위에 널브러져 있는 라이트닝 건들에 부착된 체인 블레이드들은 여전히 느릿느릿 작동되며 덜걱거리고 있었다.
서비터들의 몸체는 토막이 나있었지만, 그 이상의 손상은 보이지 않았다. 탈락스 로봇들의 육체를 담고 있는 금속 껍데기들은 부서져 있었다. 두부(頭部)의 장갑판은 깨져 있었고, 그 안에 들어 있던 걸쭉한 지각 기능성 유기물질들은 밖으로 흘러나와, 황금빛 안개 속에서 기름지게 굳어져 있었다.
악마는 그 움직임을 감지하였다. 악마의 지각 속에서 그것의 움직임이 따끔따끔 느껴지며, 사고력 속에서 불쾌함이 끓어올랐다. 악마는 외곽 터널들을 따라 나태하게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던 것을 멈추고, 그것이 이 차가운 영역 속에서 처음으로 사냥을 했던 장소로 이끌려 되돌아갔다. 악마의 몸에서는 임박한 소멸로 인해 이미 느릿느릿 증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무한히 이어지는 터널을 돌아다니면서 지금까지 그것이 얻어낸 것이라고는 오직 조금 밖에는 되지 않았다. 경계 서비터들의 피에는 화학 약품이 섞여 있었고, 그 영혼은 흐릿하기 그지없었다. 서비터들의 죽음으로는 오직 아주 조금의 시간 밖에는 벌 수 없었지만, 서비터들은 그 생명체의 조악한 계산력으로는 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터널들로 밀려들어오곤 하였다.
반면 악마가 방금 감지한 영혼은 그것이 이전까지 집어삼켰던 것들에 비해 훨씬 더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이 새로운 영혼의 빛은 허공과 석재를 구분 없이 뚫고 비쳐왔고, 기름지고 어두운 시야 속에서 그 빛은 마치 등대처럼 빛나고 있었다. 고통스러울 정도의 굶주림에 생명체의 걸음걸이에 확신이 붙기 시작하였다. 악마는 빠르게, 더 빠르게 움직이며, 터널들과 그 사이에 놓인 폐허들을 유령처럼 통과하였다.
주변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던, 적어도 지성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알파-로-25는 각졌지만 딱히 매력적이지는 않은 얼굴 위로 짜증스런 표정을 띄워 올렸다. 공적인 장소에서 알파-로-25는 항상 우거지상만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곤 하였다. 하지만 사적인 장소에서 그는 보다 다양한 표정을 제멋대로 짓곤 하였다.
서보 스컬들이 알파-로-25의 주변을 둥둥 떠다니며, 항상 그러하듯이 주변을 스캔하였다. 반중력 해골들은 허공을 활강하며, 그것들이 지나간 자취를 따라 연기 줄기들을 흩어버렸다. 알파-로-25는 팔뚝에 찬 완갑의 모니터에 떠오르고 있는 화성의 상형문자들을 힐끗 바라보았다. 서보 스컬들이 보내오는 판독 정보는 텅 비어 있었다. 만일 이 해골 탐사 장치들이 대체 무엇이 이 서비터들을 파괴한 것인지를 발견해낸다면, 뭐, 그때나 관심을 주면 되겠지.
알파-로-25의 척추에 부착되어 있는 기계 촉수가 본능적으로 로브 자락 밑을 통해 빠져나왔다. 채찍 같은 꼬리의 끝에 달려있는 데이터스파이크의 장갑판이 번쩍였다. 그 날카로운 침은 데몬의 엑토플라즈마 육체를 간단히 관통해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알파-로-25는 꼬리뼈에 연결되어 있는 꼬리를 마치 전갈처럼 세워 올린 뒤 그의 왼쪽 어깨 위로 치켜 세웠다.
장장 5년이나. 알파-로-25는 탈락스 로봇들로부터 떨어져서 살해당한 서비터들에게로 되돌아가며 생각했다. 장장 5년이나 신성한 화성의 붉은 모래언덕들을 밟지 못하고 있었다. 장장 5년이나 금속내 느껴지는 화성의 신성한 공기를 기도 가득 들이마시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가 과연 어떻게 되던지, 이 전쟁은 곧 끝이 날 것이었다. 기계교가 설치한 구획을 넘어 웹웨이 안쪽으로 진출하기 위해 치루었던 그 모든 싸움들과, 그 과정에서 손실된 모든 생명들과 물질들도, 그리고 마침내 칼라스타에 요새를 세워 올렸던 것도, 모두 무의미한 것들일 뿐이었다. 외곽 터널들을 뚫기 위해 칼라스타로부터 출정하였던 그 모든 성전의 전위대들도, 무의미했을 뿐이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급습을 이끈 것은 천부장, 카다이 빌라칸-Kadai Vilaccan이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계산들은 그들의 압승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예견을 이끌어낸 방정식에 모든 변수들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외곽 터널 속에서 그들을 향해 무엇이 몰려들고 있었는지,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적들의 엄청난 물량에, 그들이 한때 손에 쥐고 있었던 승리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고 말았다.
이 흥미로운 영역 속에 존재하는 적들의 천성으로 볼 때, 심각한 사상률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알파-로-25는 거기에 감추어진 진실을 깨닫기 충분할 정도로 높은 기밀 취급 허가 등급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이 겪은 손실은, 더 이상 전선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에 도달해 있었다. 지난 5년 간의 싸움으로 기계교의 통합자들과 그들이 보유한 방어 병력은 거의 바닥이 나있었고, 만인대 또한 기껏해야 일천 명 정도에 불과한 수의 전사들 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침묵의 자매단은 남은 인원수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비밀로 지키고 있었지만, 그것은 굳이 숨길 필요도 없는 정보였다. 그녀들은 언제나 모든 인류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존재들이었으니까. 침묵의 자매들은 레기오 쿠스토데스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그를 포함한 통합자들과 마찬가지로 예리한 칼날과도 같은 존재들이었지, 적들을 짓뭉개는 둔기라고는 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엔디미온 천부장은 지상으로 자신의 대사를 보냈다고 하였지만, 알파-로-25는 보다 실용적인 존재였다. 승인이 떨어져서 황궁 지하실 외부로부터 증원 병력이 온다 하더라도, 그들은 현재 잔존하고 있는 전위대의 정예병력들에 비하면 훨씬 약하고, 그보다도 훨씬 더 믿을 수 없는 영혼들이었다.
증원병력들이 웹웨이 내부에서 본 비밀들을 지키기 위해 제거되어야만 하리라는 사실은 수호자에게 있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실이었다. 죽어야 한다면 기꺼이 죽어야지. 옴니시아의 위대한 작업을 위해 내놓는 신앙의 증거로서, 그들의 목숨보다 더 위대한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그들도 악마들에게 던져줄 총알받이로서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신성한 학살극에 대한 생각에 알파-로-25의 머릿속에 다시 활기가 돌아오고, 증원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알파-로-25의 기운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북돋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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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 악마는 그 온기를 감지하였다. 악마는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영혼을 쫓았다. 기나긴 나날 동안 존재해오며, 타인의 생명을 거두어 온 영혼을. 살육 당한 모든 영혼들은 저마다 다른 향기와 풍미를 지니고 있었고, 그 향내들은 악마의 정신 속 핵심부를 쿡쿡 찔러대었다.
워프의 생명체는 그 폭력행위들에 대한 기억들에 지금은 잠시 감각을 차단시켜 두었다. 그것이 쫓고 있는 영혼이 내뿜는 오라의, 피에 물든 가장자리로 다가가고 있는 지금은. 그리고 살금살금 뜀박질하던 악마의 걸음은, 곧 울부짖는 돌풍으로 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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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누스 때문에 박살난 지역에 마그누스의 바보짓이란 이름을 붙이다니, 네이밍 센스 유쾌하네. 만인대를 천인대로 만들어버린 마그누스 클라스.
사람들 다 알으라고 마그누스의 어리석음의 길이라 불리는구나
저런게 돌아다니면 무섭것네 ㄷㄷㄷㄷ
허미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