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모든게 다 거짓인 줄 알았어."

"뭐가?"


동료의 말에-비록 그것이 혼잣말에 가까웠지만, 깊은 밤, 오랜 시간 경계를 서고있던 그에게는 시간을 보낼만한 여지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풀을 씹던 가드맨이 물어봤다.


"우주를 날아다니는 비행기, 공포스러운 외계인들, 전설적인 초인들... 전부 다."


그 말을 들은 가드맨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것들 이었으니까. 당장 도시와 도시를 넘어가는데도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 겨우겨우 도착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꽉 막힌 도로?"

"아, 넌 나보다 더 했지."


동료가 물어보자 가드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다가 갑자기 풀을 뱉어냈다.


"아 씹, 잘못 씹었어 시발. 존나 쓰네."

"내가 조심하라 했잖아."


가드맨은 물통을 꺼내 입을 행구고는 초소 아래로 뱉어냈다.

가드맨의 입을 떠난 물은 자유를 찾아 떠났으나 이내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러다 들키면 어쩌려고."

"저런 걸로 들킬 거였으면 너랑 난 이미 죽었어."


그건 그렇지. 동료는 가드맨의 말에 동의하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고, 금속들과 옷이 서로 부딪히며 사각거리는 소리와 쨍 하는 소리를 냈다.

다시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가드맨은 조용히 주머니에서 풀을 하나 더 꺼내서 입에 물었다.


"내가 우리 가족 얘길 했던가?"

"주정뱅이 아버지, 천식걸린 어머니, 몸파는 맏이..."

"병신아 그건 내가 아니라 홉스야."

"홉스는 나야 병신새끼야."

"알아."

"시발새끼."


둘은 서로 욕을 주고받았지만 서로 진심은 담겨있지 않았다.

다시 침묵.

사방이 잠잠한 가운데 들려오는 풀벌래 소리만이 가드맨들의 감각을 일깨워 주었다.


"그래도 여긴 날씨는 좋네."

"저번엔 지옥이었지."

"존나 추웠어."

"중대장 그때 동상 걸린 거 아냐?"

"진짜?"

"그새끼 손가락에 동상 걸렸었잖아. 검지랑 중지."

"내 시발 자신하는데 그거 씹질하다가 걸린거다."

"커미사르님이 요즘 반동분자 찾던데."

"빠른 자수를 기원합니다."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던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시계를 바라봤다.


"시간 존나 안 가네."


그 순간 저 멀리서 엔진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밝은 빛이 먼 산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보고를 마친 동료는 초조한 얼굴로 답신을 기다렸다.

-해당 불빛은 아군 연대로 판단된다.

짧은 통신이었지만 두 가드맨은 동시에 긴장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드맨은 다시 풀을 뱉고는 물통을 꺼내서 입을 행구고 말했다.


"저거 타고 같이 복귀하고 싶다."

"태워달라 하던가."


풀벌래 소리마저 서서히 잦아들고,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달 중 큰 달이 먼저 모습을 감췄을 무렵 초소 뒤편에서 소리가 들렸다.

가드맨은 교대시간이군 하면서 정해진 절차를 수행했다.


"누구냐."

"교대 근무자."

"볼터."


암구호를 물어보자 반대편에서 잠시 대화하는 소리가 났다.


"병신들 까먹었네."


동료가 뒤돌아 보지도 않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동의한 가드맨은 다시 한 번 반복했다.


"볼터."

"황제폐하 만세."

"볼터."

"중대장 씹새끼."

"통과."


교대자 둘이 초소 위로 올라오자 가드맨과 동료는 총기를 회수하였다.


"특이사항 있었냐?"

"어. 거수자 두 명이 초소 장악함."

"암구호 뭔데?"

"볼터만 외워 어차피 니내가 말할 일 없잖아."

"지랄 말고."

"볼터, 바다."

"아 맞다."


수고해라, 고생했다.

짧은 인사를 나눈 그들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야, 방금 전에 한 말."

"어."

"지금은 거짓이었으면 싶다."

"...나도."


가드맨들의 하루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