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강화 더스트-합금 샷건 건틀렛, 엠버 셀리카는 손목에 장착된 채 양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가 자신의 옷가지들을 치워버렸다고 해도, 자기 무기만큼은 절대로 숨겨놓지 않을 것이었다.


"잘 가라, 미스 룽."


바이딕의 손에 항상 들려져있는 담배가 조용히 타들어갔다.


"안녕히 계세요. 바이딕 씨. 정말 모든 것이 다 고마워요. 만약 바이딕 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떨게 되었을지..."


"내 생각하기에 넌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나자빠져서 죽었을걸?"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운 바이딕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 감에 의하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 거 같은 예감이 드니까. 애초에 우주는 넓으니까 말이지."


그렇게 말한 바이딕은 양을 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 그런데 말이에요."


마을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양이 크게 소리쳤다.


"제 성은 룽이 아니에요! '샤오 룽'이라고요! 두 단어라고요!"


"음... 알겠다. 미스 룽."



에스브러우스를 향해 양은 마을을 떠나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서 사흘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했지만 양에게 그 정도 거리는 익숙했다.


찬란하게 빛나며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수 밑에서 양은 잠을 청했다. 가느다란 풀줄기들 사이로 아늑하게 자리를 잡은 양은 그대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까만 어둠 사이에서 각각 새하얀 불꽃을 후광으로 삼아 명멸하는 빛의 점들.


이런 방대한 크기의 우주를 눈에 담은 양은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우주의 엄청난 규모는 양의 넋을 빼놓는 데엔 충분했다. 평생을 바쳐서 제국 안을 이리저리 여행다녀도 결국 전부 돌아보지는 못하리라. 그 생각에 양은 자기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눈꺼풀이 서서히 감기는 것을 느끼며 양은 몰려드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길을 나선 지 삼일째가 되던 날, 드디어 도시에 도착한 양에게 있어 거대한 도시의 풍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가장 작은 마천루마저도 비콘 타워를 난쟁이로 보일 정도로 높았고, 각각의 고충 빌딩들은 거의 다 똑같이 음산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모든 코너마다 장식된 흉상, 독수리 그리고 조각상들은 도시에 신비롭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부여했다.


양이 촌뜨기처럼 놀라워하며 이리저리 구경하자, 그것을 본 시민들은 웃음을 터뜨리거나 양을 비웃었다. 하지만 양은 그들을 그냥 무시해버렸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이런 광경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양이 놀라워하는 건 당연했다.


거대한 건물들 사이의 그림자 안에서 한참이나 헤메었던 양은 마침내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데파르트멘토 무니토룸(Departmento Munitiorum) 정류장.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거대한 고층 빌딩 주위로, 수없이 많은 배들이 무거운 짐을 실은 채로 벌떼처럼 분주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양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아주 길게 뻗어있는 대기 행렬이 그녀를 맞이했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2층 정도의 높이의 접수처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접수처의 서비터들은 미친듯이 종이에 글씨를 휘갈겨쓰고 있었고, 몇몇은 엄청난 크기의 컴퓨터 앞에 앉아 맹렬히 키보드를 두들겨대고 있었다. 기계와 인간이 섞인 혼합체는 여전히 양을 불편하게 했지만, 그래도 불쾌하고 끔찍한 제국의 기이한 기술들은 점차 양에게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중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양은 아마 최근의 습격때문에 그런가보다 하고 추측했다. 그러나 양이 오래 서있을수록, 더 많은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제서야 양은 그 눈길들이 자기가 입은 옷때문에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이 정도면 평범하게 차려입은 거 아냐?! 내가 뭐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옷들은 배낭에 집어넣었는데!!"


바이딕의 낡은 옷가지들을 다듬어서 만든 양의 의복은 주변에 모여있는 워아디언들의 차림에 비하면 속옷에 더 가까웠다. 여성들은 쉬쉬거리며 속닥거렸고, 몇몇 남자들은 양을 음흉하게 쳐다봤다.


그 중에서는 아직 16살도 채 안돼 보이는 소년도 있었다. 소년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면서 슬며시 양을 엿보려고 시도했다. 양의 가슴께에 겨우 닿을 정도로 소년은 왜소한 체격을 가졌고, 남들처럼 밤색 머리에 햇볕에 검게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게 있다면, 머리카락을 짧게 깎았고 왼쪽 귀의 일부가 뜯겨져 있다는 점이다.


소년의 시선을 눈치챈 양이 씨익 웃었다. 엿보던 소년과 서로 눈이 마주친 양은 소년에게 살짝 윙크를 날려주었다. 그러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소년은 고개를 홱 돌렸고, 그걸 본 양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아야 했다.


드디어 자기 차례가 온 양은 서비터에게 자그마한 종이를 건네주었다. 순식간에 종이를 훑어본 서비터는 아주 큰 기록부에 표시를 해두었다.


[아스트라 밀리타룸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신병으로 등록되었습니다.]


곧이어 기계에서 한 장의 종이가 뽑혀져 나왔다. 신청서 겸 어디에서 입대 신고를 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안내서였다.


양은 활짝 웃었다. 임페리얼 가드는 그녀를 수많은 별들을 향해 데려다줄 티켓이었다. 저 우주에서 명멸하는 빛들은 양을 향해 손짓했고 양은 이제 그 유혹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