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Forward March


"우리는 황제폐하의 가장 뛰어난 병사가 아니다. 우리가 그렇게 특출난 병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 또한 알고있다. 허나 수많은 전우들이 마지막 숨을 들이마시는 그 순간까지도, 황제폐하에 대한 믿음만큼은 저버리지 않을 것이니... 그렇기에 앞으로도 우리는 그 분을 섬길 것이다."


- 임페리얼 가드 소속, 베테랑 부사관 제니스 바이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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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그녀의 새로운 친구들은 그들의 첫번째 전장이 될 행성, 제국 내의 교통의 요충지 중 하나인 엘로디아 Ⅸ(Elodia Ⅸ)로 항로를 잡았다는 소식만을 전달받았다.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대략 두 달이 소요되고, 그 기간동안 제 111연대는 임페리얼 가드로 완벽하게 거듭나기 위한 훈련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건 수없이 많은 신병들에게 있어서 혹독한 적응의 기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훈련장은 훈련복으로 갈아입은 수천의 병사들로 가득히 채워졌다. 전함 내에 이토록 거대하고 광활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양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놀라웠다.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며 꼿꼿한 자세의 병사들은 오와 열을 맞춘 상태로 도열했다. 우레와 같이 커다랗고 결의에 찬 발소리와 함께, 인상적인 남성이 훈련장을 내를 활보했다.


그 인물은 바로 하사관 조어비스(Jorvis)였다. 양이 소속된 소대의 소대장이자, 앞으로의 두 달간의 훈련을 책임질 훈련 교관이기도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너희들의 더러운 입에서 나올 말은 '교관님.'이다. 알아들었나?!"


조어비스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이제 막 중년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어비스는 남들과는 다르게 커다란 체구를 자랑했다. 이와는 별개로, 조어비스의 입가는 풍성한 수염으로 뒤덮여 있었고,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 얻은 듯한 흉터들이 온몸에 새겨져 있었다. 장교 제식 군모 아래의 붉은 의안이 신병들을 맹렬히 노려보았다.


"예! 알겠습니다!"


마치 한 명이 대답을 하는 것처럼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그들의 외침은 방대한 크기를 가진 훈련장의 높은 천장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방금 그건 뭐냐?! 지금 내가 우습게 보이나? 더 크게! 이 빌어쳐먹을 버러지같은 새끼들아!"


그가 입고있는 초록색 외투가 분노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예에!! 알겠습니다아!!!"


"황제폐하께서 가호하시길! 너희들 전부다 한심하기 짝이 없군! 정말로 너희들이 워아디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인가? 테라의 황금옥좌시여, 너희 신병들은 전장에서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거다! 제기랄! 내 수통을 깨끗하게 닦는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쓸모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소름끼치는 눈동자로 병사들을 하나씩 훑어보며, 조어비스는 병사들을 사열했다.


그리고 그의 걸음은 양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


"홀리테라의 이름으로 대체 왜 네 머리가 삭발된 상태가 아닌거지? 병사?!"


양을 내려다보면서 조어비스는 고함을 질렀다.


"제 머리카락을 건드렸던 그 누구도 살아남지는 못했습니다! 교관님!"


양은 목이 찢어져라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담당자들은 그녀의 머리칼을 면도기로 밀어버리려 시도는 했으나, 양이 이발사의 팔을 부러뜨리고 서비터를 작동 불능으로 만들자 그들은 깨끗하게 포기해버렸다. 하지만 양은 자신의 풍성한 머리카락을 꽉 틀어 올림으로써 따라야할 규정에 대해서 타협을 보았다.


"호오. 그래서 넌 꽤나 독한 년이라 그 말인가?"


"저는 평생을 싸우고 죽이는 것에 대해서 훈련을 받아왔습니다! 교관님!"


"정말로 내가 무지했지 뭔가, 이렇게 당돌한 녀석도 몰라보고 말이야!!"


양이 오라(Aura)를 끌어올리기도 전에, 교관은 양의 배에다가 주먹을 꽂아넣었다. 갑작스런 충격에 양은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수면에 이는 물결마냥 전신을 훑으며 퍼져나가는 고통. 욱신거리는 통증에 양은 자신의 배를 와락 움켜쥐며 몸을 구부렸다.


"아무도 너한테 누워있으라고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신병! 일어나서 팔굽혀펴기 50회 실시!"


아직도 가시지 않는 아픔을 뒤로 한 채, 양은 주어진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할당된 지시를 끝마치는 동안에, 양은 옛날에 겪었던 헌트리스 훈련과 지금의 가드맨 훈련을 서로 비교해보았다.


굳이 둘 사이의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상급자의 명령이 얼마나 절제된 표현으로 전달된다는 것 외에는 별로 다른 점이 없었다.


"가증스럽고 배은망덕한 너희들조차도 이해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밝혀두겠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제국을 위한 의무를 수행하다가 죽어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오로지 황제폐하의 영광에 따른 축복을 내려받은 이들만이 가혹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거다. 그래, 황제폐하의 축복만이..."


그는 그 말을 멈추고는 다시 한번 커다랗게 울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 영광스런 축복은 너희들 모두에게 전혀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너희들은 제노, 돌연변이 그리고 이단과 맞서싸울 용기가 있는가? 그런 용기가 있어야만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오직 죽음이니까! 


임무를 태만히 이행하는 자는 죽음으로 그 값을 치룰 것이다! 

어리석음으로 인해 임무를 망치는 자 또한 목숨을 대가로 내놓아야만 할 것이다! 

전투 도중 비겁하게 숨는 겁쟁이도 역시 사살될 것이며! 

의무를 저버리고 탈영하는 자는 이유불문하고 즉결처형이다! 


모두 알아들었나?!"


"예! 알겠습니다!"


"허튼 소리! 너무 작아서 안 들린다!"


"예에!! 알겠습니다아!!"


"이해했으면 이제 뛰어라! 지금 당장! 연병장 주위로 5 킬로미터 구보 실시! 서둘러라 이 새끼들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보이고 싶었던 양은 팔굽혀펴기가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대열에 합류했다.





두 달간의 훈련 기간은 거북이가 기어가는 것마냥 느리게 흘러갔다. 대다수의 징집병들은 인정사정없는 훈련으로 인해 완전히 방전되어 축 늘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양은 그들과는 달랐다.


그녀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다른 동료들보다 앞서나갔다. 그리고 양은 자신에게 덤벼드는 모든 도전자들과의 대련에서 승리함으로써 다른 이들을 능가하였다. 양은 대부분의 인생을 격투술에만 투자해왔고, 이제 그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로스와 카울린 그리고 라인마저도 양의 활약을 보고는 경악했으며, 심지어 조어비스 교관도 마지못해서 양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양의 날씬한 체형만을 보고 그녀가 그토록 절대적인 힘을 소유했다는 사실. 그 믿기지가 않는 사실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양이 진심을 내보이며 맞서야 했던 경우는 오직 워아디어의 베테랑 정예병 출신들과 대련할 때 뿐이었다. 이들은 워아디어 정규군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이며, 전투에도 조예가 깊은 것은 물론이고, 그걸 증명하듯이 장대한 기골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베테랑들조차도 양과의 싸움에서는 살충제에 맞은 파리처럼 매트에 힘없이 쓰러져 버렸지만 말아다. 그나마 양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해준 인물은 마엘(Mael)이라는 이름을 가진 무뚝뚝한 남자였다. 여섯번째 라운드에서 양이 의식을 잃어버릴 때까지 마엘을 때려눕히고 나서야 대련이 겨우 종료될 수 있었다.


또한 그녀는 제국 어디에나 있는 무기, 라스건에 대해서 배우는데 열정을 쏟아부었다. 라스건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꽤나 능숙하다고 자부하는 양이었지만, 카울린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는 라스건에 꽤나 일가견이 있었으며, 조어비스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저격총 버전인 롱-라스건을 건네주었다.


광선을 발사하는 레이저 소총들은 양이 비콘에서 알고있던 대부분의 화기보다 우월했으나, 동료들과 함께 배웠던 볼터에 비하면 라스건은 단순한 손전등이나 다름없었다. 그건 여태껏 양이 보았던 것들 중에서도 가장 끝내주는 무기였다. 게다가 그런 무기에 대해 설명할 때는 멜타나 아주 효과적이지만 위험성이 높은 플라즈마 건도 언급을 안할 수가 없었다. 흥미를 자극하는 훈련용(프로파간다) 영상을 시청한 양은 그런 무기들이 실전에서 쓰이는 장면을 꼭 한번 보고싶었다.


만약 루비가 여기에 있었더라면 제 41번째 천년기가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무기류에 푹 빠졌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양은 또다시 슬픔에 휩싸였다. 다행스럽게도 훈련이 끝나고 몰려드는 피로로 인하여 그렇게 슬퍼할 틈조차 없었지만 말이다.


조어비스 교관은 훈련을 할 때마다 항상 난전에서의 근접 전투를 강조했다. 양이 카오스 컬티스트들과의 전투에서 뼈저리게 배웠듯이, 제국의 적들은 가까이 붙어서 싸우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잔혹하지만 효과적인 체인소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였다. 양은 이미 백병전에 충분하게 숙달되어 있었으나, 검으로서의 기능을 겸한 전기톱을 휘두르는 것도 얼마나 멋있는 일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유일하게 문제가 되는 일은 엠버 셀리카의 탄약 보급 문제였다.


제국민들 사이에서 기술은 꽤나 민감한 주제였고, 그래서 그런건지 그녀의 샷건-건틀렛과 비슷한 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비슷한 구경의 샷건은 찾아낼 수 있었으나, 펼쳐지는 다용도 무기에 대한 개념은 제국 내에서는 이질적인 개념인 듯했다. 양은 자신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기로 마음먹었다. 배치받을 때에는 그걸 팔찌라고 둘러댈 수 있으리라고 양은 생각했다. 그녀가 탄약에 대해서만 주의를 기울인다는 가정 하에서...


다른 신병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부대끼면서 양은 제국의 문화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제국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바이딕의 외계인 혐오증은 일반적인 제국 시민들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의 동료들은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의지했고 서로를 보살펴주었다. 그리고 그건 로스와 카울린도 예외에 해당되지는 않았다. 로스가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말이다.


훈련이 꽤나 고되기는 했으나 전직 헌트리스인 양에게는 그리 힘든 훈련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훈련에 점점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감마 소대의 대원들은 한 장의 종이를 지급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갑작스럽고 간단히 훈련은 끝나게 되었다. 양은 천천히 서류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임페리얼 가드의 일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바입니다. 황제폐하의 뜻을 받들기 위하여 항상 최선을 다하기를-]



거기까지가 양이 최대한으로 참고 읽을 수 있는 한계였다.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양은 서류를 사물함에 쑤셔넣었다.


엘로디아Ⅸ에 도착하기까지 앞으로 일주일.


양은 동료들의 앞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녀는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먹었다.


무의식적으로 침상에 걸쳐진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던 양은 얼굴과 맞닿을 것처럼 가까운 천장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전장에 나간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전장의 특유한 스릴감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마음속에 더 크게 자리잡았다. 애초에 그러한 이유 때문에 임페리얼 가드에 입대한 것이니까 말이다.


양이 상념에 빠져있던 와중에, 카울린은 다리를 콕콕 찔러보며 말을 걸었다.


"어이... 양. 너도 우리랑 같이 갈래?"


"흐음?"


"라인하고 마엘이 엄청난 양의 아마섹(amasec)을 빼돌렸다는데. 기념 파티를 해야하지 않겠냐?"


침대에 누운 채로 고개를 돌린 양은 카울린에게 물어보았다.


"아마섹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