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탁은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신전 남쪽 외곽의 광장에서 엄청난 수의 무리들이 결집해 있었다.무리들은 펄펄 끓어대는 검은 갑옷과 끔찍한 무기들,찢어진 깃발들의 파도와도 같았다.그들의 깃발들은 울릭스문드의 좁은 거리에서 그 너머까지 걸려있었다.카오스 추종자들 사이에서 소음이 높게 울려퍼졌고,끔찍한 언어들이 제국의 인간들 방향으로 퍼져나갔다.소음은 하늘 위 기괴한 구름에서 터져나오는 번갯소리와 합쳐지며 모든 이들의 정신과 감각을 익사시킬 종말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하늘 위로 번개가 번쩍였고,야만인들은 침묵에 빠졌다.갑작스러운 침묵은 이전의 소음만큼이나 끔찍했다.마탁은 울릭이 분노하는 것을 느꼈고,하늘을 올려다보며 기괴하고 희미한 형상의 무언가가 구름 사이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놈들이 왔다 울릭이 으르렁거렸다.


이곳을 지켜보기 위해 놈들이 왔다


태양처럼 크고 불타오르는 눈동자들이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고,마탁은 몸을 떨며 눈길을 돌렸다.그 시선들에선 영원한 굶주림과 광기말고는 어떠한 것도 찾을 수 없었다.카오스 신들은 인간들의 신과는 전혀 달랐다.그들은 영겁의 세월동안 이 세상이 먼지에 불과했을때부터 존재했고,이후로 다시 먼지로 돌아간 뒤에도 존재할 것이다.


광장 너머에서,저주받은 자들이 조각난 나무처럼 우르르 몸을 비켜섰다.카오스 전사들,상처투성이 부족민들,칭얼대느 악마들 모두 그들의 동지들을 밀치며 하나의 넓은 도로를 만들어냈다.그리고 그곳엔 이 세상의 고통을 창조한 이가 있었다.


아카온,종말의 군주가 당도한 것이다.



웬델 볼커는 술 마실 시간이 있었기를 바랬다.그는 병사들 진형 한 가운데에 서있었고,그의 갑옷은 피로 범벅이였으며 방패는 거의 박살나 있었다.브루너는 그의 언월도를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둔 채 그의 옆에 서있었다.전(前)현상금 사냥꾼은 잠시 후 벌어질 학살이 아무렇지도 않는다는듯이 편안한 모습이였다.발텐의 나머지 병사들은 진형 사이로 퍼지며 간격을 메우거나 함께 어깨를 맞대고 싸울 친구나 동지들을 찾고 있었다.볼커에겐 그럴만한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이젠 없었다.


그는 눈을 감고 최대한으로 몸을 진정시키려고 했다.최악의 사태는 아직 오지도 않았고,볼커는 무력한 상태로 있고싶지 않았다.그는 뒤에서 치유사들과 워리어 프리스트들이 허리를 숙인 채 상처를 치유하며 중얼거린느 소리를 들었다.지그마,울릭,라날드의 신도들이 모두 모여있었다.그들의 신이 다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덩치가 꽤 큰걸' 브루너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볼커는 눈을 크게 떴다.카오스 무리는 침묵에 빠졌다.그들의 주인,세 눈의 왕이 당도했다.볼커는 괴물들의 왕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투구의 바이저를 들어올렸다.브루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아카온은 지붕 위를 오가는 놈들을 제외하곤 그의 수하들보다 훨씬 거대했다.그의 갑옷은 끔찍한 광채로 빛나고 있었고,그의 주변 공기는 마치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현실계가 찢어지기라도 하는듯이 흔들리고 있었다.볼커는 아카온이 틀렸다고 생각했다.아카온은 세상의 균열 속에서 기어나온 모든 그릇됨과 사악함의 핵과도 같았고,볼커는 종말의 군주가 그의 부하들을 지나쳐 광장을 움직이는 모습에 내장이 매듭처럼 뒤틀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저 새끼 머릿가죽을 가져다 준다면 저치들이 나에게 얼마를 지급할거라 생각해?' 브루너가 말했다.


'저 양반들이 널 황제로 만들어줄껄' 볼커는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다.


아카온은 급해 보이지 않았다.아카온의 악마말이 땅바닥에 말발굽을 갖다댔다.말의 발굽이 갖다댄 곳은 갈라지며 연기가 피어올랐다.세 눈의 왕은 카오스 기사 호위대를 두고 있었고,기사들은 각자 나름대로 괴물과 다름없었다.아카온은 신전에 결집한 병사들을 노려봤다.


볼커는 진형사이로 숨어버리는 욕구와 싸워야만 했다.그는 아카온의 비인간적인 응시가 그들을 흝어보자 그의 영혼이 아퍼오는 것을 느꼈다.하늘 위로 폭풍이 2배로 커지며 구름은 훨씬 두껍고 어둡게 변해있었다.아카온은 그의 안장에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나는 종말의 현신이다.난 이 산 위에 서있으며,산의 옥좌 위에 앉을 것이다.나는 변화의 바퀴의 중심축이 될 것이며,세상은 태어나지 않은 별들의 빛에 익사할 것이다' 아카온은 위를 올려다봤다.


'느껴지는가 제국의 인간들이여.공기가 살아있는 것처럼 떨리고 있음이 느껴지는가?그대들은 세상의 관문 밖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느껴지는가?' 그는 고개를 숙여 그들을 내려다봤다.


'엔드타임이 도래했다.그리고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과거도,미래도 아닌 오직 현재만이 있을뿐이다.시간이 회전하며 세상의 목구멍을 조여온다' 아카온은 강조의 표시로 주먹을 들어올렸다.


'어째서 박살난 지그마의 거짓조각에 매달리는가?사후세계따윈 존재하지 않는다.포상도,징벌도 존재하지 않는다.오직 삶과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볼커는 눈을 깜빡이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그의 주변은 불편한 동요로 몸을 떨고 있었다.아카온의 말은 그의 결의를 산성처럼 녹여버리며 그의 용기와 의지를 벗겨버렸다.아카온은 잠시 그들을 응시했고,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늘을 올려다보아라.거리를 내려다보아라.유(有)와 유(有)였던 것에서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시간의 한계점을 짓누를 균열이다.이 세상은 언제나 그럴 운명이였다.다만 늦춰졌을뿐.검 끝에 메달린 핏방울과 다름없지.그리고 지금 핏방울은 땅 아래로 떨어진다'


아카온은 검을 뽑았고,검에선 불길이 치솟았다.


'이것이 그 검이며,그대들이 바로 핏방울이다.죽어가는 인류의 껍데기는 자라난 종양들을 뽐내며 벗겨지고 있다.어째서 그 껍데기를 단숨에 벗겨내지 않고 마지막 순간의 영광에 동참하지 않는가.포효하고,즐기고,살육하며 죽어가는 세상의 피를 맛보지 않는것인가?'


병사들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동요로 가득찬 눈동자들이 깜빡였다.혓바닥들이 입술을 핥았다.볼커는 몸을 떨며 그의 생각을 완전히 에워싼 숨막힐듯한 안개를 떨쳐낼려고 했다.아카온은 마치 세상의 어린아이들을 불러모으는 하나의 광채처럼 빛나고 있었다.볼커의 일부분은 그 빛이 어디로 가든 따라가고 싶었다.절망과 분노에 찬 채로 헬든하임과 알트도르프의 피비린내나는 기억을 지워내고 싶었다.그는 아래를 내려다 보았고,그의 흉갑에 새겨진 카를 프란츠를 뜻하는 KF와 왕관을 쓴 해골을 바라봤다.


말발굽 소리가 그의 몽상에서 깨어나게 만들었다.발텐이 그의 말을 몰고 오자,병사들은 몸을 꿋꿋이 세우고 그를 올려다 봤다.그는 지쳐보였다.하지만 전혀 약해보이지 않았다.그가 입을 열면 그의 목소리는 빗속에서도 쉽게 들렸으며 광장 너머 모든 병사들에게로 전해졌다.


'놈이 옳다 형제들이여' 발텐이 말했다.


'모든 역사들이 지금 이 장소로 뭉쳐졌다.모든 이야기,노래,연대기들이 오늘,지금 이시간,지금 이 순간으로 이끌려왔다.우린 영웅과 신들의 그림자 속에 서있으니,그 분들은 우리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신 채 한 방향과...다른 방향을 가리키신다'


'허나 누구를 따를지는 우리들의 선택에 달렸다.우리가 우리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오늘이  주어졌다.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려는 괴물들을 상대로 세계의 문의 빗장을 닫을 것임을 말이다.우리가 우리들의 이빨을 드러내기 위해 이 순간이 주어졌다.우리의 분노를 드러내기 위해,그리고 세상의 분노를 밝게 불태우기 위해!' 발텐은 모여있는 병사들을 내려다봤다.


'불길이 그대들의 몸을 데우기를,그리고 불길이 어둠을 몰아내기를.만약 모든것이 신들의 뜻이라면,불길이 이 세상의 종말을 밝게 비추게 만들어주자.바위를 그을리고 별들 자체를 삼키게 해주자.이것이 지그마의 뜻이라면,우리들의 화장터의 불길이 어둠 속에 숨어있는 어둠의 신들을 불태우고 해주자!' 그는 잠시 연설을 멈췄다.그리곤 미소지었다.매우 따뜻한 미소였다.대장간의 대장장이의 미소였다.


'무엇이 됐든...불길이 피어오르게 하자,형제들이여'


그의 말은 조용히 전달되었지만,말의 의미는 분명히 전달되었다.목청을 찢을만큼의 함성을을 지르는 자는 볼커 혼자가 아니였다.수 백여개의 목소리가 울려퍼졌고,단 하나의 저항의 포효로 합쳐졌다.하늘은 크게 찢어지며,마치 사악한 신들이 소리에 분노하는 듯 했다.


아카온은 검을 들어올렸다.번개가 검을 내리치며 불길한 빛들이 광장을 메웠다.종말의 군주가 자신의 존재감을 상기시키자 함성은 멈췄다.


'이것에 세상이 끝나가는 과정이로다' 아카온이 말했다.


'이것이 세상이 창조되는 과정이로다.나의 이름이 울려퍼지게 두어라.산이 전율하게끔 두어라.나는 제국의 썩어빠진 심장을 향해 왔으며,심장이 움직임을 멈출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다.도망치다가 죽든,싸우다 죽든,죽는건 마찬가지다 망치를 휘두르는 자여'


아카온은 기꺼이 공격을 허락한다는듯이 팔을 넓게 벌렸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죽음은 사소한 대가지' 발텐이 말했다.그의 말엔 흔들림이 없었고 명확했으며,목소리는 온 광장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우리들의 승리는 천상에서도 새겨질 것이다.네놈은 이 세상의 끈을 풀어헤치는 존재따위가 아니다.고향으로 돌아가라.어둠 속으로 돌아가라' 발텐은 망치로 아카온을 가리켰다.


'이곳이 나의 고향이다' 아카온이 거칠게 말했다.


'그리고 난 거부당하지 않겠다'


그는 악마말의 안장을 잡아당겼고,,짐승은 몸을 크게 일으켜세웠다.그는 검을 들어올리고 아래로 내리쳤다.


파우슐라크 전체를 흔들을 함성소리와 함께,아카온의 군단은 돌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