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몬 로 항, 사흘 뒤.



 “왜 온 도시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인가?” 나맛지라가 물었다.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체 왜 이 공세는 촌극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누구 대답할 사람 없나? 아무도?” 이 다음 질문에도, 누구 하나 대답할 말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몬 로 전선에 배치된 제국군 연대들의 상급 장교들은 모두 불안한 듯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나맛지라의 소환을 받아, 제국군의 장교들은 테라코타 궁전에서 가장 큰 회관 안에 모여 있었다. 그들 모두 크게 불쾌해 보이는 나맛지라의 모습에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로드 커맨더 나맛지라는 그 성마른 성격으로 유명하였으니.


 그 악명 높은 성격과 동시에, 나맛지라는 대성전에 종사하고 있는 제국군의 여러 사령관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전공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지휘관 중 한 명이었다. 나맛지라는 103개의 순종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며, 그 중 마지막 24개의 전공은 제670 원정함대의 사령관으로 취임한 이후에 거둔 것이었다. 계획대로라면 너쓰 역시 원정대가 거둔 25번째 승리로서, 그리고 제670 함대가 복종시킨 25번째 행성, 67025 행성으로서 공식 기록에 올라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그 업적을 거둘 전망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듯만 보였다.


 나맛지라는 키가 크고, 아연실색할 정도로 잘생긴 미남이었다. 영웅적인 풍모는 고결한 고전풍 조각상과도 같았고, 무척 검은 피부는 연기로 광택이 입혀진 듯만 보였다. 장신의 몸에는 짙은 푸른색 제복 위에 크롬 판갑으로 만든 프록 코트를 걸쳤고, 발에 신은 검은색 승마화(乘馬靴)에는 화려한 크롬제 박차가 달려 있었다. 어깨에는 바닥까지 닿은 길이의 채색 비단 망토가 매여 있었다. 나맛지라의 왼편에는 병사 한 명이 그의 모피 샤코모를 마치 신성한 유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경건하게 받쳐들고 서 있었다.


 샤코모를 든 그 병사는, 두려움 받는 루시퍼 블랙 연대-Lucifer Blacks의 정예였다. 루시퍼 블랙이란 연대명은 연대의 병사들이 입는 석탄 가루처럼 검은 벨벳 코트와, 흑옥(黑玉) 방탄복으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었다. 비잔트 예니체리 연대나 싯두 바라트 연대-Sidthu Barat만큼이나 오래되고 칭송받는 이스키아-Ischia* 출신의 정예 연대, 루시퍼 연대는 거의 멸문 직전에 몰려 있었다. 연대의 전력 대부분은 통합 전쟁 말기에 소진되어버렸고, 두 번 다시 재건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제노 킬리아드 연대와 같은 구조적 탄력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성전이 진행되는 동안 루시퍼 블랙 연대는 나맛지라와 같이 저명한 사령관들을 수행하며, 의전 역할에만 집중하여 복무하고 있었다.


(*역주: 이스키아는 원래는 이탈리아 반도 나폴리 서쪽에 있는 화산섬 이름임. 아마 여기서는 이탈리아쪽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다.)


 로드 커맨더의 등 뒤에도 다섯 명의 루시퍼 연대원들이 더 서 있었다. 다섯 명 모두 허리에 찬 군도(軍刀) 폼멜 위에 손을 올려 두고 있었으며, 그 중 한 명의 손에는 군기가 들려 있었다. 군기에는 전부 순금으로 찍어낸 여러 개의 면류관과 일륜상(日輪像)이 매달려 있었다. 모두 나맛지라가 거둔 승리의 수를 열거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또 다른 병사 한 명은 로드 커맨더의 애완동물, 태즈메니아 늑대의 황금 목줄을 쥐고 있었다. 나긋나긋한 체형에 제왕다운 위엄을 지닌 그 짐승은, 얼룩 줄무늬가 들어간 적갈색의 털가죽을 지니고 있었다.


 “정말 아무도 없나?” 나맛지라가 물었다.


 회관 내에는 거의 일백 명에 달하는 상급 장교들과 부인들이 있었다. 그들 모두, 몬 로에 밀집 배치된 75만여 병력의 상급 부대 지휘관들이었다. 다양한 제복 차림의 장교들 가운데, 제노 52 연대를 대표해 나온 24명의 부인들이 엄숙히 서 있었다. 주변을 둘러싼 것은 잔지바르 호르트 연대-Zanzibari Hort와 크레센트-신드 제6 토렌트 연대-Crescent-Sind Sixth Torrent, 레그널트 쏜즈 연대-Regnault Thorns, 우트레마르 연대-Outremars, 그리고 여러 지원 부대 및 예비대들로부터 보내진 장교들이었다. 그들 중 누구에게도, 나맛지라의 화를 뒤집어쓸 위험을 감수하고 대답을 꺼낼 용기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곳에 모인 장교들 뒤쪽에서, 호넨 뮤는 로드 커맨더의 모습을 조심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뮤가 텔 우탄 공격을 종결시키고 해당 전역에서 풀려난 제노 연대 병력을 이끌고 몬 로 항에 도착한 것은, 겨우 어제의 일이었다. 몬 로에서의 공세가 꺾이고 전황이 재앙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기에는 딱 알맞은 시각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덕분에 나맛지라는 분노의 방향을 뮤에게로는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몬 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뮤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으니.


 뮤는 니틴 데브-Nitin Dev에게 절로 동정이 가는 것을 느꼈다. 잔지바르 호르트 연대에서 소장 직위에 있는 데브는, 뮤가 경험한 바에 따르자면 무척 훌륭한 전사였다. 그리고 동시에, 데브는 몬 로 전역의 야전 지휘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장교이기도 했다.


 나맛지라는 데브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데브 소장?” 나맛지라가 물었다. “뭐 할 말 없나?”


 잠시 정적이 흘렀다. 로드 커맨더 텡 나맛지라는 순종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 승리 축하연에 참가할 때를 빼면, 거의 전역을 몸소 시찰하는 일이 없는 지휘관이었다. 보통 나맛지라는 궤도상에서 전역을 지휘하기를 더 즐기는 편이었다. 나맛지라에게 있어 지상으로 내려와, 위험에 노출되어가며 각 부대의 책임자를 만난다는 것은, 무척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설명 행위나 다름없었다.


 “아니오, 로드 커맨더 각하.” 데브가 말했다. “없습니다.”


 “정말로?”


 “예, 로드 커맨더 각하. 각하께서 이미 알고 계신 바에 더하여 말씀드릴 만한 것은 없습니다.”


 호넨 뮤는 감탄하며 눈매를 좁혔다. 데브 소장의 배짱은 참으로 대단했다. 뮤가 보아온 바에 따르면, 상관에게 추궁을 받는 장교들은 많은 경우 우는 소리를 하거나, 시치미를 떼고 변명을 하곤 하였다. 그러나 데브는 이 추궁으로부터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시도 따위는 일절 없이, 오히려 그것을 정면에서 당당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맛지라는 데브 소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데브는 허리를 곧게 세운 채 꼿꼿이 서있었다. 징 달린 투구의 목끈은 꽉 죄어져 있었고, 검은 두 눈동자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데브는 무표정하게 오른손으로 군도를 반쯤 뽑더니, 왼손으로 칼집 위쪽을 잡고 그대로 대기하였다. 자신이 준비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로드 커맨더의 간단한 고갯짓 한 번 만으로도, 그는 손에 쥔 칼집에 대고 자신의 군도를 부러뜨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영원히 자신의 지위와 권리를 포기한다는, 수치와 해임의 상징이었다. 참으로 용감한 제안이었다.


 “해임은 뒤로 미루어 두도록 하지, 데브 소장.” 나맛지라가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데브도 자신의 검을 다시 칼집에 집어넣었다. 로드 커맨더가 앞으로 저벅저벅 걸음을 옮기고, 그곳에 모인 장교들은 양 옆으로 갈라지며 길을 열어주었다. 나맛지라는 회관을 성큼성큼 걸어가, 장교들의 한가운데까지 헤치고 들어갔다. 그동안 고개는 저 끝 쪽에 있는 창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드 커맨더를 수행하는 루시퍼 연대원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애완 태즈메니아 늑대 역시 타박타박, 연대원들과 걸음을 함께하였다. 호리호리한 그 체구는 사냥개와도 같았고, 길고 탐욕스럽게 쭉 뻗은 주둥이에서 빠져나온 혀는 축 늘어져 있었다.


 “여덟 달이다.” 나맛지라가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자그마치 여덟 달이나 우리는 이 행성에 머물며 악전고투를 벌였지만, 그럼에도 이 요술쟁이 개자식들은 우리를 물리쳐내고 있다. 텔 우탄이 함락되었을 때에는 마침내 우리가 교착 상태를 깨트렸다고 생각했건만. 이제 곧 있으면 놈들의 시체를 밟고 마침내 승리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그런데 지금 이건,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꼭 뒤로 한 걸음 물러서기라도 한 것 같은 몰골 아닌가? 아니. 하나가 아니라 열 몇 걸음은 더 물러났지. 이 빌어먹을 놈의 전쟁은 이제야 막 시작하기라도 한 것 같은데, 테라시여, 그 손실은 이미 족하고도 넘칠 지경이 아닌가? 우리의 피가, 우리의 병사들이,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날아가고 있단 말이다. 저놈들은 그냥 야만인이야! 전쟁이 시작되고 벌써 2주 안에는 다 끝장이 났어야 정상이란 말이다!!


 나맛지라는 회관을 반쯤 걸어가고 나서야 제자리에 우뚝 섰다. 뒤를 따르던 루시퍼 연대원들 역시 시선은 정면을 향한 채 재빨리 걸음을 멈췄다. 황금 목줄이 급히 당겨오자, 나맛지라의 애완 늑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나맛지라는 천천히 몸을 돌리며, 양 옆으로 모여 있는 지휘관들을 향해 시선을 훑었다.


 “영예롭게도.” 나맛지라가 엄숙히 입을 떼었다. “최근 필두 프라이마크와 대화를 나누는 영광을 가질 수 있었다. 자네들 중에 현재 호루스 전하께서 지금 이 시각 어디에 계시는지, 아는 사람 있나?”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내가 알려주지.” 나맛지라가 말했다. “위대하신 루퍼칼 전하께서는 울라노르라는 이름의 행성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계시다. 황제 폐하의 곁에, 우리의 가장 영광스러운 황제 폐하의 오른편에 서서,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폐하와 함께 그린스킨들과 전쟁을 벌이고 계시단 말이다. 그 짐승 같은 괴물 놈들은 전례가 없을 정도의 물량으로 울라노르에 모여 들었고, 폐하께서는 친히 놈들의 공세와 맞서고 계신다. 상상이 가나? 어쩌면 울라노르는 우리 신생 제국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장으로서 기록될 수도 있단 말이다. 때가 되면, 울라노르 전쟁은 대성전의 향방을 결정지은 그런 승리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거다. 인류가 공허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한, 우리에게 적대하는 외계종 놈들이 꽁무니를 빼고 영원히 도망치게 만든, 그런 순간으로서 말이다.”


 말을 이어 나가기 전, 나맛지라는 약간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시선을 돌리며 그들 모두를 둘러보고 있는 그 눈동자는, 열정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창 때에, 필두 프라이마크께서는 힘들게 시간을 내셔서, 성전을 수행 중인 사령관들에게 연락을 하셨다. 우리의 진척이 어떤 지를 확인하시고, 우리의 노고에 격려를 보내시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내가 그분께 뭐라 말씀을 드렸을까? 대체 뭐라고 말씀을 드렸을 것 같나? 내가 그분께, 그린스킨들에게서 건승을 거두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저희는 현재 인간 이하 수준의 촌뜨기 야만인들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어야 했을까?”


 나맛지라는 자신의 마지막 말이 여운을 남기도록 일부러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올려, 쭉 뻗은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켜 보였다. “저 우주 밖에서는, 인류의 이름으로 불멸의 전투들이 벌어지고 있다. 황제 폐하의 권능 앞에 저 별들조차도 떨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겨우 이따위란 말인가?”


 나맛지라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해, 창문들 앞에 멈추어 섰다. 회관은 궁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몬 로 시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나맛지라의 등 뒤로 장교들과 부인들이 모여 들었다. 그 멀리서도, 도시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모습은 분명하게 눈과 귀에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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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넨 뮤의 정보통에 따르면, 항구 도시 몬 로는 사흘 전부터 이른 아침 내내 으스스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비명이 시작되고 30분만에, 도시를 포위하고 있던 제국군 부대들은 무언가 중대한 문제가 생겼음을 깨닫게 되었다. 휴화산으로부터 피어오르는 증기 구름처럼 새까만 구름이 몬 로 위로 퍼지고, 바람은 거세졌다. 거센 바람에도 불구하고, 상공을 넓게 덮은 구름은 기이하게도 흐르는 속도를 늦추었다. 마치 행성 그 자체가 자전을 역행하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함대에 존재하는 모든 아스트로텔레파시 자원들은 눈이 멀어버리거나, 갑작스러운 트라우마성 쇼크에 시달렸다. 전해진 바로는 강력한 사이킥 힘이 너쓰인들의 최후의 보루, 몬 로에서 발생하였다는 듯하였다.


 그리고 도시는 소름 끼치는 비명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도시 외부에 주둔 중인 평범한 병사들부터, 저 함대에서 부상당한 아스트로패스들의 정신에까지 울려 퍼지는 비명이. 그 비명은 소리인 동시에 사이킥이었으며, 그 음색은 마치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절규와도 같았다.


 부인들과 그 보좌관들이 특히 더 민감하게 불편을 느끼긴 했지만, 비명의 영향은 모두에게 똑같이 미치고 있었다. 복스 링크들은 손상되었으며, 많은 제국군 부대들은 불안과 공황을 호소하였다. 모종의 재난이 도시에 발생했다 추정한 데브 소장은, 이 상황을 기회 삼아 도시에 즉각 공격을 가할 것을 명하였다. 그리고 포위 병력의 상당 부분이 진격을 거부하면서, 데브가 명령한 공세는 좌초되었다.


 또 다른 소문들 역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시의 하수 배출구로부터 수많은 도마뱀과 개구리들이 떼를 지어 쏟아져 나오고, 벗겨진 뱀 허물 조각들이 바람을 타고 제국군의 전선으로 날아 들었다는 것이다. 전진 배치된 관측기들은 커다란 무언가가, 거대한 파충류의 형체들이 도시 성벽 바깥에서 일어난 모래 폭풍 속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궤도상에서 행해진 스캐닝은 해조류 감염으로 추정되는 현상으로 인해, 몬 로 항 안쪽 만이 하룻밤 사이에 분홍색으로 물들었음을 보고하였다. 만을 물들인 분홍 색채는 항구를 벗어나, 외해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현상들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구슬픈 비명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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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루시퍼 블랙 설정이 나왔는데 좀 의외네. 

무슨 최정예 연대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그냥 수가 너무 줄어들어서 의전 역할만 하고 있는 연대였다니.

이것도 나중에 설정이 뒤집히려는지는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약간 가지고 있던 이미지랑 상반되서 의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