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어갔을 때, 그녀는 철 책받침 사이에 놓인 가죽 조각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찌나 몰입하고 있었는지 내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였고, 나는 가장 인간적인 몸짓들 중 하나 - 가벼운 헛기침 -으로 그녀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였다. 나를 알아본 게 분명했지만,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뭘 원하지? 그녀가 손짓했다.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 왔네.'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그대에게 빚을 졌다는 사실도.'
수화를 사용할지 말을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전자는 주제넘게 느껴졌고, 후자는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뭐 때문에? 그리고 왜? 그냥 싸움일 뿐인데.

내가 마지막으로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거의 탈진으로 쓰러지기 직전까지 간 상태였다. 전투 이후 그녀는 충분한 양의 식사와 의약품을 제공받은 것이 분명했고, 갑주는 급하게 수리되었으며, 검에서는 악마의 혈흔이 태워지고 사제들에게 축복받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힘을 소진한 것처럼 보였다.

'대단한 위업이었네,' 내가 말했다, '그런 야수를 무력화시킨다는 건.'

그건 야수가 아니야, 셰딤이지. 너도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똑같이 했을 거면서. 그게 우리를 소울메이트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고.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경멸감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어쩌면 내가 봉사하는 이들에게서 경이 또는 공포를 보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 난폭함과 마주친다는 건, 실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용서해주게, 자매여. 아무래도 내 존재가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군.'

그녀는 내게 돌아섰고, 두 눈은 번뜩였다. 그래, 쉴드-캡틴 나으리, 당신은 여기서 환영받지 못할 거야. 10000년동안 쭉 그래왔고. 옥좌의 이름으로 저주 있기를, 날 마주볼 정도로 뻔뻔하다는 게 신기할 정도군.

그때 그녀의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손짓은 나조차도 간신히 따라갈 정도였다  - 분노가 그녀의 수화를 빠르고 어색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나는 너가 저 밖에서 싸우는 법을 봤어,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생전 그런 건 본 적도 없다니까. 적어도 수백은 죽였겠더군. 그래서 왜 니들은 여깄고, 우리는 저 밖에 있던 거지?

그녀의 손가락은 이제 나를 향해 추궁하는 것처럼 쿡쿡 찔러대고 있었다.

이제서야 전쟁이 테라까지 도달했네. 기분이 아주 상쾌할 지경이야. 어쩌면 니들이 그 망할 게으름뱅이 짓을 그만둘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까, 내 생각에는 그러기에도 이미 늦은 것 같지만.
어쩌면 내가 그녀의 수화 중 일부를 잘못 해석했을지도 모른다. 내 추측에 따르면, 수화에도 내가 해석할 수 없는 몇몇 비속어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그녀의 말이 전하는 의미는 완벽하게 명확했다.

'심히 고생을 했던 것이 분명하군,' 그녀를 적대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며 내가 말했다. '어디서 복무했었나?'

아라이사. 들어는 보셨나? 아니, 당연히 아니겠지. 니들 궁전에 어찌나 오래 처박혀있었는지 시종들이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정문까지 가는 길도 못 찾으실 테니까.

그것에 관해서는 그녀가 틀렸다. 나는 아라이사가 어디 있는지 정롹하게 알고 있었다 - 세그멘툼 솔라 중심부에 위치한 공업 행성으로, 제국의 산업 중심부를 형성하는 수백의 행성들 중 하나다. 행성은 밀리타룸과 다양한 종류의 반-메카니쿠스 등급의 제조품을 생산했고, 성 유트로시스 교단 신자들의 소규모 순례 중심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걸 지적하기에는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상황이 나아졌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거 읽을 때마다 생각나던 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