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그것이 케인이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었다. 침입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 모독자가 자신의 내실까지 다다르는 데에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는지 따위는 그의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대체 어떤 심각한 일이 있기에 외부자가 이 묘지 깊은 곳까지 들어오게 된 것일지도 그는 고려하지 않았다. 오직 그 침입자의 실체만이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적대적인 사고를 차지하고 있는 요소였다. 그리고 그녀의 뻔뻔한 존재도.
침입자.
침입자들은 그가 듣던 음악을 방해하였다. 침입자들은 소음을 만들어내 망치 떨어지는 소리와 공장의 화염 소리가 자아내는 선율을 망쳐놓았다.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추악한 훼방이었다.
자그레우스 케인은 주조 공장의 심장부에서 울려 퍼지는, 철과 불의 음악이 자아내는 화음으로부터 집중을 돌렸다. 그 집중력의 분리는 정신, 육체, 그리고 인지력이라는 세 단계의 과정을 거쳤다. 케인은 가장 먼저 수천 기의 시종들의 관리, 운용 과정을 한꺼번에 감독할 수 있게끔 해주는 누스피어릭 데이터클러스터(noospheric dataclusters)로부터 의식의 집중력을 해제시켰다. 무한에 가까운 정보들이 갑작스레 상실되고, 위대한 작업의 음성-the Voice of the Great Work가 돌연 침묵에 빠지자, 마치 영혼에 구멍이 나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다음 케인은 자신의 육신을 통솔석으로부터 일으킨 뒤, 네 개의 기계 팔들을 이용해 돌출되어 있는 강철 기둥들 사이를 지나갔다. 케인은 몸을 낮춰 자신의 하반신 역할을 하는 전차의 무한궤도 속으로 들어갔다. 접속 장치의 금속 촉수들이 증강 시술을 받은 그의 내장을 향해 구불구불 기어오자, 무한궤도 장치와 접속하고 재접속하면서 느껴지는 압력이 신경이 둔해진 내부장기들을 둔하게 쿡쿡 찔러대었다. 선반에 걸려있던 볼카이트 병기와 그래비톤 병기들이 뱀처럼 기어와 케인의 등과 양 어깨, 그리고 척추와 연결되었다. 모든 병기들은 동력이 들어와 있었다. 병기들은 궤도선이 달린 케인의 흉부 가까이로 접히거나, 굽은 등 뒤로 나란히 정렬되었다.
마침내, 무한궤도 장치가 과선교 위를 따라 바닥을 짓밟아가며 움직였다. 케인은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몸으로 이 방문객들, 침입자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케인은 불순하고도 점잖지 못한 언어로밖에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저 계몽되지 못한 영혼들을 상대해야만 한다는 데에서 오는 지루함과 불가피한 오류에 대비하였다.
공장 사방에서 망치 소리와 울부짖는 듯한 소리, 철컹거리는 소리와 충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감독관 케인은 늘씬한 체형의 망각의 기사 앞에 우뚝 멈춰 서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사는 그녀의 조직 특유의 전신을 덮는 금빛 갑주를 걸치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전통적인 형태의 청동 사슬옷을 입고 있었다. 예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기사의 머리는 전사들의 상투로 틀어 올려져 있었고, 그 역시도 케인이 예상하고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쓰고 있는 창살 달린 재호흡기 마스크 역시 침묵의 자매들에게 관습적으로 주어지는 장비 그대로였다. 기사의 얼굴에는 먹으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이마 위에 붉은 먹으로 새겨진 제국의 아퀼라 문신이었다. 그 문신을 그렇게 대놓고 새기고 있는 모습은, 마치 그녀가 어느 조직에 충성을 바치고 있는 지를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보기라도 할까 과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케인이 흥미를 느낀 것은 기사의 장비 위에 나있는 마모되고 흠집 난 흔적들이었다. 케인의 왼쪽 눈 자리에 달린 감각기 다발이 그녀가 입고 있는 갑주 위로 홀로리튬 광선을 깜빡깜빡 짧게 비추며, 갑옷의 여러 층들에 가해진 낯선 흠집들을 기록하였다. 흥미로웠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망각의 기사는 일련의 수신호들로 인사를 보내었다. 케인은 기사가 자신의 길고도 긴 열두 개의 직함들 모두를 수화 안에 포함하고 있다는 데에 감명을 받았다. 화성의 기계교 외부에 그녀와 같은 정중함을 보일 지식이 있는 이는 몇 되지 않거늘.
자그레우스 케인은 침묵의 자매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목에 달린 성대-발신기로부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발신기는 흑철과 윤기 나는 청동으로 된 틀 위에 인간의 치아를 끼워 만들어진 것이었고, 그 장치는 그의 목 한가운데에서부터 으르렁거리는 듯한 웃음소리를 발성시켜 주었다.
“경의 침입의 필요성을 진술하라.”
망각의 기사는 한 손으로 빠르게 수화를 그렸다.
“나는 내가 “변화”하였다고는 전혀 사고하지 않는다.” 신성한 화성의 제조 장관은 그리 말했다. 케인은 네 개의 손으로 공장의 열기와 재로 검게 변색된 붉은 후드를 고쳐 썼다. “변화(change)라는 단어에는 퇴보의 가능성이 함축되어 있다. 내 개조(alteration)은 발전이다, 망각의 기사여. 신성한 경지로 이어지는 걸음걸음이지. 그럼 이제, 반복컨대, 경의 침입의 필요성을 진술하라.”
침묵의 자매는 한 마디 말 없이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그녀의 신원은 무관계한 정보였지만, 케인은 그것을 보아 넘겨주었다. 하지만 짜증은 여전히 끓어오르고 있었다. 만일 저들이 누스피어릭 데이터 배열에 접속되어 있기만 했더라면 이 대화는 그 속에 담긴 모든 뉘앙스들까지 포함해서 이미 전달이 끝났을 터였지만, 지금도 이 대화는 그저 사교적인 인사말의 시작 부분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
“나는 수백만 부대들과 수백 개 함대의 배치와 전개, 무장 과정을 감독 중이다, 카에리아 경. 더욱이, 패브리케이터 로쿰 트리메지아가 화성의 새 계율들에 따라 나와 교차 결합되어 있을 터이다. 최고위 회담에서 있었던 일과 아드넥토르 프라이무스 멘델의 상실에 대해서도 이미 모두 인지하고 있다. 경의 과시적인 격식은 내 시간을 소모시키고 있다.”
카에리아는 수화로 대답을 했지만, 그 수화들 중 그 어떤 것에도 사과의 의미는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침내, 두 사람은 본제로 들어가게 되었다. 카에리아의 양손이 움직이는 동안, 케인은 강철로 봉인된 입, 진짜 인간의 입을 쌕쌕거리며 윤활유 섞인 냉각액으로 된 타액을 뚝뚝 떨어트렸다. 그의 사이보그화된 폐들이 자동 호흡 과정을 처리하며 잠시 흘러 넘친 것이었다. 그 동작에 헤비 그래비톤 캐논들이 케인의 척추에 연결된 순환 장치 속으로 수납되었다. 그가 사색에 잠겼음을 보여주는 요란한 몸짓이었다.
“이해했다.” 케인이 말했다. “세부 정보를 공급하도록.”
카에리아는 데이터 슬레이트 하나를 내밀었다. 케인은 그의 복부에 달린 여러 개의 다중 관절 부(副, secondary) 서보 암들 중 하나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세 개의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데이터 슬레이트를 망각의 기사의 손아귀로부터 잡아채 간 뒤, 즉시 그것을 주름진 로브 속으로 가져가 갈빗대 사이에 설치된 데이터-입전(入傳)용(data-inload) 소켓에 삽입하였다.
극히 짧은 순간 만에 정보가 흘러 들어와 케인의 안구 뒤편에서 날뛰었다.
그리고 여러 달 만에 처음으로, 제조 장관 자그레우스 케인은 머뭇거렸다. “상당량의 보급 요청이군.” 케인이 말했다. 그 안의 내용을 깨달은 뒤에도 케인은 자신에게 삽입된 데이터 슬레이트를 돌려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보급 요청만으로, 카에리아는 기계교가 지난 2년간 위대한 작업에 공급하였던 것과 동일한 양의 강철 병기들과 전투 인원들을 요청하고 있었다.
카에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으로 질문을 보냈다.
“그렇다.” 그것이 케인의 답변이었다. “탄약은 가장 제공하기 용이한 자원이니 즉시 공급될 것이다. 경이 요청한 노예들과 배틀 서비터들 역시 공장의 노동자들 가운데 수확하여 제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네티카 코호트들의 회수 과정 역시 세그멘툼 솔라의 비위험 성계 전체들로부터 즉각 진행될 것이다. 경이 제안하고 있는 특정 소모를 대체하기 위해 인근 성계들에서 미르미돈의 교인들-Myrmidia cultists*를 불러 모으기 위한 전갈들 역시 분명하게 보내질 것이다. 그러나 경이 요청하고 있는 바에 대해 경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거기에는 엄청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요청은 테라에 존재하는 기계교의 병력을 중대히, 혹은 극심히 격감시킬 것이다. 태양계 전쟁 진행 과정에서 전투들이 벌어질 활성 우주 영역들(active spheres)**에 개입 가능한 본교의 병력 역시 격감할 것이다.”
(*역주: 억실리아 미르미돈. 시즈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테크 프리스트들이 지휘하는 극도로 중무장, 중 사이보그화된 테크 프리스트들로 구성된 기계교의 하위 조직. 한마디로 전쟁만을 위한 중무장 스키타리들이라고 보면 될 듯.)
(**역주: 여기서 나오는 sphere는 한 성계의 우주 공간을 여러 층의 구형 공간으로 나누어 구별하는 단위. 여러 개의 동심원들이 있고, 거기서 생기는 각각의 층들을 하나의 sphere라고 보면 된다.)
카에리아는 이해했다는 의미의 수화를 보냈다. 그녀의 표정은 단호할 뿐이었다.
케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계산에 들어갔다. 계산 중…. 계산 중….
“경이 요청한 신성한 기갑 장비들 역시 지급될 수 있으나, 경이 요청한 만큼의 수량은 공급할 수 없다. 그만한 수의 장비들은 테라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추가로 필요한 물량은 적성 병력으로부터 노획하거나 전리품을 재가공하여 제공될 것이며, 이는 옴니시아의 이름으로 재축성(再祝聖)될 필요를 수반한다. 테린 가문-House Terryn조차도 호루스와 거짓 제조 장관과 교전을 이행하기 위해 그들의 신성한 기갑 장비들을 별들 사이로 파견시켰다.”
카에리아는 수화로 답했다.
“경의 동의는 기록되었다.” 케인이 말했다. “허면 이번엔 내가 질문을 보내겠다. 위대한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미 배치되어 있는 레기오 이그나툼의 병력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카에리아의 답변은 짧고도 단순했다. 케인은 자신의 혈관 속을 흐르는 합성 용액들이 빠르게 따뜻해지며 그를 안심시키는 것을 느꼈다. 그럼 파이어 와스프-Fire Wasps*는 여전히 기능하고 있는 거로군. 잘됐군. 잘됐어.
(*역주: 레기오 이그나툼의 별칭.)
“좋다. 그렇다면 인정하도록 하지. 현재 테라에 잔존해 있는 레기오 티타니쿠스 소속 부대는 전무하다. 기사 가문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모두가 테라 외부에 배치되어 그곳에 주둔 중에 있다.”
카에리아는 망설이더니, 이해했다는 수화를 보내었다.
“허면 이제.” 케인이 말했다. “경의 보급 요청의 마지막 문제에 대해 말하도록 하지. 이것은 그 정도로 중대한 요청 사항이다.”
카에리아 자매의 양손이 우아하게 움직이며 의문을 표했다.
케인은 자신이 내놓을 대답을 숙고하였다. 그는 카에리아의 눈동자 속에 엿보이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한 자신감이 맘에 들지가 않았다. 어쩌면 제국의 최고위층이 모인 자리에서 화성의 재정복에 대한 안건을 꺼내라고 트리메지아에게 지시했던 것은 전술적 실수였을 지도 몰랐다. 제조 장관은 후드의 그늘 속으로 얼굴을 감춘 뒤, 사고하고, 고심하고, 사고 데이터를 처리했다.
이 요청을 이행할 수는 있었다. 물론 그것은 가능한 일이었다. 그 완고한 멍청이, 멘델이 죽은 지금, 훌륭한 가능성들이 갑작스럽지만 새로이 발생하고 있었다.
케인은 소켓을 돌려 넣으며 자신의 상체를 돌려,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만 같은 생산 라인들을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생산 라인들은 지옥을 연상케 하는 공장의 호박색 화광(火光) 속에 잠겨 있었다. 보급 요청이 완수되는 것을 감독하기 위해서는 전능의 요람(omni-cradle) 속에 다시 몸을 뉘여야 하리라. 그리고 이 요청 목록의 마지막 요소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신뢰하는 친족의 천재적인 재능 역시 필요하게 될 터였다.
누군가는 제련 과정을 거쳐야 하리라. 만일 케인이 이 요청을 수리하는 데에 동의한다면, 누군가는 거의 재탄생에 가까운 수준의, 근본적이고도 절대적인 단계의 제련을 받아야만 하리라.
‘만일’ 동의한다면.
그 짧은 한 단어에는, 실로 엄청난 무게가 담겨 있었다.
상체를 회전시켜 도로 망각의 기사와 마주선 케인은 그 전사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한 쪽 남아 있는 인간의 눈동자는 즐거워하는 기색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외견상으로 보기에, 고작 5년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남아 있었던 인간적 외모의 흔적들 중 지금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그의 그 눈동자뿐이었다.
“거절한다.”
카에리아는 자신의 놀라움을 전혀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또 한 차례의 질문을 수화로 보냈다.
케인은 지직거리는 코드 하나를 내뱉었다. “기계교의 실행 능력 여부는 경이 질문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망각의 기사. 경이 질문하여야 할 것은 본교의 의지이지. 내게 경의 보급 요청의 마지막 사항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가? 그렇다. 내게 그것을 수행할 의사가 있는가? 아니다.”
이제 카에리아는 이전에 비해 조금 더 신중해져 있었다. 그녀는 양손으로 보다 천천히 수화를 그렸고, 눈으로는 그늘에 가리워진 케인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케인의 척추에 접속되어 있는 병기들이 점점 상승하는 케인의 자신감에 연동하며 작동을 멈추었다. “허면, 내 기꺼이 경을 계몽시켜 주도록 하지, 자매여. 화성의 사제단은 웹웨이의 재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옴니시아께서는 신성한 적색 사제복을 입은 우리 교인들과 함께 그 재건에 필요한 세부 정보들 다수를 공유하셨지. 그분께서 그곳의 터널들에서 그분의 작업을 돕기 위해 데려간 교인들과 함께 말이다. 허나 지금 이 순간, 옴니시아께서는 침묵하셨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옴니시아께서는 침묵을 유지하셨고, 그만큼 많은 정보들이 공유되지 않았지. 너희는 화성 기계교의 역량 중 상당량을 요청하였고, 본교는 그에 응답하였다. 우리는 공급하였고, 보급하였다. 우리는 웹웨이 내부로 본교의 철과 노동을 공급하였다. 이제는 그에 대한 응답이 돌아와야 할 때다.”
카에리아의 경계심이 확고하게 나타났다. 수화로 그려진 그녀의 답변은 길었고, 그녀의 시선에는 비난이 담겨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전달받았지.” 케인이 대꾸하였다. “우리 사제단의 그 누구도 옴니시아의 위대한 작업이 우리 종족의 구원이 되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이 대업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계몽에 대한 나의 욕구를 분명히 전하였을 뿐이다.”
카에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긴 침묵 뒤에야 카에리아는 퉁명스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케인은 자신이 진실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감지하며, 자신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경의 보급 요청은 만인대와 침묵의 자매단으로부터 발주된 것이지, 인류의 주인께서 하신 것이 아니다. 하물며는 옴니시아의 음성을 대변하는 인장관으로부터 발주된 것도 아니지. 너희가 치르고 있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이 마지막 사항에 대한 승인을 원하거든, 내가 그것을 인가해주겠다. 오직, 단 하나의 대답만을 대가로서 제공한다면.”
망각의 기사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가무잡잡한 얼굴 위로 드러난 모든 감정들은, 마치 사암을 깎아 만든 조각상과도 같았다.
케인은 몸을 아래로 기울였다. 그가 몸을 돌리자 그의 하반신에 달린 차량의 궤도가 미세하게 움직이며 우르릉거렸다. “웹웨이는 가치를 따질 수 없이 귀중한 자원이다. 전략적으로도. 그리고 보급적으로도. 옴니시아 그 자신께서도 그 통로들이 화성으로의 귀환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말씀하시었고, 이는 내 전임자의 기록 보관소에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혹 이 귀로가, 머지않은 미래에 본교에 개방될 가능성은 있는가?” 케인은 자신의 발성에 너무도 인간적인 감정들이 남아 있음을 감지하였지만, 이에 개의치 않았다. 이 한 순간의 약함은 허용 가능한 범주 안에 있었다. 오직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만이 모든 것이었다.
카에리아의 대답은 짧고도 퉁명스러웠다. 알 수 없습니다.
케인이 예상했던 그대로의 대답이었다. 그러나 알 수 없다, 라는 말은 그것이 금지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케인은 이 상황으로부터 긁어 모을 수 있는 희망이라면, 그 모든 가닥들을 다 붙잡을 용의가 있었다. 케인은 카에리아의 안구와 호흡이 보이는 반응들을 후일 숙고하기 위해 모두 기록해 두었다. 적절한 때가 되면, 그는 카에리아의 동공 팽창 정도와 호흡음을 수많은 필터들을 통해 분석하여, 그 속에서 추론할 수 있는 가장 미세한 결정 요인들까지 찾아낼 예정이었다.
“화성은 반드시 탈환되어야만 한다.” 케인은 마치 최면이라도 걸 듯이 느릿하고도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 이외의 대안은 용납할 수 없다.”
카에리아는 케인을 그저 올려다보는 것 외에는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케인은 뱃속의 클러치가 너무도 익숙한 좌절감으로 인해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인장관은 이미 성지 화성의 완전 탈환 제안에 대해 몇 번이고 거절을 한 전적이 있었다. 제 7 프라이마크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케인은 더 이상 붉은 행성의 어두운 공장들 사이에서 켈보르-할-Kelbor-Hal의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던 로쿰이 아니었다. 그는 정당한 제조 장관이자, 인류 제 2의 수도, 화성의 적법한 지배자였다. 그리고 케인의 영향력과 권력은 가히 인장관과 프라이마크에 비할 수 있는 수준에 있었다.
이제, 자신의 위치에 걸맞는 존경과 주목을 받을 때였다.
“단 한 가지 조건만 충족된다면, 기계교는 경들의 전쟁에 대한 보급을 수행할 것이다. 옴니시아께서는 언젠가, 외계인들의 웹웨이 내부에 신성한 화성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었다. 아드넥토르 프라이무스 멘델은 그 통로를 아레스의 통로-Aresian Path라 명명하였었지.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던지, 그 어떤 수고를 필요로 하던지 상관없다. 아레스의 통로를 증원하여 그곳을 점거하라. 언젠가 옴니시아의 대업이 완수되면 그곳이 이용될 수 있도록. 수천 개의 다른 통로들이 함락되더라도 상관없다. 화성으로 향하는 그 길만은 반드시 제국의 통제 하에 남아 있어야만 한다.”
케인에게는 놀랍게도, 카에리아는 즉각 짧은 동의의 손짓을 보내었다. 그런 뒤, 카에리아는 그녀 자신의 질문을 수화로 물었다.
“그렇다.” 케인은 등골을 타고 기어 오르듯, 따끔거리며 의심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대꾸하였다. “내가 요청할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지금 당장은.”
카에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감사의 수화를 보내었다.
“쉽게도 약속하는군.” 케인은 지직거리는 코드를 자신의 목소리에 배경음으로 깔며 음성을 내었다.
이번에 돌아온 대꾸는 이전 것에 비해 훨씬 길었다. 카에리아의 양손은 몇 초 동안이나 허공을 휘적였다.
케인은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았다. 카에리아는 수화를 통해 그에게 장담하였고, 그것을 본 케인은 스스로를 달래었다. 이 여자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녀의 동족들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할 수는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은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달성했다. 마침내 기회는 나타났고, 그는 그것을 단단히 붙들었다.
불쌍한 저능아 멘델. 자신이 옴니시아의 곁에 있다고 그리도 자랑스러워 하더니, 살아서 이룬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죽어서야 이루었구나.
“허면 경의 보급 요청 목록에 올라와 있는 마지막 사항 역시도 즉각 시행될 것이다, 침묵의 자매단의 카에리아여. 보다 일반적인 사항들부터, 기계교가 너희를 공급하리라.”
─────────────────────────────────────────────────────────────────────
번역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파트는 아니지만, 나름 어려운 파트기는 했다. 기계교 특유의 갬성을 살리는 것도 그랬고(이건 사실 잘 못살린 거 같애. 애가 너무 정상적으로 말하더라고), 신조어들도 그렇고. 특히 저 data-inload. 인로드를 대체 뭐라고 번역을 해야 하나, 그냥 인로드라고 써버려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데이터를 받아들여서 내부로 전송한다는 의미로 입전이라고 적었다.
그나저나 케인 저거는 이 시국에 마침 잘됐다고 딜을 걸어버리네. 딴애들 다 죽어나갔는데 타이탄만 걱정하는 것도 그렇고. 본인도 화성 되찾고 싶다고 나름 간절하겠지만 이건 카에리아가 빡쳐도 인정이다.
(플라잉 도게자.gif)
p.s. 내가 잘 모르고 잘못된 지식을 퍼트렸다. 이거 번역 잡기 전부터 황제 삼촌이 아빠 죽였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번역을 하다보니, 저 둘이 별개의 사건이라고는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 지적해준 세 분께 먼저 사죄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이상한 뇌피셜 퍼트리지 않게 주의하겠음.
번역하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 화팅.
그럴수도 있지 번역추
이 시리즈 ㄹㅇ 보고 싶었는데 해줌 무조건 ㄱㅅ 이죵 - dc App
추추 주말마다 잘 읽고 있음
그럴수도 있지 번역추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