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Baptism by Fire
"기뻐하라! 나의 형제들이여! 오직 넘쳐흐르는 제노들의 피만이 우리들의 진정한 삶의 목적일지니!"
-데스워치 키퍼 페드론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양은 다시 전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상륙하는 수송선에 몸을 단단히 고정시키기 위하여 양은 손잡이를 힘껏 말아 쥐었다. 그러자 그녀의 두 손목에 채워진 앰버 셀리카가 적들을 향해 울부짖을 준비를 끝마치며 빛을 반사했고, 양이 착용한 플랙 아머는 그녀가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야할 정도로 그녀의 육신을 꽉 조였다.
'항상 여자한테는 좀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니까.'
그렇게 생각한 양은 숨을 쉴 공간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몸을 꿈틀꿈틀 움직여야만 했다.
로스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꾹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라스건을 부여잡은 채로 양의 옆에 서있었다. 서로 간의 시선이 마주치자 로스는 조그맣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충분하다는 듯이 양도 로스를 향하여 마주 웃어 보였다.
게다가 「떠오르는 여명」에 발을 들인 이후부터 처음으로 양은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양의 의식을 점점 잠식해가던 붉은 아지랑이도 사라졌고, 숨을 더 깊게 들이마심과 동시에 기지개를 활짝 필 수 있었다.
양이 속한 연대는 몇 달 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오크들을 깨끗하게 정화하기 위하여 이 행성에 도달했다. 그들이 하달받은 명령은 다음과 같았다.
명령: PDF 기갑부대와 연합하여 방어선을 구축한 다음, 저 빌어먹을 녹색 개자식들에게 한 개 연대 분량의 라스건의 분노를 보여줄 것.
수송선이 대기권을 돌파하자 선체가 덜덜 흔들렸고 발밑의 철제 바닥이 뜨겁게 달구어졌다. 양이 속한 대다수의 소대원들은 그녀의 전투에 대한 열망을 공유하지 않았고, 그들의 창백한 얼굴들은 주변에 내려앉은 공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를 로스도 눈치를 챘는지,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플라스틱 병을 들고 자리에서 이탈했다. 그와 동시에 날카롭게 윙윙거리는 기계음이 수송선 내부에 메아리쳤고, 안의 조명이 일제히 꺼지며 불그스름한 불빛만이 소대원들을 비췄다.
"자! 감마 소대는 모두 주목해라!"
로스는 우렁찬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곧 소대원들의 이목이 로스를 향해 집중되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했던 것처럼만 하면 된다! 알겠나?"
모여있는 소대원들 중 일부가 초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리둥절한 양은 주변을 힐끗힐끗 둘러보았다. 관중을 한번 둘러본 적발의 상등병은 발을 들어올린 다음, 그대로 철제 바닥을 내리쳤다.
쿵-!
"우리들은 오늘 적들과의 전투를 위하여 앞으로 나아가리라!"
그러자 소대원들 중 몇몇 병사들이 로스의 고함에 호응하며 일제히 발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로스는 병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양의 옆에 서있는 병사의 얼굴에 어떤 종류의 염료를 발라주었다.
"황제 폐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우리는 제노들을 한 줌의 먼지가 되도록 갈아버릴 것이니! 우라!"
로스의 외침에 뒤따라서 병사들은 다같이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다.
쿵-!
"우리 워아디언들은 한때 용맹한 전사였다!"
"우라!"
양은 이번에는 씨익 웃어보이며 다른 동료들과 함께 소리쳤다. 동시에 병사들의 군화가 바닥을 쿵쿵 두드려댔다. 로스는 파란 물감을 양의 이마에다 살짝 문질렀고, 그대로 양의 콧날을 따라 하나의 선을 그려넣었다.
"그리고 제국의 무기들로 무장한 우리들이 다시 한번 그 용맹을 재현할 것이다!"
자신의 플랙 아머에 소용돌이치는 문양을 그려넣은 로스는 병사들의 대열을 따라 걸어갔다. 로스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병을 들고있는 마엘이 그녀가 했던 것처럼 따라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단단한 강철과 라스건의 신성한 빛과 함께 적을 향해 달려가리라!"
"우라!" 쿵-!
"엘로디아의 남녀 모두와 함께, 우리들은 맞서 싸울 것이다!"
"우라아!!" 쿵-!
모든 소대원들이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발을 구르며 로스의 외침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부사관 조어비스조차도 병사들과 같이 외쳤다.
"적들을 저주하는 소리가 우리들의 입 안에서 울려퍼지고, 우리들의 심장은 적들에 대한 증오로 불타오를 것이니,
결국 우리들은 승리를 쟁취하리라!"
"우라아아!!" 쿵-!
"우리들은 신념과 열의를 가지고 기꺼이 황제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리라!"
"우라아아아!!" 쿵-!
"환하게 불타오르는 우리들의 영혼으로 단 한명의 생존자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우라아아아아!!" 쿵-!
"죽음! 제노들에게 죽음을!! 제국의 적들에게 죽음을!!!"
주변의 모든 아우성들이 들리지 않을 만큼 우렁찬 포효와 함께 로스는 연설을 끝마쳤다.
"우라아아아아아!!!"
주변의 다른 병사들과 더불어 양도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소리를 질렀다.
'대체 로스가 언제부터 연설을 저렇게 잘했지?'
2분 정도의 기도문이 끝나고 양이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피로와 공포로 얼룩졌던 동료들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그 대신에 격렬한 분노와 강철같은 의지로 가득찬 동료들이 눈에 들어왔다.
'꽤 무서운데? 여기 사람들은 외계인들을 엄청나게 혐오한다니까.'
연설을 끝마친 로스는 양한테 다가와서 병을 건네줬다. 무슨 뜻인지 이해한 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늘한 느낌의 새파란 물감을 양은 두 손가락에 묻히고는 로스가 양에게 그려줬던 문양과 똑같은 것을 로스의 얼굴에다 따라그렸다. 전통적이고 투박한 워 페인트(*2)가 로스의 피부 위에 내려앉았고, 로스의 표정은 가혹하고 잔혹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제트 엔진이 끌어당기는 중력에 저항하며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수송선은 서서히 엘로디아의 표면을 향해 하강했다.
옆에서 문이 열리는 것을 본 양은 활짝 웃었다.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양의 머리카락이 어지러이 얽혔다. 그러나「 떠오르는 여명」 호의 재활용되는 퀴퀴한 공기를 겪고 난 후에, 가볍게 양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듯이 불어오는 바람은 자유롭고 상쾌했다. 선체의 밑부분이 땅 위로 한 야드 정도의 거리에서 멈췄고, 그렇게 수송선은 엘로디아 Ⅸ의 먼지투성이 표면 위로 무사히 착륙했다.
착륙하자마자 부사관 조어비스는 고함을 치며 체인소드를 앞을 향하여 휘두르며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파란 물감이 얼굴에 칠해지고, 라스건을 사격할 준비를 마친 병사들이 안에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전과 마찬가지로, 제국에서 일어나는 전투 규모는 양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제111 연대의 전부가 착륙하고 있었고, 1만여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상륙하며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수백 대의 수송선들이 계속해서 내려앉으며 일어난 먼지바람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연대장 롱기누스 본 르스라펠은 곁에 그의 수행원들을 데리고, 지면 밖으로 노출된 거대한 바위에 자리잡고는 병사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몇번 복스 캐스터를 통해 이야기를 하며 이리저리 손짓했다.
비록 양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연대장이 뭐라고 하는지도 잘 들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곧이어 연대장은 머리 위로 무언가를 들어올리고는 고함을 질렀고, 연대 전체가 그에 호응하며 목이 찢어져라 함성을 내질렀다. 대체 다른 이들이 뭐라고 외치는지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양도 병사들과 함께 함성을 질렀다.
그런 도중에 라인은 자신이 할당받은 복스 캐스터를 가까이 가져가고는 이리저리 조작하기 시작했다.
"지휘부에서 연락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조어비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마이크로-비드(microbead)를 더 귓가에 가까이 가져갔다. 다른 손으로는 주위의 바람과 고함소리를 막으면서 그는 통신에 집중했다. 부사관과 통신병이 지휘부와 연락을 주고받는 동안, 양은 친우의 등을 툭툭 치며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정말 멋진 연설이였어. 그런 열정적인 에너지만 있다면, 우리들은 고함을 지르는 것만으로도 오크 놈들한테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걸."
양의 칭찬에 로스는 작은 목소리로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마엘이 연설문을 적어줬거든. 오래된 워아디어 전투 찬가에다가 내가 몇몇 부분을 추가해놓긴 했지만. 난 내가 다 망쳐버린 줄로만 알았는데 말이야."
"설마 그럴리가 있겠어? 너네 둘다 방금 전에 정말로 잘해줬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전우들의 물감으로 칠한 얼굴들을 바라보며 양은 로스를 격려했다. 지휘부와 연락이 끝났는지 조어비스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좋아! 모두들 잘 들어라! 지금부터 본관을 따라서 해당 위치로 이동한다!"
병사들은 서로 보조를 맞추며 그를 따라 뛰어갔다. 로스는 부사관 바로 뒤에 있었고, 로스 뒤로 양과 나머지 소대원들이 뒤따라 달렸다. 주위의 병사들의 물결과 휘몰아치는 먼지구름으로 인해 시야가 크게 제한되었고, 몇 야드 너머로는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제111연대는 주어진 다양한 명령을 이행하며 해당 위치로 이동하거나 재빨리 무기를 준비해놓기 시작했다. 회색 토양 위로 결의에 찬 수천 개의 군화들이 서두르며 움직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지휘부에서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복스 통신을 다른 소대원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해 라인이 소리쳤다.
"제노들이 우리의 존재를 눈치채고 우리들과 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고 합니다!"
그 말에 양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배반자 마린을 제외하면 카오스 컬티스트들은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였다. 양은 오크들은 어떻게 싸우는지 궁금했다.
플랙 아머로 무장한 가드맨들의 물결과 착륙 지점 주위로 바쁘게 돌아다니는 거대한 전차들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것만 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소대원들은 그들이 맡은 위치, 작은 언덕의 산마루 위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주위 지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양은 힐끗힐끗 주변을 돌아보았다.
수 리그 밖에 위치한 하이브 시티를 제외한다면, 소대를 둘러싸고 있는 지형은 대부분 척박한 볼모지였다. 그들의 군화 아래에 있는 자갈만큼이나 짙은 회색빛을 가진 방대한 크기의 산맥이 볼모지 너머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소대원들이 자리잡은 언덕을 향하여 거대한 먼지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모든 소대원들은 주목하라! 우리에게 하달된 명령은 위치를 고수하며 이 고지를 지키는 것이다! 앞으로 몇 시간 뒤에 오크들이 이쪽으로 몰려올테니까 단단히 준비하는 것을 잊지마라!"
"부사관 님, 오크들이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두 눈으로 보고 있잖아! 이병 양 샤오룽!"
양의 질문에 부사관은 먼지구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낮게 휘파람을 불며 양은 서서히 가까워지는 먼지구름을 바라보았다. 옆을 돌아보자 양은 자신이 속한 소대가 수천의 레인저 전우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제111연대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드맨들의 뒤로 며칠 전부터 도시 바깥으로 행진해 나왔던 PDF, 육중한 기갑차량들로 이루어진 부대가 줄지어서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1마일 떨어진 거리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향하여 강철 포신을 세워놓은 거대한 자주포 차량인 바실리스크가 확연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앞의 리만 러스 전차들도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채로 전투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서서히 잠식해 들어오는 오크들의 군세를 바라볼수록 양은 더욱 더 불안감을 느꼈다. 제111연대를 향해서 몰려오는 그린스킨 야만인들의 숫자는 확실히 놀랄만한 규모였다.
"전원 삽을 꺼내라!"
조어비스가 외쳤다.
"제노들의 발이 걸려 넘어질 수 있도록 구멍을 파라! 참호와 개인호를 파란 말이다! 서둘러라!"
양은 주어진 명령에 따라서 다른 소대원들과 함께 땅을 파헤치는 고된 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은 땀을 뻘뻘 흘렸다. 이 빌어먹을 행성은 더럽게 더웠고, 푸르른 하늘에는 햇볕을 가려줄 구름이 한 점도 없었다.
한 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양은 허리를 펴며 참호 밖을 내다보았다. 오크들이 전보다 더 가까이 보였다. 예상과는 달리 너무 가까웠다.
"이런 젠장할! 적과 조우했다! 적과 조우했다!"
양은 다른 소대원들에게 외쳤다. 그러자 조어비스는 쌍안경을 꺼내들고는 양이 미친 듯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제기랄! 이건 알려줬던 정보하고는 다르잖아! 저놈들한테 기동 차량이 있다! 전원 전투 준비! 마엘, 지금 당장 로켓 런처를 들어라! 카울린 너는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즉시 발포하고! 라인, 즉시 후방의 바실리스크 부대에게 연락해라!"
양은 군용 삽을 집어넣고는 라스건을 손에 들었다.
곧이어 미리 건설해놓은 참호 속으로 황급히 들어간 다른 소대원들도 양이 한 행동대로 따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천의 워아디언들도 그들을 향해 몰려드는, 곧 주저앉을 것처럼 생긴 차량들을 상대하기 위해 참호 속으로 들어가 전투 준비를 마쳤다.
"제 1부터 12까지의 바실리스크 포대에게 알린다! 지금 즉시 화력 지원을 요청한다!"
라인이 복스 캐스터에 대고 외쳤다.
반면에 양은 그녀가 손에 들고있는 라스건의 가늠쇠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 양이 갖고있는 탄환으로는 엠버 셀리카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슬러그탄이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녀가 워아디어로 왔을 때 사라져버렸다.
"포격 좌표는 둘-아홉. 지도 참조 지점 팔콘-6으로부터 4 킬로미터에 위치!"
가드맨들을 향해서 달려오는 차량들은 양이 보아왔던 그 어떤 제국의 기계하고도 같기는커녕 비슷하지도 않았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차량에 가장자리까지 울부짖는 오크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절대 실용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녹이 슬어있는 대못들과 날카로운 금속 조각들이 돌출되어 있었고, 차량은 체크보드 패턴과 새빨간 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수신했다! 현 좌표에 효력사 요청!"
바실리스크 포대의 일제 사격으로 인한 진동으로 땅이 거세게 흔들렸다. 전해져오는 엄청난 충격에 양은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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