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조심스럽게 다른 우주선들 사이로 자신의 우주선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착륙지 자체가 고르지 못하였기에, 우주선이 살짝 기울어졌고 이에 인간은 재빨리 여러 버튼을 켜고 끄며 평행상태를 만들었다.
우주선이 거의 완전한 평행상태가 되자 인간은 작게 좋다고 말하면서 조타실에서 나와 침대에 앉아있는 엘다에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해결하고 올 테니."
"난 안 내려도 되나?"
"구경하고 싶으면 내려도 되긴 하는데."
"됐다."
인간은 엘다의 말에 사실 별로 볼 것도 없긴 하다고 말하며 한쪽에 대충 걸려있는 조끼형 플랙 아머를 입었다.
이어 그는 작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 위에 얇은 조끼를 덧입고 다시 그 위로 점퍼를 덧입었다.
잠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옷매무새를 정돈한 남자는 그 위로 여러 주머니가 달려있는 전술 벨트를 채웠다.
전술 벨트의 끈 길이를 조절한 뒤, 피스톨, 칼, 수류탄, 연막탄 등을 하나씩 일일이 말하며-물론, 그 와중에도 콧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확인한 남자는 마지막 파우치를 닫고 탁 소리가 나도록 가볍게 두들겼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한쪽에 놓인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페도라를 쓰면서 넓은 챙을 엄지와 검지로 짚고 날을 따라 훑었다.
그리고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왼쪽 발을 축으로 빙글 돌아 엘다를 향하며 콧노래를 끝마쳤다.
"어때 보여?"
"멍청해 보인다, 몬-카이."
"아니, 왜? 이게 나름 최신 유행 패션이라고."
"기껏 무기를 차 놓고 그걸 왜 가리나?"
엘다는 긴 다리를 종아리 부근에서 꼬고 앉아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인간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엘다에게 설명했다.
"내가 너한테 설명을 안 했구만! 이게 여기 규칙이야. 무기를 보이게 들고 다니지 말 것."
"왜지?"
"안 그러면, 작은 싸움이라도 났다간 사방에서 펑펑 터져나갈 테니까."
"이해했다."
엘다는 그녀의 어두운 동족들이 모여 사는 도시, 코모라의 모습을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임을 본 인간은 입은 코트의 깃을 양손으로 당기면서 말했다.
"좋아, 다시 물어볼게. 어때 보여?"
"멍청해 보인다고 했다, 몬-카이. 너는 정말로 학습능력이란 게 존재하지 않나?"
단호한 엘다의 말에 인간은 자신의 옷에 닿지 않도록 하면서도 과장된 손짓으로 옷을 쓸었다.
"아니, 왜? 이 복장에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복장이 어떻든 간에, 네가 멍청해 보이는 건 변함 없다."
"거참, 자네는 사람보는 눈이 없구만."
"다른 동족들도 다 똑같이 말했을 거다."
"그럼 당신네 친구들이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거지."
인간의 비꼬는 말에 엘다의 눈이 번뜩였다.
"감히 몬-카이 주제에 우리 동족을 험담한 건가?"
"아니, 뭐,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죠."
엘다의 날 선 말에 인간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어 바짝 엎드린 뒤, 침대 반대편 벽에 있는 문을 열고 몸을 반쯤 뺀 채 뒤돌아 서서 말했다.
"아무튼, 잠깐이면 되니까 그동안 얌전히 있으라고. 정 답답하면... 음... 그래도 좀 참아. 문이라도 열었다가는 온갖 승냥이들이 도둑질하려고 모여들 테니까."
"내가 그런 놈들한테 당할 것 같나?"
"내 우주선은 당하겠지. 아무튼, 좀만 참으라고 이쁜이."
"날 그런식으로..."
엘다는 인간에게 자신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려 했으나, 인간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혼자 남은 엘다는 밀려오는 짜증을 애써 억누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말 지저분하네."
눈에 보이는 것들 중 제자리에 있는 건 원래 벽에 고정되어 있는 것들뿐인 것 같았다.
엘다가 앉아있는 침대 맞은편에 쌓여있는 상자들은 크기도, 모양도 제멋대로인데다 그나마도 삐뚤빼뚤 쌓여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보다 살짝 앞쪽에는 엘다도 본 적 있는 수통 옆에 인간이 걸려 넘어졌던 작은 네모난 철제 상자가 모로 누워있었다.
엘다가 다리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자 자신이 아무렇게나 던졌었던 구겨진 녹색 포장지가 보였고, 엘다는 그걸 발로 옆으로 밀었다.
포장지는 데굴데굴 굴러가 화장실 앞에 모여 있던 다른 포장지들과 부딪혔다.
잠시 화장실 문을 쏘아보던 엘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마도 인간의 옷으로 보이는 것이 하나 걸려있었다.
엘다는 손을 뻗어 그 옷을 집고 살펴보았다.
커다란 후드가 달린, 아래에서부터 입는 커다란 회색 로브였다.
그 외에는 아무런 특색도 없었기에 엘다는 그 옷을 다시 걸어놓고서는 침대에 누웠다.
침대라곤 해도, 딱딱한 철 위에 얇은 모포 하나 깔아둔 것뿐이었기에 그렇게까지 몸이 편하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참아줄만 했다.
벽면과 구석에 말려있는 이불을 멍하니 바라보던 엘다는 손을 뻗어 이불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누워서 볼로는 까끌까끌한 모포를, 손으로는 그와는 대조적으로 부드러운 얇은 이불의 촉감을 느끼던 엘다는 문득 자신이 잠든 동안 인간은 어디서 잤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아마도 운전석이나 그런 곳에서 잤을 거라 혼자서 결론 내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엘다는 인간의 우주선 조타실 생김새가 궁금해졌다.
생각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행동으로 옮긴 엘다는 한 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을 지나 조타실로 들어갔다.
좌우 양쪽에 있는 의자 중 어디에 앉을지 잠시 고민하던 엘다는 왼쪽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엘다는 차분하게 조타실을 둘러봤다.
지금은 불이 꺼져있었지만 운행 중에는 초록색 홀로그램이 나오던 창문을 통해 바깥이 보였으나 짙은 코팅이 되어있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색상의 불이 들어오던 판도 지금은 차갑게 꺼진 채 복잡한 느낌만 전해주고 있었다.
엘다는 세련되지 못한 조종석을 보며 인간들은 어떻게 이런 미개한 장비로 넓고 깊은 우주를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른쪽 좌석 앞에는 H모양의 손잡이가 있었는데 엘다는 곧 그것이 조종간이라는 걸 눈치챘다.
흥미를 느낀 엘다는 오른쪽 좌석으로 옮겨가 두 손으로 조종간을 살펴봤다.
알 수 없는 동물의 갈색 가죽으로 덮인 검은색 조종간은 뒤쪽에 다양한 버튼이 있었고, 가운데에는 붉은색으로 W라고 새겨둔 문양이 있었다.
엘다는 오른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고 검지와 중지로 그 문양부터 오른쪽으로 쓸어가던 엘다는 손잡이의 윗부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조종간을 손으로 쥐었다.
적당한 마찰력과 탄력을 지닌 가죽은 엘다의 손 모양에 맞추어 변형되었고, 엘다는 손에 감기는 그 느낌에 약간의 만족감을 느꼈다.
엘다가 약간의 힘을 줘서 조종간을 밀어봤지만, 엔진이 꺼진 비행선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엘다는 이에 손을 떼고 다시 장갑을 끼었다.
장갑을 끼고 자리에서 일어난 엘다는 다시 침대로 가려다가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엘다는 방과 조타실 사이에 서서 무엇이 자신에게 위화감을 일으킨 건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둘을 천천히 살펴보던 엘다는 바닥을 보고서야 그 원인을 알아챘다.
조타실에는 그 어떤 쓰레기도 없이 깨끗했던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엘다는 두 공간이 보이지 않는 벽으로 구분되어 있는 듯한 이질감을 느꼈다.
잠시 두 공간 사이에 서있던 엘다는 이내 다시 침대로 되돌아왔다.
'몬-카이들의 우주선은 역시나 원시적이군.'
그렇게 결론 내린 엘다는 이젠 터진 자신의 우주선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당장 자기 목에 채워진 폭탄은 인간이 와서 곧 풀어줄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는 우주선이 필요한데 당장 엘다는 타고 나갈 우주선이 없었다.
다른 동족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해도 연락을 할 수단이 없었다.
결국 한동안 엘다는 좋으나 싫으나 이 인간에게 신세를 지는 수밖엔 없어 보였다.
엘다는 인간은 이런 자신의 사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 생각했다.
"좋아. 그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말해볼까?"
인간은 그렇게 말하면서 음식 블록 포장지를 한 손으로 구겨 던졌다.
엘다 역시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집어넣고 포장지를 대충 구겨 던졌다.
"거, 남의 집인데 좀 깨끗하게 씁시다."
엘다는 인간의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인간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엘다에게 멋쩍게 나름 농담해 본 것이었다며 어물쩍 넘어갔다.
"아무튼, 일단은 네 목에 걸린 목걸이부터 풀고 싶은데."
"...나야 나쁠 것 없지만, 그 전에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엘다는 계속 품어온 질문을 했다.
"목적이 뭐지?"
"목적?"
"그래. 왜 날 도왔지?"
엘다의 질문에 인간은 눈알을 한 바퀴 굴렸다.
"음... 그 질문은 좀 미뤄두자고."
"지금 답해라."
"안 돼, 안 돼. 지금은 아니야. 응. 지금은 말하면 얘기가 진행이 안 될 것 같아."
"말하라고 했다, 몬-카이!"
엘다는 말을 돌리는 인간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인간은 완고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대신, 네 목에 걸린 걸 풀어주고 나서 말한다고 약속할게. 알지?"
엘다는 말 대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위협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엘다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한동안 인간을 노려보던 엘다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다시 주저앉았다.
자리에 앉아서도 엘다는 인간을 노려보았으나 그는 겸연쩍게 웃었고, 엘다는 이내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모습에 인간은 난처한 듯 뒤통수를 긁적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널 해치지 않는다고만 말해줄 수 있어."
엘다는 여전히 인간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그의 말을 무시했다.
"...어쩔 수 없지. 기분이 풀리면 말해줘."
인간은 그렇게 말하며 조타실로 건너갔다.
하지만 곧 인간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여전히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엘다를 지나쳐 침대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인간은 다시 문을 열고 나오면서 바지춤을 추슬렀다.
옷 정리를 끝낸 인간은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엘다와 눈이 마주치자 애매하게 웃었다.
"그... 갑자기 생리현상이 와서... 알지?"
"꼭 그렇게 한마디씩 더 해야겠나?"
"혼자 지내다 보니 대화가 고파서 그래."
"그렇게 해서 내 호의를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엘다의 말에 인간은 정색하며 입을 다물었다.
엘다는 감정이 가라앉은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인간을 마주 올려다보았다.
무거워진 공기가 우주선을 감돌고, 둘의 눈만이 조명 때문에 어둠이 드리워진 얼굴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조타실에서 빛나는 홀로그램들이 몇 번 깜빡이며 변화하는 동안 둘은 말없이 대치했다.
시간이 흐른 뒤, 차갑게 드리운 침묵을 잘라낸 것은 엘다였다.
"...좋아."
"응?"
엘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인간이 되물었다.
"마음엔 안 들지만, 당장은 네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 몬-카이."
"정말?"
엘다의 말이 끝나자 인간은 환히 웃으며 무릎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엘다는 인간이 잡은 손을 뿌리치면서 인상을 구겼다.
"이 목걸이를 풀 때까지만이다."
"좋아,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해."
"대신, 그 이후에는 확실하게 너의 목적이 뭔지 말해야 한다."
"알겠어. 대신 너도 목걸이 풀어주자마자 도망가진 말라고."
엘다는 대답 대신 입을 다물었으나 인간은 별로 상관치 않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타실로 향했다.
"아, 피곤하면 거기서 자도 돼.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조타실로 들어가기 전 엘다에게 말한 인간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엘다도 인간을 신경쓰지 않고 자리에 누웠으나, 이내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조금 전 인간이 들어갔던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볼일은 잘 봤어?"
엘다가 문을 열고 나오자, 마침 외출을 마치고 반대편에서 들어오던 인간이 말했다.
"당장 이걸 풀어라."
엘다는 인간의 말을 무시하며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
엘다의 행동에 인간은 살짝 난감한 듯 시선을 돌렸다.
"그게... 지금은 안 될 것 같은데..."
"왜지?"
"그... 거기에 같이 줬던 열쇠가 있으면 거기서 가공해서 주겠다는데,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열쇠가 없잖아?"
인간의 말에 엘다는 자신이 집어던졌던 금속 조각을 떠올렸다.
"그렇다고 주우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대신,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야."
인간은 엘다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내가 아는 사람이 그걸 풀 수 있을 거야. 그런 쪽 전문가거든."
"그자는 어디에 있지?"
"여기서 얼마 멀지 않아. 다만, 이번엔 너도 같이 가야만 해."
"알겠다."
인간의 말에 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자 인간이 급하게 그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 잠깐. 그러고 나가려고?"
"뭐가 문제지? 난 가진 무기도 없다."
"그러고 나갔다간 사방팔방 이목을 다 끌게 될걸."
인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오른쪽 귀를 검지로 톡톡 쳤다.
"뭐, 네가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는 취향이 있다면 몰라도, 그런 걸 원하진 않잖아? 그리고 너한테 관심이 쏠리면 너랑 같이 다녀야 하는 나도 곤란해진다고."
"그럼 어쩌라는 거지?"
"어... 아, 저거. 저거 입어."
인간은 우주선 내부를 둘러보다가 손가락으로 엘다의 뒤를 가리켰다.
엘다가 고개를 돌리자 인간은 엘다의 옆을 지나가서 침대 옆의 회색 로브를 집어 들었다.
"자. 이거. 입어봐. 대충 사이즈가 맞아야 할 텐데."
인간은 집은 옷을 엘다에게 건넸고 엘다는 그 옷을 받아 위아래를 뒤집어 머리부터 덮어썼다.
엘다가 회색 로브를 입고 나자 인간은 평가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주위를 돌며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러다 엘다의 뒤에서 로브의 모자를 뒤집어씌웠다.
엘다는 그의 행동에 작은 소리를 내며 다시 모자를 벗으려 했지만 인간은 그녀의 손을 막고는 오히려 더욱 깊이 모자를 당겼다.
"좋아, 완벽해. 이 정도면 그 누구도 네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 할거야."
"젠장, 지금 뭐 하는 거야?"
엘다는 욕을 내뱉으며 자신의 얼굴을 덮은 로브를 뒤로 젖혀버렸다.
"아니, 그걸 왜 벗어?"
인간은 다시 엘다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엘다는 짜증에 찬 얼굴로 그 손을 쳐냈다.
"손대지 마라, 몬-카이."
"아니, 모자는 써야지."
"알아서 할 테니까, 건들지 마라."
엘다는 양손으로 모자를 잡고 자신의 머리를 덮은 뒤 적당히 가다듬었다.
"보일 거 같은데... 좀 더 앞으로 당겨봐."
엘다가 손을 내리자 인간이 걱정스럽게 말했고, 엘다는 짜증 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순순히 그의 말대로 로브를 재조정했다.
"뭐, 그 정도면 되겠지. 가자."
엘다는 나가자고 가볍게 손짓하는 인간을 따라 우주선 밖으로 나갔다.
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밖을 봤을 때와는 다르게, 밖은 꽤나 밝았다.
푸른색 하늘 한쪽에는 밝게 빛나는 해가 떠 있었고 그와 반대편에는 커다란 행성-엘다가 사냥꾼에게 쫓겼던-이 흐릿하게 보였다.
여기는 저 행성의 위성이었나 생각하던 엘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바람 빠지는 소리에 뒤돌아보자 자신이 내렸던 우주선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우주선의 길이가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더 길다고 생각하는 엘다를 인간이 가자는 말과 함께 손바닥으로 가볍게 치면서 지나갔다.
엘다는 여전히 학습능력이 부족한 머저리의 등짝을 발로 차는 것으로 답했고, 인간은 그 충격에 휘청이긴 했지만 버티는 데 성공했다.
왜 맞은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뒤돌아보는 인간에게 턱짓으로 안내를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낸 엘다는 인간을 지나쳐 먼저 걸어갔다.
그렇게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엘다의 앞을 인간이 달려와 가로막았다.
"잠깐, 잠깐. 역시 말해야겠어."
"뭔가, 몬-카이."
"여기서 네가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지."
인간은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첫째,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말 것. 구체적으로는, 방금 전처럼 갑자기 다른 사람 차거나 그러지 말란 소리야. 둘째, 가능하면 입을 열지 말 것. 만약 해야 할 말이 있으면, 나한테만 귓속말로 해. 셋째, 나한테서 떨어지지 말 것. 너한테 흥미를 끄는 게 있어도 우선은 엮이지 마. 넷째, 후드는 절대 벗지 말 것. 네가 엘다라는 사실을 들키면, 그다음부턴 나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제일 중요한데, 내 말 잘 들을 것. 최소한 이 장소만큼은 내가 너보다 더 많이 알고 있으니까. 알겠지?"
"노력하지."
"...그렇게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지만, 좋아. 그 정도로 넘어가자구."
인간은 고개를 약간 기울인 체 한쪽 눈썹을 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엘다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다양한 형태의 우주선들 사이를 지나 조금 걷자 금방 시가지-이곳을 도시라고 할 수 있다면-가 나타났다.
제멋대로 지어진 건축물들은 각각의 형태와 크기만큼이나 제멋대로인 재료들로 구성되어있었다.
엘다의 눈에 들어온 건물만 하더라도, 아마도 진흙과 자갈로 이루어진 벽 바깥으로 그 벽과 천장을 지지하는 나무가 그대로 노출되어있었다.
그런 주제에 달려있는 문은 금속 프레임과 문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천장은 얇은 금속 판넬로 되어있었다.
또, 옆으로 살짝 보이는 면은 정면의 벽과는 달리 붉은색과 회색의 벽돌이 켜켜이 쌓여서 하나의 벽을 이루고 있었다.
엘다는 이 건물이 뭐 하는 곳인가 알아보기 위해 판넬에 붙어있는 플라스틱 조각들을 바라보았으나 그것들은 글씨라기보단 낙서에 가까워 아무런 의미도 읽을 수 없었다.
다른 건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그나마 천막을 덮어 통일된 느낌을 주려고 한 가게-아마도-들이 세련되어 보일 지경이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역시 하나같이 개성을 뿜어내고 있었다.
옷 밖으로 배관들이 연결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만큼이나 많았고, 개중에는 아예 머리 전체를 배관과 마스크로 덮은 자도 있었다.
엘다처럼 몸을 가리지 않은 사람들은 팔다리 중 한쪽 정도는 기계를 달아두는 게 당연한 양 다들 금속으로 이루어진 사지를 내보였다.
또, 그녀처럼 후드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도 꽤 많이 보였고, 심지어 어떤 이는 천으로 얼굴을 칭칭 감고 돌아다녔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한쪽 구석에서는 상인과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물건 가격을 두고 흥정을 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구경만 할 거면 꺼지라고 고함치는 대머리 여자에게 등에 배터리를 단 남자가 살 거라며 맞고함을 질러댔다.
건너편에선 한 남자가 길에 놓여있던 파이프에 걸려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가게에 막 들어가려던 남자와 부딪쳤고, 부딪친 남자는 짜증을 내며 그 자기와 부딪힌 사람을 옆으로 밀어버렸다.
그러자 옆으로 밀린 남자는 흙바닥을 구른 뒤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에 들어가던 남자의 뒷덜미를 잡고 잡아당겼다.
이내 둘은 서로 주먹질을 하며 싸우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구경하기 위해 모이자 가게에서 나온 주인은 어느새 한 손에 바구니를 들고 사람들에게 뭐라뭐라 말하며 돈을 받기 시작했다.
돈을 낸 사람들은 각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외치며 자신이 돈을 건 상대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엘다는 이러한 무질서함에 약간 인상을 쓰면서도, 한편에서는 여기서 느껴지는 생동감에 살짝 부러움을 느꼈다.
이 암시장은 그녀가 떠났던 크래프트월드와는 모든 게 반대였다.
엘다가 거리의 모습에 시선이 뺏겨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늦추려하자, 앞서가던 인간이 흘깃 바라보고는 속도를 늦춰 엘다의 옆으로 섰다.
엘다는 인간의 행동에 고개를 돌려 바라봤고 인간은 말없이 손을 들어 올려 엄지로 자신의 가슴을 두 번 찌르고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인간은 복잡한 길거리를 마치 아무것도 없는 양 자연스럽게 지나다녔고 엘다는 인간의 속도를 따라잡으면서도 다른 것과 부딪히지 않게 약간 긴장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엘다는 지나가던 한 사람의 어깨-정확히는, 그 어깨에 달린 정체불명의 기계-와 부딪혔다.
그러나 상대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갈 길을 걸어갔고, 그걸 본 엘다도 그냥 인간의 뒤를 따라갔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다른 사람들과 부딪힌 엘다였지만, 그들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갔고 엘다도 마찬가지로 행동했다.
다만, 엘다가 한 가지 궁금해진 것은 어떻게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단 한 번도 부딪히지 않았나 하는 점이었다.
특별히 무슨 기술이 있나 면밀하게 살펴보기도 했지만, 엘다가 보기에는 다른 사람이 그를 피해서 가는 것처럼만 보였다.
골목과 골목 사이를 지나고, 또 다른 골목으로 몇 번 들어간 끝에 인간은 어떤 건물 앞에 멈춰 섰다.
나무와 금속이 섞인 문 앞에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인간은 혼자서 고개를 몇 번 주억거리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영감, 있어? 영감!"
인간이 부르자 안쪽에서 누군가 고개를 들었다.
영감이라 불린 것 치고는 아무리 잘 쳐줘 봐야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가 후레쉬를 인간에게 비췄다.
"악! 눈부셔! 꺼!"
"누군가 했더니 우리 로그 인퀴지터셨구만."
인간은 영감이 후레쉬를 끄자 그제야 얼굴을 가렸던 팔을 내렸다.
엘다는 그런 인간의 귓가에 대고 물어봤다.
"몬-카이, 인퀴지터라니?"
"아, 내 문신 때문에. 별명이야."
"하는 짓도 어설프고, 문신도 어설프지만 로그 인퀴지터시지!"
둘의 대화를 들은 것인지 영감이 킬킬대며 웃었다.
"아, 거, 영감탱이 귀는 오질나게 좋구만."
"내가 좋은 게 아니라 네 귓구멍이 막힌 거지."
"시끄럽고, 자물쇠 하나만 따줘. 내 건데 열쇠를 잃어버렸거든."
인간은 그렇게 말하며 엘다의 등을 밀려 했으나 엘다는 곧바로 그의 배에 주먹을 날렸다.
그 공격에 인간은 순간적으로 억 소리를 냈으나 그렇게 큰 충격은 없어 보였다.
"아, 거 뭐만 하면 폭력부터 내지르는구만."
"말을 못 알아먹으니까."
"아가씨가 뭘 아시는구먼! 그 자식은 좀 맞아야지 말을 들어."
"영감, 손님은 얘가 아니라 나거든?"
"어쩌라고?"
인간의 말을 가볍게 넘긴 영감은 읏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감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오자 몸에 달린 도구들이 짤그락 소리를 내었다.
등을 쭉 펴고 선 영감의 몸은 비록 인간과 엘다의 가슴 정도밖에 되지 않는 키였지만 그 얼굴과 마찬가지로 호칭과는 맞지 않게 건장해 보였다.
"자물쇠나 보여줘 봐. 뭔데 그래?"
엘다는 인간을 바라봤고 인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엘다가 후드를 벗자, 영감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귀, 꼭 엘다같구만."
"엘다 맞어."
"잉?"
"진짜 엘다야. 얼마 전에 만났어."
영감은 그 말에 놀라운 표정으로 손을 뻗어 귀를 만지려했다.
"만지지 마라, 몬-카이."
"어이쿠, 실례. 내가 엘다는 처음 봐서 말이지. 근데 그 귀 진짜인가?"
"그럼 가짜 귀도 있나?"
"아니, 아가씨를 의심하는 건 아닌데, 저 자식은 영 믿을 놈이 못 되거든. 날 놀리나 했지. 근데... 뭐, 진짜인 거 같구먼."
"내가 언제 영감을 속였다고 그래?"
"오늘 정산 한 번 해볼까?"
"거기 엘다 목에 걸린 거나 풀어줘."
인간은 영감의 말에 재빨리 화제를 돌렸고, 영감도 깊게 추궁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는지 곧바로 엘다의 목을 살펴봤다.
"아가씨 꽤 키가 크구먼. 저기 좀 앉아봐."
엘다는 순순히 영감이 시키는 대로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았다.
영감은 자리에 앉은 엘다의 후드 목 부분을 잡아당기며 그 목에 걸린 걸 면밀히 살펴봤다.
엘다는 열등한 것이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만지면서 살펴본다는 게 거슬렸지만 성질을 죽이고 기다렸다.
"허 참, 이런 건 또 어디서 구한 거야?"
"영업 비밀이야."
"지랄하네. 또 저기 미친 기계광한테서 샀겠지."
"아니거든."
"그럼 싸이코네 집에서 샀냐? 맞네. 표정 보니 맞구먼."
"아 오늘따라 영감 왜케 말이 많아. 못 풀어?"
"못 풀리가 있나. 일단 너부터 이리 와봐."
"왜?"
"네 몸에 센서 박은 것도 좀 보자."
"꼭 봐야 돼?"
"이거 비슷한 종류만 해도 몇십 종류는 될 거다. 빨랑 벗어."
영감이 재촉하자 인간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대충 바닥에 옷을 벗은 인간에게 영감이 손짓으로 오라 했다.
인간이 다가가자 영감은 인간의 몸에 달린 센서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이 새끼, 진짜 이거 어디서 구한 거야?"
"이왕 사는 거 비싼 걸로 장만했지."
"그럼 나한테도 비싸게 주고 의뢰하는 거지?"
"지인 할인 없어?"
"바가지 안 씌우는 걸 고맙게 여겨라."
그렇게 말한 영감은 처음 앉아있던 자리로 가서 무언가 기계장치를 꺼내왔다.
이어 전선을 인간의 몸에 있는 센서에 연결하고 또 다른 전선을 들고 엘다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좀 불편 할 수도 있어."
"상관없다."
"왜 나한텐 그런 말 안 해? 나도 불편하거든?"
"사내 새끼가 징징대기는."
영감은 억울함을 표출하는 인간에게 한마디 하고는 엘다의 목에 잠긴 장치의 윗부분에 전선 집게를 집었다.
이어서 기계의 전원을 켜자 잠시 후 기계가 일정 간격으로 기계음을 내기 시작했다.
"내 고동에 맞춘 거야?"
"눈치는 빠르다니까. 맞아. 터지면 좆되니까, 이 정도 기계는 써줘야지."
"비싼 거야?"
"네 몸뚱아리에 달린 거 다 팔아도 못 사는 거다."
영감은 인간의 말에 답하면서 엉덩이에 매달려있던 도구 꾸러미를 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얇은 도구 두 개를 떼어내 입에 물고 다시 집어넣은 영감은 구멍에 도구를 하나 밀어 넣었다.
인간의 심장 박동에 맞춰 기계가 내는 소리와 작게 사각거리는 소리가 어두운 가게 안을 가득 채웠다.
잠시 뒤 영감은 비어있는 손으로 입에 물었던 나머지 도구를 집고는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한참을 작업하던 영감의 이마에 작은 땀방울이 올라왔고, 잠시 후 작게 찰칵하는 소리가 났다.
"좋아."
"됐어?"
"아니. 못 풀겠다."
"뭐? 방금 그 소리는 뭔데?"
"농담이야. 풀었어. 근데 네 도움이 필요하다. 일로 와 봐."
영감은 인간을 불러 양손으로 엘다의 목에 걸린 폭탄을 서서히 좌우로 벌리라고 말했다.
"천천히, 천천히, 좋아. 잠깐... 좋아, 다시... 그만... 기다려..."
영감은 지시를 내리면서 목걸이가 벌어짐에 따라 양손을 미세하게 움직였다.
어느 정도 목걸이가 벌려져 엘다의 목에서 떨어지자 영감이 말했다.
"좋아, 아가씨, 고개 천천히 빼 봐."
엘다는 영감이 시키는 대로 열린 부분으로 천천히 목을 빼냈다.
목이 완전히 목걸이에서 벗어나자 영감은 벌어졌던 폭탄을 다시 닫으라 했다.
인간이 폭탄을 다시 닫자 영감은 인간에게서 폭탄을 넘겨받고 인간과 폭탄에 달린 전선들을 떼어냈다.
"다들 고생했어."
"잘했다, 몬-카이."
영감이 말하자 엘다가 나름대로 영감의 노력을 치하했다.
인간은 말없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엘다는 오랜만에 목을 돌리면서 해방감을 만끽했다.
"그건 그렇고, 넌 언제 떠날 거냐?"
"볼일도 다 봤으니 바로 가야지."
기계를 정리하던 영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좋을 거다. 최근에 어떤 소문이 돌거든."
"소문?"
"어, 어떤 미친놈이 사키르한테서 사냥감을 훔쳐 갔데."
"그거 나야."
"그럴 거 같았어."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주고받는 둘의 대화에 엘다는 의문이 들었다.
"몬-카이, 그 사키르라는 자는 어떤 놈이지?"
"아마 이 성계에서 가장 세력이 큰 용병일 거야. 잘못 잡히면 그냥, 끽."
인간은 한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고는 마저 옷을 입기 시작했다.
"괜찮은 건가?"
"안 잡히면 그만이야."
"걱정 말라고 아가씨, 그 녀석 아무튼 명줄은 기니까."
"계산은 어떡할까?"
"됐다, 인마. 평생 못 할 경험 시켜준 걸로 대신할게."
"고마워, 영감!"
"이거나 받어. 재활용은 못 할 거다."
영감은 인간에게 폭탄을 던졌고 인간은 그 폭탄을 받아 비어있는 전술 벨트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잠시 후 옷을 다 입은 인간은 엘다에게 후드를 쓰라고 말했다.
인간과 엘다가 가게 문을 나서려 하자 영감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그럼 가볼게, 몸조심해."
"너나 조심해라. 그러다 제 명에 못 간다."
"영감보다야 빨리 가려구."
"가는 길에 이거나 먹어."
영감은 그렇게 말하면서 갈색 종이로 감싸인 무언가를 내밀었다.
"뭔데?"
"가서 열어봐. 잘 가라. 아가씨도 몸조심하라고."
엘다는 영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문을 열고 나가자 영감도 따라 나와 문 앞에 서서 둘을 마중했다.
인간은 골목을 돌아 영감이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곧바로 엘다에게 말했다.
"최대한 빨리 돌아갈 거야. 잘 따라와."
"왜?"
"설명할 시간 없어."
그렇게 말한 인간은 엘다를 기다리지도 않고 속도를 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엘다도 재빨리 그 뒤를 쫓아 걷기 시작했다.
인간은 말한 대로 올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나아갔다.
엘다는 올 때보다 더 많이 사람들과 부딪혔지만 인간을 쫓아가느라 그런걸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갈 때보다 훨씬 빠르게 우주선으로 되돌아온 인간은 우주선의 문이 열리자 옷도 벗지 않고 조타실로 들어갔다.
뒤늦게 엘다가 따라오자 인간은 그녀의 몸이 다 들어오기도 전에 우주선을 이륙시켰다.
엘다는 휘청이며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고, 인간에게 소리쳤다.
"뭐 하는 짓이냐, 몬-카이!"
"일단 내 옆에 와서 앉아."
엘다는 짜증에 목 긁는 소리를 내면서도 인간이 시키는 대로 인간의 옆 좌석에 앉았다.
그사이 우주선은 순식간에 땅에서 멀어져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곧 사키르가 쫓아올 거야."
"그 사냥꾼이?"
"어. 아마 너한테 걸린 현상금이 꽤 되나 봐."
"그걸 어떻게 알지?"
인간은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영감에게 받았던 물건을 건넸다.
엘다가 그걸 받아 찢어보자 저번에 먹었던 음식 블록과 비슷한 모양의 무언가가 나타났다.
"이게 뭐?"
"그거 말고 포장지 안을 봐."
엘다가 포장지를 다 찢어 살펴보자 안쪽에 무언가 글씨와 함께 이상한 기호-아마도 웃는 것 같은-가 그려져 있었다.
"뭐라고 쓰여있는 거지?"
"보여줘 봐."
엘다가 종이를 내밀자 인간이 곁눈질로 살펴보곤 말했다.
"'다음에 또 보자고, 로그 트레이더.' 하, 시발. 망할 영감탱이."
"이게 왜?"
"영감은 예전부터 나한테 미안한 짓 할 때마다 먹을 걸 줬거든. 시발, 돈 안 받을 때부터 내 이상하다 했지."
"영감이 우릴 팔아넘겼다는 건가?"
"정확히는 팔아넘길 것이다지. 지금 당장은 아닐 테니까."
"이런 개 같은 원시인이...!"
엘다는 인간의 말에 이를 갈았다.
"뭐, 나도 영감 통수 많이 쳤으니까, 쌤쌤이지."
"너는 화나지 않나?"
"화내고 말고 할 게 어딨어. 원래 그러면서 사는 건데. 알지?"
엘다는 그렇게 말하는 인간의 표정을 살펴봤으나 인간은 정말로 화가 나지 않은 것 같았다.
엘다는 자신을 배신한 상대에게 화도 내지 않는 인간의 모습에 기묘함을 느끼며 인간들이 원래 다 이런 건지, 아니면 이 인간이 특이한 건지 생각헀다.
둘이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우주선은 대기권을 벗어나고 있었다.
인간은 스위치 여러 개를 올렸고, 홀로그램 한쪽 구석에 빨간 글씨가 나타났다가 이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좋아, 아가씨. 준비됐어?"
"무슨 준비?"
"날아갈 준비."
그렇게 말한 인간은 워프 엔진을 발동시켰다.
반역자들의 스멜이 넘치는군... 그리고 2차 창작 태그를 달아야 할 것 같네요 - dc App
으아악 실수했다 ㄱㅅㄱㅅ
재미있다 ㅋㅋ 올만에 괜찮은 수작
정말 댕큐합니다
꿀잼
ㄱㅅㄱㅅ
꿀잼 추
당케
이자는 블라갤의 보배인 데수!
개꿀잼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