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스미스 크로수스가 말했다.
“길리먼은 카체라로 올 것이다. 그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부르타크가 말했다.
“그의 도착이 분명하다는 점은 제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닙니다.”
다르후그가 말했다.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크로수스는 부하 캡틴들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둘 다 옳다. 그리 생각했다. 그리고 둘 모두 동료가 옳음을 알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크로수스와 마찬가지로 두 캡틴의 얼굴은 수십 년의 전투로 만신창이였다. 다르후그의 긴 검은 머리칼은 짙은 눈썹 위로 드리웠다. 움푹 들어가고 그림자가 진 눈은 매서운 석탄이었다. 그는 오래 전 희망에 대한 마지막 생각을 버렸다. 그의 안광에 비치는 불길은 지하의 틈에서 서서히, 그러나 영원히 타올랐다.
부르타크의 시선은 더 열정적이고 밝게 타올랐다. 창백한 피부에 붉은 상처가 두드러졌고, 말하지 않더라도 이로 증오를 갈아내기라도 하듯 턱이 경련했다. 비록 명령을 따르고 계획대로 행동해야 할 때 부르타크의 규율 위반을 징계해야 할 일은 없었다고 하나, 다르후그보다 무모하기는 했다. 다르후그가 꾸준한 포병사격이라면, 부르타크는 어뢰였다. 크로수스는 곧 벌어질 전역에서 그들의 상반된 장점을 잘 활용해야 했다.
크로수스의 살은 딱지 앉은 부상과 화상의 흔적으로 인해 회색과 분홍색으로 얼룩졌다. 그는 인간의 철로 빚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부상당하고 불탔다. 그는 자신의 외양이 잔혹하고 추악한 전쟁 그 자체와 같음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순리였다. 그는 진실의 민낯을 지고 있는 것이며, 그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아이언 워리어 세 명은 공업 하이브 시데리우스로 이어지는 도로의 출구에 서 있었다. 도로의 록크리트 노면은 시데리우스의 생산품을 외곽의 도시로 나르는 무수한 수송차량의 무게에 부서지고 패이며 울퉁불퉁했다. 산이 공업 도시 주변을 가까이에서 에워쌌다. 봉우리는 높고 각졌으며 절벽의 표면은 신의 칼날이라도 내리친 듯 매끄러운 화강암이었다. 시데리우스는 인근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채굴하는데 용이하도록 좁은 분지의 가운데에 자리했다.
계곡 깊은 곳의 대기 상태는 안정적이었으나, 산 위의 대기는 사실상 영구적인 폭풍이 몰아쳤다. 시데리우스에는 우주항 시설이 없었다. 공간이 부족할뿐만 아니라 대기 상태가 이착륙하려는 어떤 기체에게도 위협적이었다.
빼곡하게 층층이 쌓인 하이브의 구조물은 얼어붙은 금속의 간헐천을 연상케 했다. 검게 물든 계곡의 공기가 너무 탁해 마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데리우스의 무수한 굴뚝이 뿜은 매연은 공업의 유령이었고, 불타고 파괴된 공장들을 감싼 두꺼운 수의였다.
크로수스는 아이언 워리어가 카체라 행성계를 점령하고 시데리우스 하이브를 바라본 순간 요새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를 바로 인식했다. 이 하이브를 중앙 거점으로 활용한다면, 우세한 적 군세에 맞서더라도 상당한 시간 동안 행성계를 방어할 수도 있었다. 다만 이곳으로 접근하는 상대는 단순히 우세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그리고 행성의 고수는 기본 임무도 아니었다.
페투라보는 크로수스에게 말했다.
너는 그를 저지해야 한다. 가능한 오랫동안 길리먼을 저지하고 최대한의 피해를 입혀라.
다르후그가 말했다.
“호루스가 정말 울트라마린을 막아내고 싶었다면, 지금 우리의 전력보다 훨씬 많은 병력을 필요로 합니다.”
크로수스가 답했다.
“호루스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는 테라를 점령하길 원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길리먼의 진격을 늦추며 피해를 입히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함대에 출혈을 강요하면서 진격 기세를 꺾는다.”
부르타크가 물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말입니까?”
“우리 중 마지막 한 명이 쓰러질 때까지.”
다르후그가 물었다.
“우리가 충분히 시간을 벌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우린 충분하게 만들 것이다.”
다르후그가 내뱉었다.
“그 호루스가 황제에 등극하면 멋진 연설에서 우릴 퍽이나 기억해주겠군요.”
크로수스가 말했다.
“언제 우리가 감사받은 적이나 있었나?”
다르후그가 말했다.
“궁금하군요. 우리가 주인을 바꾸면서 얻은 게 무엇인지 말입니다.”
크로수스가 말했다.
“의미다. 우린 의미를 얻었다.”
크로수스는 무자비한 소모가 따른 진격과 끝없고 잔혹한 공성전이 계속된 대성전의 시기를 생각했다. 아이언 워리어는 영광을 찾지 않았다. 그들은 영광을 기대하지 않았고, 그에 대해 신경 쓰지도 않았다. 크로수스는 전투를 축하하는 그 어떤 군단원도 믿지 않았다. 크로수스가 추구한 것은 대성전의 목적이었다. 그는 자신과 형제들이 겪은 고통의 목적을 갈구했다. 크로수스는 황제를 섬기며 거기에 목적이란 없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대성전은 그저 한 문명을 파괴하고 다른 것으로 바꾸는 파괴에 지나지 않았다는 현실을 가린 허울이었다. 크로수스는 한 거짓말이 다른 거짓말보다 낫다는 점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무의미한 싸움을 겪었다.
안도 철이요, 밖도 철이니.
이것이야말로 그가 인정한 유일한 진리였다. 그리고 결코 자신을 버리지 않은 진리이기도 했다. 이것이야말로 메라타라 클러스터 전역의 가장 암울했던 순간에 그를 지탱하게 해주었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들은 규율 속에서, 전쟁의 진정한 이해에서 있었다. 전쟁은 고통과 죽음, 파괴이며 그게 전부였다. 전쟁의 끝에서 영광스러운 꿈이란 없었다. 전쟁은 이상향을 가져올 수 없었다. 그건 거대한 거짓말이었고, 페투라보는 4군단을 거짓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전쟁은 의미가 아니다. 전쟁은 종말이다. 크로수스는 전쟁이 그 외의 다른 것이라는 환상에 결코 다시 속지는 않을 터였다. 그리고 이 종말이 자신이 정의한 전쟁을 위해서라면, 이 전쟁은 자신의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지금 최후를 맞는다면, 자신이 거짓에 속았다는 점이 유일한 후회로 남으리라.
페투라보는 살아남을 수 없으나, 승리할 수 있는 임무를 부여했다. 따라서 거기에 감사했다.
다르후그가 말했다.
“결국 우리의 목숨은 호루스의 영광을 위한 겁니까.”
크로수스가 말했다.
“아니다. 우리는 호루스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페투라보님을 위해 싸운다. 우리는 진실을 위해 싸우며, 진실은 철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길리먼에게 가르쳐줄 교훈이다.”
그의 장교들은 교훈을 알려주겠다는 음울한 열정속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르타크가 크로수스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고 말했다.
“소서러들이 옵니다.”
크로수스는 시데리우스의 관문쪽으로 몸을 돌렸다. 워드 베어러 다섯이 도시 밖으로 나와 아이언 워리어들에게 다가왔다. 다섯 모두 다크 어포슬이었으며, 갑주 위에 그들의 신념을 나타내는 진홍색 인장을 수 놓은 로브를 둘렀다.
다르후그가 말했다.
“저들의 진리에 질투심이 들 뻔했습니다.”
“난 그렇지 않다.”
부르타크가 지적했다.
“저들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를 우리도 보지 않았습니까?”
크로수스가 답했다.
“그래서? 무엇에 대해 말인가? 신이 존재한다 한들, 그게 우리가 숭배해야 한다는 이유가 되는가? 나는 그럴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철뿐이다, 형제들이여. 철 외에 다른 진리란 없다.”
“안도 철이요, 밖도 철이니.”
다르후그가 읇자 부르타크도 동참했다.
크로수스가 말했다.
“그 외의 다른 것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다가오는 워드 베어러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그러나 저들의 진리가 자기들에게 힘이 된다면, 나름의 쓸모는 있겠지.”
크로수스는 카체라 행성의 전장을 가치있는 도살장으로 바꾸려 했고, 워드 베어러들은 거기에 도움이 될 터였다. 그는 희망이란 환상임을 알고 있으며, 길리먼으로부터 그 환상을 벗겨낼 것이다.
다르후그가 워드 베어러들의 행동에 대해 물었다.
“저들은 뭘 하는 겁니까?”
부르타크가 말했다.
“자기들의 성역을 점검하고 있네. 하이브 깊숙한 곳에 있더군. 전선에서 퍽이나 멀리 떨어져있지.”
크로수스가 말했다.
“어차피 결국은 전선이 저들에게도 닿을 것이다. 저들도 그 점은 우리만큼이나 잘 알고 있지. 이 전투가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끝날지도 말이다 저들에게는 자기들의 역할이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따로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을 뿐이다.”
워드 베어러들이 다가왔다. 그들의 지도자인 하이 채플린 케르 반탁스는 크로수스에게 목례했다. 그의 눈썹은 너무 짙어서 한낮인데도 눈에 그림자가 질 정도였다. 피부에는 문신과 더불어 복잡한 일련의 룬으로 표식을 새겼다. 광대뼈는 높았고 귀족적인 인상이었지만 코가 없었다. 기품이 있으면서도 기괴했다.
“우리는 준비를 끝냈소, 워스미스.”
“가능하겠소?”
“그렇소. 루인스톰은 여전히 카체라 인근에서 강성하고, 물질계에 대한 워프의 영향력도 그렇소. 이 행성계는 이상적인 장소요. 우린 그대가 부탁한 사안을 행할 수 있소.”
“좋소.”
크로수스는 부하 캡틴들에게 몸을 돌렸다.
“우리의 준비는 끝났나?”
다르후그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마지막 궤도 플랫홈을 지정된 위치로 예인했습니다.”
부르타크가 말했다.
“워포지드는 명령을 기다립니다.”
그는 타격 순양함 한 척으로 13군단 함대 전체와 마주할 터였다.
통로 내부에서 일련의 폭음이 메아리치더니 암석이 붕괴하는 길고 우르렁대는 굉음이 이어졌다. 통로의 폐쇄가 시작되었다.
크로수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오게 두어라.”
케르 벤탁스가 말했다.
“참 특이한 역설이오. 4군단이 더 거대한 공성전을 위해 방어 태세를 취해야 하다니 말이오.”
크로수스가 말했다.
“여기에 역설이란 없소. 그대는 우리의 전력이 길리먼에게 어떻게 비칠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군. 이곳의 준비가 함정처럼 보일 수 있을지언정, 이곳에서의 농성전은 겉으로 보기에 그럴 뿐이오. 우리는 카체라의 고수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고, 시데리우스는 성채가 아니오. 이곳은 그저 엔진일 뿐이지. 그리고 길리먼이라는 성채를 공격하는 건 우리요.”
부르타크가 말했다.
“바로 그 점이 길리먼의 허를 찌를 겁니다.”
크로수스가 말했다.
“아니다. 우린 그를 기습할 수 없다. 길리먼은 함정이 있다는 점을 간파하겠지. 그러나 우리는 그 예측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맹렬하게 공격한다.”
존나 의외인게, 무한지성님 자기 군단원들한테 되게 존경받았구나...
아워 애들이 신체에 미친짓하는 아핸보다 호감인거 어쩔
와 뽕찬다. 안도 철이요, 밖도 철이니!
아이언 윗인!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