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함 “울티무스 문디”의 홀로그램 전송판은 단상에서 함교 전방을 향했다. 길리먼은 단상에 서서 다른 함선에 탑승한 지휘관들의 홀로그램 영상과 대화했다.
길리먼이 말했다.
“네비게이터 마에사가 우리에게 새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는 영상 렌즈를 마에사 쪽으로 조정했다. 거기에 맞춰 장비를 조정하는 울트라마린 장교들의 모습은 길리먼에게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전함 ”울티무스 문디“의 함교 내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영사기의 화면이 너무나 강력해 자신 주변의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눈앞의 영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길리먼이 마에사에게 말했다.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을 설명해 주게.”
마에사가 말하기 시작했다. 나비스 노빌리티(워프 항법사들)의 유력한 대가문에 속하는 피테아스 가문의 여식으로, 이미 수세기를 살아왔다. 가느다란 백발은 너무나 고운 나머지 아주 가벼운 움직임에도 부유하며 그녀의 머리를 감쌌다. 금속 외골격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깊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존재감은 강렬했다.
“루인스톰을 지나갈 수 있는 안전한 항로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해당 항로는 카체라 행성계를 바로 통과합니다. 현 상황에서 한 번의 워프 도약으로는 테라까지 닿을 수 없으며, 워프 도약을 시행하면 우리의 항로가 가장 좁아지는 카체라 행성계의 만데빌 포인트(행성의 중력 영항권에서 벗어나 워프 항행을 안정적으로 시행 할 수 있는 기준점)를 거치고 다시 진행해야 합니다.”
길리먼이 말했다.
“그대의 설명대로라면, 카체라는 병목이군.”
“저 역시 그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프라이마크이시여.”
22챕터의 지휘관 이아수스가 발언했다.
“매복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이아수스의 고결한 모습에는 참혹한 지난 몇 년 동안의 전투에서 얻은 상흔이 가득했다.
길리먼이 답했다.
“피할 수 없는 매복이지.”
길리먼의 곁에 있는 유일한 장교인 수석 챕터 마스터 베루스 카스페안이 질문했다. 그의 위치는 길리먼의 오른편에서 몇 미터 떨어진 보조 영상 송수신기였다.
“전하께오서는 지금껏 보아온 적의 철수가 이번에는 없으리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길리먼이 답했다.
“호루스가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네. 이런 병목지대를 방치한다는 건 전략적으로 미친 짓이지. 상대적으로 소수의 병력일지라도 상당한 차이를 만들 수 있네.”
“글로리우스 노바”의 함장 루크레티우스 코르보가 발언했다.
“저 곳에서 아군을 저지하려는 행동은 해당 부대에게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과묵한 그는 박식한 인물이었고, 길리먼은 그의 통찰을 가치 있게 여겼다.
“호루스가 그런 희생을 저지르는데 일말의 주저함이라도 가지리라 보는가? 특히나 다른 군단의 병력까지 동원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말일세.”
코르보는 인정했다.
“아닙니다.”
길리먼의 눈은 마에사가 제출한 항로도에 향했다. 매복의 유혹은 너무나 완벽했다.
길리먼이 발언했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점은 가능성이 아니네. 매복이 있으리란 점은 확실하지. 우리는 이론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행동해야 해. 아군의 행동은 현실에 기반을 두어야 하네.”
코르보가 말했다.
“만약 반란군이 행성계의 만데빌 포인트를 장악하고 있다면, 저들은 아군에 대해 기습의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은 아군 함대가 물질계로 진입할 지점을 미리 예측하여 그에 맞춰 준비할 수 있습니다.”
길리먼이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이점을 제거해야 한다.”
“우리는 저들이 아군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따라서 피아 모두에게 기습이란 있을 수 없지. 전 함선은 만반의 경계태세를 갖추도록. 우리는 카체라 행성계로 진입하는 즉시 바로 전투를 벌일 것이다. 우리는 적이 그 곳에 있음을 알고, 공격해오리란 점도 안다. 그렇다면 우리도 똑같이 대응한다. 워프로 진입하기 전에 함대의 모든 화기를 준비시켜라. 우리가 물질계로 다시 돌아오는 즉시 모든 화력을 투사할 것이다. 이로서 우리도 적을 기습할 수 있다. 호루스는 저 곳에 함대를 투입할 여유가 없고, 설령 가능할지라도 아군보다 월등히 열세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지니고 있다. 아군의 임무는 적의 매복을 무의미하게 만듦이다. 만약 반란군이 만데빌 포인트에 전력을 집중시켰다면, 우린 적장이 그 결정을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길리먼은 각급 지휘관들이 명령을 이해하자 통신을 중단했다. 그는 마에사가 기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잘 해주었네.”
길리먼의 시선은 그 와중에도 항로도에 놓였다.
“자네의 계산이 틀렸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어 유감이군.”
“저는 제 의무를 다할 뿐입니다, 프라이마크이시여.”
함교 한 쪽에서 조금 전의 논의를 지켜보던 프레이토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앞의 길리먼에게 다가왔다. 길리먼은 빽빽하게 밀집된 벡터 값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군의 진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나는 불가피성을 좋아하지 않네. 내 손이 묶이는 기분도 마찬가지고.”
“적의 손 역시 묶여 있습니다.”
“정확하네. 저 곳에서의 모든 것이 불가피하네. 이 전쟁은 자유 의지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무너뜨리려 든다네. 이 전쟁은 우리가 스스로를 운명의 자비에 맡길 수밖에 없다 여기는 모습을 보기 원하네.”
길리먼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휘둘리지 않겠네. 우리는 돌파할 걸세, 티투스. 우리는 적진을 돌파하여 호루스가 얻길 원하는 시간을 빼앗을 것이네. 우리는 그래야만 하네. 테라가 우릴 기다리고 있네.”
타격순양함 “카바스코”에서 이아수스는 함교 바로 뒤편에 자리한 홀로그램 통신실 밖으로 나왔다. 통신실이 다시 봉인되며 함선의 동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게 되었다. “카바스코”는 “울티무스 문디” 와 같은 전함 수준의 함선만큼의 동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2 디스트로이어 중대의 캡틴 하이에락스가 밖에서 챕터 마스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아수스의 굳은 표정에서 자신이 이미 짐작했던 큰 일이 벌어졌음을 알았다.
하이에락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프라이마크께서는 매복을 의심하고 계시는군.”
이아수스가 끄덕였다.
“전하께서는 확신하고 계시네.”
울트라마린 두 명은 걸음을 옮기며 나란히 섰다.
“그 분께서는 어찌하고 계시나?”
“집중하고 계시지.”
“언제나 그러하셨지.”
“그 집중 이면에, 카체라에 분노를 가져오실 것이네.”
“그렇다면 분노하신 게로군.”
“누가 비난할 수 있겠나?”
두 사람의 신뢰는 깊게 이어졌지만, 항상 그러하지는 않았다. 호루스의 배신과 전쟁 이전에 길리먼은 겉돌던 이아수스를 선임 캡틴인 하이에락스를 건너뛰고 22챕터의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이아수스는 테라 출신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결정적인 사안으로, 그는 디스트로이어의 문화를 공유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전투가 벌어지며 길리먼의 선택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서로의 기량을 존중했고, 각자의 차이점이 가져온 중요성을 인식하며 더욱 깊게 느꼈다. 이아수스는 22챕터의 지나친 파괴 충동을 제어했다. 울트라마린 예하의 모든 부대에서 규율은 부족한 사안이 아니었던 만큼, 그는 단순한 규율의 보증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아수스의 지휘 하에 디스트로이어들은 원래의 목적에 맞게 형상을 다듬었다. 그리고 이아수스는 반드시 필요하다면 언제 그들의 고삐를 풀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이아수스는 전략적 사안에 대해 하이에락스와 논의하고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일단 이아수스가 결단을 내리면 하이에락스는 챕터마스터의 결심이 옳다는 절대적 확신을 가졌다. 두 사람의 지도하에 디스트로이어들은 칼날을 갈았다. 그들은 군단의 다른 이들이 어느 정도의 주의를 기울이는 무기였으며, 길리먼은 이후의 결과에 대해 신중히 숙고하지 않고서는 결코 디스트로이어들을 투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는 하나 칼스 전투 이후 점차 디스트로이어의 투입이 늘어났다. 그들은 프라이마크의 분노가 실체화된 존재였으며, 그로 인해 길리먼은 복수자였다. 비록 길리먼이 무엇보다도 치밀한 전략가이자, 신과 악마의 광기로 인해 기울어진 은하계 속의 이성주의자라고는 하나, 그 역시 내면의 분노를 가지고 있었고, 어떻게 쓰는지 알고 있었다.
하이에락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전하께서는 우리를 전투에 투입하길 원하시겠군.”
그는 한 손을 이마와 정수리에 대었다. 짙은 흉터의 흔적은 치명상이었음을 나타냈다. 하이에락스는 지난 수 년 동안의 전투에서 입은 상흔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아수스가 답했다.
“나도 그러시리라 생각하네. 중대의 전투 준비를 갖추게.”
하이에락스는 어떠한 준비를 갖춰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디스트로이어들이 적함에 직접 침투할지, 혹은 행성에 직접 강하할지의 여부를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디스트로이어의 잔혹하고 추악한 말살이 지닌 힘은 조만간 소환될 터였다.
하이에락스는 거기에 흡족했다. 이아수스가 잔혹함의 방향을 인도하면 자신은 그것을 적에게 안겨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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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디스트로이어 부대는 대량 살상무기를 전담해 운용하는 특수 병과라서 데스 가드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군단에서는 영 께름칙하게 여기고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투입하지 않았음. 그로 인해서 같은 군단이라도 다른 부대와 겉돌다보니 디스트로이어들 역시 자기들 나름의 전통이나 문화가 생김.
“호루스가 그런 희생을 저지르는데 일말의 주저함이라도 가지리라 보는가? 특히나 다른 군단의 병력까지 동원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말일세.” 갱새끼가 또
칼스 이후부터 복수하는 아들이란 명칭이 붙은건가?
ㄴㄴ. 공성전끝나고 그레이트 스코어링부터
그리고 거의 전 부대가 디스트로이어 스쿼드나 다름없던 데가.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