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력이 시험받는 것을 느낀 카리프는 카바노프 대령의 키메라에서 하차하여 대열의 후미에 위치한 패스커터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5중대와 함께한지 이제 겨우 며칠 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는 낯선 얼굴들을 마주하게 되리라 지레짐작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차량 몇 대에 옮겨 탈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든 중대원의 숫자 때문인지 함께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바로 맞은편에는 코리스에서 서쪽으로 향할 때 함께했던 2소대의 시도어 바스크 중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직 저희와 함께하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정치장교.” 노련한 중사가 말했다.
“그렇네.” 카리프가 말했다. “공격작전 중에 손실이 심했나?”
바스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분대에서는 겨우 두 명 밖에 잃지 않았습니다. 녀석들이 그리울 겁니다만, 그래도 상황에 비해선 많이 양호했습니다.” 중사는 다음에 꺼낼 말을 조심스럽게 선택했다. “정치장교... 일전에 제가 결례를 저질렀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정치장교 익시우스의 얘기를 꺼냈던 것은 정치장교를 깔보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카리프가 손을 치켜들었다. “나 또한 전임 정치장교께 결례를 저지르고자 한 것이 아니네. 그저 비교 당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중사. 나는 나만의 장점과 물론, 의심할 바 없이 결함도 가지고 있네. 그것만으로 내가 평가받길 원했을 뿐이지. 그러니 이제 그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내지 말도록 하게.”
“말씀대로.” 이번엔 바스크가 주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정치장교. 사진-판은 어떠셨습니까?”
처음에 카리프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5중대와 함께한지 고작 6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에 있었던 많은 일들이 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마치 몇 주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러다 레이브모트 광장을 수색하던 도중에 병사들이 발견했던 포르노 사진-판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병사들 사이의 분쟁을 막기 위해 그가 압수한 물건이었다.
“당연히 전부 파기했네, 중사.” 그가 말했다. “제국의 신조를 받드는 이들은 결코 그런 저질 물품에 눈길을 줘서는 안 되네. 그런 물건을 가지는 자는 불경함을 씻기 위해 마땅히 스스로를 채찍질해야해.”
“보스트로야에도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만, 아마 의미는 조금 다를 겁니다.” 중사가 웃음을 터뜨리자 그의 전염성 강한 너털웃음이 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병사들 사이로도 퍼져나갔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카리프는 깨진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사진-판의 내용물을 확인했었다. 그런 노골적이고 어설픈 가공 사진을 보고 즐기는 자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충격이었다. 벌써부터 주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너희 보스트로얀들이 그런 살집 있는 건장한 여인들에 침을 흘리는 이유는 아마 폐하께서만 알고 계시겠지. 그는 생각했다. 뭐, 보스트로야는 꽤 추운 곳이라고들 하니까. 어쩌면 그런 여인들 품이 좀 더 따뜻할지도 모르겠군. 일도 잘하게 생겼으니 그쪽으로도 꽤 평가받는지도 모르겠어.
마땅히 스스로를 채찍질해야해. = X을 X나게 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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