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수스에게는 울트라마린 함대와 직접 맞설 만큼의 함선이나 병력이 없었다. 길리먼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입힌다는 목표를 반드시 완수하려면 행성계 전체를 무기로 바꾸어야 했다.


크로수스는 다르후그와 부르타크가 만데빌 포인트 근처에 자리한 각자의 위치로 향하며 행성을 떠날 때 무선으로 교신했다.


그들이 우리를 공성함이 아닌, 우리가 그들을 공성하는 것이다.”


다르후그가 물었다.


그렇다면 워스미스께서는 울트라마린들이 그 차이를 이해하리라 보십니까?”


부르타크가 말했다.


그들이 이해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자네 입장에서야 그리 말하긴 쉽겠지.”


그러했다. 크로수스의 세 가지 전술 요소 중에서 부르타크가 맡은 역할이 가장 공세적이었다. 그는 공격 받는다고 느낄 입장이 아니었다.


크로수스가 강조했다.


그래. 저들이 이해하더라도 상관없다. 허나 저들은 자기들이 공격한다고 여길 것이다. 그 실책을 활용해야 한다.”


다르후그가 말했다.


그 점은 분명히 하겠습니다, 워스미스.”


크로수스가 답했다.


밖도 철이요, 안도 철이니.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공격이 갖출 형상이다. 그리고 우리는 울트라마린의 내장을 뽑아낸다.”


크로수스는 시데리우스 하이브의 통신탑의 모든 기능을 하이브 기반에 가까운 자신의 지휘소 통신을 중계하는데 사용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통신탑 자체는 곧 닥쳐올 전투에서 너무 먼 곳에 있었다. 크로수스는 최전선에 위치해야 했다. 그가 지휘소로 삼은 곳은 그저 통신 장비와 카체라 행성계의 지도를 놓을 정도의 공간만 있는 방 한 칸이었다. 그에게 더 이상은 필요 없었다. 이 전쟁과 계획 수립의 복잡성은 지난 일이었다. 다르후그와 부르타크는 각자의 명령을 받았다. 크로수스는 둘의 판단력과 전황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믿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시데리우스 하이브에서 마찬가지로 행동할 것이다.


크로수스는 지휘소 밖으로 나와 언더하이브로 이어지는 중력 승강기에 탑승했다. 그는 도시의 산업이 일으키는 끝없는 소음을 뚫고 내려갓다. 아이언 워리어가 카체라를 정복했으나 시데리우스의 거대한 산업 기계들은 여전히 가동 중이었으며, 이제 모든 것들은 4군단의 필요에 맞춰졌다. 방대한 참호선이 구축되었으며, 갱도는 심연에 가까울 만큼 깊이 파이고, 저장고에는 녹아내린 광석이 가득 찼다. 시데리우스의 수백만 시민들은 단 하나의 목적으로 통치되었다. 그들은 살고 싶었기에 워스미스의 의지를 충족하기 위한 노예가 되었다.


중력 승강기가 웬만한 거주 구역만한 초대형 굴착기들이 무시무시한 삽날로 땅을 파 수백 미터 아래로 이어질 땅굴을 뚫은 곳에서 멈췄다.


크로수스는 굴착 현장을 지나 땅굴로 들어섰다. 바위를 뚫어 만들어진 통로는 금속판들로 보강되었다.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자 마침내 워드 베어러의 사원으로 이어졌다.


내부 공간의 원래 목적을 짐작할 만한 모든 것들은 사라졌다. 워드 베어러들은 깔끔히 정리했다. 벽들은 수정되어 내부의 각도와 공간은 완벽하게 팔각별의 모양으로 다듬어졌다. 카오스의 별이 바닥에 새겨졌고, 별의 각 돌출부에는 피로 룬을 그렸다. 상장의 모양에 크로수스의 눈이 아팠고, 시야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케르 벤타스는 별의 중앙에서 자신의 조수들에게 둘러싸였다.


하이 채플린이 말했다.


이 행성은 가치 있는 곳이오. 암석에는 수많은 피가 스며들었소. 광산에서의 첫 채굴 작업동안 수많은 이들이 죽었더군. 힘의 선이 이곳을 지나고 있소. 카오스의 선 말이오.”


그는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체라는 우리를 위해 싸울 것이오. 이곳의 역사 기록을 살펴보았소?”


난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었소.”


물론 그랬을 것이오. 허나 내 입장에서는 꽤나 유익했을 것이오. 이곳에 뿌려진 피를 느낄 수 있소. 이곳의 시민들은 알지 못하겠지만, 이 행성은 신들에게 충성할 의무가 있지. 이 행성계에서 워프가 강렬함은 우연이 아니오. 카체라의 충성으로 우리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수행 할 수 있을 것이오. 운명의 손이 이곳에서 역하고 있소.”


크로수스가 말했다.


나는 여기서 운명보다 더 가열차게 임무에 집중했소.”


케르 벤타스가 미소지었다.


그대는 이곳의 도구이니, 카오스의 의지가 그대를 통해 발현될 것이오.”


크로수스는 딱히 태도를 드러내지 않고 신음을 내뱉었다.


케르 벤타스가 물었다.


여기에 온 이유는 이제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기 위함이오?”


우린 울트라마린이 언제 도착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


하이 채플린이 말했다.


허나 그들은 가까워지고 있소. 그렇지. 우린 느낄 수 있소. 이마테리움을 통과하는 그들의 여정을.”


크로수스가 말했다.


조만간 시작할 것이오. 우리의 환영 준비를 갖춰야겠지.”


그렇다면 그리 하십시다.”


케르 벤타스가 자신의 형제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워드 베어러들은 그의 주변에서 카오스의 별 꼭지점에서 각자의 자리를 잡았다. 그 중 한 명이 잠시 밖으로 나갔다가 암포라(고대 그리스 로마식 항아리)를 가져왔다. 내부에는 진한 선혈이 가득했다. 워드 베어러는 피를 뿌려 별의 각 팔을 이었고, 다른 다크 어포슬들의 갑주에도 발랐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하이 채플린의 주문에 합류했다.


크로수스는 뒤로 물러섰다. 공기가 차갑게 변했고, 술법을 시작하자 자신의 숨이 안개처럼 변했다. 팔각별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주변의 목소리가 그의 귀 주변에서 맴돌았다. 다크 어포슬들이 시행하는 주문은 단순한 혀의 놀림이 아니었다. 불가능한 단어를 빚어내고 있었다.


크로수스는 몸을 돌려 터널 밖으로 나갔다. 자신의 부하들이 말했던 이야기는 사실이었다. 그는 워드 베어러들이 본 완전한 진실을 공유하기 위해 직접 눈으로 볼 필요가 없었고, 그것의 완전한 효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그는 고대의 힘이 사원에 모여서 카체라로부터 진공으로 뻗어나가며 울트라마로부터 다가오는 적을 공격하려 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길리먼은 함교로 향하기 전에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었다. 알갱이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잠시 응시했다. 떨어지는 알갱이들을 울트라마린이 카체라 행성계에 닿기까지의 시간인 마냥 여기며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았다. 모래시계는 그가 테라에 닿기까지의 시간을 나타내고 있었다. 알갱이들은 너무 적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행성계를 신속히 돌파해야 했다.


함교에서는 워프 이탈 준비가 한창이었다. 길리먼은 지휘석에 자리했다. 워프의 광기를 막아내기 위해 울티무스 문디의 창문마다 방폭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마에사는 항법실에서 영양액의 침대에 누운 채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통신으로 알렸다. 함교에서 준비 중인 화기 장교들의 움직임이 길리먼의 관심을 끌었다.


한 명이 말했다.


노바 캐논 사격 준비 완료.”


다른 한 명이 말했다.


현측 포대 사격 준비 완료.”


함대의 다른 함선들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모든 함선들은 발포하기 전까지 보지 못할 표적에 대해 사격할 준비를 갖추었다.


고로드가 의견을 제시했다.


광역으로 일제사격을 한다면 제대로 조준할 수도 없습니다.” 그와 프레이이토는 상석의 곁에 섰다.


길리먼이 답했다.


조준할 필요는 없네. 적과 교전하는 즉시 사치스러울 정도의 정확성을 확보할 테니까. 이 준비를 우리의 한 박자 빠른 역습이라 생각하게. 우리는 언제 어디서 적이 공격할지 알고 있으니, 먼저 손을 쓰겠네.”


서비터가 워프 이탈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길리먼은 침묵 속에서 함대가 워프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필요한 명령은 이미 하달해 두었다. 모든 함장들은 각자의 의무를 알고 있으며, 모든 함선은 전쟁으로 돌진했다. 길리먼은 사격하기 위해 새로운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의지를 정했고, 군단은 그대로 수행하리라.


물질계로 진입.”


서비터 하나가 자신의 전갈에 내재된 대파괴를 알리기에는 너무나 둔감하고 단조롭게 말했다.


울티무스 문디는 크게 세 번 진동했다. 첫 일격은 물질계로 진입하는 충격이었고, 두 번째 진동은 노바 캐논의 깊은 진동과 더불어 모든 함포가 거대한 파괴의 화음을 이루며 발생했다.


전함의 세 번째 진동은 방폭 셔터가 걷히고 카체라 행성계의 전경을 드러내는 동시에 함대에 닥쳐오는 대재앙을 드러내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