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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위대한 제국의 초인 전사들. 그들을 무릎꿇려, 굴복시키는 과정은, 언제봐도 도착적인 즐거움을 이브레인에게 주곤 했다. 아흐리만, 싸우전드 썬의 추방자. 형제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가엾고 어리석은 초인. 그가 이브레인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광경은 엘다를 한없이 즐겁게했다.
"무릎을 꿇었다, 엘다...이제 약속한 바를 행하라."
"아아? 무슨 말이실까?"
아흐리만의 주먹이 한순간 소리를 내며 쥐어졌지만, 이브레인은 그저 잔인하게 웃으며 그를 올려다 볼 뿐이다. 설령 이브레인이 알몸이고, 아흐리만의 손에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쥐어져있다 한들, 이 자리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절대적으로 전자다. 오로지 이브레인만이, 싸우전드 썬의 저주받은 먼지 병사들에게 몸을 돌려줄 수 있으니까.
그녀의 예상대로, 아흐리만은 이내 주먹을 풀곤 고개를 숙여보였다.
"부탁드리나이다, 나의 형제들에게 육체를 돌려주시오."
"얼마나 원하는지 말해라, 먼-케이."
"나의 모든 것과 바꿔서라도, 형제들에게 내 실수를 만회하고 싶소이다."
어머나, 이게 카오스에 몸을 던진 천박한 마법사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이브레인은 부지불식간에 감탄하고 말았다.
그러나, 감탄한다고 딱히 봐줄 생각도 없었다. 이브레인은 요염하게 웃었다.
"그럼, 핥아봐."
"뭐...라 하셨소?"
당황한 마법사를 놔두고, 이브레인은 천천히 걸어가 침대에 걸터앉으며 치마를 살짝 들어올렸다. 흑요석 빛깔의 레깅스에 쌓인 미끈한 발을 내민다. 새햐얀 맨발.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이 가느다란 세공품같은 발가락들이, 도발하듯 까닥거린다.
"핥아라, 먼-케이. 너의 형제들을 위해."
아흐리만은 아주 잠깐 멈칫하지만, 먼지로 바뀐 형제들에 비하면 자존심 따위는 고려할 처지가 아니었다. 아흐리만은 천천히 투구를 벗고, 젠취의 마법에 오염된 얼굴을 드러냈다. 온갖 종류의 불경한 주문이 푸른색, 붉은색, 보라색, 그리고 형언하기 어려운 색으로 빛나는 문신 가득한 그 얼굴은, 대리석처럼 굳어있었음에도 미묘히 흐르는 굴욕감을 숨기지 못했다.
"알겠나이다, 이브레인. 나의 형제들을 위해."
그가 걸어오려하자, 이브레인은 부채를 펼쳐들어 저지한다. 입가에 잔인하게 걸린 웃음을 가리며, 명령했다.
"먼-케이라면 내 앞에서 두발로 걷는 것을 허락하겠지만, 너는 그 중에서도 배신자 아니더냐? 배신자는 짐승이나 다를 바 없지. 기어오거라. 젠취의 짐승아."
아흐리만은 송곳니를 드러내더니, 입술을 피가나도록 깨물었다. 붉은 빛이 아닌, 형형색색으로 변화하는 피가 그의 턱 위로 흘러내렸다. 그러나 마법사는 무릎을 꿇었고, 네발로 기어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브레인은 조용히 웃었다. 엘다의 앞에 도착한 아흐리만은 천천히 이브레인의 발목에 혀를 댔다. 만년동안 모독적인 주문과 저주를 읊어온 그 혀는 기이한 감촉이었다. 뜨겁고, 차갑고, 따끔거리고, 부드러웠다. 그것이 놀랍도록 관능적으로 느껴져서, 엘다는 잠깐 척추를 타고 오르는 전율을 느낀다.
좀...더 빨리 해봐.
대꾸는 없다. 마법사는 속도를 높혀, 발목을 타고 내려가며 발가락 끄트머리로 혀를 가져간다. 뜨거운 혀에 비하면 차갑게 느껴지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발가락을 살짝 간지럽힌다. 찰박거리는, 추잡한 소리 속에서, 이브레인은 으스스하기까지한 정복감을 느낀다...
잠깐 상념에 빠져있던 엘다가 눈을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자, 여전히 아흐리만은 그녀의 발을 핥고있었다. 레깅스 끝 부분이 다 젖어 기분 나쁘게 느껴질 정도로. 이브레인은 갑자기 심술이 들어 다른 발을 들어 젠취의 제자의 뺨을 걷어차버린다. 전-위치의 타격은 아스타르테스의 뺨에도 충분한 타격이었을까. 예기치못한 타격에, 아흐리만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괴이한 빛깔의 침이 번쩍였다. 부들부들 떨며 자신을 노려보는 아흐리만의 눈을 잔인하게 내려다보며, 이브레인은 게으른 고양이처럼 턱을 괸다. 그의 어깨가, 분노 때문인지 고통 때문인지 위 아래로 떨리는 것을 보자, 입가에 웃음이 다시 돌아온다.
"어머, 우느냐?"
"이...귀쟁이년이...!"
이브레인은 히죽 웃었다. 분을 이기지 못해 내뱉었지만 모기 소리만도 못한 욕설. 같잖아라, 아직도 그런 자존심이 남아있다니.인간들이란, 아스타르테스란 어찌도 이리 정에 약하고 나약한지. 심지어 카오스의 불길에 몸을 던졌으면서도 형재애가 남아있다니 어찌 이리 가여운 생물이 있는가.
"약속 지킬테니까, 일어나봐."
거봐, 바로 일어나지. 아흐리만은 딱딱하게 몸을 일으킨다.
"무릎꿇어."
그녀를 노려보던 아흐리만이 다시 무릎을 꿇자 이브레인은 왼손을 날려 입을 움켜쥐었다. 분노와 굴욕으로 불타는 눈을 느긋하게 들여다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억지로 입술 안으로 쑤셔넣어 강제로 입을 벌렸다. 엄지를 입안에 쑤셔넣은체로 그대로 잡고 끌어당겨, 이브레인은 마법사의 저주받은 혀를 입밖으로 길게 잡아뽑았다. 이브레인은, 빙긋 웃더니 자신도 혀를 내밀어 아흐리만의 혀와 얽었다.
그건 입맞춤이라고 불러주기도 힘든, 강간의 일환이다. 애무고 뭐도 아니다. 사랑이나 애정같은 건 조금도 없는, 그저 정복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형제를 구하기 위해 외계종에 무릎을 꿇은 카오스의 대마법사와, 그 카오스를 멸하기 위해 다시 살아난 인니드의 사자는, 증오와, 정복감을 담아, 끝없이 입을 나누었다...



금손이 이거 삽화 좀 그려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