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The Weight of Numbers
"저희가 어릴 때부터 마녀를 미워하라는 한 마디만을 배웠고, 저희는 충실히 그 가르침을 따랐습니다. 그 덕분에 저희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빌어먹을 돌연변이들과 싸워왔습니다. 근데 이제 와서 저희가 바로 그 '마녀'라니요? 한번 말해보십시오, 커미사르시여. 이게 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대답해보십시오! 젠장! 황제 폐하의 천벌이 떨어지기 전에 말하란 말입니다! 제기랄! 대답해-! 대답-"
프라이머리스 사이커, 알렉스 수르칸. 커미사르 잉그리드 하우프트만이 즉결처형을 집행하기 전에 남긴 유언 중 발췌.
막사 밖으로 뛰쳐나간 카울린은 속이 뒤집어질 듯이 질펀하게 토해냈다. 양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생각에 잠겼다.
약탈자 아바돈. 양은 바이딕한테 고딕 전쟁에 대해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그가 과거에 암흑 성전을 일으켰을 때, 자그마치 수십억에 달하는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그런 악명 높은 인물이 돌아왔다는 사실은 당연히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이제서야 양은 아까부터 왜 그렇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 양은 타일 바닥을 발로 두드렸다.
'적어도 카오스 컬티스트들은 더 죽일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그 이상 더 뭘 할 수 있을까? 난 단지 일개 가드맨일 뿐인데! 게다가 전투 도중에는 오라를 억제해야 하는 데다가, 만약 한 번만 더 오라를 내보인다면 동료들은 미친개처럼 나한테 달려들겠지...'
양은 침대 난간을 두 동강이 날 만큼 강하게 내리쳤다.
'왜? 대체 왜 항상 일이 이렇게 풀리지? 난 그저 사람들을 돕고 싶을 뿐인데, 내가 가는 곳마다 온갖 함정들과 속박이 도사리고 있을 뿐이잖아!'
"양..."
로스가 양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
누가 보더라도 거짓말이었지만, 로스는 굳이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우리가 어디로 배치될지에 관한 소식은 없어?"
"아직은."
라나는 철제 아퀼라를 손에 꼭 쥐었다.
"그리고 연대장님이 부대 전체에 비상을 걸었어... 도시 안에 미등록 사이커가 있다더라."
라인은 한숨을 내쉬고는 목에 걸린 아퀼라를 만지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전 우주가 미쳐 돌아가고 있어... 네디. 세프. 마드라. 일리스."
상념에 잠긴 라인은 기계적으로 아퀼라를 쉬지않고 만졌다. 반면에 로스는 어지간히 놀랐는지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모두가 각자 생각에 잠겨있을 때, 카울린이 입가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내며 숙소로 돌아왔다.
"하아...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
카울린은 힘없이 중얼거리고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아주 멋진 생각이었다. 양은 피가 덕지덕지 묻은 탱그톱과 훈련복을 입은 그대로 자기 침대로 기어올라갔다. 눈앞이 빙빙 돌아가는 것같은 술기운과 피로로 인해 양은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
이단 심문관은 이단이나 부패의 흔적을 찾아서 연대장 롱기누스의 정신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바로 눈앞에 있는 심문관의 존재 때문인지, 그녀는 오직 롱기누스의 정신에서 두려움과 공포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물론 그 사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걸 고려해도 롱기누스는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있었다. 롱기누스는 심문관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라고 지껄였지만, 심문관은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뿐이었다.
심문관이 롱기누스를 깊게 파고들며 관찰한 결과, 그는 자신의 상관(전 연대장인 크라수스)가 이단이라고 의심되자마자 곧바로 상관을 쏴죽일 정도로 열성적인 인물이었다. 롱기누스의 기억에 의하면, 그의 상관은 정말로 타락했다는 것이 확실했기에 심문관은 그 사건에 관해서는 묻지 않았다.
심문관이 손이 허공을 가르는 동시에, 장황하게 말하던 롱기누스의 입도 닫혔다.
"그래, 그래. 충실하게 의무를 수행한 그대와 장병들의 노고에는 감사를 표하는 바이네."
롱기누스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깔끔하게 면도한 그의 턱선을 따라서 땀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허나 이 미등록 사이커는 최악의 때에 그 모습을 나타냈네. 만약 아바돈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사실이라면..."
드넓은 집무실 안에서 심문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롱기누스는 말했다.
"그 소식은 사실입니다, 심문관이시여. 테라의 하이로드들께서 직접 인정한 사안이고, 호루스 헤러시 이후로 가장 거대한 규모의 방어 병력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문가에서 경비를 서던 카스르킨 호위병이 움찔거렸다.
"워아디언 111연대도 포함되는가?"
"아직 공식적인 명령은 하달되지 않았습니다만, 저희 부대의 아스트로패스들이 지휘부와 통신을 재개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듯이 항상 제국에는 오직 전쟁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만큼의 대규모 전쟁은 흔하지 않았다. 심문관의 건틀렛이 책상을 쾅 내리쳤고, 롱기누스는 깜짝 놀라면서 벌벌 떨었다.
"제기랄! 빌어먹을!"
갑자기 심문관은 롱기누스에게 화를 벌컥 내며 소리쳤다.
"그대는 내 명성에 대해 알고 있는가?"
롱기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단이라고 판단한 죄인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도 알고 있나?"
얼굴이 새하얘진 롱기누스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단들을 내가 얼마나 끈질기게 쫓는지도 알고 있겠군."
"물론입니다. 만...만약에 제 잘못 때문에 실망하셨다면 정말로 죄송하나이다, 심문관이시여."
심문관은 손을 들어서 롱기누스의 공포에 질린 애원을 멈췄다. 눈앞에서 떨고 있는 이 남자가 문제가 아니었다.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심문관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심문관의 폐에 함선의 퀴퀴한 공기가 흘러 들어갔다.
"거기까지 알고있다면 내가 왜 전선에 가야하는지 알고 있겠지. 방어 병력 가운데서 이단의 흔적이 나타난다면, 필히 제국에 있어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네. 하지만 난 여기서 사이커를 사냥하기 위해 발이 묶여있는 상태라니!"
그것도 어중이떠중이 사이커가 아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엄청난 규모의 악마 군단을 소환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사이커였다.
'잘못된 선택을 내리기 전에 먼저 이 사이커를 찾아야만 한다. 가장 최근에 입단한 재집합파 단원들이 사이커이기만 했어도 도움이 되었을 터인데...'
심문관은 에젤리노의 견습생을 떠올렸다. 사이킥 능력을 가진 부하가 있다면 더 손쉽게 이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즉시 떠나셔도 됩니다. 111연대는 미등록 사이커를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습니다."
"정말인가?"
빈 잔에 와인을 따르며 심문관은 질문을 던졌다.
"현재 자네 휘하에 사이커가 얼마나 있나?"
롱기누스는 두 손을 꽉 쥐며 콜록거렸다.
"...없습니다."
간신히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롱기누스는 대답했다. 롱기누스의 정신에 질식할 정도의 두려움이 피어났다. 그의 머리속에서는 심문관의 능력으로 자신의 머리가 터져나가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워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경향이 있었다.
"얼마나 된다고?"
심문관이 다그치자 롱기누스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없습니다."
"예상했던 답변이로군. 그렇다면 한번 말해보게나. 대체 어떻게 이 사이커를 잡아들일 계획인가?"
롱기누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프라움 모빌루스를 전부 다 일일히 뒤져볼 생각인가? 하이브 시티의 모든 문들을 두들겨 보기라도 할텐가? '실례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 미등록 사이커를 찾고 있는데, 혹시 당신이 강력한 사이킥 능력을 가지신 분입니까? 만약 그러시다면 저희랑 같이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시-심-심문관이시여..."
심문관의 눈가가 가늘어지자 롱기누스도 더 이상 중얼거리지 않았다.
"더 이상 바보같이 행동하지 마라. 사이커를 찾을 때까지 난 엘로디아Ⅸ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내게 주어진 의무를 내팽기치는 것도 성미에 맞지도 않으니 말이다."
"현명하시고 고결하신 판단이십니다."
"알고있으니 그만 말하라. 그보다 이제 내가 왜 서둘러야 하는지 이해했나?"
롱기누스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어두운 시기라는 것을 잊지 말게나. 르스라펠 연대장."
그렇게 말하면서 심문관은 롱기누스에게 잔을 건냈다. 검붉은 와인을 따라주면서 심문관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심문관은 와인이 출렁거리는 잔을 들어올렸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황제 폐하를 위하여."
둘의 유리잔이 쨍하고 부딪혔다. 그와 동시에 심문관은 그녀의 목을 타고 넘어가는 와인의 풍미를 즐겼다.
'이 추악한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단 한 병의 와인이라도 남아있다면 그걸로 만족할텐데... 건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붉은 물결로 슬픔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와인만한 물건이 없지.'
"난 롱기누스 자네를 믿고있네. 프라움 모빌루스가 교통의 요충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이 일은 내 휘하의 직속 병력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고, 그렇기에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아까 전과는 다르게 롱기누스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워아디언 111연대는 심문관 님의 명령을 따를 것입니다."
"행성에서 떠나는 모든 함선들은 내 소함대의 검문을 받을걸세. 내게 주어진 재능으로 함선들 모두 자세히 분석해 볼 것이고, 만약 이단임이 밝혀진다면 그 자리에서 증발될 것이라네. 그리고 지상에서는, 111연대와 PDF가 협동하여 행성 내부의 모든 조선소와 선착장을 통제하게. 이 행성을 떠나는 인물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조사하게나. 알아들었나?"
"명령을 따르겠나이다, 심문관이시여."
"여건이 된다면 행성 내 모든 거래를 중지시키고 싶으나, 아바돈이 다가오고 있는 이 시기에 자원의 흐름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네."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롱기누스는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현재 롱기누스는 심문관이 특이한 방식으로 속마음을 알아내지 못하도록,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는 생각들을 억제하기에 바빴다.
'젠장! 이 빌어먹을 멍청아! 지금도 심문관은 네 생각을 읽고 있을 거라고! 와인! 와인에 집중해!'
롱기누스가 느끼는 극심한 공포는 심문관으로 하여금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이제 부대로 돌아가도 좋네. 다음번에 올 때는 좋은 소식을 들고 왔으면 좋겠군."
롱기누스는 고개를 깊이 숙이고는 서둘러서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곧이어 심문관은 주위에 대기하고 있던 호위병들을 불러모았다. 그러고는 그들을 의자에 앉히고는 각자 와인을 따라주었다.
"심문관이시여..."
호위병들 중 하나가 일어나며 말했다. 다론, 20년 동안이나 복무한 베테랑이자 그 중 10년은 심문관을 충실히 따른 군인이었다. 그러자 그의 아내이자 전우인 체라가 다론의 손목을 붙잡았다.
"모두 면갑을 벗게나."
호위병들은 심문관이 스무 명의 카스르킨 병사들을 위해 제작한 새하얀 면갑을 벗으며 명령에 따랐다. 눈물이 그들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눈동자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져 있었다. 그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아바돈의 13차 암흑 성전에 대해서 들었다. 카스르킨들의 고향은 공격받고 있었고, 그들은 수 광년이나 떨어진 채로 도와주러 갈 수도 없었다. 연대장 르스라펠이 소식을 전할 때도 카스르킨들은 침묵을 유지했으나, 굳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필요도 없이, 심문관은 그들의 비통에 가득 찬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모두 건배 한 번 하지."
심문관은 자신의 잔을 들어올렸다.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위해 최소한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카디아여! 영원하라!"
"카디아여! 영원하라!"
주위의 카스르킨들이 모두 함께 외쳤다.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다음, 그들은 심문관의 와인을 들이켰다. 잠시 뒤에 뒷맛의 여운이 은은하게 카스르킨들의 입안에 맴돌았다.
※ 그리고 마치 거짓말처럼 카디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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