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다는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인간이 워프 엔진을 발동시킨 그 순간부터 엘다는 급격한 불안에 휩싸였다.
우주선의 뒤쪽에서부터 흘러나와 우주선을 덮은 에너지는 엘다에게도 익숙한 것이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본능적인 불안감에 엘다가 뭔가 말하기도 전, 인간은 가자는 말과 함께 운전대 뒤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우주선 앞의 공간이 말 그대로 찢어지며 순식간에 검은 우주를 지워나갔다.
무한한 넓이와 깊이를 가진 검은색과 그 검은색에 박혀있던 작은 별빛들이 있던 자리에 순식간에 밝은 색상들이 나타났다.
우주선을 기준으로 윗공간을 매운 그것들의 절반은 그저 우주의 빛을 잡아 길고 넓게 펼친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그 색들은 서로가 자신의 존재감을 먼저 알리겠다는 듯 꿈틀거리며 엘다를 향해 달려왔다.
엘다는 극도의 공포와 고통속에 눈을 감았지만, 그 색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들은 단순한 색상을 넘어 청각으로, 촉각으로, 후각으로, 미각으로, 인식 그 자체로 남아있었다.
색이 내지르는 비명과 유혹 소리는 엘다의 정신을 흔들었고, 향기롭고 역겨운 냄새는 엘다의 마음을 잠식했다.
미려하고 괴상망측한 색들은 엘다가 그것을 무시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하였으며, 달콤하고 구역질 나는 맛으로 엘다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엘다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것들이 언젠가 우주선에 닿으리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우주선은 아슬아슬하게 그것들과 평행을 이루며 나아갔다.
가끔씩 그것들이 꿈틀거리며 우주선에게 손을 뻗었지만 우주선을 둘러싼 에너지막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그것들이 에너지막을 긁어낼 때마다 엘다는 온몸이 찢겨나가고 의식이 파헤쳐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엘다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자신과 동족들이 사이킥 능력을 빌려오는 장소.
모든 이의 소망이자 모든 이의 공포가 모이는 곳.
모든 생명체의 사념과 영혼이 묶여있는 근원.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이 지배하는 영역.
엘다는 자신의 영혼을 저당잡은 자를 느낄 수 있었다.
그자는 엘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엘다는 그자의 편린과 접하는 것만으로도 극도의 고통과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엘다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과잉의 군주에게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덜 가질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엘다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의식을 잃기 전 엘다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나? ...게, ...어."

엘다는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맨 처음 엘다가 느낀 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갑옷과 중력의 느낌이었다.
그것들은 탈진한 엘다의 몸을 무겁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에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이어 엘다의 폐가 부풀어 오르며 차갑고 비린 쇠의 냄새가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그 냄새는 엘다의 뇌를 자극하며 끈적한 어둠을 천천히 밀어냈다.
네 번째로 어두웠던 시야가 뿌옇게 되돌아오며 흐릿하게 빛나는 전등이 보였다.
그 빛은 엘다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빛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것이었지만, 엘다는 그 미세한 자극이 부드러운 햇살보다도 고마웠다.
곧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일어났냐는 물음과 함께 엘다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녀의 귀로 들어왔다.
엘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인간은 그녀의 등에 손을 넣고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엘다는 순순히 인간이 이끄는 대로 그의 팔에 기댄 체 몸을 반쯤 일으켰다.
엘다를 비스듬히 일으킨 인간은 그녀에게 입을 벌리라 하고는 물통에 꽂힌 대롱을 입에 물려주었다.
인간이 물통을 들어 올리자 대롱을 통해 물이 흘러들어왔고, 엘다는 얌전히 그 물을 받아 삼켰다.
미지근하고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물이었지만, 그렇기에 엘다의 마지막 감각을 일깨우는 데 그 무엇보다도 적합했다.
물을 몇 모금 마신 엘다는 인간이 물통을 빼내자 숨을 몰아쉬었다.
엘다가 숨을 고르는 걸 기다린 인간이 더 마실 거냐 물어보자 엘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인간은 다시 그녀에게 대롱을 물렸다.
그렇게 몇 번 호흡과 음수를 반복한 엘다를 지탱해주던 인간은 수통에 물이 다 떨어지자 그녀에게 더 마실 건지 물어봤다.
엘다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이에 인간은 손으로 엘다의 얼굴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준 뒤 다시 엘다를 천천히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인간은 엘다에게 좀 더 자라 했고, 이에 엘다가 눈을 감자 그는 가사인지 흥얼거림인지 모를 노래를 불러주며 엘다의 배를 일정 간격으로 가볍게 두들겼다.
엘다는 그 노랫소리와 리듬을 들으며 다시금 깊은 잠으로 빠져들어 갔다.

"흠 흠 흠흠~"

꿈조차 꾸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던 엘다는 흥얼거림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그 흥얼거림은 잠들기 전의 그것과는 명백하게 다른-더 높고, 더 경쾌했다- 목소리였다.
이에 엘다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뭐야 씹...!"

엘다의 움직임에 노래를 흥얼거리던 사람이 깜짝 놀라며 뒤돌아봤다.
엘다는 눈앞에 서 있는 여자를 경계하면서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한눈에 봐도, 인간의 우주선은 아니었다.
우선, 자신이 누워있던 건너편에도 침대가 있었다.
그것도 단순히 철제 단상에 모포를 깔고서 침대라 부르던 우주선의 것과는 달리 여전히 철제이긴 했으나 확실하게 침대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침대는 2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마도 그 침대의 주인-적어도 1층의-이라 생각되는 여자가 한 손에 쥐고 있는 이불 역시 우주선에 있던 것과는 다른 색상이었다.
엘다의 우측에는 밖으로 이어진 문이 약간 열려있었고, 왼편에는 우주선에 있던 것과 비슷한 상자들이 질서 있게 한 단에 두 개씩 삼단으로 쌓여있었다.
방의 전체적인 크기는 인간의 우주선보다 약간 작은 듯했으나, 누가 봐도 이 방은 훨씬 커다란 우주선의 일부분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적응하는 엘다를 향해 작게 목을 풀고 여자가 말했다.

"요란한 인사네."
"넌 누구냐, 몬-카이."

여자는 가볍게 말했지만, 엘다는 잔뜩 경계하는 어조로 답했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엘다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난 케이타야. 이 배에서 전투원 겸 선발대 겸 수색대 겸 구조대로 일하고 있지. 구조대라곤 해도 그 누구도 구조해 본 적은 없지만. 구조는 몇 번 받아봤어도."
"나랑 같이 있던 몬-카이는 어디에 있지?"
"너랑 같이 있던?"

엘다의 질문에 케이타가 되물었다.

"로그 인퀴지터 말이다."
"아, 그 별종?"

엘다의 말에 케이타는 바로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이면 충분히 이럴만하지."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었다."
"어... 글쎄? 곧 돌아오지 않을까?"
"젠장."

엘다는 그나마 아는 인간조차 없이 그야말로 미지의 장소에 혼자 놓여졌음을 깨닫고 작게 욕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보던 케이타는 손에 쥐고 있던 이불을 보면서 뭔가 생각하다 그걸 침대에 대충 던지면서 걸터앉았다.

"하, 내 주제에 정리는 무슨. 그래서, 네가 그 별종의 새로운 조수야?"
"뭐?"
"그 별종이 데려온 거 아냐? 그 녀석부터 찾길래 맞는 줄 알았는데."
"헛소리 하지 마라, 몬-카이. 난 그런 녀석의 조수가 아니다."
"그래? 그럼 왜 여기 있어?"
"그건 나도 모른다."
"당당하네. 그럼 너 말고 걔가 데려온 다른 놈 있어?"
"없다."
"거 봐, 걔가 널 조수로 써먹으려고 데려온 거라니까?"

엘다의 말에 케이타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반응했다.

"웃기는 소리군. 난 그 녀석의 조수로 있을 생각 없다, 몬-카이."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근데 그 몬-카이라는 말 좀 안 할 수 없어? 은근히 기분 나쁜데."
"몬-카이를 몬-카이라 부르는 데 문제라도 있나?"
"내 이름은 케이타야. 그러니 이름을 불러줬음 하는데."
"내키면 그렇게 하지."

엘다는 케이타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

"뭐, 그래. 좋아."

케이타는 엘다의 말에 짧게 민 반쪽 머리를 왼 손목으로 쓸면서 답했다.
그리고는 이내 엘다에게서 눈을 돌리고는 침대 밑 상자에서 손톱줄을 꺼내 손톱을 다듬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언제 돌아오지?"

엘다가 물었으나 케이타는 노골적으로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자신을 무시하는 케이타의 행동에 엘다는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억눌러야만 했다.

"몬-카이들은 그 지능만큼이나 예의도 부족하군."

엘다의 비방에 가까운 도발에도 케이타는 여전히 자신의 손톱을 다듬어갔다.
더이상 말을 해 봤자 의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 엘다는 인간을 찾으러 문을 열고 나가는 걸 택했다.

"이 방에 있는 게 나을걸."

엘다가 문의 손잡이를 잡자 케이타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엘다가 뒤돌아봤으나 케이타는 여전히 자신의 손톱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왜지?"

엘다가 케이타에게 물었으나, 그녀는 또다시 침묵을 지켰다.
그 행동에 짜증이 솟구친 엘다는 이를 갈며 그냥 문을 옆으로 밀었다.

"난 경고했다."

이번엔 엘다 역시 뒤에서 들려오는 말을 무시하며 밖으로 나섰다.
복도는 사람 두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이였다.
잠시 좌우를 둘러본 엘다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무작정 걸어 나갔다.
복도는 양쪽에 엘다가 나온 방과 비슷한 문이 일정 간격을 두고 배치되어있었다.
그중 몇 개의 문을 열려 있어 안쪽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방은 비어있었다.
그나마 비어있지 않은 방에도 한 명 혹은 두 명 정도가 침대에서 각자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동안 복도를 걸어가던 엘다는 세 갈래 길에 이르러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갈림길에 서서 양쪽길을 살펴본 엘다는 꺾이는 통로에 서서 통로를 만지고 있는 인간에게 말을 걸기 위해 다가갔다.

"거기, 몬-카이."

하지만 그 인간도 케이타와 마찬가지로 엘다의 말을 무시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짜증이 밀려든 엘다는 그 인간의 어깨를 잡고 자신의 쪽을 바라보도록 돌렸다.

"내 말..."

하지만 그 인간의 얼굴을 본 엘다는 곧 말을 삼켰다.
멀쩡해 보이던 옆얼굴과는 다르게, 그의 반대쪽 얼굴은 온통 기계로 대체되어있었다.
심지어, 남아있는 눈은 불로 지진 것인지 눈꺼풀이 반쯤 말려 올라간 데다가 홍채조차 백색으로 물들어 바깥쪽으로 쏠려있었다.
그의 입은 더욱 끔찍했는데, 입술이 도려내져 그 안쪽이 보였으며, 더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철사로 꿰매어져 있었다.
그 철사 사이로는 이빨이 뽑힌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잇몸과 철판 위에 놓인 반쯤 잘린 혀가 보였다.
기계화된 얼굴에 붙어있는 배관은 남자의 어깨와 연결되어 마치 피막처럼 보였다.
엘다가 당황한 사이 기계인간이 부자연스럽게 한쪽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기계처럼 몸을 돌려 다시 통로를 손톱없는 손으로 쓸기 시작했다.
엘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 이내 그를 홀로 두고 뒤돌아섰다.
갈림길에서 다시 고민한 엘다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쪽을 택하여 처음 그녀가 있던 방으로 향했다.

"일찍 왔네."

케이타는 방 안으로 들어오는 엘다에게 무심하게 말했다.
엘다는 케이타의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자신이 일어났던 침대에 앉았다.
케이타 역시 별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던 듯 새끼손가락을 후 불어 가루를 털어내고 발을 들어 올렸다.
신발을 벗겨낸 케이타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조금 숨을 강하게 들이마신 뒤,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자 양말을 마저 벗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톱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발톱을 다듬어나가기 시작했다.
엘다는 그런 케이타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면서 관찰했다.
둘은 각자의 침대에 앉아 말없이 시간을 보냈다.
한쪽 발을 다 다듬고 반대쪽 발을 올린 케이타가 시야를 가리는 오른쪽 머리카락을 쓸어 귀 뒤로 모으던 중 문이 열렸다.

"일어났네?"

문을 열고 들어온 인간은 엘다를 보며 말했다.
이어서 엘다가 앉아있는 침대의 2층 모서리에 모자를 걸고는 침대의 아랫부분에 있는 사다리에 기대었다.

"거, 우리 갑판장님은 너무 생각이 꽉 막혀있어서 문제야. 케이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갑판장이 꽉 막힌 만큼 네가 미친 거지."
"난 미친 게 아니라 그저 생각이 조금 열려있는 것일 뿐이라니까?"
"아, 그래. 조금만 더 열렸다가는 아마 네 머리에도 바람구멍이 열릴걸?"
"혹시 화났어?"
"별로."

인간은 잠시 곁눈질로 엘다와 케이타를 번갈아 가며 살폈다.

"음... 아가씨,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케이타한테 뭔가 한 건 아니지?"
"아무것도."
"아, 그래..."

딱 잘라 말하는 엘다의 말에 인간은 무언가 알았다는 듯 말하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무언가 생각하던 인간은 머릿속이 정리되자 엘다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자, 아가씨. 네가 보기에 우리들이 좀 모자라 보이고 그럴진 몰라도, 우리도 감정이란 게 있거든?"

엘다는 말없이 고개를 반만 놀려 옆눈으로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어... 우리도 기쁘고 웃고 그런 것만큼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그런단 말야."
"난 화 안 났어."
"아니, 말이 그렇단 거야. 네가 화났다는 게 아니라."

케이타의 말에 인간은 잠시 변명을 하고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음... 어디까지나 내 경우긴 하지만, 내가 누굴 도와줬는데 그 사람이 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 정말 서운하거든? 물론 내가 도와준 사람이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서운한 감정이 생긴단 말이지. 알지?"
"요점만 말해라, 몬-카이."
"결론은... 너랑 케이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깨어날 때까지 옆에서 지켜준 건 케이타라는 거야."
"그래서?"
"어... 감사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집어치워, 멍청아. 나도 그딴 건 필요 없으니까."

인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케이타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거기, 외계인. 너도 그 큰 귀 장식품으로 두지 말고 잘 들어. 난 네년이 어디서 굴러처먹던 년인지, 누구한테 가랑이를 벌리고 살았는지 시발 그런 건 좆도 상관 안 해."

케이타의 말에 엘다가 발끈했다.

"날 모...!"

슉- 팅!
엘다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 케이타는 손에 들고 있던 쇠붙이를 던졌고 그것은 아슬아슬하게 엘다를 스치고 지나가 벽에 부딪혔다.

"닥쳐, 아직 내 말 안 끝났으니까. 그리고 네가 날 뭐라 부르든 그것도 네 자유니까 좆도 상관없어. 근데, 네가 좆같은 짓을 하면 나도 너한테 좆같이 굴 거고, 네가 개념없이 설치면 나도 그냥 네가 뒈지던 말던 내버려 둘 거야. 그러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너한테 조언해주는 거니까 잘 들어; 최소한 네가 이 배에 타고 있는 동안에는 설치지 마. 말하는 뽄새를 보니까 예전에는 어디 귀한 몸이었던 모양인데, 이 배에서는 너나 나나 저기 서 있는 머저리 새끼나 다 똑같이 목숨 하나 붙들고 얹혀 있는 거니까. 알아들었냐?"
"네, 네. 여기까지."

케이타의 속사포 같은 말이 끝나자 인간이 둘 사이에 서서 대화를 끊었다.
인간은 엘다의 옆에 떨어진 손톱줄을 주워 다시 케이타에게 돌려주었다.

"일단 우리 갑판장님이 이 친구를 좀 찾아서 말야. 그러니까 잠시 멈추자고. 알겠지?"

케이타는 대답 대신 인간에게 받은 자신의 손톱줄을 꽉 쥐면서 혀를 찼다.

"자, 아가씨도..."
"웃기지 마라, 몬-카이."

엘다는 으르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으리라 생각한 건가?"
"지랄났네, 시발. 그래, 한 판 해볼까?"

케이타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엘다를 노려보았다.
케이타는 여자치고 꽤 키가 큰 편에 속했지만, 엘다는 케이타보다 머리 반 개 정도는 더 컸기에 자연스럽게 엘다가 내려다보는 형세가 되었다.
방이 그렇게 넓지 않았기에 둘의 거리는 고작 두어 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 만큼이나 금방이라도 둘은 싸움을 시작할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충돌할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를 깬 건 인간이었다.

"그렇게 서 있다가 둘이 가슴으로 키스라도 하겠네."
"...뭐?"

인간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둘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둘 다 꽤나 잘 빠진 미녀들이라 그런지, 주먹보다도 가슴이 먼저 닿겠는데? 물론 둘이 그런 취미가 있다면... 컥!"

인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엘다는 인간을 발로 걷어찼고, 인간이 한쪽에 쌓여있던 상자에 부딪히며 우당탕 소리가 났다.
이어 엘다는 쓰러진 인간의 얼굴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으나 인간은 팔을 들어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공격이 막힌 엘다였으나 이어서 쉬지 않고 인간을 밟기 시작했고, 인간은 몸을 둥글게 말고 엘다의 발차기를 견뎌내는 데 주력했다.
분노에 찬 얼굴로 인간을 패던 엘다가 멈춘 건 뒤에서 케이타가 그녀의 양팔을 잡은 뒤였다.

"그래, 그래. 거기까지. 애 죽겠다."
"놔라, 몬-카이!"
"진정해. 진정해."

엘다는 자신을 뒤에서 제압한 케이타를 때어놓기 위해 그녀의 발을 밟으려 했으나 케이타는 재빨리 자신의 발을 빼며 그대로 몸을 기울여 엘다와 함께 침대에 엎어졌다.
그리곤 곧바로 발버둥 치는 엘다의 팔을 뒤로 꺾고 다리로 눌러 움직임을 막았다.

"별종, 살아 있냐?"'
"어, 뭐... 대충."

인간은 끙하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멍청하긴. 너 그러다 진짜 맞아 죽을 뻔한 건 아냐?"
"어쨌든 둘이 싸우는 건 말렸잖아?"
"저 주둥아리가 맞아 죽게 냅뒀어야 하는데."

케이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래에서 저항하는 엘다를 더 세게 눌렀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그러게... 좀 맞다 보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너처럼 단순한 줄 아냐?"
"일단 놔 줘."
"정말?"

케이타가 진심인지 확인하자 인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고민하던 케이타는 엘다를 풀어주었고, 엘다는 자유로워지자마자 몸을 뒤집으며 인간을 향해 발을 뻗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간도 발차기를 맞아주는 대신 오히려 그 발을 잡고 자신 쪽으로 쭉 잡아당겼고 엘다는 몸이 끌려가며 이불과 같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엘다는 재빨리 일어나려 했으나 그보다 빨리 인간이 몸을 굽히며 엘다의 목을 왼팔로 누르려했고, 엘다는 양손으로 그걸 막아냈다.
몸이 부들거릴 정도로 엘다가 힘을 주었으나 인간의 팔은 서서히 엘다의 몸쪽으로 움직였고, 이에 엘다가 오른손을 빼서 인간의 턱을 노렸으나 인간은 비어있는 손으로 그 손마저 붙잡아버렸다.
이어 인간은 왼손을 비틀어 엘다의 다른 손마저 붙잡고는 그대로 짓눌러 양손을 엘다의 어깨에 파묻었다.
양손이 결박된 엘다는 마지막 수단으로 박치기를 시도했으나 인간은 자신의 머리를 엘다의 어깨 뒤로 밀어 넣는 것으로 그것마저 막아버렸다.
엘다를 완벽하게 제압한 인간은 분노로 끓는 소리를 내는 엘다의 귓가에 속삭였다.

"진정해, 갈증에 휩싸인 그녀가 너에게 관심을 가지기 전에."

엘다는 그의 말에 경악과 두려움을 느끼며 움직임을 멈췄고, 인간은 엘다가 얌전해지자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
갑작스럽게 조용해진 엘다의 모습을 본 케이타가 인간에게 물어봤다.

"대체 뭐라고 했길래 이 아가씨가 넋이 나간 거야?"
"비밀."
"또 알면 다치는 그거야?"

인간은 대답 대신 짧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바닥에 쓰러진 엘다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엘다는 인간의 손을 잡지 않고 스스로 일어났고, 인간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손을 뺐다.

"함부로 그 이름을 말하지 마라, 몬-카이."
"알아."
"아는 자가 그렇게 쉽게 입에 담나?"
"안 그랬으면 네가 내 말을 들으려고나 했을까?"

엘다는 인간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아가씨, 잘 들어. 케이타가 말을 좀 거칠게 하긴 했지만, 쟤 말이 맞아. 여긴 누군가 자신에게 좆같이 굴면 그만큼 되갚아주는 놈들뿐이거든. 그러니 제발 성질 좀 죽이라구. 암시장에서 내가 했던 말 기억해?"
"어떤 말 말이냐?"
"주의해야 할 점들."
"기억한다."
"그래, 그 말은 여기서도 적용되는 거니까, 잘 기억하고 따르라고."
"...알겠다."

엘다는 순순히 인간의 말을 들었다.
케이타는 휘파람을 불며 인간에게 물었다.

"와우, 순식간에 양을 한 마리 만드셨네."
"너도 적당히 해라. 이 아가씨가 좀 거만하긴 한데, 그렇다고 일부러 자극해도 된다는 건 아니야."
"노력은 해 볼게. 장담은 못 해."

인간은 적당히 대답하는 케이타의 말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 배에서 내가 제일 정상인이라니까."
"지랄도 풍년이다. 빨리 갑판장한테나 가 봐. 찾는다며."
"아, 맞다. 그랬지."

인간은 뒤늦게 기억났다는 듯 엘다에게 후드를 쓰고 따라오라고 말했다.
인간은 엘다와 함께 복도를 걸어가며 주의사항을 다시 설명했다.

"...알겠지? 특히 절대 난동 피우지 마."
"그래. 이해했다."
"그리고, 우리 갑판장님이 맨날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닐 정도로 좀 상남자라서 너한테 막말을 할 텐데,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니까 너무 마음에 담진 말고."
"참도록 하겠다."
"그래, 제발. 방금 전처럼 또 싸우려 들면 나도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어. 알지?"

엘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인간은 조금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뒤로도 인간은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고, 엘다도 알겠다는 대답을 몇 번이나 했다.
하지만 그러고도 안심이 되질 않는지, 인간은 통로의 끝에서 다시 한번 엘다에게 다짐을 받았다.

"자, 이제 문을 열면 화물칸이 나올 텐데, 거기엔 사람도 많고 뭣보다 갑판장님도 있어. 그러니..."
"소란 일으키지 말라고. 충분히 알아들었다."

엘다가 약간 짜증을 섞으며 인간의 말을 자르자 인간이 통로의 문을 열었다.
문 건너편은 지금까지의 복도나 다른 방과는 달리 몇 층이나 될 정도로 높고 좌우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작아 보일 정도로 넓었다.
그 넓은 공간은 순간적으로 개방된 장소인듯한 착각까지 불러왔으나 이곳도 배의 일부였기에 빈틈없이 막혀있었다.
넓은 공간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높이 쌓인 물건들 사이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잔뜩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암시장에서 봤던 사람들만큼 여기에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던 엘다는 인간이 움직이자 그를 따라 걸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고함치며 무언가를 옮기기도 하고, 장부를 들고 다니며 쌓여있는 물건들의 개수를 세기도 했다.
엘다 역시 궁금한 마음에 슬쩍 화물들을 살펴보았으나 역시나 상자에는 읽을 수 없는 언어가 쓰여있어 내용물을 알 수 없었다.
사람들 사이를 헤쳐나가던 엘다는 곧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복도에서 보았던 영혼 없는 사람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이 일종의 노예임일 것이라 짐작한 엘다는 인간들의 잔혹함에 약간의 불쾌함을 느꼈다.
인간은 걸어가는 중간중간 다른 사람을 붙잡고 갑판장의 위치를 물어봤고, 그 대답에 따라 직진하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때로는 되돌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는 둘을 향해 가끔 몇몇 사람이 먼저 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왔지만, 그들은 엘다에게는 별로 관심을 주지 않고 인간에게만 안부를 물어봤다.
물론, 가끔씩 엘다에게 관심을 가지고 누구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있었지만, 인간은 그럴 때마다 갑판장에게 소개하러 갈 사람이라 답했고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각자 자신의 일로 되돌아갔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저 멀리서 독보적으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오자 인간은 찾았다며 속도를 올렸다.
화물과 화물 사이, 비교적 넓게 비워진 공간에서 남들보다 머리가 최소 두 개는 클법한 인간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야 이 머저리 자식들아! 그거 꽉 묶으라고! 떨어져서 파손되면 니들이 책임 질 거냐? 어? 짬밥이 얼만데 아직도 그 지랄이야? 서비터가 시발 니들보단 일 잘하겠다! 병신들아!"
"갑판장님! 저 왔어요!"

인간은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는 갑판장을 향해 외쳤고, 그 부름을 들은 갑판장의 고개가 획 하고 돌아갔다.

"거, 시발 존나 빨리도 다닌다 굼뱅이새끼야! 내가 너 부른지 얼마나 지난 진 아냐?"
"좀 일이 있어서요!"

둘이 갑판장에게 걸어가는 짧은 사이에도 갑판장은 화물 위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 더 욕설 섞인 지시를 했다.

"그래, 얘가 네가 새로 데려온 아라 이거지?"
"넵. 얼마나 있을진 모르지만요."
"야, 너. 면상이나 좀 보자. 후드 까 봐."
"아, 그... 갑판장님. 그건 좀 곤란한데요."

갑판장이 엘다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하자 인간이 재빨리 말했다.

"뭐가 곤란한데?"
"어... 말씀드리기 좀 뭐한데... 저희끼리만 보면 안 될까요?"
"지랄 말고. 시간 없어."
"아뇨, 그게, 진짜 곤란한데."

인간이 계속해서 난감한 모습을 보이자 갑판장은 짜증 난다는 듯 금속으로 된 양손을 캉 소리가 나도록 부딪혔다.

"시발 너 이번엔 대체 뭘 주워온 거야? 어?"
"그래도 제대로 된 실력은 있다고요. 사키르 패거리한테서 열흘을 도망쳤다니까요?"
"그건 내가 판단할 문제고. 야! 니들! 나 잠시 일 보고 올 테니까 작업 똑바로 해놔라! 알겠냐!"

위에서 작업하던 사람들이 대답하자 갑판장은 둘에게 손짓으로 따라오라 했다.
왔던 길과는 반대쪽으로 걸어간 그들은 한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 안에는 다양한 물건들과 상자가 잔뜩 쌓여있었고, 가운데에는 술병이 굴러다니는 책상이 하나 놓여있었다.
갑판장은 술병들을 대충 옆으로 치우고는 책상에 걸터앉아 손가락을 위로 까딱거렸다.

"자, 이제 까 봐. 대체 시발 얼마나 귀한 몸이시길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좀 보자."

갑판장은 한번 보자는 얼굴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엘다가 후드를 벗자 놀란 얼굴로 바뀌었다.

"엘다?"
"넵! 엘다입니다. 놀라셨죠? 짜잔!"
"이런 미친 새끼가!"

갑판장은 욕설과 함께 술병을 집어 던졌지만, 인간이 그걸 피하면서 술병은 애꿎은 벽과 부딪히면서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튀었다.

"이런 상또라이 새끼를 봤나! 하다 하다 제노를 데려와?"
"아니, 거 능력만 되면 누구든... 으악!"
"시발아! 정도가 있지 정도가!"

인간이 변명하자 갑판장이 술병을 하나 더 던졌고 또다시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갑판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욕설을 내뱉다가 책상을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엘다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야. 제노."
"뭐냐."
"저기..."

인간이 둘 사이에 끼어들려 했으나 갑판장은 한 손으로 인간을 밀어서 치워버렸다.

"내가 존나게 싫어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게 뭔지 아냐?"
"모른다."
"다 필요 없고, 난 제노를 존나게 싫어한다. 특히 엘다를. 존나 비열하거든."

갑판장의 말에 엘다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흉터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계속 말했다.

"내가 이 흉터를 그 존나 비열한 너네 종족한테 얻었다. 그리고 이 양팔도 그 녀석들한테 잃었지. 거기에 내 목숨 같은 부하들까지 몇 잃었어."
"그래서?"
"그래서 난 네년이 존나게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지."
"유감이군."
"그래, 존나게 유감이다, 쌍년아. 그리고 너한테도 유감인 건, 이 배에 누가 탈지 말지는 일차적으로 내가 결정한다는 거야."
"그래서, 난 내려야 하나?"

엘다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갑판장을 똑바로 마주 보며 물어봤다.
갑판장은 대답 대신 양손의 손가락 관절을 움직이며 기계음을 내었다.
한참 엘다를 쳐다보던 갑판장은 시선을 고정한 체 갑판장의 뒤에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인간을 불렀다.

"야, 거기 짜져있는 씹새."
"넵."
"얘가 너한테 꼭 필요하냐?"
"어... 대체하려면, 어떻게든 찾을 순 있을 텐데, 그래도 가능하면 그 엘다랑 같이 일하고 싶네요."
"확실해?"
"네."

인간이 대답하자 갑판장은 뒤돌아 책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곤 서랍을 열어 복스-캐스터를 꺼내 들었다.

"부선장님한테 전해. 급하게 얼굴 좀 뵈어야 할 것 같다고."

잠깐의 침묵 동안 갑판장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인간은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 엘다에게 다가와 귓속말했다.

"잘 참았어. 앞으로도 그렇게 하자, 알지?"

엘다는 대답 없이 인간을 쳐다보았다.
마음만 같아서는 저 갑판장이라는 자를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엘다는 눈앞의 인간과 함께 지낼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이 배에서 유일하게 아는 자이기에 그렇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 증거로, 인간은 만신전의 파괴자를 언급하면서도 다른 사람-케이타-에게는 그 이름이 들리지 않도록 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간들에게도 암흑의 지도자는 알려져선 안 되거나 최소한 언급해선 안될 존재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이름을 말하는 이 인간은 분명 다른 인간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터였고, 엘다는 그 점에 흥미를 느꼈다.
한편, 갑판장은 통신이 들어오자 두들기던 손가락을 책상 위에 멈추고 말했다.

"예. 부선장님. 승선 인원에 대한 문제입니다. 예. 제 선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예. 지금 찾아가겠습니다."

잠시 후, 복스를 다시 집어넣은 갑판장이 엘다에게 말했다.

"제노.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두는데, 난 네가 마음에 안 든다."
"나도 네가 마음에 안 든다, 몬-카이."

엘다가 맞받아치자 인간이 엘다에게 입 모양으로 항의를 보냈다.

"그리고, 제국의 법에 따르면 널 내가 패 죽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할 수는 있나?"
"그치만 저 머저리 새끼가 네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일단은 넘어가주겠다."
"감사합니다, 갑판장님."

인간은 엘다가 무언가 말하기 전에 먼저 감사를 표했다.

"진짜 고마우면 이런 씹지랄은 하지 마라, 미친새끼야. 넌 시발 어떻게 미친 짓을 매번 갱신할 수가 있냐?"
"하하하."
"웃지 마 시발새끼야."
"넵."
"하여간, 저건 진짜 상또라이야."

인간이 순식간에 정색하자 갑판장이 혼잣말에 가깝게 말했다.

"그래서, 네년, 이름은 뭐냐?"
"이름?"
"그래. 이름. 이름 정도는 알아야 소개를 하지. 저 머저리 새끼는 내가 네 이름은 아냐고 물어보니까 대답을 못 하더라."

엘다는 그제야 인간과 자신이 단 한 번도 통성명을 하질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 역시 뒤늦게 기억해낸 듯 작게 앗하고 감탄사를 뱉고는 엘다에게 말했다.

"난 와드야."
"또 이빨깐다 씹새끼. 너 처음에는 워커라고 했고, 나중에는 월포드라 하고, 선장님한테는 웨버라 하고, 또 다른 애들한테는 웬델이라 했다며? 시발 네 이름은 니새끼 애미 숫자만큼있냐?"
"꼭 그렇게 바로 뭐라 하셔야 됩니까?"
"덜 처맞았지?"

갑판장은 눈을 돌리고 딴청 피우는 인간을 내버려 둔 체 다시 엘다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래서. 이름이 뭐야?"

엘다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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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1부 완이라고 적었는데, 쓰다보니 내가 잘못알고 있던 게 너무 많아서 2부는 못 쓸수도 있음. 현실도 살아야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