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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 둘러보다가 크로스오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워해머 크로스오버물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 중 하나가 생각나서 적어봄. 


워해머 세계관의 인물이 다른 세계관으로 넘어가든, 다른 세계관의 인물이 워해머 세계관으로 넘어가든지 간에,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느끼는 사상적 차이가 재밌더라. 특히 인류제국 출신 애들이랑 다른 세계관의 애들이 대화 나눌 때 말야.


인류제국 애들은 외계인이나, 심한 경우 수인(?)같은 돌연변이 보고 게거품 물면서 다 죽여버려야 한다고 소리치고.

비교적 외계인이랑 우호적인 다른 세계관 애들은 대체 왜 저러냐하면서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고.


그렇게 인식의 차이에서 생기는 서로 간의 갈등이 크로스오버물의 매력인 것 같음. 


크로스오버 팬픽 중 하나를 예시로 들어보겠음. 


(출처: https://www.fanfiction.net/s/11543015/1/The-Death-Korps-of-RWBY )


20분 간의 강의 이후, 헨젤은 크게 실망했다. 박사가 지나치게 빨리 말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타고난 청력으로 문제없이 강의를 경청했었다. 그가 실망한 진짜 이유는 일어났던 전투의 경과 때문이었다. 


원래 인간이 우위에 있던 그 전투는 한 장군의 지휘관으로서의 무능 덕분에 파우누스에게 참혹한 패배로 끝났다. 게다가 그 무능한 장군은 포로로 사로잡혔고 휘하의 병력은 항복했다.


'더러운 돌연변이에게 항복하느니 차라리 타이나리드에게 먹히고 말지!'


헨젤은 짜증나서 손에 쥐고있던 연필을 반으로 부숴버렸다.


루비는 헨젤이 전투에서 패배하고 전세가 파우누스 쪽으로 기울었다는 부분에서 급격하게 화를 내는 것을 눈치챘다. 수송선을 타고올 때부터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건 알았지만, 파우누스와 인간이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렇다고 루비는 헨젤이 생각을 고쳐먹는다는 데에 돈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요. 미스터 아크. 이 질문을 2주 전에 했었는데 말이죠. 라군 장군 휘하에 있던 인간 병사들보다 파우누스가 갖고있던 이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나요? "


"파우누스 특유의 야간 시력 때문입니다. 절대 쌍안경 때문은 아니죠."


"정답입니다. 미스터 아크." 


우블렉 교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전투에서 파우누스의 승리에 대한 빈약한 구실일 뿐입니다. 라군 장군의 패배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구요. "


헨젤은 우블렉 교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정도의 무능은 변명의 여지조차도 없습니다. 그의 병사들은 라군 장군이 사로잡혔을 때 더 거세게 공격을 가했어야 했습니다."


교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만일 그리 했다면 라군 장군은 그 자리에서 죽었을테고, 양측 진영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을 겁니다. 그 사상자의 대부분은 인간 병사일 것이고요."


"받아들일 수 있는 피해입니다."


"지금 받아들일 수 있는 피해라 했습니까?!"


"적에게 항복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습니까? 특히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는."


교수는 못마땅한 표정과 함께 순식간에 헨젤 앞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그들도 집에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승리의 가치는 그런 하찮은 것들보다 항상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그들은 야습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는 것 대신에, 곧바로 소모전을 시작했어야 했습니다. 야습은 일개 분대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크로스오버 취향에 안 맞아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한쪽에 힘을 몰아주는 먼치킨적인 전개, 혹은 설정붕괴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크로스오버물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음. 어느 작품인들 안 그러겠냐만은, 크로스오버 작품 중에서도 잘 쓴 작품들은 서로 간의 인식 차이로 인한 갈등이나 문화 충격들을 잘 묘사한 것도 있으니까....


그냥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고, 혹시라도 분란을 일으키거나 기분 나쁘게 만들 의도는 없었으니 보기 불편했다면 미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