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95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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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신호가 잡혔습니다. 제국 마커 비콘입니다. 아까 전에 말한 야전 병원이군요.’ 오스리크가 말했고, 잠시 후 브루스크도 신호를 받았다.
‘들리는 복스 통신은?’
‘없습니다.’ 오스리크가 말했다.
‘그렇다면 가서 확인해볼 수밖에.’
블랙 템플러들은 사실상 장님이었다. 갑옷의 머신-스피릿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장님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바이저 인터페이스의 반짝이는 화살표와 나침반이 그들을 시설로 인도하였고 시설 가까이 접근하자, 물체 외관을 따라 윤곽을 그려주는 선들이 떠올라 폭풍에 가려진 건물을 볼 수 있게 표시하였다.
그들이 외곽 펜스를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간 다음에야 수백~수천 개의 행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조립식 건물임을 식별할 수 있었다.
‘자네 말대로군.’ 브루스크가 말했다. 그의 갑옷이 알려준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그는 무기를 내렸고, 그는 갑옷에 자기부착하면서 총과 검에 미안함을 표했다.
‘아직 제국의 수중에 있는 게 확실합니까?’ 오스리크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총과 검에 피도 묻히지 못하고 내려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이네.’ 브루스크가 말했다. ‘오크의 오염 흔적은 보이지 않고, 전투의 흔적조차 없네.’ 둘은 헬멧의 복스를 통해 대화하였다. 헬멧에 달린 스피커는 모래로 가득 찼고 맹렬한 바람 때문에 스피커 밖으로 나오자마자 묻힐 것이었다. 헬멧에 날아와 부딪히는 부석과 모래의 소리가 너무나도 커서 그들은 헬멧 안에서도 소리치듯 말해야 했다.
오스리크도 브루스크를 따라 체인소드를 왼쪽 허리춤에, 볼트 피스톨을 오른쪽에 부착하였다. ‘놈들이 우릴 쏘기 전에 가까이 갈 수 있다면 다행일 겁니다.’ 오스리크가 말했다.
‘놈들이 그런다면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다행일 거다.’ 브루스크가 말했다. 폭풍은 그의 기분을 언짢게 하고 있었으며, 반쯤 농담으로 말한 것이었다.
그들은 외벽을 따라 걸었고, 개별화된 플라스크리트 방어선이 잿더미에 잠겨있는 것을 보았다. ‘아무도 없군.’ 브루스크가 말했다. ‘엉성해.’
‘이런 상황에서는 오크들조차 야외에 나와 있지 않을 겁니다.’ 오스리크가 말했다.
‘경계 부족엔 변명거리가 없네.’ 브루스크가 말했다. ‘저기 경비초소가 있군.’
두 개의 육각형 벙커가 캠프 안으로 가는 길을 지키고 있었으며 정문까지 침 뱉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물론 반쯤 모래에 잠겨있는 상태로. 정문은 사슬로 연결된 펜스와 둥글게 말린 철조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방어시설이라기보단 거의 겉치레에 가까웠다. 오스리크는 그걸 보며 끙하는 소리를 내었다. ‘저 정도면 오크를 막아낼 수 있겠군.’ 그는 경멸적으로 말했다.
벙커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은 형제들이 어디 소속인지 알아보았고 무기를 겨누지 않았다. 그 후 한명이 밖으로 나왔다. 그는 바람 때문에 몸을 움추려 작고 나약해 보였으며, 재의 장막 때문에 그의 윤곽이 반쯤 가려져 마치 다음에 불어올 바람에 마모되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조각나 사라질 것만 같았다.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는 바람의 아귀 속에 굳건히 섰으나, 가드맨은 그들만큼이나 강력하지도 않고 아머가 없었기에 병원을 휘감은 소용돌이 속에서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는 최선을 다해 희한한 형태의 아퀼라 경례를 올렸고, 그의 사타구니, 심장, 이마에 세 번 반복했다. 형제들은 그 답례로 템플러의 표식으로써 팔을 한데 모아 십자가를 그렸다.
‘조팔 계약 연대의 산지드 가스카 중위입니다.’ 그가 폭풍 너머로 소리쳤다. 그는 머리부터 목으로 이어진 터번을 쓰고 있었으며 얼굴엔 고글을 쓰고 있었다. 이 것들은 그의 광대 쪽을 전부 덮지 않아 그의 화려한 검은 수염을 살짝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존경을 담아 고개를 숙이며 그 부분을 장갑 낀 손으로 덮고, 다시 등을 구부렸다. 그의 다른 손은 그의 배를 보호하듯 올려져 있었다. ‘뵙게 되어 정말로 반갑습니다! 아니, 아닐지도요.’ 그가 소리쳤다. ‘죽음의 천사들의 방문은 가끔 재앙의 전조이기도 하니까요.’
‘우리는 분명 재앙이 있는 곳을 찾아간다. 이는 사실이지.’ 브루스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최대 볼륨으로 키운 스피커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 ‘재앙이 분명 곧 이곳에 닥칠 것이나, 오늘은 아니네. 우린 그저 지나가는 길이니. 모든 제국 초소에 후퇴하라는 명령을 받았는지 확인하라는 명령이 있었네.’
가스카는 그 말을 듣고 날카롭게 올려다보았다.
‘듣지 못했는가?, 아케론의 함락 소식을?’ 소리칠 필요가 없던 오스리크가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방문이 참으로 다행이었군. 우리는 그 명령에 묶여있지 않았으니.’
‘안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축복받은 여인 산타나의 병원에 입장하실 권한을 허가하겠습니다.’ 가스카가 말하며 몸을 살짝 숙였다.
‘참으로 고맙구만.’ 오스리크가 비꼬는 투로 말했다. 가스카가 따라오라 손짓하였고, 그들은 정문을 지나 들어갔다.
오스리크가 브루스크에게 조용히 말했다. ‘제 갑옷의 수리를 마치는 데 일주일은 걸릴 것입니다.’
‘자신의 전투장비는 소중히 다뤄야하네. 내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던가?’ 브루스크가 가벼운 톤으로 물었다. 이게 그들 간의 방식이었다. 한때는 스승과 제자로서, 그 후엔 둘은 친구로 오랫동안 함께하였다. 둘 다 무례해 보였지만 둘 간의 결속은 언제나 강하였다.
‘저는 스스로의 장비를 수리하는 걸 즐기며, 겸손히 다루려 합니다. 누군들 안 그렇겠습니까? 명상하며 황제 폐하께 삶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 전투를 복기하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다만 정직하고 좋은 싸움에서 얻은 게 아니라 날씨 때문에 얻은 피해라는 게 불만스러울 뿐입니다. 모래 때문에 생긴 흠을 닦아내며 인류의 주인께 대체 어떤 기도를 올려야 합니까?’
브루스크는 시설의 거친 거리를 지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설은 아스트라 밀리타룸의 표준 격자 패턴으로 지어졌다. 표준은 남-북과 동-서 도로가 정문으로 이어지나 여기는 하나만이 서쪽에 건물 사이의 갓길로 만들어졌다. 시설은 양옆으로 간신히 200미터쯤 되는 작은 구조였다. 지키기 힘들어 보이는 도전적인 과제 그 자체였다.
‘내가 느끼기에, 형제여.’ 그가 말했다. ‘제대로 된 기도를 올리고 싶다는 자네의 소원이 곧 이루어질 것 같군. 이곳에 황제 폐하의 손길이 느껴지네.’
그들은 길고 낮은 조립식 건물로 향했다.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14개의 건물 중 하나였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약 서른 개의 침상이 있는 의료병동이었다. 깜짝 놀란 부상자들이 조잡한 건물을 가로질러 가는 거인들을 쳐다보았고, 그들의 검은 갑옷에선 먼지가 줄줄 흘러내렸다. 조립식 건물 전체가 그들의 발걸음에 흔들렸다.
가스카 중위는 그들을 방 끝에 있는 침대에서 죽어가는 사람의 옆에 있는 바쁜 이에게 인도하였다. ‘어뎁타 소로리타스 호스피탈러의 로사 자매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
로사 자매는 땅딸막하고 어려운 인상과 회색 머리를 가진 매력 없는 여성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수많은 사마귀로 흠집 나 있었다. 같은 믿음의 전사를 본다는 그녀의 기쁨은 잘 숨겨져있었고, 이는 그녀가 전언을 전달받자 금새 명백한 짜증으로 바뀌었다. 그는 죽어가는 남성에게서 물러난 후 병사들의 차트를 확인하면서 스페이스 마린들을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우린 떠날 수 없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야만 하네.’ 브루스크가 말했다. ‘폰 스트라브의 배반 행위 때문에 섹터 전체가 무너지고 있네. 오크들은 재집결하고 있고, 워밴드들이 합류하고 있네. 놈들의 아웃라이더들이 이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단 말일세.’
‘우리는 이곳에 남을 것입니다.’ 그녀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폭풍이 힘을 다할 때까지 말입니다.’ 그녀는 다른 침대로 향했다.
‘자매여, 이 폭풍은 며칠 안에 멎지 않을 것이네.’ 브루스크가 말했다.
‘폭풍이 멎으면 우린 인퍼누스로 향할 준비가 되어있을 겁니다.’
‘당장 떠나야 하네. 전 병력이 하이브 헬스리치로 퇴각 중이야. 폭풍이 멎으면 오크 놈들이 공격할 준비를 마칠 테고, 그대들을 파괴할 것이네.’ 브루스크가 날카롭게 말했다.
‘조금은 존중해 주시죠, 그녀는 신성한 오더의 일원이잖습니까.’ 오스리크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도 형제만큼이나 봉사를 행하다 상처 입은 적이 많을 겁니다. 형제는 우리 기사단이나 소드 브라더로서의 직함에 걸맞지 않게 하고 계십니다.’ 그리곤 그는 공개적으로 말하였다.
‘내 형제를 용서해 주시길, 우린 배려보단 공격에 더 맞는 다혈질적인 사람들이니.’
‘어찌 되었든,’ 브루스크가 그의 전 제자를 휙 쳐다보며 계속하였다.
‘내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 우린 본대로 퇴각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그건 우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라네. 내 몸 전체가 나아가 우리의 손실을 복수하라고 말하고 있으니.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것터이니. 숙고 후의 퇴각은 옳은 행동이며, 그리해야만 휴식을 취하고 재무장해야 다시 전진할 수 있을 터이니. 그대들도 함께 하게. 이 병원은 아군 후방에 있었으나 더 이상은 아닐세. 오크들이 다가오고 있으니, 날씨가 허락하는 대로 떠나야 한다네. 장비들은 중요치 않으니 당장 떠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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