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콜라보 제니 / 리플레이 Eleven / 부상자 아르다
영상보내준 바다의이슬에게 베리땡스 매우 감사드립니다.
[1 기획]
제니 : [하아, 언제까지 이 지겨운 짓을 해야 하는 거야?]
제니는 병원 3층 복도를 걸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곳을 탈출해 배우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은 그녀였지만, 이상하게 생존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제니 : [이번에 우승하면 나갈 수 있을까? 이제는 잘 모르겠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제니는 발걸음을 멈추고 청각을 곤두세웠다. 그녀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에서 금속이 부딪치고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니 : [벌써 전투가...? 아직 무기도 준비 못 했는데!]
제니는 소리가 나는 쪽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바닷가
Eleven : [역시 연결이 안되네...]
Eleven은 스마트폰을 바다가 있는 방향으로 높게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팔을 뻗어도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Eleven : [이 섬의 존재가 알려지면 안 되니까 방해전파라도 있는 거겠지?]
Eleven은 생존게임이 시작될 때마다 스마트폰을 켜고 전파를 확인했다.
자신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꼭 치러야 하는 의식처럼 그 행동을 반복했다.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스트리밍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Eleven : [이 섬을 나가지 않는 한, 스트리밍하는 건 무리일 텐데...
으으으, 스트리밍을 못 하니까 너무 우울하고 힘들다구...
아, 스마트폰은 있으니까. 방송하는 것처럼 녹화해볼까?
언젠가 녹화한 동영상들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럼 평소처럼 방송을 해볼... 까?]
Eleven의 시선은 너무 먹어서 질려버린 식빵 한 조각에서 멈췄다.
Eleven : [하아... 배고파. 여기서 주는 빵만 먹는 동영상은 아무도 재미있어하지 않을 거야.
뭔가 다른 음식이 없을까나~ 인스턴트 음식도 좋은데...
아! 그러고 보니, 이 섬에 다른 먹을거리도 있었던 것 같아!
무, 물론 늘 배고파서 금방 먹어버렸지만...
작정하고 모아보면 꽤 많은 양을 모을 수 있지 않으려나?
모두에게 들키지 않게 음식들을 잔뜩 모아서...
어딘가 건물같은데서 '홈파티'를 하는 거지!
물론 준비하는 과정까지 다 도영상으로 남겨놓구...
좋아! 컨텐츠를 구상하다보니까 기분이 좋아졌어!
그럼 이제 음식 모으기부터 시작해볼까?
자! 음식들아, 기다려! 내가 다~ 찾아줄 테니까!]
Eleven이 혼자 들뜬 사이, 등대 근처에서 상처를 입어 움직임이 느려진 사람 하나가 나타났다.
사람은 신나게 달려 나가는 Eleven을 향해 손을 뻗었다.
??? : [윽... 어이... 도와줘...]
그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 Eleven에게 닿지 않았다.
[2 콜라보]
Eleven : [아, 라면 발견!]
Eleven은 슬럼가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슬럼가에서 찾을 수 있는 음식은 주로 인스턴트 음식이었다.
하지만 어떤 음식이든지 잘 먹는 Eleven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Eleven : [다른 음식은 어디 있을까~]
Eleven은 음식을 좀 더 찾아보기 위해 슬럼가에 있는 큰 쓰레기장으로 들어갔다.
쓰레기장은 온갖 물건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는데, 그 더미 속에서 종종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물론 그곳에서 나온 음식을 먹을지 말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린 것이었지만.
Eleven : [응?]
쓰레기장을 뒤지던 Eleven은 멀리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제니 : [...큭, 이렇게 당하다니... 말도 안 돼...]
제니는 쓰레기장 입구에서 땅에 손을 짚은 채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옷 곳곳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Eleven : [큰일이네! 완전 많이 다쳤잖아?]
제니 : [뭐, 뭐야...?]
제니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튀어나온 Eleven을 보고 놀랐다.
사람이 없을 것 같은 곳으로 간신히 도망쳤다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제니는 상처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외면하며 전투태세를 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다시 땅을 짚어야 했다.
제니 : [그래, 이번엔 여기까지구나. 너한테는 특별히 이 대배우님을 죽일 권한을 줄게.]
제니는 마지막 힘을 짜내서 자존심이라도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Eleven : [응? 난 이번에 싸울 생각이 없어. 이번에는 촬영에 집중할 생각이거든!]
제니는 천진난만한 Eleven의 모습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니 : [그래, 죽이지 않을 거란 이야기지...? 그렇다면...]
제니는 부상으로 인한 탈진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Eleven : [앗, 괜찮아?]
서둘러 달려나간 Eleven은 잠깐 망설이다가 자신이 갖고 있던 빵을 제니에게 내밀었다.
Eleven : [일단 이거 먹어봐! 먹고 제대로 쉬면 상처가 나을 거야. 원래 내가 먹을려고 했던 거지만... 그렇다고 쓰러져 있는 사람을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
제니 : [순진할 정도로 착하구나...]
잠시후
제니 : [이렇게 신경 써주는 건 고마운데, 나 때문에 시간을 버리고 있는 거 아니니?]
Eleven은 제니가 잠에서 깰 때까지 그 곁을 지켜줬다.
그 덕분에 숙면한 제니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을 회복했다.
Eleven : [괜찮아! 기다리는 동안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제니 :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는 건데?]
Eleven : [오, 들어볼래? 실은 이곳에서 음식을 최대한 많이 모은 다음에 '홈파티'를 할 생각이었어!
그리고 그걸 준비하는 과정부터 홈파티 하는 것까지 동영상으로 남기기!]
제니 : [여기서 촬영을 한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Eleven : [난 바깥에 있을 때 스트리머였어. 당장은 스트리밍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영상을 남겨두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제니 : [여기서 언제 나갈지도 모르고, 그 영상을 보관하는 것도 어려울 텐데? 그냥 흉내내기에서 끝날걸? 정말 대책 없이 엉뚱하네.]
제니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하지만 Eleven은 마치 제니의 비꼬는 말을 듣지 못한것처럼 눈을 반짝였다.
Eleven : [아, 그러면 제니도 같이 음식 모으기 하자! 그러고 나서 홈파티하자!]
제니 : [뭐라고? 내가 왜?]
Eleven : [혼자 먹는 것보다는 같이 먹는 게 더 맛있고 즐겁잖아! 내가 도와준 거, 잊지 않았지?]
제니 : [윽, 이외로 약은 구석이 있네...
...... 그래, 알았어. 도움받은 게 있으니까 같이 움직여줄게. 하지만, 동료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
여차하면 너를 미끼 삼아서 도망쳐버릴 테니까. 알겠어?]
Eleven : [그래도 상관없어. 만약에 내가 이번에 일찍 죽는다 해도, 다음에 다시 도전하면 되는거니까!
그럼 결정한 거지? 와아, 이렇게 되면 유명 배우와 함께하는 콜라보 컨텐츠라구.]
Eleven은 웃으면서 제니에게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제니 : [뭐, 뭐야! 갑자기 찍는 건 안 돼! 지금 내 꼴은 엉망진창이란 말이야!]
Eleven : [왜? 좀 다치긴 했어도 얼굴이 예뻐서 괜찮을 거야~]
제니 :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3 가식]
Eleven : [콜라보 컨텐츠라니, 엄청 신난다~!]
경쾌하게 뒷골목을 걷는 Eleven. 제니는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Eleven : [엇! 길 한복판에 달걀이 떨어져 있잖아? 주워야지~]
제니 : [자, 잠깐 기다려!]
Eleven : [응? 왜 그래?]
제니 : [너, 길에 떨어진 달걀도 그냥 먹을 거니?]
Eleven : [응! 왜?]
제니 : [하아...]
제니는 깊은 한숨을 쉬며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검지로 눌렀다.
Eleven : [아, 혹시 달걀 별로 안 좋아해?]
제니 : [내 말은 땅에 떨어져 있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주워서 먹으려는 게 문제라는 거야!]
Eleven : [맞다. 제니는 원래 유명한 배우라고 했지? 아무 음식이나 먹지는 않겠구나...]
제니 : [그런 건 아니... 아,그래. 나 정도의 배우가 아무거나 주워 먹겠어?]
Eleven : [그럼, 이건 내가 먹어야겠다! 제니가 먹을만한 것을 찾아줄 테니까 기대하라구~]
제니 : [...]
제니는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을 유명한 배우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주목받지 못한 무병 배우에 불과했다.
물론 이 섬에 끌려오지 않고 계속 배우 활동을 이어나갔다면, 인기를 얻어 스타 배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의 제니는 그저 무병 배우에 불과했다.
제니 : [... 그 달걀 나도 먹을거야.]
Eleven : [응? 왜 그래?]
제니 : [그니까... 뭐, 사실 음식을 딱히 가리는 편은 아니야.]
제니는 괜히 팔짱을 끼면서 Eleven의 시선을 외면했다.
평소의 제니였다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끝까지 계란을 안 먹겠다고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믿고, 그에 맞춰 배려하려는 Eleven을 보고 더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Eleven : [...]
Eleven은 진지한 표정으로 제니를 응시했다.
그리고,
Eleven : [사실은 알고 있었어.]
제니 : [... 뭐라고?]
정체를 들킨것 같아 당황한 제니에게 Eleven이 말했다.
Eleven : [아까 내가 준 빵, 맛있게 먹었잖아? 그거 좀 오래되어서 딱딱한 데다가 깨끗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제니는 잠들기 전의 기억을 떠올리다가 얼굴이 빨개졌다.
너무 배고프고 지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Eleven이 준 빵을 허겁지겁 먹었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먹기 싫지만 살기 위해서 억지로 먹어야 하는' 연기를 했을 그녀였다.
Eleven : [그 모습을 보고 음식 취향은 나랑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같이 '홈파티'를 준비하자고 한 거야~]
제니 : [아니, 그건 어쩔 수 없이...]
Eleven : [자~ 우리의 대배우님 제니는 의외로 땅에 떨어진 계란도 먹는다구!]
제니 : [얘! 카메라에 대고 그런 말 하지마!]
잠시후, 그녀들이 떠난 골목길.
??? : [젠장, 먹을 게 하나도 안보이잖아... 큭, 상처가 더 심해지고 있어. 약을 찾든지, 먹을 것을 찾든지 해야하는데...]
[4 스트리밍]
Eleven과 제니의 홈파티 준비와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호텔 2층 구석에 있는 방을 홈파티 장소로 정했다.
그들은 바깥에서 구한 음식들을 방에다 두고, 다시 바깥으로 나가 먹을거리를 구하는 일을 반복했다.
Eleven : [좋아, 이번에 가져온 음식들은 여기다 둬야지~]
제니 : [꽤 모은 것 같네. 이 정도면 섬에 있는 음식의 절반은 가져온 게 아닐까?]
Eleven : [싸우지 않고 음식찾기에만 열중한 덕분이려나? 자, 모두 보고있는 거지? 음식 더 많이 모을테니까 기대하라구~!]
Eleven은 카메라에 대고 말을 걸었다.
그녀는 마치 카메라 저편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것처럼 행동했다.
제니 : [너 항상 그렇게 방송했던 거니?]
Eleven : [응! 특이하고 신기한 음식을 먹어볼때도 그랬고, 혼자서 길거리 음식을 먹으러 다닐때도 이렇게 방송했었어!]
제니 : [혹시 유명했었니?]
Eleven : [글쎄? 그냥 즐거워서 했던 일이라서 별로 그런건 신경쓰지 않았어. 음, 다른 채널이랑 굳이 비교한다면 인기 없는 쪽이었을 거야.]
제니 : [인기를 따지지 않는다니,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난 항상 많은 사람이 나를 봐주기를 원했으니까. 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네.]
Eleven : [난 많은 사람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거든. 그냥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나를 제대로 바라봐줄 사람이 필요했어.]
제니 : [제대로 바라봐 준다고? 지금 나도 너를 제대로 보고 있는데?]
Eleven : [음... 설명이 쉽지 않네... 그래, 어떻게 보면 제니는 나를 제대로 바라봐주는 걸지도?
하지만 내가 섬 바깥에 있었을 때는...]
중국 거대 기업 총수의 딸.
Eleven의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 그녀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도 Eleven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싫었던 Eleven은 온전히 '내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스트리밍을 하게 된 것이었다.
Eleven : [... 방송 다시 할 수 있으려나.]
제니 : [응?]
Eleven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Eleven은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이 섬에서 지위나 재산 같은 것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Eleven은 그런 면에 한해서 이 섬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트리밍을 하지 못해 자신을 봐주고 응원해주던 팬들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너무 답답하고 슬픈 현실이었다.
어나운스 : [누군가가 사망했습니다.]
[5 흔적]
아르다 : [이런, 부상을 너무 심하게 입어버렸구만...]
아르다는 힘겹게 몇 걸음을 걷는다 싶더니, 이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왼손으로 상처 입은 오른쪽 팔을 만졌다.
붕대를 감은 것이 소용없을 정도로 상처에서는 피가 잔뜩 묻어나왔다.
아르다 : [병원에 있다가 그런 난전에 휘말릴 줄은 누가 알았겠나...]
이번 생존 게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병원에서 큰 전투가 일어나 많은 사람이 다친 일이 있었다.
말이 전투였지 누군가에 의해 일어난 학살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병원에서 도망친 많은 사람이 자신과 같은 상태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아르다 : [피를 너무 흘렸는지 기운을 낼 수 없구만. 먹을 것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는 보통사람보다 좋아진 신체 재생능력이 오히려 화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더는 약화하지도, 좋아지지도 않은 채로 고통스러운 시간만 길어지고 있었다.
아르다 : [... 차라리 죽는 게 편하겠어.]
Eleven : [아직 포기하면 안 돼! 제니! 여기 다친 사람이 있어. 음식이라도 좀 나눠주자!]
제니 : [이 상처... 병원에서 도망친 사람 같네. 나도 그랬거든.]
제니는 아르다에게 초콜릿과 쿠키, 그리고 오렌지 에이드를 건넸다.
제니 : [자, 먹어봐. 내가 특별히 베풀어주는 거니까 말이야.]
Eleven : [그렇게 말하면서 주면 먹다가 체할지도 몰라...]
아르다 : [정말 고맙네...]
Eleven : [다 먹고 낮잠이라도 자면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 거야!]
제니 : [어쩜 그렇게 태평한 소리만 하니?]
제니와 Eleven은 투닥거리듯이 말을 주고받았다.
간만에 음식을 먹은 아르다는 노곤함을 느꼈다.
자꾸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보려고 애를 쓰던 그는 결국, 바닥에 쓰러져 잠들고 말았다.
Eleven : [역시, 제니는 카메라 체질이라니까!]
제니 : [뭐, 크든 작든 카메라는 카메라 아니겠어? 난 배우니까 그 정도는...]
Eleven : [그래요~ 이쪽 보면서 미소 한 번만!]
제니 : [뭐? 미소? 나 정도 되는 배우가 그런 요청사항을 쉽게 들어줄 것 같니?]
Eleven : [아이,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제니 : [정말이지, 그런 영상이 남아 있으면 나중에 봤을 때 부끄럽잖아!]
한참 잠들어 있었던 아르다는 자신을 도와줬던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르다 : [그래도, 무엇이라도 남기는 게 좋지 않겠나.]
Eleven : [일어났구나! 많이 회복한 모양인걸? 봐, 이 사람도 나랑 같은 의견이잖아!]
제니 : [일어나자마자 Eleven 편을 들다니, 타이밍을 일부러 재고 있던 거야?]
아르다 : [그런 게 아닐세. 나는 그저 영상이라는 매체가 인류의 '흔적'을 남기는 데 아주 유용하다는 말을 한 것이라네.
모든 물건도, 생명도, 언젠가는 소멸하여 '흔적'이 될 뿐이지.
그 흔적을 상세하게 기록할 수 있는 영상은 화석보다도 좋은 매체라고 생각한다네.
물론 유물이나 화석에 남아 있는 희미한 흔적에서 과거를 알아내는 과정도 재밌지만 말일세.]
제니 : [하아... Eleven, 얘 좀 이상한 사람 같아. 그냥 여기서 서로 각자 갈 길 가는 게...]
Eleven : [왜? 흥미로운 이야기인걸? 흔적, 흔적이라... 그럼, 우리 모두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더 촬영해보자!]
제니 : [너, 저 사람 말 이해하고 말하는 거 아니지?]
Eleven은 아르다의 말을 듣고 더 적극적으로 제니에게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제니 : [이렇게 별거 아닌 장면도 남겨야 하는 거야?]
아르다 : [이런 사소한 기록이야말로, 중요한 흔적으로 남는 걸세.]
제니 : [얘는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제니는 아르다의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나운스 : [누군가가 사망했습니다.]
??? : [어째서... 어째서 먹을 만한 게 보이지 않는 거지? 이렇게 굶어 죽을 수는 없다고...]
[6 이유]
Eleven : [아, 그러고 보니 아르다한테 우리가 뭘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았구나.]
아르다 : [그래, 무엇을 하려는 건가?]
Eleven : [나랑 제니는 홈파티 준비 중이야! 이 섬에서 음식을 최대한 많이 모은 다음에 파티를 할 거야.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기록해두는 거지!
원래 난 스트리밍을 하고 싶었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없었어.
그저 스트리밍 흉내만 내려던 일이었지만, 지금은 이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
아르다도 같이 해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은데!]
아르다 : [섬에서 음식을 최대한... 많이 모은다... 라. 그렇군, 그런 것인가...]
해맑게 웃는 Eleven과는 달리, 아르다의 표정은 살짝 어두워졌다.
제니 : [뭐야, 왜 그러니?]
아르다 : 아니라네, 그저 사소하게 신경 쓰이던 게 있었을 뿐이라네. 자네들이 신경쓸 일은 아닐세.]
제니 : [그렇게 말하면 더 신경쓰인다는 거 몰라?]
아르다 : [이런, 이런, 내 말이 거슬렸다면 사과하겠네. 그렇지만 정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네.
자네들은 정말 즐거워 보이는구만. 지켜본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그렇게 느껴졌다네.]
Eleven : [그러면, 아르다로 같이 하는거야?]
제니 : [Eleven, 아직 아르다의 말이 다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르다 : [아, 아닐세. 나를 초대해준다면 기꺼이 동행하겠네. 나도 즐거운 식사를 해보고싶구만.]
Eleven : [와아! 이제 셋이서 하는 파티다~!]
제니 : [하아, 막무가내라니까. 아르다, 너한테는 묻고 싶은게 좀 있지만, Eleven을 봐서라도 참아주겠어.]
아르다 : [고맙구만.]
제니 : [아, 음식 모으는 건 제대로 도와줘야 한다는 거 잊지 마! 엄청 힘드니까.]
Eleven : [그래도 이제 70%는 모으지 않았을까?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파티를 할 수 있을 거야!]
아르다 : [그렇군... 알겠네.]
Eleven : [그럼, 출발하자~!]
어나운스 : [누군가가 사망했습니다.]
아르다 : [...]
Eleven과 제니는 서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가며 걷고 있었다.
아르다는 앞장선 두 사람을 보며 작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르다 :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총성이나, 폭발음, 비명 같은게 들리지 않았는데도, 사망 안내방송이 자주 나왔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구만.]
음식, 인간은 음식을 섭취하지 못 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것은 일반인보다 훨씬 재생능력이 뛰어난, 이 섬에 있는 인갈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전투 중에 얻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식사를 통해 얻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아르다 : [이번 생존 게임이 시작되었을 때, 병원에서 큰 전투가 일어났다. 그래서 많은 부상자가 생겼고... 다들 도망쳤지...
하지만,
저 두 사람이 섬의 음식들을 다 모으는 바람에, 부상자들이 먹을 음식이 부족했을 것이다.
식사를 하지 못한 부상자들은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고 천천히 죽어갔을 테지.]
Eleven과 제니는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자각하지 못 한 채, 불특정 다수를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서서히, 조금씩, 괴로움을 주는 방법으로.
아르다는 그 사실을 두 사람에게 알려줘야 할 지 고민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는 인간이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생존 게임에 참여한 상태임에도 다친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 만큼 착한 편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바로 자신들이 모았던 음식들을 모두에게 나눠주려고 할 것 같았다.
아르다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문득 밝게 웃고 있는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Eleven과 제니, 그들의 미소를 보던 아르다는 그들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이들의 행복한 순간을 일부러 깨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고고학자로서 흥미가 가는 부분도 있었다.
Eleven과 제니가 기록하고 있는, 그 영상이라는 흔적이 가질 의미나 가치에 관한 흥미였다.
분명, 그 기록들은 나중에 중요한 '흔적'이 될 테니까.
아르다 : [다른 사람들에겐 미안한 일이구만.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쨌든, 생존게임이니까 말일세.]
??? : [배가... 배가 고파. 빨리... 빨리 먹을 것을 찾지 않으면... 그래, 이제 빼앗아야겠어. 죽여서라도 먹을 것을...!]
[7 조리]
Eleven : [자, 파티 준비 종료!]
Eleven은 호텔 방에서 큰 목소리로 선언했다.
제니 : [그런데, 진짜 너무 많은 거 아냐?]
모아놓은 음식들은 거의 산을 이루고 있었다.
Eleven : [발견하지 못한 음식도 많을 것 같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르다 : [오히려, 셋이서 다 먹기에는 너무 많지 않겠는가?]
Eleven : [걱정 마! 난 음식을 남긴 적이 없거든. 그럼 이제 음식들을 테이블에 세팅해볼까?]
제니 : [이걸 다 먹으면 살찔 텐데...]
Eleven : [이번 생존게임이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아? 뭐,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배가 좀 나와버릴 수도?]
제니 : [싫어, 싫다구. 배우는 항상 매 순간 관리해야 한단 말이야!]
Eleven : [이번은 포기하세요. 배우님~ 자, 준비하자!]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없는 큰 테이블에 음식을 늘어놓는 Eleven을 보던 아르다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르다 : [자네, 그 설마라고는 생각하고 있네만... 그거 전부 그대로 먹을 생각인가?]
Eleven : [응? 당연히 그럴 거였는데?]
Eleven은 왜 그런 걸 물어보냐는 얼굴로 아르다를 쳐다봤다.
하지만 아르다의 눈에는 테이블에 생감자와 살아있는 미꾸라지, 그리고 도저히 어떻게 먹어야 할지 알 수 없는 거북이 등껍질까지...
도저히 그대로 먹을 수 없는 것들이 섞여있는 게 보였다.
아르다 : [쓸데 없는 참견일수도 있네만...]
아르다는 방 옆에 있는 작은 부엌으로 가서 인덕션에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냄비에 물을 끓이더니, 테이블에 있던 먹을거리들 중 몇 개를 들고 와서 조리하기 시작했다.
Eleven : [앗, 맛있는 냄새!]
제니 : [뭐야, 제대로 된 요리 냄새잖아?]
Eleven은 아르다가 요리하는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했다.
아르다 : [이건 정말 별거 아니라네. 그래, 모처럼이니 하는 데까지 조리를 해보겠네.
제니, 자네는 필요한 것들 좀 가져다줄 수 있겠나.
Eleven은 이 모습을 계속 촬영하게. 좋은 기록이 되면 좋겠구만.]
Eleven : [좋아, 좋아~ 완전 기대된다구!]
제니 :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이왕이면 제대로 된 음식이 먹고 싶으니까 말이야.]
아르다가 조리를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제대로 된 요리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
물론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들도 테이블 위에 있어 독특한 광경이었다.
Eleven과 제니는 어떤 음식이든 잘 먹는 편이었으나, 이렇게 제대로 된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되어 진심으로 기뻐했다.
Eleven : [이제 홈파티 촬영 시작합니다! 준비는 다 되었을려나?]
Eleven은 섬에서 겨우 찾아낸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고정했다.
아르다와 제니의 오케이 사인을 확인한 그녀는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눌렀다.
Eleven : [Eleven 주최 '홈파티', 시작이야!]
[8 파티]
식욕을 돋우는 요리 냄새가 호텔 방을 넘어 2층 전체에 퍼졌다.
Eleven : [아르다가 만들어준 요리들, 엄청 맛있어!]
제니 : [뭐, 나쁘지 않네. 이상한 말투만 쓰는 줄 알았는데 제법인걸? 오늘만큼은 칭찬해주지.]
아르다 : [이거 참 쑥쓰럽구만. 나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게 되었네.]
Eleven은 스마트폰을 향해 요리 접시를 가까이 들고 이 요리의 어디가 어떻게 맛있는지에 관해 설명하면서 요리를 먹었다.
그녀가 섬에 오기 전에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Eleven : [맞다! 이제 그걸 먹어보자!]
제니 : [응? 뭐를?]
Eleven : [골목길에서 주운 미스터리 달걀!]
제니 : [아니, 그걸 아직도 갖고 있었어?]
Eleven : [같이 먹자고 했으니까~]
제니 : [윽, 알았어. 하지만 생으로는 절대 안 먹을 거야. 그 달걀 줘봐.]
Eleven : [엇.]
제니는 Eleven에게서 달걀을 빼앗더니, 인덕션 앞에 섰다.
그녀는 불이 들어온 인덕션 위에 프라이팬을 올린 뒤, 그 위에 달걀을 깨서 내용물을 익히기 시작했다.
제니 : [이 몸이 요리하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이야. 이러면 배탈이 날 일은 없겠지.]
제니는 완성된 달걀 후라이를 접시에 담았다.
Eleven : [맛있겠다! 미스터리 달걀!]
Eleven과 제니는 계란 후라이를 반으로 갈랐다.
제니 : [...! 의외로 맛있는데?]
Eleven : [제니가 만들어 줘서 그런가? 더 맛있게 느껴져!]
아르다는 두 사람이 웃고 떠들며 식사하는 모습을 마치 눈으로 세세하게 기록하듯 보고 있었다.
이 순간은 즐거우면서도 따스한 기억으로 남겠지만, 그 기억은 영원할 수는 없었다.
사람은 기억을 잊거나 잃어버린다. 또한, 순간이 기억이 될 때 일정 부분이 왜곡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이 잊지 않은 기억은 그 사람이 죽으면 같이 사라져버린다.
기록과 '흔적'이라도 없으면 정말 아무도 그 순간이 있었다는 걸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마트폰에 녹화된 영상들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부서지지 않는 이상, 그 기억들은 보존될 것이었다.
[9 강습]
홈파티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무엇인가가 크게 넘어진 듯한 소리가 호텔 입구 쪽에서 들렸다.
Eleven과 제니, 아르다는 식사를 멈추고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Eleven : [이, 이게 무슨 소리지...]
아르다 : [역시, 와버린 건가...]
아르다는 의자에서 일어나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제니 : [역시, 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르다 : [이 소리는 우리가 판자와 못으로 막아둔 호텔 입구를 억지로 부순 소리일 거야.]
Eleven : [그, 그럼 누군가가 쳐들어오고 있다는 거야?]
아르다 : [그럴 것일세. 예상보다 조금 빠르기는 하지만...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구만.]
제니 : [어, 어째서 이곳을?]
아르다 : [냄새라네. 요리 냄새가 퍼진걸세. 그리고 지금은 어떤 이유에 의해서 이 섬에 있는 사람들은 기아 상태나 다름없게 되었다네. 평소보다 후각이 예민해졌겠지.]
제니 : [그런 건 빨리 알려달란 말이야!]
아르다 : [만약 말했다면 이 일을 그만둘 생각이었는가?]
제니 : [그, 그건...]
아르다 :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네들이 '홈파티'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네. Eleven,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Eleven : [나는 그 이야기를 들었어도 예정대로 '홈파티'를 열었을 거야.
어차피 이 생존게임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아주 잠시라도 즐거울 수 있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해.]
제니 : [Eleven...]
아르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굳이 말하지 않은 것이라네. 그저 온전히, 이 파티를 즐기기를 바랐을 뿐이지.]
제니 : [너도 참 대단하네. 그러니까, 습격당할 걸 예상하고도 우리랑 같이 있던 거라고?]
아르다 : [난 만족한다네. 행복했던 순간들을 '영상'이라는 '흔적'으로 남겨뒀으니까 말이네.]
제니 : [진짜 이상한 애야...]
[쾅-]
쇼우 : [여기 있었구나!]
굉음과 함께 호텔 방 문이 날아갔다.
발을 크게 구르며 방에 들어온 것은 요리사, 쇼우였다.
쇼우 : [음식 냄새... 음식... 며칠만의 음식인가...]
쇼우는 충혈된 눈으로 주변을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테이블에 놓여진 음식들을 본 쇼우는 환희의 표현인지, 아니면 분노의 표현인지 알 수 없는 비명을 질렀다.
쇼우 : [음식이다!!! 잠깐, 그런데... 이 재료들을 이렇게 요리했다고? 이건 요리에 대한 모독이야!]
테이블에서 눈을 뗀 쇼우는 Eleven과 제니, 그리고 아르다를 발견하고 칼을 고쳐잡았다.
쇼우 : [너희들이 이 지저분한 요리들을 만들었냐?]
아르다 : [쇼우... 요리사이니 후각이 더 발달했겠지. 그래서 이렇게 이곳을 빨리 발견했나 보구만.]
Eleven : [우리는 요리에 대해 모독 같은 거 하지 않았어! 이 요리들 모두... 우리가 즐겁게 만들고, 맛있게 먹었다구!]
쇼우 :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제니 : [Eleven! 위험해!]
쇼우의 말에 무심코 앞에 나섰던 Eleven을 제니가 잡고 뒤로 끌었다.
쇼우의 거대한 칼이 Eleven의 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갔다.
쇼우 : [어쩔 수 없지... 이 쓰레기 같은 요리들은 내가 다시 살려내겠어.
그 전에... 요리를 모독하고, 음식들을 멋대로 쌓아놓고 있는 너희들을 죽여야겠군.]
Eleven : [쇼우! 그럼 우리랑 같이 먹자. 음식은 아직 많이 남아있어. 서로 죽일 필요 없잖아!]
아르다 : [그만두게나. 지금 저 요리사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을걸세...]
Eleven : [하, 하지만... 우린 지금 싸울 수 없는걸. 음식 모으느라 무기를 마련하지 못했어...]
제니 : [제압하는 건 무리야. 하아... 이게 도대체 몇 번째 한숨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겠네. 둘 다 도망가버려.]
Eleven : [제니?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제니는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이 멍청한 판단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분명 그녀는 Eleven과 같이 다니기로 했을 때, 상황이 안 좋아지면 Eleven을 미끼 삼아 도망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로 행동한 것이다.
제니 : [Eleven, 너의 행동에 끌려다니면서도... 이상하게 즐거웠어.
같이 다니면서 음식을 모으고, 요리하고... 먹고...
난 도저히 너를 미끼 삼아서 도망칠 수 없어.]
제니는 전투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엔 총알이 들어있지 않은 낡은 총밖에 없었다.
쇼우와의 전력 차이는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Eleven과 아르다가 도망칠 시간만 벌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제니 : [그래, 요리사인 건 알겠는데. 우리 모두가 열심히 모으고 만든 요리에 대해서 트집 잡는 거, 불쾌하거든?]
제니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거대한 칼을 쥔 쇼우에게 거침없이 돌진해 나갔다. 그리고,
[써걱-]
핏방울들이 방안에 흩날렸다.
어나운스 : [누군가가 사망했습니다.]
[10 기록]
Eleven : [제니!]
Eleven의 비통한 외침이 방안을 울렸다.
쇼우 : [흥.]
쇼우가 들고 있던 칼은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의 발치에는 시체가 된 제니가 쓰러져 있었다.
Eleven : [절대로...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아르다 : [진정하게나! 제니는 자네가 도망칠 수 있게 시간을 벌려고 한 것일세!]
Eleven : [친구의 희생으로 살아남다니, 그런 건 싫어!]
제니도 예상한 일 인지도 모른다.
Eleven은 절대로 도망갈 성격이 아니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충실했던 Eleven은 홈파티도, 스트리밍도 모두 잊은 채
제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움직였다.
Eleven : [으아아아아!!!]
Eleven은 접시 하나를 테이블 모서리를 향해 내리쳐 깨트렸다.
그리고 깨진 접시 조각 중, 가장 크고 날카로운 것을 들었다.
파편의 날에 손을 베여 피가 흘러도 Eleven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피가 묻은 접시 조각을 움켜쥐고 쇼우에게 달려들었다.
Eleven : [아아, 아아... 아아아!]
쇼우 : [배가 고프다... 배가 고파... 내 식사를... 방해하지 마라!]
쇼우는 Eleven을 향해 칼을 내리쳤지만, Eleven은 작은 몸집을 이용해 칼을 재빨리 피했다. 그리고,
접시 조각을 쇼우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Eleven : [드, 들어갔어...!]
쇼우 : [크윽...]
Eleven은 접시 조각에 힘을 줘서 더 깊게 찔러 넣으려 했다.
그러다가 그녀의 발에 무엇인가가 턱. 하고 걸렸다.
Eleven : [아...]
그것은 제니였다.
Eleven은 친구의 시체를 보고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쇼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칼을 들었다.
아르다 : [Eleven!]
Eleven : [...어?]
[써걱-]
Eleven이 위를 쳐다보았을 때는 이미 결말이 난 상태였다.
쇼우의 칼은 Eleven의 몸을 비스듬한 각도로 베어버렸다. Eleven의 몸에서 핏방울이 튀어 올랐다.
Eleven : [아... 이런...]
Eleven은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리듯 쓰러졌다.
쇼우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요리와 재료들을 챙겨 부엌으로 갔다.
그의 핏발 선 눈에는 아르다가 보이지 않았다.
쇼우 : [내가, 내가 다시 제대로 만들어주지...!]
Eleven과 제니의 피를 뒤집어쓴 쇼우는 아무렇지 않게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르다 : [이건 견딜 수 없구만... 이봐, 요리사 양반. 그냥 나도 빨리 죽이시게.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네.
그러니까, 이런 지옥에 더는 있고 싶지 않단 말일세...]
하지만, 아르다의 간절한 호소는 쇼우에게 닿지 않았다.
아르다는 그저 그 공간에 방치되었다.
아르다 : [참혹하구나...]
절망한 채 시선을 떨어뜨린 아르다는 Eleven과 눈이 마주쳤다.
Eleven이 다친 몸으로 바닥을 기어 아르다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아르다 : [자, 자네...]
Eleven : [아르다... 이, 이걸 부탁해...]
Eleven은 떨리는 손으로 아르다에게 스마트폰을 건넸다.
그녀는 목숨이 다해가는 와중에도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Eleven : [지금이라면... 아르다는 도망갈 수 있을...거야...
이 스마트폰에는... 우리 셋의... '흔적'이 담겨있어...
하지만 여기서 우리 모두 죽으면... 이 기록을 가지고 있을 사람이 아무도 없게... 돼...
난 아주 조금이라도... 이 '흔적들'을... 기억을... 남겨두고 싶어...
그러니까, 아르다... 이걸... 가지고 끝까지... 살아남아...]
Eleven의 눈동자는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아르다는 Eleven의 손을 잡았다.
아르다 : [알겠네. 이 '흔적'은 내가 목숨을 걸고 지키겠네.]
Eleven : [다행이다...]
Eleven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쇼우는 요리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있어 아르다는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르다는 결국, 움직이지 않는 Eleven과 제니를 두고 도망쳐야 했다.
그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Eleven이 맡긴 소중한 기록들을 지키기 위해 달려나갔다.
며칠이 지났다.
아르다는 교회의 차가운 바닥에 앉아 스마트폰에 있는 동영상을 재생했다.
Eleven : [자! 음식들아, 기다려! 내가 다~ 찾아줄 테니까!]
제니 : [여차하면 너를 미끼 삼아서 도망쳐버릴 테니까. 알겠어?]
Eleven : [그럼 결정한 거지? 와아, 이렇게 되면 유명 배우와 함께하는 콜라보 컨텐츠라구.]
Eleven : [그래요~ 이쪽 보면서 미소 한 번만!]
제니 : [뭐? 미소? 나 정도 되는 배우가 그런 요청사항을 쉽게 들어줄 것 같니?]
아르다 : [아, 아닐세. 나를 초대해준다면 기꺼이 동행하겠네.]
Eleven : [Eleven 주최 홈파티. 시작이야!]
동영상에서 Eleven과 제니, 아르다는 요리를 먹으며 웃고 있었다.
아르다 : [이건 '흔적'이다. 그녀들과 내가 살아있었다는 증거이자, 기록.]
소중한 추억은 시련을 버틸 힘을 준다.
어둠 속에서 아르다의 눈동자가 스마트폰의 빛을 받아 빛났다.
그의 옆에는 잘 손질된 활과 화살이 놓여 있었다.
그는 무기들을 들고 일어섰다.
아르다 : [아마, 이 스마트폰의 데이터는 이번 생존 게임이 끝나면 압수될지도 모른다.
기록이나 흔적은 그렇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
그래도.
나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네.
이 소중한 '흔적들'을 아주 조금이라도, 길게 남겨두기 위해서 말일세.]
이번 생존게임의 승자는, 실험체 번호 16M-RFT24.
그것은 마지막까지 소중한 추억을 지켜낸 아르다의 번호였다.
구랭
개추
무서워라
ㄷㄷ
결국엔 흔적을 지키기위한 의지가 아르다가 우승하게 해줬네.. 쇼우 나오기 전까진 힐링 느낌이었는데 분위기 확 바뀌니깐 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