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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바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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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천사 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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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아티스트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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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위클라인



(혜진갤에 3편 영상이 올라와서 타이핑 해봤음 영상 올려준 분 ㄳㄳ)




[1장 Quest]


바바라: 그만 공격하라고, 이 머저리들아..


바바라는 화살이 박힌 몸으로 공장 구석에 간신히 앉았다. 그녀는 혼자 다니다가 한 무리의 실험체들에게 공격을 당한 상태였다.


바바라: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내 로봇을 완성할 돈을 받을 수 있는 거야? 내 기억에는 한 다섯 번은 죽었다 살아난 거 같은데..응? 뭐지?


바바라의 눈에 휘청이며 다가오는 연구원이 보였다. 종종 실험체들을 공격하던 위클라인이었다.


바바라: 쳇..이번에는 여기서 죽는 거로 끝나나?


위클라인: 흐흐...으으...


위클라인은 바바라를 공격할 것처럼 팔을 들었다가 그녀의 품에 초록색 약물이 든 약병과 편지지를 떨어뜨렸다.


바바라: ..? 뭐야, 머저리 이게 뭔데?


위클라인: 웅얼웅얼..종이는..불태워..움..직여..


바바라: 야! 좀 크게 말해! 뭐라는 거야? 불태우라는 말 말고는 하나도 안 들리잖아!


위클라인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하더니, 다시 휘청거리며 공장을 벗어났다. 바바라는 그녀가 시야에 사라지자마자 영어로 적힌 편지지를 읽었다.


-나는 이곳의 연구원이지만, 이 쪽지를 보고 있을 너와 같은 '실험체'다. 현재 아글라이아의 눈을 피해 우리의 몸을 원래의 몸으로 되돌리는 약을 만들고 있다. 의사경력이 있는 공학자인 네가 내 연구를 도와줬으면 한다. 연구가 성공하면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운송수단을 제공하도록 하겠다.-


바바라는 편지를 읽다가 코웃음을 치며 편지지와 약병을 던졌다.


바바라: 자기도 못 벗어나면서 무슨 운송수단을 준비한다는 거지? 소꿉장난은 혼자서 하란 말이야..


바바라는 벽에 기대서 한숨을 쉬었다. 한참을 눈을 감고 인상을 쓰던 그녀는 얼마 안 가 다시 편지지를 주웠다. 그리고 읽지 못 한 부분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무리 다쳐도 금방 회복되고, 죽어도 다시 살아나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몸이 붕괴하긴 하겠지만..그 전까지 우리는 이 생존게임을 반복해야 할 거야. 나는 예전의 몸으로 되돌아가 제대로 죽고 싶어. 일단 병원에 가서 내가 준 약병과 똑같이 생긴 약병을 찾아. 약병에는 또 다른 쪽지가 있을 거야. 제발 '애클리스(Akhlys)' 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줘.-


바바라: 하? '애클리스(Akhlys)'? 여기 녀석들은 그리스 신화에 너무 빠져 사는 것 같은데.


편지를 다 읽은 바바라는 편지지를 라이터로 태운 뒤 약병을 챙겼다.


바바라: ..이 짓도 지겨운데, 그 머저리 말을 한번은 믿어보겠어. 병원, 병원이라...하필 여기서 멀리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니...


바바라는 비틀거리며 발검을을 옮겼다. 화살이 박힌 상처에서 피가 다시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바바라: 어디 보자, 상처 치료랑 약물 연구에 도움 될 녀석을..찾아야 하나..


힘겹게 걸어가는 그녀의 뒤쪽에서 화살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2장 Doctor]


캐시: 아아, 이 두통..또 시작된 건가요?


캐시는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을 올린 채 낡은 배 위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가끔 기억이 뒤섞이는 기분과 함께 심한 두통을 겪곤 했다.


캐시: 몇 번 죽은 것 같은데도 또 이렇게 살아났단 말이죠..어떤 의사가 살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 수 배워야겠는걸요~덕분에 나는 살려야 할 환자도 못 살리고 있고..응? 거기 누구죠?


캐시는 작은 단검을 손에 쥐고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그녀가 누워있던 낡은 배 앞에 누군가 화살을 잔뜩 맞은 채 쓰러져 있었다. 캐시는 손전등을 켜 쓰러진 사람의 얼굴을 비추었다.


바바라: 아..목소리 들으니까 알겠네..너 그, 돌팔이지..?


캐시: 이 익숙한 목소리..당신 그..말 많은 수리공이었나요?


바바라: 웃기지 마, 공학자라고 했잖아! 기억력하고는..


캐시:저도 돌팔이가 아니라 그냥 의사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바바라: 윽, 말싸움할 시간 없다고 이 멍청아!


캐시: 이런..많이 다쳤네요? 생각해둔 유언은 있나 모르겠네요.


바바라: 병원...병원을 가야 해! 제발..부탁..


바바라는 할 말을 마저 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캐시: 으음..병원을 가야 할 상태는 맞네요. 물론 내가 꼭 데려다줘야 할 의무는 없고..그런데.


캐시는 바바라에게 다가가 상처를 살폈다.


캐시: 내가 살리고 싶었던 환자도 이렇게..내 앞에 나타났었단 말이죠. 아아, 저도 어쩔 수 없는 의사인 걸까요?


캐시는 한숨을 푹 쉬더니 바바라의 몸에 박힌 화살들을 빼고 응급처치를 했다. 바바라의 피가 캐시의 하얀 가운 끝을 적셨다.


캐시: 이 섬에 와서 좋은 건 이상하게 힘이 좀 세지고 회복이 빨라졌다, 정도군요.



어두컴컴한 연구실 안, 나쟈와 위클라인이 컴퓨터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나쟈: 갑자기 실험 도중에 불러내서 미안해요, 위클라인


위클라인: 무슨..일이지?


나쟈: 두 시간 전에, 공장을 들르셨었죠? 왜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나왔는가 해서요.


위클라인: ..공격할 대상을 찾지 못했다.


나쟈: 그래? 이상하네요...그 시간에 공장에는 실험체가 있었거든요..뭐, 못 봤을 수도 있지만.


위클라인: 별일 아니면, 일어나..윽!


나쟈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 위클라인의 목에 주사기를 놓았다.


나쟈: 이번 실험은 좀 쉬세요, 닥터 위클라인. 허튼 생각이 들 땐 잠을 자는 게 좋죠.



[3장 ArtWork]


교실 안, 책상을 이어붙여 만든 간이침대 위에 바바라가 누워있다. 캐시는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겨우 구한 약과 붕대를 정리하며 한숨을 쉬었다.


캐시: 공학자님은 언제까지 팔자 좋게 주무실 예정이실까요? 당신을 업고 오느라 한숨도 못 자서 좀 피곤한데, 하필 학교라서 경계를 늦출 수도 없잖아요..


캐시는 쏟아지는 피로를 초콜릿으로 달래며 창문을 살폈다.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그녀가 잠시 안심하던 찰나,


날이 선 가위가 창문을 깨며 날아들어 왔다.


캐시: 헉!


캐시는 바로 벽에 붙어 자세를 낮췄다. 그녀의 시선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바바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 이봐, 어디로 던지는 거야? 그래서는 맞출 수 없다고!


다니엘: 성가시군, 멋대로 남의 작품을 망친 주제에.


: 작품? 머리가 아주 돌아버렸나 본데!


얀과 다니엘이 정신없이 싸우는 소리가 들릴 때, 캐시는 조심스럽게 바바라를 침대에서 내려 바닥에 눕혔다. 그녀는 그들의 시야에 자신들이 잡히지 않도록 간절히 빌었다.


: 하! 시체 머리를 손질한 게 작품이라고? 그런 게 작품이면..컥!


다니엘은 빠르게 얀의 목에 가위를 박았다.


: 컥..


다니엘: 내 작품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


다니엘은 박혀있던 가위를 천천히 뽑았다. 복도에 얀의 피가 흩뿌려졌다. 캐시와 바바라가 있는 교실 창문에도 핏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피를 흘리는 얀을 끌고 눈앞에 보이는 교실로 들어갔다.


캐시: 아..혹시, 환자를 데려오신 걸까요? 아니라면 본인의 상처를 치료하러 오셨을까요?


다니엘: 역시, 빈 교실이 아니었군.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면 좋겠는데.


캐시: 저도 정말 비켜드리고 싶은데..보시다시피 제 환자가 눈을 아직 안 떴답니다.


다니엘: 그러면 난 작업을 해야 하니 방해하지 말기를.


다니엘은 시체가 된 얀을 의자에 앉힌 뒤 피가 멈추길 기다렸다. 캐시는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몰려오는 피로를 이기지 못해 쓰러져버렸다.



[4장 Team]


위클라인: ..더 자면 큰일 나..일어나..


바바라: 뭐라는 거야..안 들린다고..


위클라인: 일어나.. '애클리스(Akhlys)' 를..


바바라는 온몸을 파고드는 고통과 함께 눈을 떴다. 그녀의 앞에는 피가 잔뜩 얼룩진 옷을 입은 시체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바바라: 악! 아아아악!!!


캐시: 하아, 드디어 일어나셨군요~그 난리에도 통 일어나지 않아서 정말 죽은 줄 알았잖아요~


바바라: 이거, 이거 뭔데? 왜 시체를 앉혀두고 있어? 어떤 정신 나간..


캐시: 쉿!


캐시는 바바라의 입을 막았다. 벽에 기대 눈을 감고 있던 다니엘은 잠시 불쾌하다는 듯이 바바라를 노려봤다.


캐시: 이건, 저분의 작품이니까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답니다~깨자마자 사람 신경을 건들다니 그것도 재주에요.


바바라: 저 긴 머리는 뭐야? 우리랑 동맹이라도 맺기로 한 거야?


캐시: 그냥 오늘 밤만 서로 망을 봐주기로 한 거에요~그리고 하실 말씀이 그렇게 없으신가요?


바바라: 응? 뭘 말이야?


캐시: 제가 항구에서부터 여기까지 당신을 데려오느라 정말 많은 고생을 했거든요~ 심지어 치료까지 해드렸는데 왜 아무 말씀이 없나 해서요~


바바라: 하! 그거야 의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이 천재 공학자님이 죽는 건 인류의 큰 손실이니까!


캐시: 다니엘씨~ 작품 하나 더 만드셔야겠는데요?


다니엘: 오늘은 좀 피곤하군.


다니엘은 다시 눈을 감았다. 바바라는 씩씩대다가 위클라인이 부탁한 일을 다시 떠올렸다.


바바라: 그건 그렇고, 나는 병원에 가야 해.


캐시: 글쎄요..오늘만 더 쉬시면 상처는 회복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빠른 회복력을 믿어보는게 어때요?


바바라: 아파서 간다는 게 아니야..난 꼭, 병원에 가야 할 이유가 있어.


캐시: 흐음..들어나 볼까요?


바바라는 캐시에게 위클라인이 남긴 쪽지와 약물에 관해 설명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꽤 커서 다니엘에게도 들릴 법했지만, 그는 그저 눈을 감고 있었다.


캐시: 그 약을 완성하면 탈출할 수 있다는 건가요?


바바라: 그래, 솔직히 이 짓이 언제 끝난다는 보장도 없잖아. 돈은 못 받겠지만..애초에 그 하얀 가운 입은 머저리들이 돈을 줄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캐시: 그 말이 사실이라면..우리는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계속 죽음을 반복하게 된다는 거네요?


바바라: 그래, 그래서..일종의 도박을 해보려는 거지.


캐시: 뭐, 그 미친 연구원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일단 가보죠? 시간이 많지는 않으니 지금 출발해야겠네.


바바라와 캐시는 짐을 챙겨 일어났다. 다니엘은 떠나는 그들의 뒤를 말없이 따라나섰다.


바바라: 뭐야, 악취미 미용사. 너도 가려고?


다니엘: ..불만이라도 있나?


캐시: 뭐, 동료가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죠~


그렇게 서로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동맹이 암묵적으로 맺어졌다.



[5장 Plague doctor]


바바라: 젠장, 어디다 숨겨뒀다는 거야? 약병이 모여있는 곳에도 없고..


캐시: 으음 피곤하네요,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도 되나 싶고..


바바라: 뭐야? 돌팔이, 이 지긋지긋한 생존게임을 반복하고 싶은 건 아니지?


캐시: 저도 빨리 섬 밖으로 나가고 싶죠. 하지만 약물 찾는 게 너무 귀찮고 힘든걸요~


바바라: 그 약을 개발해서 섬에 있는 머저리들에게 주사하면 진짜로 죽는 몸이 된다잖아? 의사면 말이야, 환자들이 영원한 고통에 빠지지 않도록 안락한 죽음이라도 선사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캐시: 흐음..웬일로 설득력 있는 소리를 하시네요.


다니엘: ...이건가?


다니엘은 한참 떠들고 있던 캐시와 바바라 앞에 초록색 약물이 든 병과 편지지를 들이밀었다.


바바라: 맞는 것 같군, 악취미 미용사도 의외로 도움이 되는걸? 어디서 찾았어?


다니엘: ..복도에 있는 큰 쓰레기통에 있었다. 아무도 거기를 뒤져볼 생각은 안 한 건가?


바바라는 편지지를 뜯어 펼쳤다. 위클라인의 글씨였다.


-지금의 애클리스는 실험체의 회복력을 저하 시키는 것만 가능하다. 편지지 아래에 몇가지 가설과 필요한 재료들과 성분을 적어두었으니 그에 따라 실험을 진행해주길 바란다. 만났을 때 약물을 한 병 더 줬으니 실험하기엔 충분할 거다. 혹시 모르니 약물이 호흡기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이번 회차가 끝나면 연구 기록과 함께 약물을 호텔 512호에 숨겨주길 바란다.-


편지지 한쪽 끝을 잡고 바바라와 같이 편지를 읽던 캐시는 구급 가방에서 새 부리 모양의 방독면을 꺼냈다.


캐시: 음, 일단 이 약물을 한 번 실험해봐야겠네요. 저쪽에 진료실이 연구실로 쓸만한 것 같던데.


바바라: 윽, 그거 뭐야. 역병 의사 마스크 아냐? 그런 걸 왜 들고 다녀..


캐시: 저도 여기서 주운 거랍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죠? 그럼 실험하고 올테니 두 분은 망을 봐주세요.


바바라: 뭐라는 거야, 나도 연구할 거야.


캐시: 방독면은 하나뿐이랍니다.


바바라: 굳이 방독면이 필요한가..? 에라 모르겠다, 알아서 해.


방독면을 쓴 캐시는 약물을 들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일회용 주사기를 찾은 그녀는 초록색 약물을 주사기에 조금 담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것을 주사했다.


캐시: 윽, 갑자기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피로가 몰리는 듯 하네요.


약물이 몸에 도는 걸 느낀 캐시는 메스를 들어 왼팔에 상처를 냈다. 그녀는 상처를 유심히 살폈다. 보통 이 섬에서 가벼운 자상이 생기면, 2분만 휴식을 취해도 상처가 아물었다. 하지만 약물을 맞은 캐시의 상처는 5분이 지나도 계속 피가 흘렀다.


캐시: 정말..정말로 재생이 되지 않네요..? 이것만으로도 고통을 줄인 죽음을 선사할 수 있겠어요..


캐시는 상처에 붕대를 감으면서 바바라의 말을 떠올렸다. 의사라면 환자들이 영원한 고통에 빠지지 않도록 안락한 죽음이라도 선사해야 하지 않냐는. 그녀는 몇 번을 반복한 이 생존게임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었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들에게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동정심을 가졌던 그녀였다.


캐시: ..그래요, 모두 다 살릴 수 없다면, 해방의 죽음을 선사하는 의사라도 되어야겠죠.


캐시는 어딘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진료실을 나와 방독면을 벗었다. 그리고,


아나운서: 잠시 후, 금지구역이 가속됩니다. 10분 내로 병원 지역을 벗어나세요.


예정에 없던 방송과 함께 당황하는 동료들과 눈이 마주쳤다.



[6장 Warning]


바바라: 환장하겠네! 갑자기 금지구역은 왜 가속되는 건데? 마치 우리가 있어서 그런 것처럼!


캐시: 하, 병원에서 좀 챙겨와야 할 성분들이 있었는데..어쩌죠?


다니엘: ..목소리를 낮춰. 적들이 올 수 있다는 자각이 없군.


그들은 급하게 뛰어오느라 차오르는 숨을 고르면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아직 양궁장에는 아무도 없는 듯 했다.


캐시: 일단..할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할까요? 편지지에는 실험체들의 혈액을 이용한 방법도 있었어요.


바바라: 어쩐지..위클라인 그 녀석 혈액팩 같은 걸 가지고 다녔던 거 같은데..


캐시: 자, 그러면 바바라씨부터 피를 내놓으시는 게..


바바라: 이런 데서 뭘 하겠다는 거야, 멍청아!


다니엘: ..일단 이곳부터 벗어나지. 여긴 사방이 트여있다.


바바라: 그래,그래, 벗어나야..어?


캐시와 다니엘을 보며 걷던 바바라는 순간 시야에 그늘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드니 열 몇 마리의 물수리 떼가 있었다.


바바라: 물수리들이 이렇게 많이 몰려다니나 원래..?


캐시: 눈빛들이 다 이상하네요, 뭔가 빨간 불빛 같은 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바바라: 에잇, 꺼져버려!


바바라는 물수리 떼에게 자신의 원격 드론을 날렸다. 드론에 맞은 물수리 하나가 바바라에게 달려들었다.


바바라: 으악! 저리 가!


캐시: 아, 정말 가지가지 하시네요!


캐시와 다니엘은 바바라를 이끌고 물수리 떼를 피해 도망쳤다.



그들은 도망치는 와중에 올가미 같은 트랩에 발목을 붙잡히기도 했고, 까마귀 떼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바바라: 이상해..마치, 우리한테 경고하는 것 같은데..


캐시: 경고로 끝나면 좋겠네요, 까딱하면 별거 아닌 거에도 죽을 수도 있잖아요?


다니엘: ..이젠 경고가 아닌 것 같은데.


다니엘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충혈된 눈을 한 곰이 서 있었다. 좁은 골목길을 한 쪽을 다 막고 서 있는 곰은 그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채 위협적인 숨소리를 냈다.


바바라: 이상하다..곰은 골목길에 나오는 야생동물이 아닐 텐데 말이야.


캐시: 약물을 찾는다, 뭐다 해서 이렇다 할 무기도 마련하지 못했네요. 정말 유언을 생각해야 할 시간일까요?


바바라: 한 명이라도 약물을 들고 여길 벗어나지 그래?


캐시: 하하, 이틀 사이에 엄청난 유대가 생겨버렸네요. 우리는.


다니엘: 일단, 다들 물러..


다니엘이 가위를 들고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언가가 날아와 곰의 목을 휘감았다. 그것은 전기가 흐르는 채찍이었다. 곰은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알렉스: 침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빨리 움직이셔야겠습니다.


알렉스는 그들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앞장서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7장 Helper]


바바라, 캐시, 다니엘, 알렉스가 다 부서진 소방차 앞에서 불을 피우고 모여있다.


알렉스: 닥터 위클라인이 수상한 행동을 몇 번 보여주길래, 개인적으로 알아보긴 했었습니다만..생각보다 오래 연구를 진행한 모양입니다.


알렉스는 캐시가 들고있는 초록색 약물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바바라: 흥, 눈치가 빠른 선글라스네.


캐시: 당신이 제일 수상하네요~ 어떻게 그렇게 정보를 다 알고 있죠?


캐시는 여유를 부리면서도 알렉스를 경계했다.


다니엘은 대놓고 가위를 든 채 알렉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알렉스: 제 눈치가 빠르기보다는, 댁들의 눈치가 느린 것 같군요. 게다가 구해준 사람을 이렇게 한껏 경계하는 것도 그렇고..도와준 보람이 없는 분들이네요. 생각해보시죠, 한참 섬을 돌아다니고 있어야 할 닥터 위클라인이 보이지 않고 바바라, 당신이 가는 곳마다 일이 생기고 있지 않습니까? 이미 아글라이아 측이 당신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바바라: 그렇다면..?


알렉스: 솔직히 '이번 게임'은 틀렸다고 봐야 합니다. 아마 당신들은 아글라이아 연구원들에게 붙잡혀서 기억을 제거당할 겁니다. 약물의 존재를 잊어버린 채 다시 이 생존게임을 반복하겠죠.


바바라: 하,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린 건가..시간만 아깝군..


알렉스: '이번 게임'은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약물도 닥터 위클라인이 몇 번의 생존게임을 거쳐서 만든 거로 압니다만.


다니엘: ..'다음 게임'을 대비하란 말이군.


알렉스: 저를 믿으란 말은 안 하겠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이어갈 준비는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바바라: 너는 무슨 이득이 있다고 이렇게까지 도와주려는 거지?


알렉스: ..그저 이 연구의 끝을 보고 싶어서요. 그 외엔 원하는 건 없습니다.


알렉스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금속으로 된 부메랑을 던졌다.


절대 나타날 리 없는 물수리 한 마리가 피를 흘리며 떨어졌다.


알렉스: 저는 따로 행동하면서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까지 눈에 띄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부메랑을 주워 피를 닦은 알렉스는 손을 흔들며 간단한 작별 인사를 한 뒤 천천히 소방서를 벗어났다.


캐시: ..꽤 폼을 잡는 사람이네요.


바바라: 앞으로 꽤 힘든 싸움이겠는데..지금이라도 손을 뗀다고 하면 머저리 취급은 안 할게.


캐시: 미안하지만, 저 그 약 필요하거든요.


다니엘: ..같이 있다 보면 언젠가 너희들도 작품으로 만들 수 있겠지.


바바라: 하, 이런 머저리들..


바바라는 한숨을 쉬면서 짐을 챙겼다.


바바라: 이제부터 한 곳에 세 시간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해. 잠도 그렇고, 우리의 목표는 '다음 게임' 이야.



[8장 Sacrifice]


슬럼가의 한 낡은 건물의 지하. 캐시는 주사기를 바바라의 팔에 찔러 피를 뽑아 작은 샘플병에 담았다. 다니엘은 문 앞에서 가위를 든 채 바깥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캐시: 소중한 피를 제공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어지럽지는 않으시죠?


바바라: 시간 없으니까 어서 빨리 실험이나 해 돌팔이.


캐시는 초록색 약물 일부와 바바라의 피를 다른 유리병에 같이 담아 흔들었다. 유리병 안에 잠긴 액체는 금방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검은색으로 변한 액체를 자신의 팔에 주사했다. 바바라는 메스를 들어 캐시의 팔에 상처를 냈다.


캐시: 기분 탓일까요? 어쩐지 아까보다 더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피도 잘 멎지 않는 게..이전보다 약물의 효과가 강해진 듯 하군요.


바바라: 흠..그래도 아무 소득 없이 '다음 게임' 으로 넘기는 일은 피한 건가..


캐시: 문제는 지금 이 약의 효과가 너무 오래가면 안 된다는 거에요.


바바라: 괜찮겠지, 아직은. 아직은 시간 있어.


바바라는 눈에 띄게 힘들어하는 캐시의 등을 토닥였다.


아나운서: 지금부터, 슬럼가를 추가 금지구역으로 지정합니다. 10분 내로 슬럼가를 벗어나지 않으면 사망합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슬럼가를 뒤집었다.


바바라: 또 물수리한테 정찰을 시켰나? 지긋지긋하네. 야, 긴 머리! 저 돌팔이 업고 뛸 수 있지?


다니엘: ..명령하지 마.


다니엘은 바바라를 노려보며 캐시를 업었다. 짐을 챙긴 바바라와 캐시를 업은 다니엘은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지하실을 벗어난 그들은,


블러드하운드: 크르르르...


잔뜩 침을 흘리는 블러드하운드를 마주쳐야 했다. 여태 그들이 봤던 블러드하운드보다 휠씬 크고 사나워 보였다. 바바라는 캐시와 다니엘을 번갈아 보다가 자신이 들고 있던 캐시의 구급 가방을 다니엘에게 던졌다.


바바라: 긴 머리! 그 돌팔이랑 약을 들고 도망쳐! 내가 미끼가 될 테니까!


캐시: 공학자씨! 당신은 어떻게 하려고요?


바바라: 우리에겐 '다음 게임' 이 있다는 걸 잊지마! 부탁한다, 그..캐시, 다니엘!


바바라는 다시 드론을 꺼내 블러드하운드를 자기 쪽으로 유인하며 일행이 있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다니엘은 망설이지 않고 캐시를 업은 채 슬럼가를 벗어났다. 캐시는 자신의 구급가방을 꼭 쥔 채 눈을 감았다.


바바라: 헉..헉, 끈질긴 강아지 녀석..


한참을 달리던 바바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이미 더 도망쳐봤자 의미가 없다고 느낀 그녀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블러드하운드는 바바라를 공격하지 않고 침만 흘리고 있었다.


바바라: 빨리 물어 죽이던가 해..아니다, 이제 난 죽는 건가?


바바라는 자신의 시야가 빨갛게 물드는 걸 느꼈다.



[9장 Next]


캐시: ..이제 다시 상처가 빨리 아물고 있네요. 약물의 효과 유지 시간은 4시간으로 늘어났어요.


캐시는 메모지에 자신의 상태를 적었다.


다니엘: 혼자 있어도 괜찮나?


캐시: 다시 실험체의 몸으로 돌아왔으니 상관없어요. 빨리 음식이나 구해오세요. 너무 배가 고픈걸요.


다니엘: ..다녀오지


다니엘은 캐시를 한참 보다가 고급주택가 방향으로 발검음을 옮겼다.


캐시: 하아..동료의 희생에 슬퍼할 시간도 사치일까요? 하지만..전 의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연구를 이어야 할 의무가 있겠죠.


캐시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그런데,


위클라인: 흐흐흐흐...하하하하...


연못에 비친 건 캐시뿐만이 아니었다.


캐시: 닥터..위클라인?


위클라인: 흐흐흐...


위클라인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캐시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이성이 없는 상태였다.


캐시: 이봐요! 정신 차려! 당신이 부탁한 일을 해야 한다구요!


캐시는 메스를 들고 저항했지만, 바늘에 칼날이 달린 큰 주사기를 들고 미친 듯이 달려드는 위클라인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위클라인의 주사기는 캐시의 목에 파고들었다.


캐시: 윽...


위클라인: ..미안해


위클라인은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캐시에게 속삭였다.


캐시: ..그런 건가요?


캐시는 독이 퍼지는 걸 느끼며 눈을 감았다. 위클라인은 더는 움직이지 않는 캐시를 질질 끌며 연구소를 향해 비틀거리며 걸었다.



[10장 Link]


아나운서: 최종 생존자, 두 명 남았습니다.


다니엘은 피 묻은 가위를 닦았다. 그의 옆에는 고개를 숙인 채 더는 움직이지 않는 시체가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다니엘: ..상한 부분은 모두 잘라내야지.


다니엘은 평온한 표정으로 시체의 머리를 가위와 빗으로 다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의 헤어 스타일은 차분하게 바뀌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만지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작업을 마친 다니엘은 품속에서 초록색 약병과 검은색 약병을 꺼냈다. 캐시가 위클라인에게 죽기 직전에, 아니 위클라인이 캐시를 죽이기 직전에 남겨둔 물건들이었다. 그는 침대 매트리스를 살짝 들어 그 틈에 물건들을 넣어두었다.


다니엘: 이렇게 공들인 내 작품들이 좀 있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건가? 작품을 만드는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더니..누군가의 손에 놀아나는 건 사양하고 싶군.


다니엘은 조용히 512호를 빠져나왔다.


알렉스: 임무를 무사히 마치셨군요.


알렉스는 복도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니엘에게 다가갔다. 다니엘은 가위를 고쳐잡았다.


다니엘: 지루한 게임은 어서 끝내지.


알렉스: 게임을 끝내기 전에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다니엘: ..뭐지?


알렉스: 그들의 연구를 이어주려는 이유가 무엇이죠?


다니엘: ..영원한 작품을 위해.


알렉스: 역시, 이해하긴 어렵군요. 보통은 동료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다고 해야 하지 않습니까?


다니엘: 그런 소꿉장난 같은 각오로 임한 게 아니니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해두지.


알렉스: 그래요, 그럼. '이번 게임'을 끝내도록 하죠.


다니엘과 알렉스는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아나운서: 최종 생존자, 19M-RFT40(다니엘)입니다.


게임은 종료되었다.


다니엘: ..'다음 게임'에서 보도록 하지.


말 많은 공학자와 태평한 의사를 떠올리며 혼잣말을 한 다니엘은 쓰러진 알렉스를 일으켜 세워 이번 게임의 마지막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