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mpfgruppe
철수는 티빅에 천을 태웠다. 영희는 티큐에 천을 태웠다.
다음 날, 트럼프가 트위터로 미국 경제 망했다고 개드립을 쳤고 티빅은 100% 떡상, 티큐는 -100% 떡락했다.
돈은 누가 벌었을까?
코로나 폭락 이후 나스닥 근본 기술주들은 전고점을 되찾고 V자 반등에 성공했다. 뭐 이런 저런 이유와 말들은 많다. 근본주라 안전주로써 각광을 받기 때문이다. 등등등... 하지만 그건 어쨌든 코로나 이후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전부터, 그러니까 한 6~7년전부터 슈팅하기 시작한 지금의 기술주들은 도대체 왜 올랐을까? 그러면 앞으로도 그 기세를 타고 상승할지 추락할지 예상이 되지 않을까?
2015년 이후 공룡 IT 기업들의 성장세는 무서웠다. 클라우드가 대세다. 데이터센터가 중심이다. Ai 때문이다. 이것도 이유가 많다. 그리고 수익모델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았다. 구독경제.. 독자적 생태계 구축.. 그래 이런 것들이 돈이 된다는 것은 알았다. 그런데 독자적인 생태계를 뭐 어떻게 구축하는데? 애플처럼 아이폰 같은거 만들고 거기에 자사 앱 얹으면 되나? 그게 왜 돈이 될까? 개인이 월 몇 만원 주고 구독하는게 그렇게 돈이 되나? 뭐 기업이 몇 십만원주고 구독하는게 돈이 되나? 시장이 늘었으니까 매출이 늘겠지? 재무제표가 그렇다고 알려주는데 뭐 어쩌겠어. 여기까진 막연하다. 그러면 사람들이 정말 저런 것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고 주가를 뻠핑했을까?
그럼 2000년대 초반으로 되돌아가보자. 세계는 빌 게이츠와 윈도우가 점령하고 있었다. 그리고 윈도우의 반대편, 구석 한 귀퉁이에는 리눅스와 리누스 토르발스가 있었다. MS는 윈도우를 중심으로 한 왕국을 건설 중이었다. 리눅스는 오픈소스를 내걸고 타 업체 및 개발자들과 협력 개발과 공생을 강조했다. 빌 게이츠는 오픈소스 진영을 향해 빨갱이 새끼들이라 욕했고 그 후임 CEO 스티브 발머는 리눅스 같은 새끼들은 암적인 존재라고 깠다. 물론 리누스도 가만있던 것은 아니다. 프로그래밍 실력으로는 세계적으로도 알아줬던 빌 게이츠더러 그 새낀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마케터 새끼라고 깠다. 힙스터 너드 새끼들이 태반인 오픈소스 진영은 MS를 M$, 모든 걸 독점하는 악마 새끼들이라고 욕했고 빌 게이츠는 돈에 미친 대마왕, MS에 대항하는 오픈 소스 진영을 의연한 혁명의 기수이자 열사들처럼 떠받들었다.
20여년전,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말 그대로 제조사였다. 엄청난 예산과 개발인력을 투입하여 기획하고 디자인 한 뒤, QA를 거쳐 완전한 제품을 내놓는다. 기업과 개인은 거금을 들여 제품을 구입하고, 신제품이 나오면 새 것으로 다시 구입한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과 구입하는 것은 자동차를 만들고 파는 것과 똑같았다. MS가 Word를 개발하여 내놓으면 그것은 워드프로세서 시장에 도전한다는 소리다. MS가 검색엔진을 만든다면 그것은 검색엔진 시장에 도전한다는 소리다. 자동차 하나에도 소형차, 중형차, 트럭, 버스 등 다양한 시장이 존재한다. 수요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딜러가 개인과 수송회사에 달라붙어 판촉하고 계약과 프로모션과 옵션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약속한다. 빵빵한 AS까지 포함되니 단가는 커진다. IT 시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MS는 윈도우를 필두로 IT의 대부분을 아우르는 제국이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이면 오픈 소스가 달갑지 않다. 오픈 소스를 요약하자면 우리가 니 자동차 튜닝해서 내다팔아서 돈 벌테니 설계도 까라는 소리다. 당연히 니가 수천억의 예산과 개발인력을 갈아 넣어 만든 자동차는 공짜로 줘야 한다. 대신 코딱지만큼의 라이선스료를 지불할 의사는 있다. 노력과 시간은 한 순간에 부정당하고, 돈 없고 가난한 개발자들에게 있는 자들의 자산을 빼앗아 나누어 주란다. 이 새끼들 순 빨갱이 새끼들 아닌가? 어느 자동차 회사가 그렇게 할까?
하지만 MS는 그렇게 했다. 현재 카레 출신 MS CEO 사티아 나델라는 오픈 소스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불과 4~5년전 만해도 레딧 개발자 포럼에서 MS가 오픈소스를 사랑한다는 소리는 징그러운 가식일 뿐이라고 신나게 까던 말이 엄청난 추천을 받았지만, 2020년인 현재 가장 오픈 소스 친화적인 업체가 어디냐고 물으면 MS가 손꼽힌다. 힙스터 개발자들은 환호했다. 잘못을 뉘우친 악역처럼, 개심한 MS는 이제 오픈 소스진영의 첨단을 선도한다.
정말 돈에 미친 나쁜 악역이 하루 아침에 개심하여 착한 놈 편에 선 것일까?
에픽 게임즈를 아는가? 아무리 게임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언리얼 엔진'은 한 번 이상 들어 봤을 것이다. 얘네가 그걸 만든다. 게임 엔진을 만들기 위해 게임을 만든다는 소리 듣는 놈들이다. 언리얼 엔진이라고 하면 게임 엔진의 끝판왕으로 인식되며, 개발하는 게임 마케팅에도 '우리 게임에 언리얼 엔진을 사용했다.'는 문구가 들어가면, 이미 초호화 그래픽과 고사양, 엄청난 볼륨을 가진 게임이라는 것이 저절로 홍보가 될 정도로 무지막지한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 언리얼 엔진 3가 나왔던 시절, 게임 타이틀 하나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엔진 가격은 무려 50만 달러였다. 한화로는 약 6억원, 거기에 컴퓨터 한 대에 설치하려면 무려 5만 달러의 플랫폼 비용을 추가로 받는다. 니가 사장이라 타이틀 하나를 개발하려고 하면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게임 하나 만들기로 마음먹은 순간 일단 6억원을 꼴아박아야 하고 서버 프로그래머,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기획자, 3D 디자이너, UI 디자이너 총 5명으로 최소 팀을 꾸린다고 치면 각 5만 달러 씩, 다섯 명 자리에 엔진 세팅하는데 2.5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었다. 당연히 꼴랑 다섯 명으로 팀을 꾸릴 수 없으니 열 명이면 5억원, 모바일 게임 만드는 30명 정도 최소 인원이면 15억원, 100명 넘게 투입되는 대작이라면 성공 할지 안할지 모를 게임 하나 막연하게 만드는데 기본 50억을 개발비로 깔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놈들이 언리얼 엔진4를 만들고 월 구독료 2만원만 내면 모두 사용할 수 있게 열었다. 엔진 소스코드를 마음대로 뜯어서 커스텀 해서 사용해도 좋다. 대신 그렇게 뜯어고친 엔진을 맘대로 내다 팔지만 말라고 했다. 그게 5년전 일이다. 그나마도 한 1년 지나고 나니 구독료도 받기 뭐했는지 완전 무료로 엔진 풀었다. 한때 6억원에 달하던 엔진을 이제는 개인들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붙었다. 3천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경우 고작 5%의 수수료를 떼어가겠다고 했다. 음, 6억짜리 엔진 쓰던 시절에 비하면 완전 거저 아닌가? 개발자들이 환호했다.
그렇게 언리얼엔진 무료화 및 오픈소스 선언 1년 후, 에픽게임즈 총 매출은 딱 100% 늘었다. 2016년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한 게임의 총 매출은 11조원이다. 여기서 5%면 5500억이다. 이걸 야금야금 빨아먹었다.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킹덤하츠3는 2019년 출시 직후 불과 일주일만에 600만장을 팔았다. 아주 보수적으로 카피 당 6만원을 잡고 단순 계산해봐도 3천6백억인데 여기서 5%면 180억이다. 100명 200명을 들여 몇 년에 걸쳐 개발해도 불과 50억 100억 따리에 불과했던 엔진 값인데 무료화 선언하고 매출에 수수료를 붙여 떼가니 일주일만에 180억이 된다. 만일 개발사가 올리는 매출이 DLC나 부분결제를 통해 지속된다면 끊임없이 꿀을 빨 수 있다. 그 뿐인가? 무료화 했더니 시장이 폭발했다. 언리얼 엔진 사용자가 기업, 개인 다 합해 무려 40만이다. 사용처도 확장중이다. 영화, 미디어, 건축, 건설, 자동차, 항공.. 현재 맥라렌이나 BMW, 폭스바겐에서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여 아직 나오지도 않은 시제차량의 기술적 문제를 테스트 한다는건 딱히 놀랄 일이 아니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안드로이드는 대표적인 오픈소스 진영이다. 구글은 온갖 해괴하고 천재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놓고도 시장 활성화와 인류의 발전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아가며 오픈 소스로 내놓는다. 때문에 해주갤에서 덩치는 산만한데 돈은 못 버는 동네 바보형, 최첨단 광고쟁이로나 폄하 당하는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인앱결제 상품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떼간다. 매달 수백 수천억대 매출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모바일게임의 대부분이 게임 내 상점 결제를 통한 인앱결제 상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히 플랫폼 하나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상상도 못할 폭리를 취할 수 있다. 과거 고작 백 억원 정도의 엔진 값이면 충분했던 '좋았던 시절'에 비교하면 게임업체들은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면 늘수록 속으로 피눈물 흘리는 모순적인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다른 경쟁사와 피 튀겨가며 경쟁하고 압도해서 승리했는데 돈은 앉아서 구글이 번다. 과연 텐서플로우라고 다를까? 구글은 이미 텐서플로우 생태계 안에 클라우드, 원격 리소스 사용에 대한 구독 결제 시스템을 깔고 있다. 여기서 머신러닝 시장이 본격적으로 고도화되고 매출이 폭발하게되면 텐서플로우 기반 어플리케이션에 매출 수수료 30% 붙이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MS는 어떨까? 과거 윈도우, 인터넷 익스플로러, MSN, Bing 등등 IT 영역의 시장을 선점하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지금은 그 시절과 비교하면 한참은 느슨해졌다. 아직 독점적 지위를 잃지 않은 오피스 제품군은 여전히 꽉 잡고 있지만 이미 구독 결제 시스템으로 넘어갔고, 마소 엣지는 크로뮴 엔진 기반으로 오픈소스 기반이며, Bing이니 MSN 이런 건 시장에서 사라져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매출은 존나게 뛰었다. 클라우드가 그렇다. 지금도 AWS 따라잡겠다고 존나게 슈팅 중인 MS Azure 대문에 가면 대놓고 우리 클라우드 오픈 소스예요. 누구나 와서 장사할 수 있어요. 니네 맘대로 리눅스도 띄울 수 있어요 소리가 대놓고 나온다. 기업 매출이 늘거나 하면 리소스 사용량도 늘어나지? 그만큼 시간 당 서버 이용비를 더 받아간다. 그런 기업이 한둘일까?
그렇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개처럼 만들어서 제 값에 내다팔던 80~90년대 제조업의 그림자이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독점하고 선점하여 경쟁자를 꺾어내던 시절은 차라리 정직했을지도 모른다. 너드 찐따 개발자들은 오픈소스에 환호하고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퍼주는 듯한 모습에 기업 이미지는 인류에 헌신하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그려진다. 사실 이건 그렇게 좋다고 박수치는 물개들 위에 들러붙어 피 빨아먹는 기생충 같은 교묘한 속임수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제국과 강압적 독점을 생각해보라. MS 제국이 비싼 입장료를 내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고급 테마파크였다면, 현재의 MS 오픈 소스 생태계는 누구나 와서 사업하면 돈을 따내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환상을 심어준다. 도박판을 깔면 하우스 주인이 돈을 버는 것처럼, 더 커다란 부가 영세한 플레이어의 매출을 야금야금 잡아먹는 치밀한 재분배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걸 개발자 친화 생태계, 동료의식 뭐 이딴 허울 좋은 포장으로 수식하고 있다.
모든 오픈 소스 업체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글, 애플, 마소, 인텔, 엔비디아, AMD, (좀 부정적이지만) 아마존까지 미친 듯이 우상향하는 IT 업체들만큼 오픈 소스를 잘 이용해먹거나 이용해먹지 않으려는 기업은 없다. 그리고 아마 이렇게 오픈 소스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선의로 포장된 지옥도로 안내하는 유행은 IT 업체에 머물지 않고 제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 그 선두에는 우버도 제끼고 수송 시장을 지 혼자 다 해쳐먹으려는 테슬라가 있다. 테슬라가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에서던 오픈 소스 비즈니스 모델을 먼저 확실하게 선점하는 놈이 있다면 해당 섹터는 그 놈과 미투 업체들 중심으로 우상향 슈팅할 확률이 확실히 높다.
실제로 닷컴버블 폭락 이후 10년 넘게 지루하게 횡보하던 MSFT의 주가가 오픈소스를 긍정한 2014년부터 어떻게 슈팅하기 시작했는지, 같은 시기 오픈 소스를 부정하고 폐쇄적인 시스템을 고수하며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오픈소스 업체를 인수 합병해 없애버리고, 탈 오라클을 선언한 기업들에게 줄기차게 소송전을 불사하고 다니던 ORCL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주가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철수는 티빅 100% 떡상, 영희는 -100% 떡락
그러면 돈은?
수수료 0.25% 떼간 증권사가 벌었다.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순식간에 읽었네요!
조금 쉬운 비유로 들자면, 월정액료 받던 게임들이 무료화하면서 캐쉬아이템 만들고 더 큰 돈을 빨아먹는 형태의 시장 변화를 말씀해주셨네요. 한 섹터의 플랫폼을 독점하는 업체가 있다면 해당 섹터의 기업들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돈을 내겠죠. 이제는 수백만원 현질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는 수많은 양산형 게임들처럼요.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ㅋㅋ 자주 써주세요! 기다릴게요
ㅎㄷㄷ 좋은 글이네요. 특히 이런 오픈소스 정책이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Saas랑 합쳐지면 입문하는 허들은 더 줄어들고 고객 수는 늘어나겠죠? 플릿폼경쟁도 비슷한 양상이고요. 이 글처럼 요즘에는 제품을 통해서 이윤을 뽑아내기 보다는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든 뒤 수수료를 때가는 형태가 더 수익이 좋다는 걸 경영진들은 깨달았죠. 좋은글이네!
아주 좋은 글입니다. 제가 생각만 하고 있던 걸 글로 잘 풀어 써주셨네요.
오 좋다
굳 좋은글 - dc App
마무리까지 갓벽하네예 잘읽었습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술술 읽히네요 감사합니다~
지렷습니다 진짜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내용도 문장력도 ㄹㅇ 굿이네요..
이런 좋은 글에 돈 버는 건 김유식인거랑 비슷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덧붙히자면 언리얼엔진 방식의 수익모델은 게임사에도 유리함. 안팔리면 무료, 잘팔리면 어차피 수익 많아서 일부 떼어줘도 상관 없음. 리스크 헷지되서 좋아하면 좋아했지 악마의 방식 이런게 아님. 게임사는 대작 한번 망하면 사전 투자비가 어마어마하기에 차기작제작에도 차질이 생길수 있는데 차기작을 한번 더 낼 수 있는 자금여력을 주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