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이 게시글은 투자권유를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며, 현재 제 포트폴리오와도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10월 말 미국시장이 막바지 조정을 받던 그 시기에 제 손에는 시드머니 2천만원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일단 첫 질문은 명확했습니다.
Q. 지금은 강세장인가 약세장인가?
다른 무엇보다 시장흐름을 먼저 보기로 한 이유는, 마침내 개별 주식들의 주가를 보는 것 보다 섹터를, 섹터보다는 시장 전체를 보는것이 투자결정에 더 용이하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미주갤과 해주갤을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하루종일 콜장과 풋장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사실 거의 대부분)이 자기가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자기가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콜장과 풋장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내가 어떤 주식을 가지고 있던, 가지고 있지 않던, 나의 투자결정에는 오직 시장의 전체 흐름만이 관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가에 흐름에 기뻐하거나 분노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죠. 폐암걸렸다고 폐에 화를 내실건가요?
중요한점은, 내가 강세장에 강한 주식을 가졌기 때문에 강세편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흐름이 강세장을 띄고 있기 때문에 강세편향을 가지고, 그에 어울리는 종목선택을 나중에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확했습니다. 팬데믹 이후로 한번 크게 휘청거렸지만 미국 시장은 제 예상보다 훨씬 Anti-Fragile의 형태에 가깝다는 사실을요.
(* 충격에 강한 Robust나 단순히 회복력이 강한 Resilience와는 다름, 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래질 참고)
지금은 강세장이었습니다.
Q. 나는 어떤 부분에 강한가? - 뼈대 정하기
100명중에 50등을 하고싶다면 AOR이나 IVV 같은것에 시드를 전부 박아두고 한숨 자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서 별로 만족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금융업에 몸을 담고 있고, 관심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나 자신의 Edge를 살리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력 개별주는 역시 금융산업이었습니다.
학부생 시절부터 2008 서브프라임 사태에 굉장한 관심을 보였던 저에게 미국 초대형 벌지브래킷 및 대형 부티크들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면서도 섣불리 손 대기 힘든 곳 들이었습니다.
확실히 안정적이긴 했지만 그와 동시에 변동성이 너무 심했고 주변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과감히 포기하기로 합니다.
JPM(NYSE:JPM), 골드만(NYSE:GS), 모건(NYSE:MS), 에버코어(NYSE:EVR), 제프리즈(NYSE:JEF)
대신에 문득 아주 흥미로운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Q. 어떤 주식을 살까?
위 장면은 다큐멘터리 Inside Job의 한 장면으로, 당시 AAA 등급이 얼마나 많이 늘어났는지, 청문회에서 신용평가사들이 자신의 잘못을 어떻게 변명했는지 나와있습니다.
모두들 입을모아 이건 그저 "의견" 이라는 말만 반복해댔죠. 너무 뻔뻔한 Disclaimer라 할 말이 없네요.
신용평가산업은 월가의 숨은 황금이라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음지에서 엄청나게 돈을 땡겨오는 산업입니다. 특히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불리는 S&P, 무디스, 피치의 경제적 해자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이미... 게다가 남을 '평가'하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확실히 덜 위험하다고 해야할까요.
대체재가 없으니 저런 개망나니같은 짓을 저지르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겁니다. 나쁜넘들
대신에 저는 이 친구들을 더 깊게 파보기로 합니다. 최근 현금흐름과 각종 재무제표, 산업의 구성요소, 어디서 수익을 많이 얻는지 모조리 뒤져보기 시작합니다.
정말 놀랍게도 이 악마같은 새끼들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미친듯이 살을 찌우고 있었죠. 그리고 심지어 가격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해자를 고려하면 비싼가격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첫번째 포트폴리오의 종목은 S&P(NYSE:SPGI)로 결정되었습니다.
생각의 흐름은 꼬리를 물고 물어, 지수산업에 까지 흐르게 됩니다.
S&P의 산업구조에서 인덱스 산업(S&P500관련)이 창출하는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의 이익을 본 저는 다음 타겟이야말로 여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몇주전에 미주갤에도 추천 글을 쓰긴 했지만 그게 바로 MSCI(NYSE:MSCI)였죠.(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tockus&no=385138)
제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자체가 가지고 있는 굉장한 파급력,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경제적 해자'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리고 투자를 결정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알파추종 전략으로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는건 엄청나게 어렵다'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패시브시장은 정말 미친듯이 성장해왔고 S&P와 MSCI는 정말 미국 시장이 조져지기 전에는 망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우려했던 점은 지수가 산업을 잡아먹는 모양새였는데.. 이를테면 특정 지수에 새롭게 포함된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고 더 많은 자금이 패시브에 포함되면서 주가가 또 오르고.. 시가총액이 점점 늘어나면서 패시브에서 차지하는 퍼센테이지가 늘어나고... 또 주가가 상승하고..
뭐 어쨌든 중간에서 라이센스를 낭낭하게 받아먹는 산업이 개꿀이라는건 두말 할 필요가 없었죠. 제 오랜 경험을 통해서 수수료로 먹고사는 회사들이 상상 그 이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는 사실을 저는 정말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이 미친곳이 바로 지수산업들의 주축이 되는 ETF 시장이었습니다.
ETF 시장은 정말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마이클 버리가 다음 버블이 터지는 시발점은 어쩌면 ETF마켓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는데, 뒤집어 생각하면 그런 소리가 나올정도로 시장이 정말 미친듯한 속도로 커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버리가 비교했던 CDS와는 솔직히 조금 다른 개념이기도 하고요.
ETF 시장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주장은 꽤 납득할만 한 주장입니다만 그걸 ABS나 CDS와 비교하는건 무리입니다.
그리고 최근들어 주식시장에 무섭도록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개별주에 대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챙기고 분산투자가 자동으로 된다는 점에서 새롭게 시장에 뛰어드는 개인들이 매우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향을 이쪽으로 트는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켓에서 자연스럽게 블랙록(NYSE:BLK)에 눈이 가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죠.
블랙록이 자랑하는 iShares는 2009년 494B의 운용자산에서 10년 뒤 4배가 넘는 엄청난 성장세를 이루며 블랙록을 ETF 업계의 1인자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중에 미국 ETF 시장 점유율은 블랙록이 1위로 약 38%를, 2위 뱅가드는 28%를, SSGA가 16%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ETF를 고를때 AUM과 동시에 거래량을 보는게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선점효과도 있지만 일단 점유율이 높아야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더 활동적인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당장 미장게이들이 사랑하는 IVV와 TLT에 유입되는 자금만 생각해도 정말... 굳이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네요. ETF 시장은 점점 성장하고 있고 그 업계에서 탑을 달리는 종목을 고르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렇게 마지막 개별주는 BlackRock(NYSE:BLK)으로 결정됩니다.
Q. 안전관리는 어떻게 할까?
개별주 포트폴리오를 완성했으니 이제는 리스크관리를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처음으로 떠오른 후보는 주식,채권 6:4전략이었고, 여기에 굳이 더 첨가를 하자면 금을 10% 추가하는정도였죠.
하지만 금리가 바닥을 빌빌 기어다니고 있었고 연준이 조금만 액션을 취해도 바로 주채금 포트폴리오에서 쓰이는 TLT같은건 지옥으로 갈게 뻔해 보이니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합니다.(사실 당시 차선책으로 LQD같은 회사채나 HYG같은 하이일드채권도 생각했지만 과감하게 채권 자체를 포기하기로 함)
그렇다면 하락장 방어는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이 강세장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현금으로 눈을 돌렸겠지만, 이런 시기에 현금을 가지고 있는건 오히려 꺼려졌기 때문에 다른쪽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VTI 였습니다. 강세편향을 추종하면서 하락할때도 다른것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강세장에는 지수추종 ETF가 현금의 역할을 대체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긴급한 상황에서 쓰기 위해 남겨둔 400만원을 제외하면 저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저는 약 일주일간의 조사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정짓게 됩니다
2020년 11월 당시 포트폴리오(확실치 않음) 현재 기준으로 수익률 약 13%
저는 왜 뜬금없이 이런 글을 썼을까요?
주식시장이 호황기를 맞이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몇 달 일찍 시작했을 뿐이지만('투자' 자체는 꽤 오래전부터 하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급등주에 타서 졸업하는 것을 보며 그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제 주변사람들도 요즘 저에게 주식투자에 관해서 정말 많이 물어봅니다. "이 주식 어때?" "이거 어때?" "종목 추천좀 해줘" "아무튼 그래서 그거 사면 오른다는거지?"
모두들 달리는 말에 올라탈 생각만 하고 스스로 말을 골라볼 생각은 하지 않는게 요즘 주식시장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심보가 못된 사람이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눈먼 유동성 유입에 "개꿀ㅋㅋㅋ"이라며 많은 졸업식들을 팝콘을 먹으며 구경하곤 했습니다만
여기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 받은 것 또한 사실이기에, 이런식으로 자그마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고 해야할까요.
제가 처음 미장에 진입해서 종목을 고르는 눈을 기르게 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정보글 써주는 사람들, "그들은 과연 어디서 종목을 고르고 발굴해내는 걸까? 어떤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기업을 바라볼까?"
재무제표를 보는 방법과 회계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정말 많지만 투자 마인드셋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손에 꼽습니다. 서점에 있는 각종 투자서적들이요?
그 이야기들은 집에서 자고있는 우리집 뽀삐도 할 수 있을겁니다.
다들 머리로는 알고있는데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게 현실이고, 저는 저의 예시를 살짝 보여주면서 그 시작을 이끌어 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죠? 대신에 책을 많이 읽으셔야 합니다. 머릿속에서 번뜩이듯 떠오르는 스파크는, 부싯돌이 있어야 불꽃을 튀겨볼수라도 있습니다.
저는 그 부싯돌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그 책 살돈 모아서 주식 1주라도 더 사라고 하는데요, 너무 어이가 없는 소리라 굳이 대꾸하고 싶지도 않네요.
아무튼 생각보다 내용이 많이 길어졌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미주갤이나 블룸버그갤에 올릴까 했는데, 너무 쩔어주는 사람들이 많은 블룸버그갤에는 이런 똥글을 싸는 것 자체가 제겐 너무 부끄러워서 올리지 않았고
미주갤에 올릴까 하니 그놈의 GME가 전부 휩쓸어버려서 순식간에 묻히겠더라구요. 슨피갤을 직접 찾아서 들어올 정도로 제대로 된 투자에 관심있는 뉴비들이라면 그 보답으로 이런 소소한 정보정도는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음... 뭐라고 마무리 지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 끝? -
글쓴이 밤샘소년
https://gall.dcinside.com/mini/board/view?id=snp500&no=3551
정독에 정독을 하였읍니다
조아요 - dc App 뚜잇
이 글을 보고 spgi,msci,blk 풀매수 하러 갑니다
ZZZZZZ
잘봤어욥
뉴로맨서 보시는구나! 바바리안스는 꿀잼인거 같은데 이걸 언제 다볼지 모르겠네 ...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