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등뒤로 돌아가 그에게 총을 겨눴어
에비앙 병세 가득찬 그 정액을
그에게 남김없이 다 마시게 했어
그는 토하더군
그런 그를 놓아두고 도망을 나왔어
그게 이 여행이야
그녀의 이야기엔 허구의 냄새가 섞여 있다
그렇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마지막 부분이 거짓말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그녀는 그 남진에게 버림받았는지도 모른다
권총으로 위협해서 자신의 정액을 마시게 만드는 상상을 밤마다 해왔던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관없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든 어느 정도 허구이든
분명한 건 그녀가 물을 마시면 토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위로 하기로 했다
김영하 책 중 가장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