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희 가천대 석좌교수가 4월 22일 인간의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4개의 뇌 신경섬유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주간조선에 밝혔다.
조 박사는 이날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뇌과학연구소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분노, 슬픔, 우울 등 부정적 감정에 관여하는 신경섬유(ATR)와 기쁨, 웃음, 행복, 사랑, 보상 등 긍정적 감정에 관여하는 3종의 신경섬유(slMFB, imMFB, SPT)를 새롭게 찾아냈다”고 말했다. 조 소장에 따르면 이 신경섬유의 존재는 감정 이상 질환을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에 전 세계 뇌 연구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백선하 서울대 신경외과 교수는 이번 발견에 대해 “뇌 질환 치료에 혁명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약물로도 치료가 안 되는 심한 우울증이나 강박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라고 말했다. 조장희 박사팀은 최근 초고해상도 촬영 기기인 7T(테슬라·1T는 지구 자기장의 5만배 세기) PET-MRI를 이용해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가로 세로 1㎜ 단위로 촬영해 3차원으로 복원, ‘뇌 백질 지도(7T Brain White Matter Atlas)’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보이지 않았던 세세한 혈관과 신경줄기들을 볼 수 있게 됐고, 존재와 기능이 막연히 알려져 있던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섬유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다고 조장희 박사는 말했다.
이번에 완성한 뇌 지도는 ‘백질(white matter·신경섬유가 모여 있는 부분으로 흰색을 띤다. 대뇌와 소뇌에서는 안쪽에 분포하나 간뇌와 연수에서는 백질이 대부분) 지도’다. 뇌 회백질 지도는 뇌의 치밀한 구조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뇌 백질 지도는 신경의 기능적인 연결망까지 보여준다.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완성한 뇌 백질 지도보다 한결 또렷하다.
조장희 박사는 이번 뇌 신경섬유 네 개의 발견 성과를 “4월 말 미국 남가주대학, 5월 말 독일 하이텔베르크대학 등에서 발표할 예정이며, 이후 본격적으로 관련 논문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가주대학에서는 세계 3대 신경과 의사이자 ‘스피노자의 뇌’의 저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를 만나기로 돼 있다고 했다.
조 박사는 이번 발견과 관련 “사람이 어떻게 울고 웃고 기분이 좋고 나빠지는지 등 감정의 작용을 알아낼 수 있는 근거를 찾은 셈”이라며 “신경정신병을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사이코 서저리(psycho surgery)’의 시대로 막 접어들었다. 이 뇌 지도가 사이코 서저리에 획기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번 발견의 의의를 밝혔다.
조장희 박사는 영문으로 된 200여장의 PT 자료를 넘겨가며 이번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뇌 영상 부문 세계 최고의 전문가이자 한국 뇌과학의 대부로 불리는 조 박사는 78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이번에 완성된 뇌 백질 지도는 그의 세심한 손길을 하나하나 거쳐 탄생했다. 조 박사가 직접 뇌 슬라이드 영상과 PT 자료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 성과는, 2009년에 행해진 한 독일인 의사의 수술이 계기를 제공했다.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두개골에 구멍을 내 전극을 심는 ‘뇌심부자극술(DBS)’ 치료 과정에서 신경섬유다발의 한 부분을 건드리자 환자가 갑자기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뜨린 사례가 보고된 것이다. 조장희 박사는 이 보고를 접하고, 그 부위에 인간의 감정 조절과 관련된 신경섬유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해당 부위를 집중 분석했다. 1㎜ 단위로 촬영된 고해상도의 뇌 사진 수십 장을 가지고 가로 세로 퍼즐 맞추듯 추적했고, 그 결과 과거의 흐릿한 뇌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던 네 가지의 신경섬유 존재를 발견하게 됐다.
조장희 박사가 발견한 네 가지의 신경섬유 다발들이 각각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 기능에 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딱 떨어지게 밝혀진 단계는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조장희 박사는 “ATR은 화나 분노, 우울이나 슬픔 등 부정적 감정에 주로 관여하는 신경섬유로 추정되고, 나머지 세 개(slMFB, imMFB, SPT)는 긍정적 감정에 관여하는 신경섬유로 추정된다. 긍정적 감정에 관여하는 세 개의 신경섬유가 담당하는 감정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현재는 대략적으로만 파악한 단계다. 과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뇌에서 감정의 중추는 대뇌의 변연계로 알려져 있다. 이 변연계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기쁨과 슬픔, 분노와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관장하는 신경망이 고리처럼 연결돼 있다. 각각의 신경줄기 다발이 담당하는 감정의 종류를 알면 감정을 수술로 다스리거나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뇌심부자극술(DBS)’을 통해서다. 뇌 질환의 원인이 되는 뇌 기저부의 이상 부분에 전극장치를 삽입한 후 신경회로를 자극하는 이 시술은 신경외과에서 널리 시행 중이다. 특히 파킨슨 질환자들에게 획기적 치료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가천대 김영보 교수는 “쾌락 중추에 전기를 흘려 쾌감을 느낀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현재의 의료 기술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동물실험은 이미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과거의 뇌 수술은 뇌종양이나 뇌출혈처럼 외과 수술의 개념이었다. 지금은 ‘사이코 서저리’, 즉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게 가능하다. 뇌의 어떤 부분이 어떤 정신작용을 담당하는지를 알면 공포증이나 악몽 등을 지울 수도 있다. DBS 시술이 상당히 발전했다. 과거에는 문제 부위에 전극을 한 번 꽂아서 지지면 끝이었다. 이 시술은 한 번 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자극을 낮추고 높이는 식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효과가 없으면 전극을 빼버리면 된다. 수술도 용이해지고 위험 부담도 적어져서 DBS에 도전하는 의사가 많아졌다.”
김영보 교수는 “과거의 뇌 지도가 기차 철로처럼 단선적이었다면, 현재의 뇌 지도는 항공망처럼 입체적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뇌의 어떤 부위에서 무슨 기능을 하는지를 밝혀내는 데 머물렀다면, 지금은 그 기능과 관련된 연결망을 알아낸 셈이다”라고 했다. 뇌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그 질환을 관장하는 뇌의 주요 부위가 아니라 그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를 이용하면 된다는 얘기다. 한 도시를 폭파하기 위해 해당 도시로 진입하는 다리를 폭파하는 격이다. 기쁨이나 슬픔, 웃음과 울음 등과 관련된 감정을 치료하기 위해 이번에 발견된 신경섬유를 자극하면 되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뇌’에서 “뇌는 생각들이 항해하는 내면의 바다다”라고 표현했다. 그 넘실대는 내면의 바다에는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가득하다. 뇌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뇌 지도가 필요하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또 그들의 연결망을 아는 것이 뇌의 비밀을 푸는 열쇠다. 가천대는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뇌 지도 영상을 통해 뇌의 비밀을 하나둘 풀어가고 있다.
[김민희 기자 <U>minikim@chosun.com</U>]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1&sid2=310&oid=023&aid=0002513902
형드라 뭐냐이ㅓㄱ
깨알같은 베르나르 베르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