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전
제가 미학과에 들어가서 미술사를 공부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르네상스 시대 때 바사리가 쓴 <화가, 조각가, 건축가들의 삶>(Vasari's lives of the painters, sculptors and architects)이라는 이 책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예요. 이 책이 우리말로는 4권으로 번역이 됐습니다.
에두아르트 푹스가 쓴 이 책은 지금은 까치글방에서 완역이 돼서 나왔습니다만, 제가 본 것은 일본 가도카와 문고에서 나온 거였어요.
미술사라고 하는 것이 왕권의 문화 아니면 귀족들의 문화를 얘기하는 굉장히 고급문화인데, 여기서는 귀족들의 일상 생활뿐 아니라 서민의 문화까지 얘기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정사 속에 나와있는 역사 속의 사건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의 삶 속에서 연애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유행은 어떻게 창조되고 있고 그러한 내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미술사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그 깊이와 폭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가르침을 준 책입니다.
나는 쓸 실력이 없지만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이런 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 풍속의 역사
에두아르트 푹스가 쓴 이 책은 지금은 까치글방에서 완역이 돼서 나왔습니다만, 제가 본 것은 일본 가도카와 문고에서 나온 거였어요.
소설책 중에 내가 지금도 다시 읽고 싶은 전집이 있다고 하면 벽초의 <임꺽정>입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벽초, <임꺽정>은 금서였습니다.
<임꺽정>을 읽으면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 수 있어요. 우리말을 구사하는 방법, 대사들을 보면 지금도 벽초 이상으로 아름답게 구사하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여기에 나오는 단어들만 가지고 만든 <임꺽정 사전>이 따로 있을 정도잖아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시대의식과 민중의식까지 깔려있고요. 무엇보다 작가 본인이 얘기한대로 조선의 정서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어법에서부터 언어구사에까지 잘 드러나 있어서 큰 가르침을 주는 책이에요.
지금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한 보름 동안 이 책만 갖고 가서 읽고 왔으면 좋겠어요. 그럴 날이 있겠죠.
이 책은 돌아가신 김원룡 선생의 <한국미술사>라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미술사라고 하는 말로 나온 첫 번째 책인데요.
이 책 외에 이와 같이 통사로 쓴 책은 없었어요. 선생님이 이 책을 쓰신 게 1968년인데, 처음 이 책이 나오고, 지금은 아주 너덜너덜한 책이 됐지요. 이 책은 당시로서는 호화판 책으로 만든다고 인쇄를 따로 해서 붙였어요, 이렇게. 컬러 프린터 비용이 비싸니까.
여기에 있는 미술사는, 정신사나 문화사, 이런 것보다 편년사로서 미술사의 팩트를 정리해 주었기 때문에 손안에 한국미술사의 콘텐츠가 다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김원룡의 <한국미술사>의 가치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그 전에 한국미술통사를 다룬 책이 없었다는 유홍준의 말은 잘못된 것임. 해방 직후 간행된 근원 김용준의 <조선미술대요>는 매우 훌륭한 한국미술통사 서적이고, 아주 뛰어난 문장으로 한국미술의 역사적 흐름을 잘 설명하면서 대중성까지 지니고 있음. 유홍준은 근원 김용준의 책을 알고 한 말인지, 모르고 한 말인지...
유홍준 선생이 일본어랑 영어 잘했네. 영어 일어 원서로 다 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