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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츠이 야스타가는 본래 SF를 쓰면서 작가로 데뷔한 사람이었습니다.
본래 "일본 SF 협회"를 주도적으로 처음 만들어 냈던 사람이라고도 하죠.
작가의 이름을 빛나게 한 최고의 대표작은 단연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고,
애니메이션으로 화제를 모은 <파프리카> 역시 SF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나나세>로도 알려진 <가족팔경> 역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초능력 소녀를 다루는 SF물이죠.
    
하지만 츠츠이 야스타가는 SF만 잘 쓰는 게 아닙니다.
장르물이 아닌 리얼리즘 계열의 책에서도 얼마든지 능력을 발휘했던 진정한 의미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든 쓸 수 있고 또 어떤 분야의 책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던 사람입니다.
   
<다다노 교수의 반란>, <소설 일본문단>과 같은 책을 보면 리얼한 풍자가 뭔지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대학가를 무대로 하고 있는 <다다노 교수의 반란>는 한국어 번역본이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되었는데, 
소위 상아탑 교수 사회의 허상을 너무나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어서 치가 떨릴 지경입니다.
여기에 중년 남자 교수와 여대생과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으니 더 문제가 되었죠.
     
나오키 상을 정면으로 비꼰 <소설 일본문단>이 일본에서 처음 출간되어 나왔을 때
젊은 문학도가 유명 문학상을 통하여 문단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하기 위해
문단의 권력자인 노땅 거물 여류작가들에게 몸을 판다는 식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일본 문학계가 완전히 뒤집어 진 바 있었습니다.
<소설 일본문단>에 대한 일본 문인들의 엄청난 비난과 성토가 쏟아지면서,
강심장인 츠츠이 야스타가는 결국 "작가를 그만두겠다"고 은퇴 선언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은퇴했다가 다시 작품을 팔표하면서 작가로 복귀하긴 했지만서도..
    
<나의 할아버지>같은 책은 비록 긴 시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다고는 하지만
멋지고 강하면서도 따뜻한 카리스마 넘치는 "만능 해결사" 할아버지를 테마로 하고 있는
따뜻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무척 재미있는 청소년 소설입니다.
어느날 나타난 "세상에서 가장 멋진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일본에서 영화화 된 것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우리나라에도 번역될 수 있었죠.
    
츠츠이 야스타가는 장편도 좋지만, 그의 진가가 나타나는 것은 아무래도 장편보다는 단편입니다.
<인간 동물원>, <헐리웃 헐리웃>, <최악의 외계인>, <최후의 끽연자>와 같은 많은 단편집이 출간될 수 있었던 것도,
일본 특유의 "변태적" 코드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도 약간 역겨우면서도 노골적인 풍자가 가슴을 후벼파는
작가 특유의 단편들이 무척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왕년에 고려원에서 출간된 [세계 SF 걸작선]에 실렸던 <멈추어 선 사람들>에서는
법에 의하여 사람을 가로수로 심어서 나무로 만들어 버리는 이야기가 소개된 바 있고,
작가를 대표하는 단편 <살려주소서>에서도 놀라운 마무리로 엽기성을 드러냅니다.
<살려주소서>에서는 주인공을 제외하고 세상 전체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게 되자,
음식도 마구 먹고 물건도 가져가고 여성도 훔쳐보고 이렇게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나중에는 아예 길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낮잠을 잡니다.
하지만 깨어나보니 트럭 바퀴가 가슴 위를 지나고 있죠.
무지하게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엽기의 극치죠.
        
츠츠이 야스타가는 양반은 <일본이외 전부침몰>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고마쓰 샤쿄가 <일본침몰>로 경이적인 성공을 거두고 각종 상을 싹쓸이하고 있을 때,
축하 술자리에서 츠츠이 야스타가는 <일본 침몰>의 안티테제로 <일본이외 전부침몰>을 쓰겠다고
고마쓰 샤쿄에게 약속했다고 합니다 - 그리고 이를 실제로 이행했죠. 이 사람의 엽기적인 면을 잘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츠츠이 야스타가의 단편들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솜씨로 쉽게쉽게 척척 풀어냅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죠.
      
<부호 형사>와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은 추리소설입니다.
본래 추리물을 쓰지 않던 작가가 과감하게 추리의 영역에 도전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특히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은 "독자와 지적 게임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썼기 때문에,
작품의 결말부와 사건을 설명하는 대목을 칼로 오려내지 않으면 읽을 수 없도록 제본하였습니다.
파본을 의심케 하는 희한한 제본인데, 마지 문제집의 답안 부분을 일부러 감추어 놓듯이 해 놓았죠.
   
<부호 형사>는 (마치 브루스 웨인같이) 막대한 부를 소유한 형사의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추리물이고,
그래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부를 활용하는 모습과 캐릭터의 매력이 강한 작품이죠.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은 "물랑루즈"의 모습을 묘사한 안짱다리 로트레크의 그림을 테마로 합니다.
로트레크가 그린 그림이 여러 장 실려있고 해당 그림들이 사건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인 작품입니다.
<부호 형사>도 그렇고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도 그렇고 분명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추리물과는 꽤 다른데,
모든 작품에 대하여 "남이 쓰지 않은 방식으로 쓰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츠츠이 야스타가의 작가관 때문이기도 합니다.
딴은 츠츠이 야스타가는 "독창성"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작가이고, 추리물에서도 그같은 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츠츠이 야스타가의 작품들을 전반적으로 조망해 보면,
너무나도 다른 성격을 가진 작품들이 포진해 있어 당황스러울 정도라는 것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가족팔경>과 같은 작품은 청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고,
장르 SF이면서도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가진 청소년 명랑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나의 할아버지> 역시 화자인 청소년과 멋진 할아버지의 시원하고 유쾌한 모습이 주를 이루죠.
하지만 <다다노 교수의 반란>, <소설 일본 문단>, <속물도감>과 같은 일군의 장편들은
노골적이고 깨는 풍자로 읽는이를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단편소설집 역시 엽기적 아이디어와 전개를 가진 불쾌한 테마의 작품들로 가득 차 있죠.
같은 작가가 이렇게 "유쾌하고 시원스러운 작품들"과 "불쾌하고 엽기적인 작품들"이라는
완전히 정반대 성격의 작품들을 꾸준히 집필해 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