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53세, 전직교사이자 인종차별주의자. 주인공 미셸이 태국 패키지 여행을 갔다 만난 사람.
장소는 매춘이 가능한 바. 미셸은 매춘을 하고 싶은데 자꾸 말을 거는 그가 귀찮습니다. 로베르가
미셸에게 거들먹거리며 말합니다.
\'여행을 하면서 제일 먼저 달라지는 것의 하나가 인종에 대한 편견이 더욱 강해진다거나 혹은 없던
편견을 갖게 된다는 것이오. 사실 타인을 제대로 알기 전에 어떻게 그가 어떤 사람이라고 상상할 수
있겠소? 자기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모를까, 뻔한 얘기잖소. 그러니 그런 생각과 현실이 다소
다르다는 것은 아주 더디게나 깨달아갈 수밖에. ..... 여행 초기에는 성적인 측면에 대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소. 처음 여행한 곳은 태국이었다오. 그리고 곧바로 마다가스카르로 떠났지요.
이후로는 백인 여자와는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소. 그러고 싶은 욕망이 생기지도 않았다오\'
로베르가 말하려는게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상대가 나만큼 도덕적이며, 나만큼 지적일 것이라고
의례히 생각하는 것은 존중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았을 때의 배신감은 흔히 경멸로 이어집니다.
-
책은 전체적으로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미셸의 태국 패키지 여행이고, 2부는 그 여행에서 만난
발레리라는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1부에서는 냉소적인 미셸이 2부에서는 다소 상냥하게
변합니다. 사랑의 힘이겠지요. 미셸과 발레리는 어느 태국의 아름다운 비치에서 평생 머물기로
결심합니다. 좋은 직장과 프랑스의 문화 생활을 포기하고 말입니다.
저는 2부를 유심히 읽었습니다. 한국을 떠나 제3세계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은 저를 한때 매혹시켰
습니다. 그러나 문화적인 측면을 포기해야한다는 아쉬움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발레리와 미셸도
같은 고민을 합니다.
발레리:\"프랑스를 그리워하지 않을 자신있어?\"
미쉘:\"그래, 난 아무것도 아쉬워하지 않을거야\"
발레리:\"여긴 놀 것도, 문화생활도 없어\"
미셸:\'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본 바에 따르면, 문화란 나에게 우리 삶의 불행과 직결된
필수적인 보상처럼 보였다. 아마도 또다른 차원의 문화, 가장 행복한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축하와 서정성과 연결된 문화를 상상해볼 수도 있었으리라. 그렇지만 나는 그런 것을 확신할 수
없었고, 또 그것이 내게 진정 더이상 아무 중요성도 갖지 못하는 이론적인 생각으로 보였다.\'
발레리:\"정말 싫증 내지 않을 자신있어?\"
미쉘: \'살면서 나는 고통, 억압, 고뇌를 겪었다. 나는 싫증이라는 것을 내본 적이 없다. 나는 똑같은
일을 영원히 그리고 멍청하게 되풀이된다는 것에 대해 반발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나는 풀밭에서
이파리를 세면서 여러 시간을 보냈다. 몇년 동안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네잎 클로버는 단한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렇게 담담하게 말하는 미셸이지만, 그가 간신히 찾아낸 네잎클로버-발레리-를 잃고선 반쯤
정신나간 인간이 됩니다. 발레리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고
축복이었다는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
\'스스로를 자각하는 것은 바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다. 바로 그런 까닭에 타인과의 관계를 못견뎌
하는 것이다\' p 93. 미쉘이 혼자 저녁 먹기를 고집하며.
같은 이유로 인간은 사랑에 빠진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란 열병에 빠져 감탄과 찬양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타인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무궁화호 안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을 읽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비열한 구원을 베풉니다. 나와 같은 인간이 여기있구나, 하는
* 미셸 우엘벡을 알게 된 것은 도서갤러리의 ㅇㅅㄴ님의 추천이었습니다. 미셸의 책을 읽게 된 후
쿤데라를 향한 사랑이 고스란히 미셸 우엘벡에게 옮아갔습니다. 몇권밖에 번역된 책이 없어서
\'한달에 한권씩만 읽어야지\'하고 아껴서 읽었습니다. 언젠가 미셸 우엘벡이 썼다는 러브 크래프트의
전기가 번역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전기 너무 기대하지 마시길... 인터넷에 돌던 거 받아 읽어 봤는데 너무 분량이 작아 축약본인가 생각되 교보가서 책을 직접 봤는데 세상에 그 얇은 책에 반 이상을 러브크래프트 작품이 차지 하고 실제 전기는 반도 안되었던 것 같았음 뭐 내용은 러브크래프트 팬이 읽어보면 좋아 할만하지만 분량이 단펀 소설 수준임..
\'러브크래프트+미셸우엘벡\'이라는 조합이 두근거려서, 가장 기대하는 책 중 하나였는데... -.ㅠ 단편 분량이었군요.
고다르의 영화 <미치광이 삐에로>도 소통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 같아요.
아고타 크리스토퍼와 미셸 우엘벡은 도서갤에서 알게된 보물같은 작가입니다. 알랭드 보통의 \'불안\'은 여전히 제가 울적할때마다 꺼내읽는 책이고, ㅁㄴㅇㄹ님께는 옐프리데 옐레니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에 대해 한마디씩 찌끄려주세요
\'플랫폼\'은 읽지 못했는데 읽어보겠습니다. \'밀양\'갔다 오셨네요. 좋은 여행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