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 예전에 신비주의 공부를 하면서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의 책 몇 권이 있는데 그중 한권이라고 하더군요.
이 책의 내용은 신비주의자의 언어, 즉 녹색언어, 혹은 새의말로 쓰여진 것이라서 그 내용은 신비주의자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많은 신비주의 비밀결사에서는 이미 이 책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책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에 덥썩 [4의 규칙]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1권을 다 읽었습니다.......
결론은.....ㅠ.ㅠ
도대체 무슨 이런 번역이 다 있단 말입니까. 이건 의역도 아니고.... 그냥 불성실한 번역일 뿐입니다. 의역을 할려면 매끄럽기나 해야지... 그냥 목구멍에 꺽꺽 걸리는 것처럼 도대체 거슬려서 읽을 수가 없네요.
너무 답답해서 인터넷에서 원본을 구해서 대조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원본을 보니, 세상에 멋대로 내용을 빼먹고 있더군요.
좋아요, 중요하지 않은 내용-예컨대 성금요일의 전통을 소개하는 p169에서 조나단 에드워즈에 대한 원본의 디테일들-을 빼는 것은 좋다 이겁니다. 원작자는 싫어하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읽히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아래 내용을 한번 보세요.
[이제 성금요일의 설교는 인문대학 교수의 강연으로 대체되었고, 강연에서는 하나님보다 더 적게 언급되는 것이 바로 지옥이다]
도대체 이렇게 어색한 문장을 작자들이 쓸리가 없잖아요.
원본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The Good Friday sermon is now nothing more than a lecture delivered by a member of the humanities faculty; the only thing mentioned less often than God in the lecture is hell.]
대략 원서를 보니 프린스턴대학에서 성금요일의 설교전통을 조나단 에드워즈가 시작했는데 현대에와서 \'현대적 맥락\'에서 이것이 강의로 바뀌었다... 그런데 조나단 에드워즈는 무덤에서 봄만오면 돌아누울 것이다... 뭐 이런 내용이 나오면서 나오는 구절입니다. 번역자는 이 모든 구절을 싹 삭제해 버립니다.
위 문장도 매끄럽게 번역하면
[성금요일의 설교는 이제 인문대학의 교수단 중 누군가가 실시하는 강의일 따름이다. 그러니 강의에서 하나님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옥보다야 좀 나은 형편이겠지만.]
뭐 이정도 되겠네요.
이밖에도 오역이 정말 많네요. 캐릭터의 심리적 흐름을 드러내는 맥락은 거의 살리지도 못합니다.
[The elevator discharges us on the main floor of the museum. Paul guides me across it, ignoring the paintings he’s pointed out to me a dozen times before?the vast Rubens with its dark-browed Jupiter,the unfinishedDeath of Socrateswith the old philosopher reaching for his cup of hemlock. Only when we pass the paintings Curry brought for the trustees’ exhibit do Paul’s eyes wander.]
이 문장을
[엘리베이에서 내리자 박물관 중앙 홀이 나왔다. 폴은 전에 뎔두번도 넘게 가리켜 보이던 그림들을 무시하고 홀을 가로질러 갔다. 그림 가운데에는 루벤스가 그린 눈썹이 검은 쥬피터 그림과 독당근이 든 잔을 향해 손을 뻗는 그림인 \'소크라테스의 죽음\'의 미완성 그림도 있었다. 리처드가 위탁자들을 위한 전시를 위해 가져온 그림들을 지나쳐 가면서 폴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렇게 번역합니다.
지금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그 수수께끼의 일부를 풀기 위해 박물관으로 간 폴은 마음이 급해서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들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중이지만, 리처드 커리가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 가져온 그림에 이르러서는 폴의 눈동자가 그쪽을 향해 흔들렸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중입니다. 폴이 그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라고 마치 길을 찾는 것 처럼 묘사해 버리는군요. 자기가 일하던 박물관에 와서 왜 두리번 거린단 말입니까....ㅠ.ㅠ 길 찾는 것도 아니고.
오역이 한 두군데가 아니라서 원서를 모니터에 띄워두고 의심스러울 때마다 비교하면서 읽자니 진도가 안나갑니다.
좋은 책을 번역이 망치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 책은 좀 심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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