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센은 월요일 오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렸음. 이 꼴통을 어떻게 갱생시키지.
적센은 새로 입사한 상판의 담당 사수였음. 상판이 입사한 지 한=\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상판은 손 봐야 할 부분이 많았음. 예를 들면 복장불량이라던가.
“목 안 무거워요?”
상판의 목에는 목걸이가 하나.. 둘.. 세 개나 걸려 있었고 목이 늘어난 반팔티 위에 택시기사도 안 입을 것 같은 조끼를 레이어드해서 입고 있었음. 이게 회사원의 복장인가. 적센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패션이었음. 
“주임님이 모르셔서 그렇지 요즘은 다 이렇게 입어요.”
적센과 상판은 거의 모든 부분이 안 맞았음. 적센은 클래식을 들었고 상판은 전자 음악을 즐겨 들었으며 추구미, 패션, 성격의 모든 부분이 명확하게 반대였음. 
회사 내 정해진 복장 규칙은 없었으나 상판처럼 입고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 그럼에도 신입이지만 꼼꼼하고 일처리가 빠른 상판을 주변에서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음. 그러나 적센은 달랐음. 사소한 것 하나부터 자기 눈에 거슬리는 것들은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음. 적센은 상판에게 내일부터는 정장을 입고 올 것을 권고했음. 
다음 날, 상판은 적센의 말 대로 셔츠를 입고 왔음. 그러나 반항이라도 하듯 단추는 명치까지 풀어헤쳐져 있었음.
“상판씨, 단추 두 개만 더 잠글까요.”
“…네.”
“넥타이는 어디갔어요.”
“여기 있는데요.”
“상판씨.. 그건 스카프잖아요…”

상판이 입사한 지 3개월 정도 됐을 무렵, 적센과 상판은 하루하루 빠짐없이 신경전을 벌였음.
“그거 누구 커피예요? 설마 내 건가?”
탕비실에서 적센에게 줄 커피에 몰래 침을 뱉는 상판을 하필 적센이 봐 버렸음.
”제 거예요. 누가 뺏어먹을까봐 찜 한건데.“
”아 그런거면 얼른 드세요.“
적센은 상판이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음.
‘미친싸패새끼…’



적센에게는 3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음. 설레는 마음은 이제 다 없어졌지만 딱히 헤어질 이유도 없어서 계속 사귀고 있는 중이었음. 적센은 오랜만에 여자친구와 금요일 저녁 약속이 잡혀서 퇴근 후에 바로 레스토랑으로 향했음. 
“적센아 이제 우리 다 그만하자.”
식사 도중 적센의 여자친구가 말했음. 
“솔직히 너도 이제 질렸잖아. 우린 서로한테 너무 관심이 없어.”
적센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입 속 음식물을 씹었음.
“막말로 넌 나한테 다른 사람 생긴 것도 모르고 있었잖아. 나 솔직히 너랑 사귀면서 너무 외로웠어. 니가 나를 좀 알아주길 바랐어.“
”…“
”이젠 붙잡지도 않네. 됐어. 나 갈게. 잘 살아.“
여자친구는 그대로 적센을 두고 나가버렸음. 적센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밥을 먹고 곧 자리를 떴음. 적센의 바로 뒷 테이블에는 상판이 앉아있었고, 본의 아니게 그 얘기를 다 들어버렸음. 와 주임님 어떡해… 사실 상판도 적센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었음. 상판의 맞은편에는 말도 없이 잠적했던 전 남자친구가 앉아있었고 그는 곧 테이블 위에 청첩장을 올려놨음. 
“결혼해 나.. 미리 말 못해서 미안. 그래도 너한테는 말해야 할 것 같아서…”
“…”
나 먼저 가볼게. 상판은 입도 대지 않은 접시를 뒤로 하고 청첩장을 챙겨 밖으로 나왔음.

상판이 막 레스토랑을 빠져 나왔을 때, 적센은 입구에서 비를 맞고 서 있었음. 예약해 놓은 택시를 기다리는 중이었음. 비도 오고 불금 저녁이라 그런지 택시가 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음. 적센의 머릿속에는 피곤하다, 집가서 얼른 씻고싶다 두 가지 생각 뿐이었음.
그런 적센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는 상판은 주임님 차여서 많이 힘드신가보다.. 저 사람도 저런 면이 있네.. 생각함. 비에 젖어 축 처진 뒷모습이 꼭 자기 모습과 겹쳐 보였음. 상판은 다소 충동적으로 적센을 불러 말했음.
“주임님 저랑 스트레스 풀러 가실래요..”
곧바로 택시가 왔고 상판은 적센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택시에 먼저 올라타서 적센을 잡아 끌었음.
“기사님 죄송한데 저희 도착지 바꿀게요.”

도착한 곳은 전자음악이 흘러나오는 라운지 바였음. 상판은 자리에 앉자마자 익숙하게 두 잔을 주문하고 리듬을 타기 시작했음.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거지… 적센은 계획하지 않은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점점 스트레스가 적립되고 있었음.
“주임님 머리 흔들어 봐요.“
상판은 이미 술을 좀 마신 상태라 묘하게 텐션이 올라가 있었음. 적센이 마지못해 고개를 몇 번 끄덕거리자 상판은 크게 소리내어 웃었음.
”뭐예요. 꼭 이런 데 처음 와 본 것처럼. 이렇게 해야죠 이렇게.”
상판은 머리를 미친듯이 흔들기 시작했음. 적센은 처음보는 상판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음. 에라 모르겠다. 적센은 잔을 한번에 털어넣고 상판이 하는 것처럼 리듬에 몸을 맡겼음. 

어느새 둘 다 잔을 많이 비운 상태였고, 의식이 많이 흐릿해졌음. 둘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오늘 있었던 일을 서로 털어놨음.
“사실 저 오늘 기분이 진짜 구렸거든요.. 청첩장 받았어요. 전 남자친구한테..”
”전 3년 사귄 여자친구한테 차였어요.“
”힘드시겠어요.. 3년인데..“
”별로 안 힘든데요.“
”에이.. 제 앞에서는 센 척 안 하셔도 되는데..“
”안 힘들다니까요.“
”주임님 가끔 되게 재수없는 거 아세요..?“
”상판씨는 지금 되게 웃겨요. 루돌프 같다.“
적센은 그렇게 말하며 상판의 볼을 꾹꾹 눌렀음. 아 왜 이렇게 재밌지.

다음 날, 깨질듯이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적센이 나체 상태로 몸을 일으켰음. 낯선 천장. 낯선 이불. 불안한 예감에 옆을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옆에는 마찬가지로 나체 상태로 퍼질러 자고 있는 상판이 있었음. 상판의 몸 곳곳에는 울긋불긋한 자국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었음. 설마 내가 한 건가 저거.. 부은 얼굴 때문에 눌린 볼살과 살짝 벌어진 입술을 보고 적센은 침을 삼켰음.
ㅆ발 좆됐다….


급전개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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