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택은 벌써 몇분째 어안이 막힌 표정으로 굳어있었다.
건너편 언덕에 자리잡은 회택의 집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것이었다.
불과 몇분전까지만 해도 초강력한 강풍에도 끄떡않던 튼튼한 집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사라져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회택의 집이란건 존재하지 않았다는듯,벽돌이 허물어져있고 각목자재들은 재가 되어 거지중천에 흩날리고 있었다.
사이클론이라도 상륙한 것인지 싶었지만 여긴 엄연히 한국이었다. 아무리 지구온난화로 인해 연년도 기온차가 들쑥날쑥 한다해도 이곳은 인도네시아나 호주가 아니었다.게다가 강풍이 불정도로 추운 계절이 아니었다. 적당한 찝찝함과 비가 질척하게 내리다 장마철만 지나면 햇볕이 쨍쨍하게 내려쬐는 여름이었다.
더군다나 오늘 일기예보에서는 일가족이 나들이를 강력추천 할 정도로 바깥 날씨가 선선했고 미세먼지농도 또한 매우 낮았다. 그러니까 한낱 날씨의 영향으로 멀쩡하던 집 꼬라지가 풍비박산난 게 아니었다.

"….이게 뭐야.."

회택은 허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입을 열기까지 1시간정도 지난 것 같았다.집이 사라진 너머로 하나의 풍경이 보였다.
집 뒷편 산을 메우고 있던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있었다.
태양이 산보다 뒤에 있는지 나무가 그늘져있었다.반대로 크기가 다른 산봉우리 두개는 태양빛을 받아서 빛나보였다.

"….."

시작은 파스타였다.느끼한 음식이 당겼다.배달도 어려운 지역이었고 무료했던 차에 부엌을 뒤졌는데 파스타를 만들만한 재료가 없었다.굴러다니는 납작당면으로 파스타를 해먹기는 곤란했으니까.
교외 식자재마트에 들리기위해 집을 나섰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뺨에 닿는 바람결이 상쾌했다.카트를 끌면서 식품코너를 돌아다니는 게 좋았다.카트를 끌고 돌아다니는데 아는 노래가 나와서 흥얼거렸다. 직원들도 친절해서 기분좋았다. 모든 게 맘에드는 하루였다.그런데..집에오니 자신의 보금자리는 늑대가 아기돼지의 지푸라기집을 불어서 무너뜨린 것마냥 없어져있었다. 

잠시 감상에 젖어있던 회택은 다시 고개를 세차게 돌린뒤 현실로 돌아왔다.몇개 남지않던 석조벽돌만이 이자리에 그래도 집이 존재했다는걸 증명해주는듯 했다.



"....................?!!"

휙-휙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작게 일렁였다. 추운 한기가 몸을 감싸자 소름이 올라왔다. 이 판국에 폭우까지 오려는 건가?하늘을 올려다봤다. 여전히 구름 한점없이 맑은 날씨였다. 
뭐지-심상치않은 낌새를 느낀 회택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마어마한 키를 가진 떡갈나무만 굳건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흔들림없는 여러겹의 가지들이 굵고 넓게 퍼져있었다. 
'아아 목아파.' 족히 20m는 될 것 같은 길이때문에 하늘을 바라보던 회택의 목이 아파왔다. 
'???????'
가지 끝에 달린 양성화와 이파리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이상하다. 저렇게 큰 나무에 매달린 잔챙이들이 쉽게 흔들릴 리는 없는데..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때였다.땅이 큰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들렸다. 쩌걱쩌걱 소리를 내는 지반에 금이 가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놀란 회택은 떡갈나무에 매달려 몸을 피신했다.폭풍우같은 바람이 불어왔다. 통상 1km 이상의, 지표면과의 마찰이 존재하지 않는 상공에서 거세게 바람이 귀를 때렸다.거친 바람에 맞는 회택의 뺨이 얼얼했다.
겨우 55kg밖에 나가지 않은 회택은 금방이라도 뽑혀나갈 것 같았다.고목 나무매미마냥 나무에 꼭하니 붙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아악--------------------------------------------------------------!!!!!!"



바람의 반항은 거기서 끝날 줄 알았다. 
타앙─! 방아쇠의 긴 공명이 길게 꼬리를 남기며 쩌렁하게 메아리 쳤고, 회택의 몸이 그 충격으로 허공에 붕 떴다. 타는듯한 격통이 왼쪽 발목을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회택은 억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옆으로 튕겨나갔다. 바위 아래로 떨어지는 시간이 마치 무공간처럼 느껴졌다. 망양지탄의 심정으로 회오리에 맞아 그대로 바위에 부딪쳐 죽어버린 것이다. 푸핫핫! 회택은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너무도 허무하게 끝나가는 인생에 회의감마저 들었다. 남한테 최대한 피해안주고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새삼 돌아봐봤자 곱씹을 거리도 없다, 이 말이다.

".....................뭐야."

바람의 장난이 멈췄나보다. 사방은 지는해의 짙은 노을빛이었다. 바싹 마른 침을 삼켰다.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것도 여전했다. 하지만 전혀 괴롭지 않았다.나 살아있었다. 그렇게 세게 날아갔는데 상처하나 없이 몸이 멀쩡했다. 그러나 회택이 놀란 것은 이따위의 것들이 아니었다. 회택은 내리쬐는 햇살에 사방에서 하늘이는 떡갈나뭇잎 사이로 눈가를 가늘게 찌푸렸다. 눈 앞에 있는 것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저게 뭐야...?"

오늘 뭐야라는 말만 벌써 열번째다.
회택의 터전이 사라진 자리에 커다란 집체가 들어서있었다. 일반적인 집의 형태를 갖춘게 아니었다. 그것은 커다란 개 머리모양을 하고 있었고,종류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로 보였다.  
마치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방금전까지 흩날리던 부스러기 들은 깨끗이 치워져있었다. 진짜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본떠 만든 것마냥 생생했다. 강아지의 입모양은 네모였는데, 문인 듯 보였다. 똘망똘망한 두개의 눈동자는 아마 창문으로 추측되었다. 혹시 환기를 시킬때는 눈동자의 흰자만 남으면서 작동하는게 아닐까,..

끼익----------------

회택의 온갖 망상은 강아지의 입이 크게 벌리면서 멈췄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지 못하는 회택의 입도 크게 벌어졌다. 끼익---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랫 입술 슬라이드 덮개가 개방되었다. 


"..........................!"
"너 뭐야!"
".......에?"
"낮잠자고 있는데 왜 깨운거야?!"

예닐곱살 정도 되보이는 남자아이가 하얀 잠옷을 입고 걸어나왔다.한손에는 제 몸 크기만한 곰돌이 인형을 들고나와 끙끙댔다. 단잠을 방해한 게 짜증났는지 퉁명스럽게 회택을 쏘아보았다.

"아니...그게.."
"왜 깨웠냐고...!!힘들게 잤단 말이야!!"

남자아이는 뒷목을 덮는 머리칼을 제 손으로 헝크리며 계속 회택을 밀어붙였다. 눈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며 꽤 예쁘장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회택은 뭐랄까,저도 지금 이 상황이 말도 안되는데, 아이의 투정이 어이없다기보다는 귀여웠다.웬지 놀려주고 싶었다. 밉지가 않았다. 회택은 저도 모르게 남자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손끝에 흐트려지는 머리카락이 말로 형용할 수 없게 보드라웠다. 때문에 지레 놀란 회택은 헉, 하고 크게 숨을 들이쉬며 황급히 손을 거뒀다. 
제발에 놀라 손을 거뒀기는 했어도 계속해서 만져보고픈 신기한 촉감이었다.회택은 허전한 손에 텅 빈 손가락끼리 지분거렸다. 손이 올라가고 망설이다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흐리멍텅하게 검은 눈동자는 분노를 띠고 있긴해도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검은색 보다도 영롱했다.


"너 이름이 뭐니?"

회택은 무릎을 구부려 아이의 눈높이에 시선을 맞추었다. 아이는 못 들은척하며 입술만 뾰루퉁하게 내밀뿐이었다. 

"아..이름이 규빈이구나."
"어떻게 알았어??!!!" 
"여기."

회택이 규빈의 손에 들린 곰인형의 발바닥을 가리켰다. 정말 발바닥에는 '김규빈'이라고 또박또박한 글자로 적혀져있었다.
자승자박이다.규빈의 표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씨..."

된통당한 것마냥 얼굴색깔이 불거진 규빈은 곰인형을 자기 등 뒤로 숨겨버렸다. 그리고는 씩씩대며 회택을 노려보기만 했다. 

"너 뭔데!!이상한 말이나 하고...너 혹시.."
"배 안고파? 맛있는거 만들어줄까?"


낯선 상대에게 쉽사리 경계를 풀지 않던 규빈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맛있는 음식?' 듣자마자 위가 쪼그라든 것처럼 배가 고팠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며 꿀렁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게 뭔데?"
"뭐냐면.."

회택이 뒤를 돌아보았다.한바탕 강풍에도 쓰러지기만 할뿐 아직은 멀쩡한 자신의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쪽으로 부리나케 뛰어갔다.꽤나 튼튼한 바구니덕분에 기적적으로 건재하게 살아있는 토마토소스통과 몇가닥 깨진것빼고는 상태가 우수한 편에 속하는 파스타면을 잡아들었다

"20분만 기다려-맛있게 만들어줄게!"


회택은 멀뚱하게 서있는 규빈을 향해 소리쳤다.아직 어린 규빈은 
순간 20분은 과연 얼마나의 시간을 의미하는지 짐작이 가지않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기대감이 부풀어졌다.
회택이 빨리 주방으로 들어가서 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줬음 하는 바람이었다.






귺흑 2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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