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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그 형은 왜 그럴까.

토요일 아침에 연습실로 모인 멤버들. 월~금은 각자 틈틈이 무대 연습을 하고 토요일 아침에 잠시 합을 맞춘 후 저녁에 공연을 하는 일정임. 각자 평일에는 일정이 있고 림준은 대학을 다니고 있어 동네 형 다흘과도 못 만나다 오랜만에 아침에 만나서 쉬고 있을 때 말을 검.

ㅡ 어떤 형.

ㅡ 맨날 형 보러 오는 그 형.

ㅡ 아.

ㅡ 형보다 나이는 많겠지? 그래서 그렇게 하이터치권을 사모으는 건가, 신기해. 금수저인가? 아니면 어떻게 그 사람 혼자 50장을 다 사서 형이랑 대화하는 거지?

다흘도 참 이해가 안됐음. 아무리 내가 그렇게 좋아도 뭐 때문에 자신에게만 온 힘을 쏟아붓지? 여태껏 알지도 못한 사이에, 세 달 전에 처음으로 만난 나한테 왜 이리 열정적인 거지? 하긴 사람 얼굴이 뭔가 열정적이게 생기긴 했어. 별 생각이 다 드는 다흘이었음.

ㅡ 근데 나 요즘 그 형이랑 할 말이 없어.

ㅡ 대화 안 끊기고 잘하지 않아?

ㅡ 그게 아니라, 대화는 돼. 근데 뭔가 단절된 느낌이야. 나도 그렇고 그 형도 그렇고 서로 꺼내고 싶은 말이 있긴 한데 서로 꺼내질 못해. 서로 대화할 주제는 미리 생각해놓는데 영 둥둥 떠다니는 느낌?

ㅡ 형이 하고 싶은 얘기는 뭔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 그러게. 그 형이랑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걸까? 그 형은 일단 하이터치를 하러 오면,

ㅡ 오늘도 공연 재밌게 잘 봤어. 어떻게 매번 볼때마다 이렇게 귀엽지?

등등. 나에 대한 칭찬으로 1분을 쓰고

ㅡ 지난번에 추천해준 거 먹어봤어? 어땠어?

ㅡ 그릭요거트로 스크램블 만들어 먹는 거요? 먹어봤죠. 그거 근데 저도 전에 쇼츠에서 봤거든요.

대충 먹는 얘기로 몇분을 쓰다가, 서로의 일에 대해 대화하기도 하고, 시시콜콜한 잡담 같은 걸 하다 보면 하이터치는 끝나 있음. 오늘도 참 길게 대화했다, 싶지만 왜인지 그 형한테 꼭 해야 할 질문 같은 게 있었던 거 같다고 느낌. 분명히 물어볼 게 있었는데 왜 매번 생각이 안 나지?

림준이 던진 말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던 다흘. 무슨 얘기를 해야했지, 계속 고민해봤지만 여전히 떠오르지 않은 채 무대를 올라가서 공연하고 하이터치를 하러 감.

ㅡ 하이터치 하실 분들 이쪽으로 오세요~

스탭의 안내가 들려오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함. 다른 멤버들 표는 아직 조금 남아있지만 다흘의 표는 공연 시작도 전에 매진. 물론 이건 쿠팡이 전부 사들인 것 때문이었음. 하이터치가 시작되고 쿠팡은 다흘에게 성큼성큼 다가감.

ㅡ 다흘아 안녕!!! 오늘도,

ㅡ 형 소리...

ㅡ ...공연 재밌게 봤어.

매번 우렁찬 목소리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형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 대화하는 내내 고민해보지만 어쩌면 하고 싶은 말이 딱히 없는 거 아닐까. 조금의 혼돈에 빠진 다흘이었음.

ㅡ ...그래서 내가 부대찌개를 먹으러 갔거든. 부대찌개 좋아해?

ㅡ 당연하죠 형.

ㅡ 그치? 가면 사리 추가하는 거 있어?

저는 당면이랑 햄 추가해요. 아 치즈도. 등등의 이야기를 이어가던 둘. 다흘은 계속 어떤 질문이었는지 고민 중이었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던 다흘.

ㅡ 근데 형.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이 여태 찾던 질문이 뭔지 생각 남. 형은 매번 나에게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내가 잘하는 건 뭐고 요즘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등등 나에 대해서 많이 알아가는데 왜 나는 형이 좋아하는 건 뭐고, 잘하는 건 뭐고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잘 모르지?

쿠팡은 쉴 새 없이 다흘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고 그것에 대해 떠듬. 그렇지만 쿠팡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흘이 물어보고 떠든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였음. 난 왜 형에 대해 잘 모르는 거 같지? 형은 뭘 좋아할까? 형이 알고 싶다. 내가 형보다 형을 더 잘 알고 싶어. 생각의 흐름은 순식간에 변해감.

ㅡ 형은 뭐 좋아해요?

ㅡ 어?

여태껏 받아본 적 없는 질문에 쿠팡은 당황함. 얘가 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묻는거지?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얼굴은 붉어지는데 앞에서는 대답해달라는 눈빛으로 초롱초롱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다흘이 있어 안절부절해지기 시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