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9일 방문한 피에르 드 세곤작 방문기입니다. 이곳을 방문하기 이전 뮤꼬(Meukow)와 그로페랑(Grosperrin)을 들리긴 했는데 뮤꼬에서는 일정상 오래 못 있었고 그로페랑은 예전에 다른 분께서 리뷰 올리신 적이 있어 세곤작부터 리뷰 작성하려 합니다.

피에르 드 세곤작은 피에르 페랑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하우스인 피에르 페랑(구)의 명명권을 가브리엘과 안드레이우(현재는 가브리엘과 안드레이우도 갈라져서 피에르 페랑(현)의 대표는 알렉상드로 가브리엘로 알고 있습니다)에게 빼앗긴 이후 자신의 밭을 가지고 나와서 새로 설립한 하우스입니다.

한 번쯤은 보셨을지도 모르는 피에르 페랑의 사진이 붙은 라벨로도 유명하고 포도 재배부터 병입까지 직접 진행하는 프로프리에떼입니다. 현재는 피에르 페랑의 손자인 파블로 페랑(이하 파블로)이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그의 아버지인 크리스티안 페랑은 보르도에서 Cognac only라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에르 드 세곤작은 La Nérolle(라 네홀에 가까운 발음인 것 같습니다)이라는 그랑상파뉴의 중앙에 위치한 세곤작에서 도보 30분 정도 걸리는 마을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냑에서 자가생산자 투어를 알아보실 때 세곤작 근처의 하우스들을 추천드리는데 교통편이 안 좋은 코냑 지방에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가 세곤작이라 그렇습니다.

코냑 시내에서 가려면 BNIC 건물 바로 맞은편에 있는 Pole Gambetta 정류장에서 L160번 버스를 타고 자흐냑(Jarnac) 마을의 Place du chateau 정류장에서 내린 후, F번 버스를 타고 La Nérolle 정류장까지 가서 15분 정도 걸어가시면 됩니다.


다만 코냑 지방이 시골이라 버스편이 아침 / 점심 / 저녁 시간대에만 존재하고, 15분 정도 버스가 늦는 것도 으레 있는 동네라 여행 계획 짜실 때는 자전거를 추천드립니다.

La Nérolle 마을에는 피에르 드 세곤작 말고 Seguinot이나 까뮤 그랑상파뉴 거점 증류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Seguinot도 꽤 괜찮은 생산자인 것 같다는 인상이 있어서 나중에 기회되면 가보고 싶습니다.

9월의 코냑 지방은 해가 늦게 뜹니다. 제가 아침 8시 반쯤 La Nérolle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막 일출이 시작되고 있는데 별이 빛나는 밤도 아름다웠지만 해가 뜨는 아침의 코냑도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그랑 상파뉴의 토질은 위 사진처럼 건조한 석회암질인데 나중에 들은 거지만 척박한 땅이어야 포도가 물을 찾으려고 깊게 뿌리를 내려 좋은 포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갔던 시기가 수확 바로 직전이라 포도가 잘 익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양조용 포도는 처음 봤는데 알이 꽤나 작아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네요.

가는 길에 NAO(New Alternative Oak)라고 오크통 제작 회사가 있었습니다. 여기 오크는 어떤 하우스에서 사용할지 궁금해졌었는데 리뷰 쓰기 전까지 잊고 있었네요.

열어둔 문을 통해 들어가니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흔들그네였습니다. 잠깐 기다리고 있자 현 당주인 파블로 씨가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가장 먼저 보여준 곳은 대문 건물에 있는 오래된 셀러였습니다. 이런 오래된 셀러는 Paradis(파라디 / 빠하디)라고도 부른다고 들었는데, 이름에 걸맞게 규모는 작아도 최근에 숙성을 시작한 원액부터 고숙성 원액까지 다양한 원액이 많았습니다.

고숙성 원액 중 일부는 오크통이 아니라 병에 들어가 있는데, 이를 데미종(봉본느)라고 부르며 과도한 오크 뉘앙스를 막고 원액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런 데미종에는 언제 증류했는지 라벨이 붙어 있는데, 오래된 원액은 파블로의 고조할아버지 대까지 올라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피에르 페랑(구) 시절의 병을 보게 됬는데,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굉장히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다음 포도밭으로 이동했습니다. 현재는 100% 위니 블랑 재배 중이며 포도밭 옆에서 트러플도 키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위니 블랑이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여쭤봤더니 한번 맛 보라고 주셨습니다. 포도알 크기는 작은데 껍질은 꽤 두꺼웠고 산도가 높으면서도 은근히 단 맛이 인상 깊었습니다.

병입 시설이 있는 곳에서는 블렌딩한 원액을 큰 스테인리스 통(Foudre)에서 안정화 후 병입이 진행된다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나무 통을 사용했는데 요즘은 온도 조절의 편의성이나 추가적인 오크 터치 방지 등의 장점 때문에 스테인리스 통을 사용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다른 셀러로 이동해 오크통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적절한 수준의 오크 캐릭터를 입힐 수 있어 주로 리무쟁 오크를 사용하고 있다 들었고 오크 캐릭터를 과도하게 입히는 걸 방지하기 위해 처음에는 새 오크통에서 숙성하다 그 이후 오래된 오크 통으로 옮긴다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피에르 페랑이 redoullage라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cognacforum에서 나중에 봤는데 관련된 내용은 공부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셀러가 분할되어 있는데 이는 1974년 마르텔 셀러에서 대화재가 발생했을 때 원액의 높은 도수로 인해 불이 잘 붙어 피해가 커졌어서 법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셀러는 분할하여 관리할 것이 규정되서 그랬다고 합니다.

증류의 경우 샤랑트 증류기에서 이중 증류를 진행하여 오드비를 얻고 배럴에 집어넣는데, 모든 과정은 코로 향을 맡아가며 진행된다고 합니다. 프라팡에서 증류된 원액의 향을 맡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헤드 / 하트 / 테일의 향의 세기에 차이가 있고 헤드의 경우 진한 향에 메탄올 특유의 기분나쁜 향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증류된 원액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용할지 정하는 것 같습니다.

증류기의 경우 예전에는 나무 땔감을 태워 작동시켰다 하는데 현재는 온도 조절이 어렵다는 단점 때문에 뒤도뇽(Dudognon) 등의 일부 하우스를 제외하고는 가스불로 증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스불의 경우 불의 색을 보고 온도를 판단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합니다.

배럴에 들어간 원액의 도수는 원액을 낚시하듯 일부를 퍼낸 후 비중계를 사용해서 확인하는데, 학교 다닐 때 화학 수업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아 재밌었습니다.

시음은 도수를 확인했던 1년 6개월짜리 오드비, Ancestrale, XO(Selection des Anges) 총 3잔을 시음해 보았습니다.

오드비의 경우 아주 프루티하고 강렬한 향 중간중간에 스파이시함과 은은한 바닐라 뉘앙스가 자리잡고 있어 아주 맛있었고 미래가 기대되는 맛이었습니다.

Ancestrale의 경우 오드비와는 반대로 아주 오래된 코냑으로, 스파이시가 굉장히 차분하지면서 잔을 돌릴 때마다 청포도, 건포도, 시가, 우디, 은은한 스파이시 등 다양한 향이 피어오르고 맛도 우디함과 다른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는 복합성이 뛰어난 술이었습니다.

Selection des Anges의 경우 앞선 둘에 비해 임팩트는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개인적으로 피에르 드 세곤작 특유의 스타일이라 느끼는 우디함을 기반으로 여러 캐릭터를 조화롭게 녹여낸 코냑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예전에 여기 멀티밀레짐을 맛있게 마셨어서 기대하고 갔었는데 더 호감도가 높아졌던 기억이 납니다. 한 번쯤은 이 하우스의 코냑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추천드리고 싶네요.

조약한 내용이지만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글 사이사이에 사진을 첨부하고 싶은데 사진을 원하는 순서에 끼워넣는 방법이 있을까요? 모바일로는 본문 앞/뒤에는 넣을 수 있어도 본문 사이에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