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9일 방문한 미슐레 방문기입니다. 여기서는 컨디션 관계상 내용과 사진이 좀 적긴 한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미슐레는 방문했던 다른 하우스와 비교하면 코냑 생산자로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은 편입니다. 이는 1800년대 후반 포도주 산업의 대재앙이었던 필록세라 때문에 포도밭이 황폐화되어 약 80년간 코냑 생산을 하지 못했기 했기 때문입니다.


* 구글번역기 번역 결과를 보면 '1883년 빵 오븐을 건설했다' 라고 나오는데, 프랑스는 주식인 빵을 집에서 만드는 게 아닌 사 먹는 문화라 코냑 생산 대신 빵집 일을 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 1964년, Francis Michelet과 그의 아내 Anne-Marie가 그랑상파뉴의 골든 트라이앵글 중 하나인 Verrieres 지방의 4헥타르의 부지를 인수해 코냑 생산을 재개했고, 1995년 그의 아들이자 현재 Michelet의 대표 Eric Michelet가 가업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1997년 대기업에 전량 납품하던 Michelet의 원액 중 일부를 자신들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는데(주로 벨기에 쪽이라 합니다), 이 때부터 Michelet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Eric의 부모님이 은퇴하자 Eric과 그의 아내 Karine이 가업을 물려받았습니다. 2대에 걸친 노력을 통해 4헥타르에서 시작한 부지는 30헥타르까지 확장됬으며, 현재는 그들의 아들들인 Benjamin(이하 벤자민)과 Thibault가 가업을 계승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장 퓨 투어를 마치고 미슐레 하우스로 가던 도중, 시간이 약간 남아 세곤작에 있던 놀이터에서 잠시 시간을 때웠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보니 한 점의 티끌 없이 맑은 하늘이었고 구름이 참 아름답게 깔려 있었습니다. 녹음도 푸르러서 잠깐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나이 지긋한 프랑스 어르신들이 페탕크(땅에서 쇠공으로 진행하는 컬링 비슷한 전통 스포츠라 생각하시면 됩니다)로 소일하시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놀이터에서 조금 이동해 하우스에서 도착하자, Karine 씨가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방문했을 때 본 하우스는 집의 일부를 증류소 및 숙성고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었고, 다른 가족분들께서는 커다란 탱크와 트랙터 앞에서 다음 주 있을 수확 관련해서 대화를 나누시다 저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 분들께 이 집은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코냑 생산자들이 메종(프랑스어로 집이라는 뜻, 주로 네고시앙에서 사용)이라는 단어를 왜 사용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됬습니다.


이날의 투어는 벤자민 씨가 진행해 주셨습니다. 가장 먼저 포도의 수확부터 발효까지의 과정을 설명받을 수 있었습니다. 트랙터 옆으로 이동해 본 장비는 포도 압착 기계였는데 수확된 포도를 압착해 포도 주스를 만드는 장비라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후 압착된 포도 쥬스는 야생 효모에 의해 발효되어 큰 탱크로 이동한 후 저장된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증류를 진행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받았습니다. 사랑트 증류기에서 이루어지는 증류는 Lees(야생 효모 찌거기)와 함께 이루어진다 들었는데 전에 방문했던 피에르 드 세곤작이나 장 퓨도 Lees와 함께 증류한다고 설명한 걸 보면 그랑상파뉴에서 자기 제품을 만드는 생산자들의 경우 복합적인 풍미라는 장점 때문에 대부분 Lees와 함께 증류를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작년 수확한 포도로 올해 증류한 오드비의 하트(증류한 원액 중 통에 들어가는 부분)를 보여주셨는데 사람의 코에 철저하게 의존하는 과정인데 알콜 도수가 1.5%p 이하로 차이나는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셀러를 보여주셨습니다. 미슐레는 현재 헤네시, 레미 마틴, 쿠르부아지에 3곳과 계약을 맺고 있으며 셀러를 보면 주로 레미 마틴 쪽에 원액을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대기업에 납품하는 원액은 대기업 측에서 Lees와 함께 증류할지의 여부 등과 같은 숙성 조건을 지정해 주며, 납품하는 원액의 요구사항은 그때그때 달라진다고 합니다. 한편, 납품하는 원액의 비율과 자신들의 코냑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액의 비율은 현재로는 9 : 1 수준이라 하셨습니다.


자가 사용 목적으로 숙성을 진행하는 배럴의 경우 전부 리무쟁 오크를 사용하며, 따로 라벨을 붙이거나 하진 않고 알콜 도수나 숙성 연도 등 정보를 종이에 작성해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배럴은 피노 드 샤랑트를 저장하는 배럴 이외에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하우스 역사가 길지 않아서인지, 오크 성분을 오드비에 입히는 속도를 조절하는 데 자신이 있는 건지 이유는 나중에 여쭤봐야 할 것 같았지만 좀 신기했습니다.


투어를 마무리하고 시음에 들어가기 전, 벤자민 씨는 현재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비율이 높지만 앞으로는 가족의 이름을 걸고 독립된 하우스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현재 주류 시장의 방향성이 저도수, 직관적인 향과 맛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라 쉬운 길은 아닐 거라 생각이 됬지만, 그들의 열정을 보면 앞으로 찾아마실 만한 코냑 하우스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음은 VSOP, XO 2잔, 레드&화이트 피노 드 사랑트 2잔, 트로피칼 & 아니스 리큐르 2잔 총 6잔을 시음할 수 있었습니다. 


코냑의 경우 VSOP는 평균 10년, XO는 평균 30년 정도 숙성했다 하며 공통적으로 오렌지의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VSOP는 상대적으로 오렌지 과육, 제스트와 같이 과일 본연의 풍미가 더 강했고 XO의 경우 설탕물에 절인 오렌지(벤자민 씨는 마멀레이드라 표현하셨습니다)의 달콤한 뉘앙스가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VSOP의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들었고 하우스 구매가 기준 28유로라 가격도 저렴해 매우 호감이었습니다. 예전에 마셔봤던 오렌지 캐릭터 코냑이 세귀노밖에 없어 세귀노와 비교를 하면 숙성연수가 다르긴 해도 저숙성은 미슐레 쪽이 조금 더 과육의 풍미가 있었고 세규노 쪽이 제스트의 쌉쌀한 뉘앙스가 좀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피노 드 사랑트의 경우 화이트도 농축된 청포도의 향, 피노 드 사랑트 특유의 전통 청주를 연상케 하는 감칠맛 등이 좋았지만 레드가 적포도 뉘앙스가 섞여서 그런지 더 다채롭고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 저숙성에서 튀는 느낌도 거의 없어서 편하게 마시기에도 좋았습니다.


코냑 베이스 리큐르의 경우 미슐레를 이어받을 벤자민과 티볼트 씨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트로피칼 리큐르인 벤자민은 코코넛, 패션후르츠 등의 열대과실 향이 맛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냥 먹기는 좀 많이 달아서 탄산수와 섞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스 리큐르인 티볼트는 맛은 있는데 너무 달아서 개인적으로 아니스의 은은한 단맛이 가려지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어서 저는 벤자민 쪽을 골랐습니다.


하우스를 떠나기 전 이 하우스의 코냑은 자주 사용하던 직구 사이트인 cognac-expert나 divine cellar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서 혹시 나중에 온라인으로 코냑을 구매할 곳이 있는지 여쭤봤는데 cognacnet이나 alfa spirits 같은 곳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저런 사이트들은 아예 처음 듣는 곳이라 브랜디에 관해 더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여행 계획을 짤 때는 소규모 하우스에 정보도 거의 없는 곳이었어서 어떨지 많이 궁금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가길 참 잘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투어의 묘미 중 하나는 나만의 보석같은 생산자를 찾는 데 있다 생각하는데 그걸 잘 알려준 하우스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