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드몽 뒤퓌(혹은 듀퓨이)의 신형 꼬냑을 마셔보고 있습니다. 오늘 마신 건 Lot 73 이구요.


지역은 Grande Champagne, 알콜은 45%. 숙성년수는 50년 이상이라고 하는데, Lot 73이니 아마도 50.x년 이겠죠.


그리고 뒤퓌의 보물창고라는 셰 빠하디(Chai Paradis) 출신입니다. 댐퍼 셀러로 알고있는데, 혹시 공식 정보를 아신다면 부디 코멘트를.



사실 뒤퓌는 "뽑기"가 필요한 메이커인데다 -- 적어도 제 판단에는 -- 바셰 가브리엘센이 훌륭한 꼬냑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아주는 지금,


뒤퓌 신형이 어쩌고 해봐야 "언제 적 뒤퓌냐"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뒤퓌는 제게 언제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터라, 관성에 이끌리고야 마는 팬심이 뒤퓌를 집어들게 만든 것 같네요.



그래서, 이 꼬냑이 제 입맛에 어떠했느냐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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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에서는 생강과 기타 약초/향신료들이 섞인, 강하지만 끝은 둥글게 다듬어진 신기한 스파이시함이 느껴집니다.


동시에 청사과 계열의 상쾌한 느낌이 어우러져 50년 묵은 술임에도 매우 신선하게 느껴지네요.


청포도의 뉘앙스도 있으나 강하지 않습니다. 프루티함은 있으되 달콤함 없이 상큼함만 남아있습니다.


뒤이어 참나무...보다는 피톤치드향이 연상되는 우디함, 기분좋은 가죽향, 흰색 꽃이 연상되는 플로럴함 등이 따라오네요.


민트를 위시한 허브 느낌도 살짝 있고, 강변의 토지가 연상되는 축축한, 그러나 찝찝하지 않은 흙의 느낌도 미약하게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화이트 와인의 그것들이 높아진 알콜%만큼 더 묵직하게, 그러나 구성은 좀 다르게 느껴진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toasty함 같은 건 전무하거든요.



그리고, 숙성년수에서 "묵직한 랑시오"를 기대하셨다면 살짝 실망하실 듯합니다.


랑시오가 없는 건 아닌데, 일단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지는 않는 데다, 이 보틀에선 "다른 역할"을 부여받은 것 같거든요.


타닌 범벅이 될 수 있는 우디함과, 자칫 억셀 수 있는 가죽향, 너무 튀어올라 저숙성 느낌을 줄 수 있는 스파이스들을 적정선 안에 가두는,


일종의 노멀라이저 역할을 하고있는 것 같고,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너무 한 쪽으로 가기 전에 랑시오가 올라오면서 잡아주는 느낌이네요.



입에 머금으면, 코가 알려준 정보에 충실한 맛이 납니다.


드라이한 맛과, 상큼함에 버금가는 새콤함을 갖고있고, 혀를 제법 따끔하게 자극하네요.


매우 깔끔한 뒷맛에, 타닌이 거의 없어 매우x100 마음에 듭니다.


미약한 탄산감도 있어 재미있네요. 물론 정말 탄산이 있는 건 아니고, "착각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겠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코에서는 캐치할 수 없었던 다양한, 그러나 특정하기 어려운 향들이 피어오르고,


꿀의 뉘앙스와 식물 뿌리 계열의 씁쓸한 단맛도 느껴집니다.


은은한 여운이 매우 길게, 또 재미있게 이어지는 편입니다. 피니쉬에서 뒤퓌의 이름값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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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퓌 Lot73 GC는, 화이트 와인에 조예가 있는 분이라면 매우 알차게 즐길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와인에 별 흥미가 없는 제게도, 드라이한 리슬링과 샤흐도네를 연상시키는(그러나 특정할 수 없는) 재미있는 향이 많이 담겨있거든요.



또한, "묵직+단맛 일변도"에 지쳐버린 꼬냑 팬에게도 좋은 리프레쉬가 될 것 같아요.


특히 "단맛" 이건 마치 치트키와도 같아서, 향조가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일단 먹을 수는 있게" 만들어주거든요.


단맛 덜한 포도 브랜디를 찾아 아흐마냨을 넘보기도 하고, 그러다 "시큼털털" 당하고선 실망하기도 하고.... 다들 이런 경험 있으시죠?


그만큼 만들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되는데, 뒤퓌가 제법 훌륭하게 해낸 것 같습니다.


사실 콧대높은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뭐, 아무튼.



그래서, 얘가 하는 말은 이거 아닐까요?


"뭔가 다른 걸 찾는 이가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 그것도 잘, 아주 잘."






어둠의 뒤퓌 이야기


"아니꼬우면 오귀스트 뒤퓌 사먹어라 merci merci"
"돈 없으면 바셰 오다주 사먹어라 mer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