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0일 방문한 Fanny Fougerat(한국 거주 불란서인에게 물어봤을 때 파니 푸주하?에 가까운 발음이었습니다.)방문기입니다.


Fougerat 가문의 경우 4대 전부터 보더리의 작은 마을인 Burie(뷰히)에 살면서 보더리 - 팡 부아에서 포도를 가꾸고 코냑을 증류해온 가문입니다. 그동안은 대형 생산자(마르텔은 있었는데 다른 곳이 잘 기억이 안 나네요.)들에 코냑을 납품해 왔지만 현 당주인 Fanny Fougerat는 그녀의 약혼자와 함께 2013년부터 첨가물을 배제한 자체 브랜드 생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뷰히 마을에 도착하자 저를 반겨 주신 건 이 하우스의 직원분인 Merlet Maxime(이하 막심)이었습니다. 주인장 내외분은 이날 출타를 해서 막심 씨가 투어를 진행해 주었습니다. 투어 전 방문했던 하우스 얘기를 하다 장 퓨 이야기가 나오자 본인이 예전에 장 퓨에서 일하다 여기로 옮겼고 아서(장 퓨 투어 진행시켜 주신 분)는 자기 후임으로 들어온 것 같다 하시는 걸 보고 이 업계가 생각보다 좁구나 싶었습니다.


다른 하우스에서 들었던 기본적인 내용은 대부분 적당히 넘겨주셨는데, 신기했던 건 그랑상파뉴의 석회질 토양을 주로 보다 보더리의 토양을 보면 흙색도 좀 보인다는 건데 Gensac-la- pallue(종삭? 라 빨류 비슷한 발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경계로 그랑상파뉴와는 토양이 달라진다는 꼬냑익스퍼트의 그랑상파뉴 관련 글이 이런 건가 했습니다.


그랑상파뉴 쪽에서 방문했던 생산자들 모두 lee(효모 앙금)와 함께 증류한다 했었고, 여기서도 팡부아 제품들은 lee와 함께 증류한다 해서 개인적으로 lee와 함께 증류하지 않을 시(까뮤나 마르텔 등 보더리 기반 하우스들이 주로 이렇게 증류한다 합니다.)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뭘지 궁금했었는데, 시음해보면서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막심 씨의 권유에 천천히 마시면서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어린 팡 부아 코냑 petite cigue(독당근)을 시음해 봤는데, 과실 압착 주스가 연상될 정도로 갓 짜낸 과실의 풍미가 풍부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다음 보더리 코냑 Iris poivre를 정규 라인업과 한정판을 마셔봤는데, 흰 꽃 + 약한 버터 뉘앙스에 어려서 그런지 살짝 날카로운 붖꽃의 향이 느껴졌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정판은 붖꽃 뉘앙스 말고도 살짝 튀는 향이 더 있었던 거 같은데 저게 마음에 썩 들진 않아서 정규 제품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쁘띠상파뉴에서 나온 월계수잎이 그려진 코냑과 약 20년 숙성시킨 cedre blanc(삼나무의 일종) 코냑을 마셔봤는데, 월계수잎 제품은 그렇게까진 인상깊진 않았던 것 같고 cedre blanc이 팡 부아 특유의 과실미에 숙성에 의한 복합미가 더해져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갠적으로는 이 집 정규 라인업이 팡부아랑 보더리 체험하기 꽤 괜찮은 거 아닌가 싶긴 했습니다.


추가로, 보더리 원액을 lee와 함께 증류한 Alma mater(투명한 오드비)를 같이 마셔볼 기회가 있었는데, 단독으로 마셨을 때 약한 식물 줄기, 유산취 등 다양한 캐릭터가 느껴져 심심하진 않았지만 보더리 특유의 꽃 향은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이걸 보면 보더리 쪽에서 lee와 함께 증류를 잘 하지 않는 건 보더리 특유의 꽃향을 살리기 위함인가? 생각이 들었는데, 생산자별로 지향점도 향을 살리기 위한 기술도 다양하니 더 마셔 보면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피노 드 사랑트를 체험해 볼 수 있었는데 다른 하우스 대비 감칠맛은 좀 덜한 것 같고 과실 산미가 상대적으로 강조됬다는 인상이 있었어서 제 취향과는 살짝 거리가 있어도 편하게 마시긴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