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8일 방문한 그로페랑 후기입니다.
그로페랑은 앞서 두 분께서 방문기를 잘 써 주셔서 리뷰 쓰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좋았던 기억을 되돌아본단 의미에서 결국 작성하게 됬습니다. 하우스의 역사 등 배경 정보는 이미 잘 정리되어 있어서 이번 리뷰에서는 넘기려 합니다.
코냑 마을에서 기차를 타고 약 20분간 서쪽으로 이동하면 그로페랑이 위치해 있는 생트(Saintes) 마을이 나옵니다. 생트는 옛날 로마가 갈리아를 지배하던 시절 주요 도시 중 한 곳이었다 하는데, 그래서인지 개선문, 원형극장 등 로마 시대 유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상 그로페랑으로 가는 길에 들릴 수 있는 것들만 보고 갈 계획으로 역에서 떠났는데,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자그마한 샤랑트 강과 그 옆의 개선문이었습니다. 이 개선문은 로마의 장군 게르마니쿠스에 바쳐진 문으로, 예전에는 샤랑트 강을 잇는 다리의 관문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다리는 허물어졌고 관문만 남아 있다 합니다.
샤랑트 강을 건너 조금 더 걸어가면 로마 시대 공중목욕탕 유적이 나옵니다. 날씨도 맑고 탁 트인 언덕 위에 있어서 구경하긴 좋았는데, 나름 역사적인 유적임에도 관리하는 사람도 없어 보이고 관련 정보라곤 철창에 묶어둔 팜플렛 하나 뿐이라는 건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30분 정도 걸어가니 그로페랑이 보였습니다.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몰라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마침 하우스에서 문을 열고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잠깐 앉아서 기다리다 투어가 시작되자 셀러로 이동해 이증 증류, 6개의 cru 등 코냑의 기본적인 지식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조금 있다 반대편을 보니 어떤 남자가 셀러 안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로페랑의 현 당주 귈헴 그로페랑이었습니다.
이어서 그로페랑이 무첨가물, 싱글 캐스크를 지향한다 들었는데, 숙성에 쓰이는 오크통은 어떤 나무로 만드는지 여쭤봤을 때 프렌치 오크, 아메리칸 오크, 미즈나라 오크 등을 사용한다 들었습니다. 미즈나라는 많이 접해보진 않아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여쭤봤는데, 상대적으로 조직이 치밀하지 않아 빠른 숙성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한편, 셀러가 강 바로 옆에 있어 자연적으로 습도가 높게 유지될 것 같았는데, 그로페랑이 휴미드셀러의 특성을 지향해 이 곳에 셀러를 지은 건지 여쭤봤습니다. 그러자 이 셀러는 다른 생산자가 사용하던 셀러를 구매한 것이고, 셀러 내부는 의외로 약간 습한 정도로 유지되어 휴미드셀러와 드라이셀러의 이점인 적은 증발량 / 높은 도수를 동시에 챙겨 갈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추가로, 셀러 내부 습도를 더 끌어올리려고 강물을 끌어다 바닥에 뿌려봤다고도 하는데 술에서 나쁜 향이 나서 지금은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합니다.
시음장으로 이동하기 전, 네고시앙으로 원액을 사올 때 어떤 점을 주로 보는지 여쭤봤는데 원액 구매는 전적으로 귈헴이 하고 있어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팔레트를 많이 본다 들었습니다.
시음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투어를 시켜 주신 분께서 주섬주섬 코냑을 들고 오셨습니다. 이날 시음한 코냑은 총 8잔이었는데, 각각의 특성은 순서대로 아래와 같이 느꼈습니다.
1989 팡부아 : 산뜻한 청포도 향과 맛, 이후 올라오는 견과류 느낌
N. 90 일드올레롱 : 솔티드 캐러멜 뉘앙스의 향, 단짠의 맛
N. 90 그랑상파뉴 : 건포도와 꽃꿀의 향, 묵직한 단맛, 잘 느껴지지 않는 민트향
N. 70/74 봉부아 & N. 68 팡부아 : 두 개가 헷갈리는데 밸런스 깨지기 직전의 나무 느낌 / 쿰쿰하고 진한 단맛이었던 거 같습니다.
1980 팡부아 : N. 90 그랑과 유사한 향의 뉘앙스, 차분한 스파이시, 은은한 단맛
N. 64 보더리 : 보랏빛 꽃향, 꽃의 이파리나 줄기 뉘앙스, 꽃꿀의 단맛
N. 쁘띠상파뉴 : 싱그러운 포도 향, 층층이 쌓인 듯한 향의 복합성, 밀크초콜릿의 달콤함
마지막으로 뮤테 드 샤랑트(피노 규정 중 일부를 못 지켜서 피노 드 샤랑트 이름을 못 쓴다 들었습니다) 3종도 시음할 수 있었는데, 맨 왼쪽의 mmc1은 개인적으론 별로였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감칠맛이 농축되면서 달달하니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양한 코냑과 뮤테 드 샤랑트를 시음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빈티지 꼬냑이 밸런스가 틀어져 미묘하다는 평이 은근 있었는데 여기서는 하나 정도 빼면 그런 느낌은 못 받아서 그로페랑이란 하우스에 믿음이 좀 더 생긴 거 같습니다. 다음에 다시 갈 기회가 생겼으면 합니다.
직접 증류하던 그로페랑은 현행과 많이다른가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인심 좋은 테이스팅... - dc App
리뷰추
진짜 프랑스 인심은 미쳤구나 미즈나라도 쓰다니 진짜 궁금하네요 리뷰ㅊㅊ
생트가 아기자기ㅏ니 참 예쁘더라구요
견문추 열정 대단 경험 부럽
이게 몇유로짜리 투어시음임?
45유로짜리입니다
생생한 리뷰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