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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 술장에 오랜만에 들어온 신상, Landreau(렁드호)의 175주년 기념 보틀을 마셔보고 있습니다.


175주년인 것 치고는 "렁드호"라는 이름 자체를 처음 들어보신 분이 많을 듯한데,


언젠가 "100+ yo 코냑이 출시되었는데요! 이거 싼데 비싸요! 아니, 비싼데 싼가?" ...로 자아암깐 화제가 되었던 그 코냑하우스입니다.


175주년 기념 보틀은 VSOP, XO, Reserve d'Emile (100+ yo) 세 종류를 블렌딩한 제품이고, 딱 175병만 예쁜 케이스에 담아서 출시했습니다.


대충 예상하시겠지만, 헤졔브 데밀의 비율은 매우매우매우... 낮겠죠?


저는 큰 기대가 없었던 덕분인지, 이 블렌딩 결과물이 제법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제 입맛에는 어떠했느냐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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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느껴지는 향은 매우 직관적이고 강렬한 과일 잼의 향기였습니다.


아마도 강렬한 캐러멜 뉘앙스와 포도향의 조합 때문이 아닐까... 싶었으나, 캐러멜 뉘앙스는 브리딩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줄어드네요.


결론적으로, 첫 인상은 그저 첫 인상일 뿐이었습니다.



빠르게 사라져버린 캐러멜 뒤로, 숨어있던 플로럴함과 여전히 직관적인 적포도의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신기하게도 wet stone -- 와인 테이스팅 노트에서는 많이 쓰이는 용어인데, 한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 의 뉘앙스 역시 거의 비슷한 강도로 올라오는데,


이 때문인지 첫 한 두 모금에서는 GC가 맞는지 갸웃거릴 정도로 특이한 느낌이 있습니다.


브리딩을 천천히 하면서 마셔보면 다크 초콜릿도 제법 느껴지고, 적포도 과육 일색의 단조롭던 과일향에서 약간의 망고 뉘앙스도 캐치됩니다.


그리고, 왠지 wet stone + 과일향의 조합이 불러온 착각이 아닐까... 싶은 석류향도 스쳐가네요.



전반적으로, 코냑 팬이 싫어할 만한 노트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저 wet stone 이라는 노트는, 살짝만 비껴나가도 "물 비린내"가 되어버리기 일쑤라...


각자의 컨디션이나 향조 민감도에 따라 제법 호불호가 갈릴 수도.



알코올은 놀라울 정도로 잘 절제되어 있습니다. 에스테리함은 적당히 있는 편이구요.


랑시오는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고숙성 뉘앙스 자체가 거의 없어요.


헤졔브 데밀이 들어가기는 했겠으나, 역시나 메인은 XO-VSOP 겠죠.


사실, 헤졔브 데밀 자체가 (노트 소개로 미루어보아) 강한 랑시오의 묵직한 계열은 아닌 듯하고, 랑시오 자체도 에이징 커브가 있어서 꼭 숙성년수와 비례하는 게 아니고...


뭐, 이래저래 숙성감은 기대하지 마시길.



향신료 계열의 노트는 그냥 평범합니다. 정향, 감초, 생강. 있는지 없는지 애매한(그래서 노트 테이블에서 제외한) 시나몬... 정도.


하지만 허브 계열의 노트는 "적당한 에스테리함"과 "강한 플로럴함"의 조합 덕분인지, 부케 갸흐니의 느낌이 나는 게 재미있네요.


하나 하나 파헤치기는 어려우나, 코냑 치고는 짠맛과 감칠맛이 제법 있는 편이라 그런지, 이건 그냥 부케 갸흐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게 됩니다.



맛은 제법 달콤한 편입니다.


허나 짠맛과 감칠맛이 곧바로 따라오는 터라 마냥 달콤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일종의 트레이드 오프처럼, 풍성한 꽃향과 허브향을 얻은 대신 쓴맛도 좀 있는 편이구요.


입에 잔뜩 머금으면 씁쓸함이 있으나, 탄닌감은 없어서 매우x100 제 취향이네요.


그리고 목으로 넘길 때, 미약한 견과류 오일의 느낌과, 파우더리함이 느껴지는 게 재미있습니다.


목으로 넘긴 이후에는 여운이 강하게 남지 않습니다. 피니쉬가 은은한 느낌으로 오래 지속되는 유형입니다.


코에서 느껴지던 꽃향기가 속에서 은은하게 올라오는 느낌입니다. 다크 초콜릿이나 향신료의 뉘앙스는 빨리 사라지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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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드호 175주년 제품은, 전반적으로 밝고 맑으면서 깔끔한 계열의 코냑입니다.


쟝 픠이유 마냥 grassy함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서도, 허브와 꽃을 이용해 산뜻한 느낌을 제법 잘 살려냈네요.


그렇다고 꼭 마셔봐야 할 아웃라이어 같은 존재는 아니고, 적절한 가격과 적절한 품질의 밝은 계열 코냑이네... 정도입니다.



"나는 GC의 나무&풀 향이 너무 싫더라. 너 예초기 돌려본 적 없음?" ...하는 분에게는 한 번 권해드리고 싶네요.


이 코냑을 피하셔야 할 분은, 아마도 아래 키워드를 사랑하는 이.


#묵직함 #달콤함 #진함 #꾸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