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사람들에게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스피릿을 물으면 대부분 버번이나 테킬라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남미에서 최근 말수적은 아들 피스코가 조금씩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요.
피스코는 페루와 칠레에서 생산되는 포도 브랜디로, 이름은 페루의 피스코 시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것이 정설입니다. 과거의는 마르나 핀처럼 포도주를 만들고 남은 잉여물을 가지고 만들었으나, 현재는 포도주를 가지고 만들어 그 특성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앞서 페루와 칠레에서 피스코를 생산한다고 했는데요, 만드는 곳에 따라 그 제작 특징이 살짝 다릅니다. 전자의 경우 품종 간의 블렌딩이 제한적이며, 알람빅에서 증류해야 하며, 특성을 변화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숙성해야 합니다. 반면 후자는 품종 간의 블렌딩이 가능하며, 알람빅와 다른 증류기에서 2회 증류되고, 오크통의 용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피스코 생산의 중심지인 이카의 과달루페 마을에 위치한 로베라 보데가는 1867년부터 이어져 온 페루에서 피스코를 생산하는 증류소입니다. 이곳에서는 보티하스라고 부르는 전통적인 점토 또는 세라믹 항아리에서 포도즙을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피스코 제조 초기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 이 증류주만의 독특한 특성을 덧입혀주죠. 해당 제품은 처음 남미로 포도를 들여올 때 사용했던 품종인 케프란타를 이용해 만들었으며, 단일 포도 품종만 사용한 퓨로 등급입니다. 정보가 많지 않아 퓨로 윗 단계인 모스토 베르데 등급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소개드릴 로베라 피스코 케브란타의 용량은 500ml이며, 알코올 도수는 43%입니다. 제가 시음한 것은 병입 제품에 체리 우드 스틱을 1년간 담은 자가숙성 버젼입니다.
nose:
1. 처음부터 희미한 스모키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2. 꼬냑과는 다른 쿰쿰한 느낌의 무엇인가 있는데 뭔지 모르겠네요.
3. 꼬냑과는 화려함과는 달리, 수수하고 산뜻한 포도의 단향이 느껴집니다.
4. 오크 스틱을 넣어서 그런지 다크 초콜릿 느낌이 살짝 느껴집니다.
5. 순간 풀향이 엄청 짙어졌습니다.
6. 솜사탕 같은 단향도 올라옵니다.
6. 성당에서 미사 중 향을 칠 때 나는 냄새가 살짝 느껴집니다.
7. 라임류의 시트러스함이 후반부에 올라옵니다.
palate:
1. 소금류의 짭짤한 느낌이 입에서 서서히 느껴집니다.
2. 청포도를 껍질쨰 모닥불에 넣어 구운 것 같은 스모키함과 달달함이 느껴집니다.
3. 오크의 특성으로 약간의 계피 느낌이 조금 추가된 것 같습니다.
finish:
1. 후미에서 상큼한 라즈베리 느낌이 미묘하게 언저리에 있습니다.
2. 잔향에서 홍콩 호랑이 연고향이 느껴진다. 참 놀랍네요.
Comment:
로베라 피스코 케브란타 체리 오크 인퓨징입니다.
제가 이 바틀을 구한 건 풍물 1층 옆구리 속 심연 어디에선가였습니다. 분명 포도물이긴 하되 포도물이라 하기엔 사도 같은, 6두품 같은 위치에 있었죠.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동류의 오드비인 까뮤 쿨 재즈와 가격 비교를 했을 때 절반 이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풍물에서 유령 제품을 뽑을 때의 묘미, 마치 강원랜드에서 슬롯 돌릴 때와 같은 느낌이지요. 두 경우 모두 아다리가 되었을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번 케이스 역시 그러했습니다. 꼬냑의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향과는 다른, 수수하고 꾸임없되 이목구미가 완연한 남미의 순박한 시골 처녀 같은 특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순수한 원액을 고수하는 피스코를 오크 캐스킹하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어로 벚나무를 일컫는 체리 우드는 전통적인 오크와 비교했을 때 좀더 밝고, 화사하고, 과실 느낌을 선사해준다고 하죠. 충분히 새햐안 원액을 타락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확실히 색은 그러했습니다. 지인에게 색상을 보여주니 도대체 몇 년 숙성이냐 물어보았으니깐요. 그러나 향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달라진 몇 가지의 특성이 있긴 했으나, 전반적인 팔렛트가 달라졌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사람 역시 그러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삶이 크게 변화하기도 하지요. 무당이 전도사로 개종하는 경우도 있고, 건달이 경찰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하지만 유년 시절에 형성된 가치관을 결코 변화하기 힘든 바위와도 같습니다. 술 역시 그러합니다.
한줄평: 갓 화장법을 배운 순박한 남미 시골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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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엔 없는게 뭐야 진짜. 추추
술맛을 표현한다면서 굳이 ‘순박한 남미 시골처녀’ 같은 낡은 판타지 코드를 끌어오는 건, 취향이라기보다 본인의 인정 갈증과 연하 페티시를 투사한 자기고백에 가깝네. 맛 묘사가 아니라 ‘어린 존재에게만 안전하게 감정·욕망을 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내부 구조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솔직히 술보다 이 비유가 더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