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스탑을 몇 번 깨부숴가며 바게트 놈들의 악랄함을 짜릿하게 체감할 때마다 가끔 상상만 했었습니다.


'열선으로 왁스를 날리면 괜찮지 않을까?'


위험한 발상입니다만 한 번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일단 열선 커터를 이 끝을 모르는 악의로 가득찬 왁스탑 병 앞으로 대령합니다. 오늘의 실험대상은 호제그후 뒤양다주.



ㅈㅣ이이이이잉-. 잘 녹습니다만... 열선 팁이 튕기면서 간혹 작은 왁스 덩어리가 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별 일 없었습니다만, 다음에는 필히 안전고글을 써야겠습니다.



우선은 문제점... 한 바퀴 빙 둘러 녹여놨더니 빙 둘러 다시 붙어버렸습니다. 이런 젠장...



별 수 없이 위, 아래로 열선으로 살살 눌러가며 해체작업을 해줍니다. 왁스 탄내가 어메이징한데 가능하면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작업해야하겠습니다.



너무 지저분하게 작업되는 것 같아서 라이터로 살살 녹여서 모양을 잡습니다. 보틀넥 쪽은 터보라이터로 작업하여 불완전연소가 거의 되지 않아 깔끔합니다만, 캡 쪽은 일반 라이터로 했더니 시커멓게 그을음이...



살살 돌려서 올려줍니다. 캡은 뭐... 나름 바스크 모자 같은 느낌이라 나쁘진 않습니다. 병 입구 주변에 녹아내린 왁스의 흔적이 있습니다만 안쪽으로 침투하진 않아 다행입니다.


벌써 향이 미친듯이 흘러나옵니다. 아주 좋습니다. 파워풀한 에스테르!





입구 주변은 일부러 정리하지 않은채 사진 찍어봤습니다. 이 정도면 나름 만족스러운 작업입니다. 이후 자잘한 왁스 찌꺼기는 조심히 제거해줬습니다.




왁스 부스러기가 나중에 병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캡 쪽이 더 깔끔해서 다행입니다.



제 깔바도스 경험이 미천하여 유사한 급의 비교군이 AC밖에 없습니다. 상당히 묵직한 발향입니다. AC의 헤제브 드아드리안보다는 살짝 가벼운 느낌입니다. 깔바도스 페이도주라는 큰 틀에서는 유사한 느낌입니다만 이 쪽이 좀 더 상큼한 계열입니다.


폭력적일 정도로 새콤한 향이 메인입니다만 새콤함 주변으로 떠오르는 다양한 과실류의 향이 주변을 맴돌다가 시간이 흘러 사과향으로 점차 또렷하게 변해갑니다. 로우랜드 위스키에서 종종 느껴지는 일종의 유산취와는 조금 유사하면서도 방향이 많이 다릅니다. 에스테르 폭탄계의 상쾌하면서도 묵직한 이 향은 깔바도스에서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고유의 영역인듯합니다.


넥푸어라 그런지 맛에서는 생각보다 특색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아직 알콜부즈에 가려져 캐릭터를 잡아내지 못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강하진 않습니다만 약간의 우디함과 탄닌감이 느껴집니다. 향보다는 단맛이 강하지 않습니다만 약간의 단맛을 품고 있습니다. 감초같은 맛도 아주 살짝.


여운은 적당히 긴 편입니다. 코로 내쉴 때 쿰쿰한 란시오가 살짝 느껴지는게 기분이 좋습니다. 란시오가 너무 빠방하면 또 그건 그거대로 취향을 타겠습니다만 상당히 무난한 피니쉬. 강력하지만 과도하지 않은 수준의 에스테르 향취가 스멀스멀 올라와주는 기분좋은 잔향감입니다.




시간을 두고 또 여유롭게 즐겨봐야겠습니다. 연휴가 끝나니 또 언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ㅠㅠ